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레코드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요즘 모두 마스크를 쓰고 광희문 건너 작은 언덕 위를 숨 가쁘게 오른다. 지난 5월 새롭게 오픈한 레코드 숍 모자이크(MOSAIC)는 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원하는 장르의 바이닐을 살피기 위해선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기본 숍에 놓인 두 대의 청음용 턴테이블은 매일 쉴 틈 없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디지털 포맷이 여전히 강세인 서울에서 바이닐 컬렉터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자이크. 화제의 레코드 숍은 과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숍의 주인장 커티스 캄부(Curtis Cambou)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최근 일주일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났다. 좀 쉬었나?
휴가라고 적어놓긴 했지만 사실은 쉬는 게 아니었다. 숍 근처에 사무실 겸 창고를 마련했는데 이곳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휴지기를 가졌다. 재밌는 바이닐은 너무 많고, 이를 빠르게 업데이트해서 소개하고 싶은데, 손님에 비해 일손이 부족했다. 그래서 음반 관리를 위한 사무실 겸 창고를 따로 마련했고, 약 2주간 공사, 정리하며 보냈다.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의 일원으로 을지로 숍을 함께 운영하다가 지금 독립적으로 모자이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따로 숍을 마련한 계기가 있나?
큰 이유는 없다. 운영하는 방식과 생각, 들여오고 싶은 바이닐의 취향도 달랐다. 그리고 클리크 레코드는 앙투안(Antoine)의 브랜드였기 때문에 나에게 제한되는 것이 많았다. 홀로 좀 더 자유롭게 운영하고 싶어서 모자이크를 차리게 됐다. 그래도 클리크 레코드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좋은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클리크 패거리를 떠나 새롭게 둥지를 트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지. 좋은 판이 많고 이를 빠르게 업데이트한다면 장사가 안될 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좋은 친구가 많으니 완전히 새롭게 둥지를 트는 것은 아니었다.
모자이크는 어떤 의미인가?
색과 모양은 다르지만 하나로 연결된 모자이크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공간에 창문과 바닥에 모자이크 모양의 타일이 많아서 그 이름에 끌리기도 했다.
숍을 함께하고 있는 멤버 소개를 부탁한다.
애시드 워크(Acid Work)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박금진 그리고 뮤지션 박지하가 함께하고 있다. 금진이는 나와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믿을 만한 사람, 내 오른팔 같은 존재다. 이 친구가 없으면 숍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음악적인 지식도 많아서 숍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박지하는 커피, 민트 티 그리고 가끔 마들렌을 만들고 있다. 숍의 자리를 알아봐 준 것도, 신선한 민트를 공수해 오는 것 모두 박지하의 덕이다.
멤버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박금진은 클리크 레코드에서 일할 때 중고 음반 쪽 일이 너무 많아서 직원이 추가로 필요할 때 처음 만났다. 원래는 나와 친분이 있던 고담(Go Dam)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복학하는 바람에 자리가 비었다. 그때 모과(Mogwaa)가 박금진을 추천해서 함께 일을 해봤는데 너무 열심히 잘하더라. 박지하는 내가 운영하는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며 알게 됐다.
숍에 진열되는 판은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가?
아니다. 판은 모두 내 취향이다. 그래도 금진이가 나랑 취향이 비슷해서 숍에 들어오는 판 모두 가지고 싶어 한다.
멤버들에게 적용되는 혜택이나 규칙이 있나?
직원은 손님보다 바이닐을 먼저 살 수 없다는 것. 판매를 개시한 후 며칠 동안 팔리지 않아야 구매할 수 있다. 이건 나에게 적용되는 룰이기도 하다.
커티스의 취향, 숍에 진열된 판의 공통점을 꼽자면?
‘음미롭고(커티스만의 표현으로, ‘그루브나 멜로디의 깊이가 있고 매력적인 실험이 담긴’을 뜻한다), ’매력적이고,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음악. 모두 이유가 있는 바이닐이다.
‘음미로운’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장르마다 용어의 정의는 다르다. 예를 들어 소울, 훵크의 경우는 그루브나 멜로디의 깊이가 있는 음악을 말하고, 아방가르드의 경우는 매력적인 실험이 담긴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숍에 들일 바이닐을 꼼꼼히 들어야겠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당연한 일이니 괜찮다. 손님이 숍을 계속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선 모두 들어봐야만 한다.
