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0년대에서 시작된 US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는 주마다, 도시마다 색다른 밴드와 스타일을 가지고 가지각색의 신(Scene)을 형성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펑크 신을 만들어 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80년대 후반에는 서로 타국의 신과 소통하며 투어를 기획하기도 했다. 시애틀의 너바나(Nirvana)가 일본의 립 크림(Lip Cream)의 전미 투어를 주선했지만 립 크림의 멤버가 마약을 소지해 미국의 한 공항에서 쫓겨났다는 전설적인 비화에서 일본 펑크 신의 영향력은 상당히 컸고 일찍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드코어 펑크는 유스 컬처(Youth Culture)의 한 종류로 DIY, 80년대와 9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서브컬처라는 인식이 있기에 노아(Noah), 슈프림(Supreme), 더 헌드레즈(The Hundreds) 등 굵직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에서 하드코어 펑크와 관련된 제품들을 내놓으며 90년대 이전을 기억하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지나며 하드코어 신에도 여러 스트리트웨어(Streetwear)의 브랜드나 펑크 이외의 음악 장르와 매체를 받아들이며 다른 성격으로 변화했고 이것은 새로운 세대와 외부 팬의 유입과 펑크와 다른 매체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릴 핍(Lil Peep), 솔자 보이(Soulja Boy), 재비어 울프(Xavier Wulf) 등이 출연한 로스앤젤레스의 네이처 월드 나잇 아웃(Nature World Night Out)은 이를 증명했다.

그런 현상은 일본에도 생겨났으며 각 로컬 신에서 스트리트웨어나 다른 음악 스타일로 하드코어 신의 변화를 일으키는 양상이 전개됐다. 오사카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애프터베이스(Afterbase)는 하드코어 신에서 시작해 일본의 스트리트웨어 전반에 이름을 알린 브랜드로 성장했고 외국의 하드코어 밴드들이나 팬들이 꼭 방문하는 명소로 알려졌다. 분명 미국과 비슷하게 외부의 매체와 결합하여 성장하는 케이스지만 일본은 조금 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하드코어 신 출신의 사람들이 직접 스트리트웨어 의류와 전자음악, 힙합에 관련된 결과물을 만들어가며 자신들만의 것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이점을 그들 스스로가 어필하고 있고 미국의 서브컬처와 결을 달리하는 멋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도쿄의 보울헤드(BOWLHEAD inc.)를 운영하는 토메(Tome)와 위니치 앤 코드(Winiche & Co.)라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윈(Win)은 근래 두 번째로 브랜드 간의 협업을 통해 티셔츠와 저지, 스니커즈 등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전에 뉴스로 전해진 이 소식은 일본 내는 물론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며 다음 협업을 향한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토메와 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Interview

한국의 독자들에게 자신을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Win(이하 W) : 위니치 앤 코드라는 브랜드와 위니치 웨어하우스(Winiche Warehouse)라는 편집 매장을 운영하는 윈이라고 한다. 

Tome(이하 T) : 도쿄를 기반으로 보울헤드라는 하드코어 펑크 레이블을 운영하는 토메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W : 평소 혼자서 작업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활에는 큰 변화가 있지는 않지만,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항상 느끼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흥미가 있는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T : 나는 보통 레이블 이외에도 빈티지 기타 수출 판매 일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상당히 바쁘다. 예전보다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이라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공연이 많이 줄어들면서 밴드 활동은 너무나 힘들지만, 최근에야 인원 제한이라든지 방역 수칙이 정해지면서 공연도 다시 생겨나고 있고 주변 동료의 공연도 가끔은 보러 가고 있다.

토메와 윈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벤트는 이번이 두 번째다. 어떻게 둘의 협업이 시작되었는가.

W : 항상 나와 토메가 주변인과 같이 웨어하우스에서 바비큐 파티를 자주 열었다. 이런 것을 떠올리면서 협업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바비큐를 이미지 삼아 해보기로 했다. 또한 빔즈T의 SNG도 이러한 아이디어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주며 가공의 바비큐 가게를 주제로 한 머천다이즈 발매를 기획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상당히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고 들었다.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빔즈T 매장에서 진행되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W : 이전에 첫 번째 행사를 진행했을 때 도쿄에서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번에는 도쿄뿐만 아니라 오사카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많은 사람이 들러서 제품을 구매했다. 

컬렉션 제품 중에는 저지 상하의와 스니커즈 제품으로 세르지오 타키니라는 브랜드가 활용되었다. 그렇기에 테니스 용품도 함께 진열된 모습이 보였다. 사실 한국에선 조금 생소한 브랜드인데 간단한 설명과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도 들려달라.

W : 세르지오 타키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로 미국의 프로 테니스 선수 존 매켄로(John McEnroe)가 애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캐쥬얼 느낌의 브랜드에 흥미를 가지고 세르지오 타키니와 협업을 진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상하의 저지와 스니커즈, 티셔츠에서 미국 하드코어 밴드 콜드 월드(Cold World)의 [Ice Grillz] 앨범 재킷이 떠오른다. 토메는 그들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반응이 어땠는가.

T : 콜드 월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하드코어 밴드로 2007년 컴필레이션 앨범인 [No Omega] 일본 버전 음반을 발매했을 때부터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에 콜드 월드의 일본 투어를 보울 헤드에서 주선하면서 더욱 사이가 깊어졌다. 이후에는 드러머 닉 우지(Nick Woj)가 개인적인 일로 일본을 자주 방문하면서 그때마다 시간을 보냈고 가끔 나와 윈이 미국에 콜드 월드의 라이브를 보러 가기도 해서 지금은 사이가 정말 좋아졌다. 이번에 우리가 몇 가지 의류를 발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허락도 받았기 때문에 쉽게 진행되었다. 제품이 상당히 멋지게 나왔고 멤버들도 굉장히 좋아했다.

