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거닐다가 나와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과 마주친다면? 그 느낌은 이루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 미묘하다. 아무리 비싸고 한정 발매되는 제품이라고 할지언정 기성품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천편일률적인 행색과 유행이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왠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다양한 커스텀 서비스가 행해지고 있는데 스니커 커스텀은 신발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업체와 아티스트가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가 하면 새로운 소재를 대입해 이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상에 단 하나, 나만의 신발을 갖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이번 특집을 준비했다.
Customizing Service
Nike iD
나이키는 오래 전부터 자신만의 신발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이키 아이디(Nike iD)’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부분별로 색상과 소재를 조합, 최종적으로 결제를 마치면 일정 제작 기간을 거쳐 소비자에게 결과물이 전달되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부담해야 할 가격도 커지는 것이 문제. 매장에 발매되는 제품에 비해 약 1.5배 정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ID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구매 대행을 이용하는 불편함 또한 감수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키는 ID서비스로 이전에 발매했던 소위 ‘대박류’를 만들 수 없게끔 그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물론 엇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어도 100% 같게는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대박류’ 신발을 갖고 싶다면 이베이에서 캠핑을 하거나 차라리 신께 기도하자.
Nike iD 공식 웹 페이지(http://www.nike.com/us/en_us/c/nikeid)
mi Adidas
아디다스의 ‘마이 아디다스(mi Adidas)’ 역시 나이키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주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miZXFLUX’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나 사진을 찍어 신발 어퍼에 직접 인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멀티 컬러, 라이트닝 등 전면 프린팅을 앞세워 스니커 매니아들을 매료시킨 이력이 있기에 이 서비스는 큰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얼마 전, 압구정에 위치한 아디다스 플래그 쉽 스토어 파티에서도 이 기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굉장한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ZX Flux’에만 한정했다는 것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나이키와 같은 구매대행의 번거로움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악재로 작용한다.
mi Adidas 공식 웹 페이지(http://www.adidas.com/us/customize)
Sneaker Customizer
초창기 스니커 커스텀이라 함은 염색이나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현재는 도색·도금은 물론이요, 신발을 분해해 새로운 소재나 전자 기기를 접합하는 일조차 서슴없다. 기술은 좋아졌지만 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각 제품별 구조, 소재, 접합 방식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창작의 고뇌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열정까지 필요로 한다. 과연 ‘신발 장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 이 신발 장인들을 하나 둘 소개하고자 한다. 혹시 가까운 미래에 이들에게 제품을 의뢰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잘 기억해두자.
Mache
신발 수집이 취미였던 뉴욕 출신 ‘모쉬(Mache)’는 어렸을 적부터 신발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레 커스텀 세계에 발 디뎠다. 2004년 모쉬 커스텀 킥스라는 회사를 설립, ‘Pharrell Williams’, ‘GZA’, ‘Kobe Bryant’, ‘Kanye West’ 등의 러브콜을 받으며 현재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니커 커스터마이저가 됐다.
그의 작품들을 살피다보면 음악이나, 영화, 미술 등 다방면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앨범 커버를 그대로 신발에 녹여내는 섬세함은 가히 일품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작품 중 하나였던 에어 포스1 ‘조던 5’ 커스텀을 나이키에서 그대로 본떠 조던 x 포스 퓨전으로 발매했다는 일화 역시 큰 화젯거리였다.
Air Force 1 ‘Jordan 5 Fire Red’ by Mache(좌), Air Jordan Force Fusion 5 ‘Fire Red’(우)
Air Force 1 ‘808s & Hearbreak‘
Kanye West의 808s & Hearbreak 앨범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또 다른 커스터마이저인 ‘EmmanueLabor’와 함께 한 작품이며, 앨범 커버에서 칸예가 입었던 수트와 카우스의 그림이 절묘하게 표현되었다.
Dunk High ‘Liquid Sword’
808s 포스와 같이 이 제품도 앨범 커버를 그대로 신발에 옮겨 담았다. 사진은 2007년 시카고에서 열린 ‘Pitchfork Festival’에서 모쉬의 커스텀 제품을 착용한 GZA의 모습.