수많은 장르 중 특히나 신경 쓰는 카테고리가 있나?
없다. 나는 모든 장르에 신경을 쏟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클럽 튠, 재즈, 소울, 훵크가 가장 빠르게 나가다 보니, 이를 한 달에 두 번씩 업데이트해야 한다.
타 매체에서 발레아릭(Balearic)을 주로 소개해 발레아릭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숍 입구에 역시 발레아릭 카테고리가 있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너무 생소하다 보니 발레아릭을 많이 찾는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계속해서 운영하다 보면 서울에서도 발레아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들과 제한 없이 어울려 놀 수 있을 것 같다. 발레아릭 음악의 자세처럼 말이다.
매주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오너가 음악을 소개하는 태도와 이에 수반하는 노력 덕분인 것 같다. 인적이 드문 언덕 위 레코드 숍에 사람들이 이끌리는 이유가 또 뭐라고 생각하나?
한 번 오고 다시 방문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난 실패한 거다. 이를 위해선 음반을 계속 들어야 하고, 바이닐을 빠르게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을 만나볼 수 있게 해야 하고, 그 음악 모두가 음미롭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며, 수집하는 새로운 취미 생활로 직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실 지금은 사람이 매일 많이 찾아온다. 나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릴 줄 몰라서 너무 놀랍고, 덕분에 아주 즐겁게 운영하고 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숍을 찾는 것 같나?
DJ, 레코드 컬렉터 그리고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비율로 본다면 일반 손님이 80% 정도?
과거 클리크 레코드에서 인터뷰할 당시에는 디제이 비율이 높다고 했는데.
디제이가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때보다 더욱더 많은 디제이들이 찾지만, 일반 손님의 비율이 더 많은 것뿐이다.
숍에서 바이닐로 직접 음악을 골라서 틀기도 한다. 선정 기준이 있나?
없다. 디제이 셋을 제작할 의도 없이 그냥 개판으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직접 골라 트는 편이다. 이건 금진이가 매장을 관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클리크에 이어 모자이크 역시 중구에 자리 잡았다. 중구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중구에 자리 잡으니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 많고 서울의 중심인데 월세가 싸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교통이 편하고, 서울의 중심이니 지나가다 찾는 사람들도 많다.
또 1층에 자리한 숍이란 사실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1층 숍은 어떤가?
1층은 최고다.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한 이유에 1층 자리도 한몫한다.
숍에서 커피와 민트 티를 판매한다고 했다. 음료를 판매하는 의도는 레코드숍 이상의 문화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아니다. 그냥 레코드숍에만 전념하고 싶었는데, 숍 옆에 계단 공간에 바이닐을 진열할 수 없어서, 음료를 판매하게 된 거다. 사실 처음엔 판매도 생각하지 않았다. 찾아온 사람에게 한 잔씩 내어 줄 생각이었는데, 손님이 너무 많이 찾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편을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모자이크는 파티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인가?
파티를 열 생각은 전혀 없고, 디제이 셋, 음감회 무드의 이벤트는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의 오프라인 레코드 숍 일부가 온라인 스토어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모자이크는 온라인 판매를 진행할 의향이 없나?
이미 도메인은 있지만, 이것까지 운영할 일손이 없다. 그러나 급할 필요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오픈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토어를 열면 오프라인 스토어만의 매력이 무색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맞다. 그래서 바이닐을 많이 모았고 창고에 어마어마하게 쌓아놓았다. 나중에 오프라인 숍 전용 바이닐, 온라인 판매 전용 바이닐을 둘 다 운영할 수 있을 때 오픈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레코드 숍으로 자리 잡고 싶나?
계속 음미를 그리는 레코드 숍이 되고 싶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더라도, 찾는 일부가 음미로운 음악에 이끌려, 꾸준히 찾는 레코드 숍. 평화로움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레코드 숍. 그리고 과거 성시완의 아트록 레코드 진열대가 현재 40, 50대 친구들의 취미로 이어진 것처럼, 나 또한 손님들에게 취미와 수집의 즐거움을 만들어주고 싶다.
에디터│황선웅
포토그래퍼│오세린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Paper 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