토메를 모델로 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윈은 일본의 스트리트웨어 신에서 몇 년간 활동하고 있는데 본인의 브랜드인 위니치 앤 코드와 오프라인 매장인 위니치 웨어하우스를 잠깐 설명해달라.

W : 위니치 앤 코드는 내가 빈티지 의류에 영감을 받아 갖가지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이다. 위니치 앤 코드를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야겠다고 필요성을 느껴서 웨어하우스도 만들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고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만의 재미는 온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 웨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편하게 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르지오 타키니뿐만 아니라 빔즈 T의 의류 제품도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빔즈 T 매장에서 이번 팝업스토어가 진행되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W : 제품의 그래픽은 나와 토메 둘이서 담당하며 세르지오 타키니 이외의 제품에 프린팅할 제품으로 빔즈 T의 의류를 선택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SNG의 협업제안이 있었기에 빔즈 T에서 협업과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수 있었다.

토메의 보울헤드는 일본 하드코어 신에 꽤 큰 역할을 했다. 앨범 디스트로(Distro)라든지 투어 기획이라든지 토메이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었는데 보울헤드에 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있나.

T : 보울헤드는 2003년에 시작한 브랜드로 뉴욕의 하드코어 밴드 매드볼(Madball)의 [NYHC] EP 앨범을 일본 버전으로 발매한 게 첫 시작이었다. 그 후로도 해외의 콜드 월드, 트랩 언더 아이스(Trapped Under Ice), 턴스타일(Turnstile), 앤젤더스트(Angel Du$t) 등의 일본 내 앨범 발매나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도쿄 로컬 밴드 파잇 잇 아웃(Fight It Out), 사이간 테러(Saigan Terror), 수퍼 스트럭처(Super Structure) 등의 앨범 발매와 프로모션도 맡고 있다.

도쿄를 기반으로 한 위니치 앤 코드는 빈티지 의류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해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뉴욕의 빈티지 의류를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뉴욕의 스트리트웨어와 빈티지 의류의 특징은 어떤 것인가.

W : 뉴욕의 스트리트웨어는 여러 가지 문화나 거리가 가지는 힘이 한데 모여 응축된 점이 굉장한 매력이라고 본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 미국의 거리마다 그런 특색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뉴욕의 스트리트웨어는 이전의 다양한 지혜나 시대를 반영하는 디테일이 나에게 흥미를 이끌었다.

토메는 밴드 소울 바이스(Soul Vice)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새 앨범 계획이나 공연 계획을 앞두고 있는가?

T : 소울 바이스는 정말 취미로 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가끔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앨범 발매를 하나 앞두고 있다. 이번에 주변인이 운영하는 레이블인 페어리 소셜 프레스(Fairy Social Press)에서 2014년에 녹음한 데모 음원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다. 

위니치 앤 코드에서 이전에 내놓은 제품 중에는 리복(Reebok)이라든지 카모플라주 패턴의 헬리녹스(Helinox)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상당히 알려졌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와 제품을 준비 중인지 계획이 있는가.

W : 비밀이다!

이번 협업 컬렉션 발매 소식을 듣고 해외에서도 많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두 사람의 협업이 또 한 번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는데 해외에서도 토메와 윈의 협업 컬렉션을 접해볼 수 있을까?

W : 물론이다. 이번 협업 이벤트를 진행하며 첫 번째보다 더 많은 사람과 제품 판매가 이루어졌고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는 꼭 해외에서도 해보면 좋겠다고 토메와 이야기하기도 했다.

T : 윈이 말했듯이 우리가 해외에서 팝업스토어를 하는 것을 굉장히 고대하고 있으며 언젠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팝업스토어가 성사되었으면 한다.

소셜 미디어 내에서는 가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윈을 응원하거나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에서 윈의 작업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혹시 한국의 스트리트웨어에 관심이 있는 브랜드나 편집숍이 있는가.

W : 얼마 전 부산의 발란사(Balansa)가 서울에 새로운 점포를 오픈한 것을 기념해 티셔츠 디자인을 해준 적이 있다. 기쁘게도 첫날 티셔츠가 매진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메이크원(Make-1), 헬리녹스 크루, PRRC 크루,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사운드 샵 발란사(Sound Shop Balansa) 등은 항상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접하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전에는 일본의 하드코어 신과 스트리트웨어 신에서 사람들이 가끔 한국으로 왕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트리트 편집숍인 그리드 도쿄(GReeD TOKYO)의 오너인 엔도(End), 밴드 도기 훗즈(Doggy Hood$)와 할로우썬즈(Hollowsuns)의 본즈(Bone$), 밴드 산도(Sand)와 스트릿웨어 브랜드 애프터베이스의 마코토(Makoto) 등이 한국을 방문했다. 앞으로 윈과 토메가 한국을 방문해 두 사람의 협업을 한국 사람들이 접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W : 동감이다. 우선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나면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 숍이나 여러 장소을 방문해보고 싶고 한국의 지인들을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 한국에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나를 소개해 줘서 고맙다.

T : 한국에 오랜 친구가 살고 있어서 반드시 기회가 된다면 놀러 가고 싶다. 최근에 간 것으로는 2018년의 턴스타일 내한 공연인데 그때는 너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다음에는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고 박새로이를 실제로 보고 싶다. “이태원 클라쓰”를 너무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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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여창욱
사진 제공 │xtakashix, Kohei Mizum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