국내 스트리트웨어, 이와 함께 서브컬처를 위시하는 패션 브랜드의 동향에 민감한 이라면, QH(Quispiamhabilis)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을 것이다. 그 뜻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다소 난해한 명칭을 간판으로 내건 이들은 ‘공예’를 활용한 다양한 수공예품을 제작하며 참신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어느덧 5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이들에게 과연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박한 게 아닐까 싶지만, 공산품이 넘쳐나는 지금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이 진정한 신인이 아닐지. 공예라는 공통분모로 똘똘 뭉친 재기발랄한 집단, QH와의 인터뷰는 내내 유쾌한 분위기로 이어졌지만, 공예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중했다.
QH가 어떤 그룹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유승헌: QH는 도자와 금속, 3D 프린팅, 영상, 의상,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공예적으로 풀어내는 크래프트맨십을 주제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우리 스스로 크래프트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Don’t Forget Craftsman’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여러 분야의 공예 작업을 하고 있다.
각자 작업을 진행하는 분야가 다른데, 어떻게 모이게 되었는지.
유승헌: 초기의 QH는 도자 공예 중심의 브랜드로 꾸려졌지만, 모든 공예 분야를 아우르는 형태를 QH의 최종목표로 삼았다. 이후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며, 그 구상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황재환: QH 멤버는 모두 같은 학교 친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부 술 마시다가 친해졌다. 각자 분야는 달랐지만, 서로 선호하는 미감이나 공예에 대한 태도, 작업적인 행위에 흥미를 느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QH라는 집단으로 모였다.
술 마시다가 친해졌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석창희: 디자인과 특성상 학교에 남자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름은 몰라도, 서로 오가며 얼굴 정도는 눈에 익게 되었지. 그러다 자연스레 함께 예비군 가서 친해지기도 하고. 도원결의 같은 드라마틱한 만남은 아니었다. 하하. 마침 사는 동네도 비슷해 자주 어울려 놀았다.
QH의 대략적인 시작점은 언제였나.
유승헌: QH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하이드 앤 라이드(Hide & Ride)라는 숍을 통해 제품을 제작했던 일이 그 시작이다. 그때가 아마 2016년 즈음이었을 거다.
하이드 앤 라이드와 어떤 계기로 협업하게 되었는지.
유승헌: 대학교 3학년 때 도자기에 한창 싫증이 나 있을 시기였다. 해외 유학을 갈지, 아니면 디자인으로 전공을 변경할지 고민하던 때였지. 그렇게 여러 대안을 생각하던 중에 문득 아직은 공예 시장이 블루오션이니 내가 한국에서 이 분야를 시작하면, 최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도자기를 제품화해 편집숍에 영업을 뛰었다. 여러 숍에 내가 만든 제품을 보여주려 한창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당시 하이드 앤 라이드라는 숍을 너무 좋아했기에, 오히려 이야기를 꺼낼 엄두도 못 내다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제안했다. 마침 하이드 앤 라이드도 우리 같은 친구를 찾고 있었다면서 덜컥 우리 제품을 받아줬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뿌듯한 순간이다.
Quispiam Habillis는 어떻게 나오게 된 이름인가, 꽤 생소한 단어인데.
유승헌: 그때는 공예에 관한 사유 자체가 지금보다 뭔가 심오했다. 그래서 이름부터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지. 하하. 지금에 와 사람들이 QH의 뜻이 뭐냐고 물을 때 조금 부끄럽다. 그래서 풀네임보다는 QH라는 약자 그 자체로 어필하고 있다. 뜻을 말하자면,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 ‘손으로 만드는 무엇’을 라틴어로 표현한 거다.
작업실 내부도 꽤나 독특하다, 언제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나.
유승헌: 작업실은 2017년부터 운영했다. 그 뒤로 2년 동안은 아지트처럼 술만 마시는 공간이었다가 작년에서야 겨우 작업실 구실을 하고 있다. 하하.
다들 술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함께 모여 자주 술을 마시는 편인가.
석창희: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마시고 있다. 전부 작업에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도, 이걸 평상시에 말하기에는 뭔가 쑥스러워한다. 그럴 때 술의 힘을 빌리곤 한다. 하하.
모두 문화를 향한 애정에서부터 비롯해 지금의 QH에 모이지 않았나. 어떤 계기로 서브컬처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
유승헌: 어릴 때부터 신발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다 보니 서브컬처에 자연스레 접근한 것 같다. 도자기 작업에도 그런 취향이 담긴다. 내 작품 중에 억지스러운 건 하나도 없다.
김영균: 중학교 때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처음 접했다. 그때 MTV에서 나스(Nas)나 비기(Notorious B.I.G)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곤 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니 뮤지션들이 번쩍거리는 주얼리를 자주 착용하고 나오더라. 음악만큼 그 비주얼도 충격적이었지. 그때부터 그런 액세서리에 관심을 두고 학과도 금속공예과에 들어갔는데, 어린 시절 뮤직비디오에서 본 번쩍번쩍하는 주얼리 만드는 법은 안 알려주더라. 하하.
