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fashion: 2화 Tapestry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만 해도 모두가 2020년을 반기는 분위기였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새로운 십 년과 함께 극악 난이도 패치를 받은 모양이다.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터져 나오며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 각종 행사 취소 소식이 줄줄이 따라왔으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모든 계획과 예측이 무의미한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중이다.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반강제적 집콕이 고통스러운 것은 모두가 매한가지겠으나 멋쟁이들에게는 이 시기가 특히나 가혹하다. 본디 꾸미는 행위의 원동력 중 하나는 타인의 선망 어린 시선 아니겠는가. 한껏 멋 부리고 외출할 수 없게 된 이들은 결국 사이버 세상에서 대안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롭게 구매한 아이템을 자랑하고, 늘어난 여가 시간을 이용해 보다 전투적인 디깅에 나선다. 전염병의 시대에도 인스타그램 속 패션 세계가 변함없이 붐비는 이유다.


태피스트리(Tapestry)- “다채로운 선염색사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네이버 지식백과
17세기 태피스트리 작품

인스타패션(Instafashion)의 두 번째 화에서는 태피스트리 패션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으나, 우리는 이미 태피스트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흔히 유럽 중세 영화들을 보면 카펫을 벽에 걸어놓은 것 같은 벽걸이 장식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 태피스트리다. 코치(Coach),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럭셔리 기업 태피스트리(Tapestry)가 아니니 헷갈리지 말자.

태피스트리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이집트의 콥트 직물, 페루의 프레잉카직, 프랑스의 고블랭직 등이 대표적인 태피스트리의 예라고. 서양에서는 날실에 마사, 씨실에 양모를 쓰고, 동양에서는 날실, 씨실 모두 본견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양의 태피스트리는 폴랑드르(벨기에와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성행해왔다. 특히 중세에 크게 유행했는데, 주로 교회와 왕족을 위해 제작되어 성 내벽을 장식하고 벽의 냉기를 막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태피스트리도 매우 아름답지만, 현대로 넘어와 태피스트리는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매우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했다. 벽걸이, 가리개, 실내 장식품 등으로 주로 사용되며, 간혹 “게르니카(Guernica)” 등 대형 회화 작품 복제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태피스트리라는 기법이 의복사에 스며든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태피스트리 원단을 의복에 사용했다는 증거는 과거 유적지와 무덤에서 발견된 바 있다. 기원전 200년에서 20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피스트리 의복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먼 과거에도 태피스트리의 용도는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시 SS20 태피스트리 코트

현대 패션에서 태피스트리는 과거, 특히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무드를 담아내는 레퍼런스로 주로 사용된다. 많은 브랜드에서 태피스트리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만의 세계관을 담아냈는데, 비교적 최근으로 넘어오면 2019년 지방시 맨즈웨어 쇼에서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에서 받은 영감을 태피스트리로 표현한 코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프 화이트의 태피스트리 스웻수트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서는 태피스트리 기법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브랜드들은 태피스트리 기법을 스트리트 무드와 엮어 선보이는 편이다. 마치 오프 화이트가 SS 19시즌에 발매한 태피스트리 스웻수트 같은 식이다. 원하는 형상을 자유롭게 원단에 새겨넣을 수 있는 기법인 만큼 현대의 팝 컬처를 담아내는 사례도 많다. 인류 역사상 가장 역사가 긴 수공예 분야 중 하나인 태피스트리로 새겨진 팝 스타들의 모습은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Noname1of1 – 전통적인 태피스트리 무드를 살린 스트리트웨어

‘Noname1of1’은 고급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옛 태피스트리의 무드를 훌륭하게 재현해내는 브랜드다. 천사, 지옥, 꽃 등 중세 태피스트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티브가 사용된 제품이 쉽게 눈에 띈다. 옷 자체의 기능적인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전면을 가득 채운 태피스트리의 매력이 부각되는 제품들이다. 후드와 버킷햇 제품들이 유명하며, 주문 후 제작에 수 주가 소요된다. 커스텀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매력 중 하나다.


4×1111- 태피스트리와 팝 컬처의 만남

디자이너 존 마이클(John Michael, @benztrck_)이 전개하는 태피스트리 패션 브랜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er) 같은 아티스트들의 모습이나 [Kids See Ghost] 앨범 커버,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환장할만한 이미지들이 새겨져 있다. 크루넥 형태의 제품이 대부분이며, 유명 그래픽이 담긴 제품은 그레일드(Grailed)에서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중세 시대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벽에 걸어두어도 충분히 멋진 장식품이 될 듯하다.


Vale- 보다 다양한 변주

2014년에 설립된 ‘Vale’은 태피스트리와 패션의 만남을 더욱더 넓은 범주에서 시도하고 있다. 스트리트 무드를 풍기는 것은 변함없지만, 비교적 단순한 후드, 크루넥의 형태를 넘어 푸퍼 자켓(Puffer Jacket), 베스트(Vest) 등에도 태피스트리 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매력적인 제품은 성인의 모습이 새겨진 기모노 재킷과 모쉬핏 베스트. 퀘이보(Quavo), 거나(Gunna) 등이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Noname1of1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4×1111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Val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Vale
Peta Smyth Antique Textiles
Givenchy
Ln-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