Mache Custom Kicks 공식 웹 페이지(http://machecustoms.com/)
Nash Money
‘내쉬 머니(Nash Money)’는 영국 출신의 스니커 커스터마이저다. 그는 단순히 커스텀을 넘어 다양한 실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장인이다. 보통 커스터마이저들이 소재나 장식을 추가하는데 반해, 내쉬는 여러 제품들을 조합해 하나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 먼저 아래 사진을 보자. 내쉬의 손에서 나이키와 비즈빔(Visvim)이 하나가 되었다.
Nash Money x Visvim FBT x Air Max 360
ellesse heritage x Nash – the N117
DC Monterey(좌), Lacoste Bravington(우)
X자 박음질은 내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Sneaker Speaker
이뿐만 아니다. 내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스니커 스피커(Sneaker Speaker)’라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늬만 스피커가 아니다. 신발에 구멍을 내어 선을 연결하고 앰프를 삽입하는 등 갖가지 공정을 거쳐 실제로(!) 동작하게끔 만들었다. 이 스피커로 튼 첫 번째 노래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Rick Ross의 “Hustlin”이다.
Nash Money의 인스타그램(http://instagram.com/nashmoneyagram)
Snap High
이번에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커스터마이저 ‘스냅 하이(Snap High)’다. ‘도끼’, ‘길’, ‘보아’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의 제품 역시 그의 손을 거쳤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디자인으로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냅 하이하면 발망(Balmain)의 로고를 패러디한 서울과, 부산 스냅백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모자를 해외에서 구해다가 판매했지만 이후 직접 커스텀을 하면서 현재는 신발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Vans Era ‘Goyard’
실제 고야드(Goyard) 가방을 잘라 만든 제품이다. 스냅 하이는 시중에 나와 있는 명품 제품들을 다시 재단해 커스텀에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Nike Air Jordan 11 Low ‘Red October’
에어 이지2(Air Yeezy 2) 레드 옥토버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낸 조던 11 레드 옥토버다.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진 스냅 하이의 대표작이자 중국 발 가품도 존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심지어 중국에서 만 족을 주문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냅 하이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스냅 하이 인터뷰’를 확인해보자.
Sanp High 인터뷰 바로가기(클릭)
Snap High 공식 웹 사이트(http://snaphigh.bigcartel.com/)
Do It Yourself
사실 커스텀이란 것은 그다지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거대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매일 신발을 만지는 장인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도구와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서는 가장 간단한 커스텀 방법인 ‘색칠’을 가지고 1) 신발 선택, 2) 재료 선택, 3) 작업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신발 선택
커스텀을 하자. 그렇다면 우선 어떤 소재에 색을 입힐 것인가(디자인적인 부분은 본문에서 제외한다)가 관건이다. 신발은 크게 갑피, 중창, 겉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중창 소재 중 가죽과 캔버스가 가장 다루기 쉽다. 캔버스는 번짐을 조심해야 하고, 가죽은 작업 전 코팅을 벗겨내야 작업이 수월해진다. 코팅은 아세톤을 이용하면 벗겨낼 수 있다.
2) 재료 선택
신발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색을 입힐 물감이 필요하다. 여기서 추천하는 것은 ‘엔젤러스(Angelus)’의 제품들. 보통 엔젤러스라고 하면, 갈라지기 쉬운 중창의 색을 복원하기 위한 용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어차피 슈케어나 커스텀이나 ‘변화’를 준다는 입장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신발과 함께 “이런 색이 나왔으니 사세요.”라고 광고할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엔젤러스 제품을 커스텀에 사용했을지 짐작케 한다.
Angelus
Angelus Collector Edition
또한 인기 제품들의 색상과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Collector Edition’이 마련되어 있다. 조던부터 르브론, 맥스까지 가지각색이다. 엔젤러스 제품 한 병이면 신발 하나는 거뜬히 바를 수 있으니 두고두고 사용하자.
Angelus 공식 웹 사이트(http://angelusdirect.com)
3) 작업
작업 시, 깔끔한 페인팅을 위한 마스킹은 필수 과정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마스킹을 떼어낼 때 잔여 점착물이 남는지 꼭 확인해야 되며,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킹용 테이프를 사용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도색이 끝나면 다시금 코팅을 통해 마무리해야 하는데 색이 갈라지거나 번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잊지 말자. 커스텀은 시간과 정성의 산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