이주호: 학창 시절에는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으니까 여느 또래처럼 신발이나 옷을 좋아했다. 자연스레 만나는 친구들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석창희: 나도 학생 때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면서 서브컬처에 빠졌다. 그때의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건 이런 문화에서 만드는 결과물이 솔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만들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 만드니까.
황재환: 솔직히 말하자면, 대학교 입학 전까지 이런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후 승헌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나서 서브컬처를 알게 됐지. 이후 QH를 진행하며,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흘러왔다.
작업실 내 특별한 규칙이 있는지.
유승헌: 특별한 규칙은 없다. 기본적으로 오후 1시 전에는 출근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각자 업무에 따라 유연하게 퇴근하고 있다. 규칙적인 일보다는 그때그때 들어오는 프로젝트에 맞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 기한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다.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QH 전원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유승헌: 프로젝트 자체를 누구 한 명이 주도하기보다는 각자 맡은 파트에 집중해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이번 LMC(Lost Management Cities)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예로 들자면, 작품의 원형 제작 후 3D 스캐닝해 모델링을 끝낸 후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마지막으로 출력물을 도자기로 만들고, 그 안에 있는 그래픽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완성해 작품에 입히는 방식이다. 이렇게 각자의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일을 진행한다.
QH는 아티스트 콜렉티브와 브랜드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QH의 방향성은 무엇에 더 가까운가.
유승헌: 사실 두 가지 모두 다 잡고 가려고 한다. 지금 QH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스토어 카테고리를 A와 B로 나누어 운영 중이다. A는 하나밖에 없는, 직접 손으로 완성한 작품을 게시하고, B는 어느 정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품, 즉 상품으로 판매 가능한 물건을 올려두고 있다.
국내 하위문화권 내 공예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은데, QH를 운영하며 힘든 점은 없었는지.
황재환: 나는 모델링이나 3D 영상을 자주 다루는데, 오히려 편한 점이 많다. 작업이 나로부터 시작되고 끝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덜하다. 개인적으로 선례가 없던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석창희: 당장 모르는 게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어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게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이게 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유승헌: 선례가 없어서 시작한 일이라 더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다. 이걸 제대로만 한다면, 먹고 살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시행착오 중이고, 이런 어려움을 얼마나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QH로 참여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황재환: 작년 미스치프(Mischief)와의 협업이 기억에 남는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브랜드였기에 나중에 꼭 한번 협업하고 싶다고 바라던 중 운이 함께 작업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단순히 협업 제품만 발매한 게 아니라 이벤트도 함께 열어, 그 공간을 직접 꾸밀 때 정말 즐거웠다.
석창희: 가장 최근 LMC와의 작업이다. 결과물도 좋았지만, 그 작업 과정이 더 인상 깊다. 모든 과정에 QH 멤버의 손길이 더해졌으니까. 멤버 모두가 프로가 된 느낌을 받았다. 하하.
이주호: 특별한 프로젝트보다는 QH라는 브랜드의 첫 제품을 발매했을 때? 바이닐 박스와 반지, 목걸이를 출시했는데, 이미 발매 두 달 전부터 제품을 완성해놓고 이걸 어떻게 해야 더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만 한 달을 넘게 했다. QH가 모여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김영균: 웝트(WARPED.)와 발란사(Balansa)가 함께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아이템을 제작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내가 QH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제작한 아이템이라 그 순간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유승헌: 지금까지 QH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모든 일이 기억에 남지만, 보니 자칼 300(Bony Jackal 300)이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모양 도자기를 제작한 적이 있었다. QH라는 그룹의 색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었기에 그 작품에 애착이 많이 간다.
다양한 작품과 제품을 제작할 때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나?
황재환: 일상과 동떨어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시각적으로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지 않나.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방문한다면?’과 같은 상상에서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제로 만나게 됐을 때, 지구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 맥락을 작업에 표출하려 한다. 너무 이상한가. 하하. 내 작업물을 본 사람이 내가 느낀 전율을 똑같이 느껴줬으면 하는 거지.
이주호: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재밌는 포인트를 포함한 전단을 봤을 때 이러한 느낌을 수집했다가 내 작업에 표출하는 것 같다.
석창희: 평소 영감이 될 만한 소스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작업할 때 찾아보는 편이다. 프로그램을 많이 다루다 보니 새로운 툴이나 기술로 다양하게 표현이 가능한 것을 보며 영감을 얻고 또 음악에서 샘플링하는 것처럼 원래 있던 소재를 재해석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유승헌: 어렸을 때 장난감을 직접 만들곤 했다. 이런 경험이 쌓여 지금도 그때그때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만들거나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든다. 또 누군가 필요하겠지 싶은 것을 만든다. 근데, 이런 걸 영감이라고 해도 되나?
크래프트맨십을 모토로 하고 있는데, 그만큼 제품 제작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도 크지 않나, 언젠가는 더욱 큰 규모의 작업을 진행해야 할 때가 올 것도 같은데.
유승헌: 지금 당장은 멤버가 우리뿐이지만, 언젠가는 소규모의 공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큰 목표로 두고 있다. 물론, 우리의 작업물이 공예로부터 완성되기에 각 제품이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황재환: 덧붙이자면, 대량생산되는 공산품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색이 옅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반면, QH의 제품은 숙련된 제작자가 직접 만들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닌다. 우리 역시 이를 공예의 큰 강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공장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도 그 제작 과정에서 우리 개인이 최대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려고 한다. 우리만의 QH스러운 공장을 완성하려고 계속 실험 중이다.
석창희: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고민이 대량생산이다. 우리가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 전 수량을 조율하기도 한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테일이나 포기해야 하는 부분을 정리해가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승헌: 국내에서 우리가 제작하는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이 아예 없다. 그래서 우리가 그 시작 단계에서 아래 세대에게 또 어떤 선례를 남겨보고 싶다.
일 외적으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유승헌: 최근에는 놀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장 자주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어떤 신발이 발매됐다 거나. 하하.
이주호: 아이돌 뮤직비디오 얘기도 하고, 각자 작업에 관련한 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여러 브랜드가 다투어 QH를 찾고 있는데, QH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은가.
황재환: 일단, 도자기라는 재질이 매력적이지 않나. 일상에서의 활용성과 예술로서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물체라고 생각한다.
유승헌: 일종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 브랜드가 이와 비슷한 의도로 협업을 진행하고, 실제 우리도 브랜드의 그러한 니즈를 파악해 접근하고 있으니.
석창희: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건 한국에 우리밖에 없으니까. 그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인센스 챔버같은 경우도 일본의 패션 브랜드 네이버후드(Neighborhood)가 꾸준히 선보여 온 제품이지만, 우리도 QH만의 차별화를 지니기 위해 새로운 흙이나 유약을 통해 다양한 표현법을 시도하고 있다.
김영균: 모두가 크래프트맨십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모였으니까. 회의하다 보면, QH 멤버 모두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거절한 협업도 있었나.
유승헌: 우리는 돈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그룹이다. 때문에 몇 번 힘든 거절을 했다. QH를 단순한 도자기 제작 업체로 생각하고 연락했을 때는 고민 없이 거절했다. 이미 자체적으로 디자인까지 끝내놓고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디자인부터 생산과정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큰 무기인데, 이를 무시하고 외주 맡기듯 협업을 진행하려 하는 곳은 전부 거절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포괄하는 질문인데,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공산품이 너무 당연한 세상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QH가 추구하는 크래프트맨십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유승헌: 디자인을 하고 싶었지만, 공예로 전공을 전향한 이유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도자기는 내가 늙어서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또한, 요즘 3D 프린터가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곧 집에서도 각자 필요한 생필품을 만들어 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공예에 대한 수요 역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예라는 게 정의하기가 너무 어려워 지금껏 학문으로 정의된 적이 없는 분야다. 시대마다 그 정의가 각각 다르다. 옛날에는 실제로 쓸 수 있는 것을 통틀어 공예라고 했다면, 지금은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중간지점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누구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공예라고도 한다. 아직도 공예에 관해서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
김영균: 오히려 유행이 빨라지고, 기술이 중심인 시대가 올수록 공예가 더 각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지 않나.
석창희: 개인적으로 의류나 가구의 빈티지 아카이브를 좋아하는데, 그런 게 현재까지 가치 있는 이유는 그 당시에 만든 제작자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도 추후 몇십 년 뒤 회자했을 때 이름난 빈티지처럼 가치 있는 물건이 되길 바란다.
이주호: 나도 비슷한 의견이다. 공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부산물일 뿐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든 간에 QH만의 방식에 의미를 찾고 그 물성이나 물성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새로운 걸 시도한다. 그런 것 모두 공예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사유의 방식이 매년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만, 새 기술에 맞춰 의미를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재환: 사실 QH는 크래프트맨이라는 단어보다는 크래프트맨십이라는 단어로 정의하는 게 더 알맞은 집단이다. 컴퓨터로 만들거나 3D 프린팅을 하면 손 외에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다른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개인의 색에 맞거나 그 기술에 맞는 재미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 큰 의미가 있다.
QH만의 또 다른 굿즈를 제작할 계획이 있나?
이주호: 티셔츠를 구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좀 더 우리의 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담을 수 있을지 최대한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회의도 많이 하고 있고.
QH가 주목하는 동시대 신인왕이 있다면?
유승헌: 글쎄, QH에 몰두하느라 누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하하.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효자비어가 끝난 것.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걸 잘 이끌고 나가던 친구들인데 활동을 마무리한 게 아쉽다. 보태어 이야기하자면, 현재 새로운 신(Scene)을 열어나가는 우리 또래의 친구들 모두 주목해야 할 사람들이 아닐까.
향후 QH는 어떤 방향으로 행보를 이어나갈 생각인지.
석창희: 타 브랜드와의 협업보다 우리 자체의 작업물을 완성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당장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사람들이 봤을 때 ‘이걸 왜 만들었지?’라는 의문을 가질 만한 작업물을 만들고 싶다. 이런 움직임을 꾸준히 지속하다보면 QH의 정체성이 저절로 확고해지지 않을까.
에디터 │오욱석
포토그래퍼 │유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