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Combined, 두 번째 정규 앨범 [CIRCLE] 리뷰

베테랑 뮤지션 진보(Jinbo)와 피제이(Peejay)가 뭉친 프로젝트 유닛 마인드 컴바인드(Mind Combined)가 11일 두 번째 정규 앨범 [CIRCLE]를 피제이의 워킨 레코즈(Walkin’ Records)를 통해 발매했다. 이는 많은 힙합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음반 [The Combination]이 발매된 이후 꼬박 11년 만이다.

본작은 발매 전부터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수많은 발자취를 남겨왔던 피제이와 진보라는 두 베테랑 아티스트의 합작으로 기대감이 높았고, 결과적으로 이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결과물이 나왔다. 진보가 본작을 ‘드라이빙용 음악으로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CIRCLE]에는 전체적으로 경쾌한 무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드럼에 신드럼(SHINDRUM), 트럼펫에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 등 다양한 리얼 세션을 포함함으로써 장르의 뿌리에 다가가려고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 사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곡마다 록, 재즈, 힙합, 소울, 하우스 등 다채로운 장르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어 마치 하나의 커다란 ‘잼’을 연상케 하는데, 이것이 곡의 구간마다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앨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첫 곡 “Singularity”부터 강렬한 힙합 베이스가 치고 나오는데, 벌스와 훅 중간의 브릿지 및 아웃트로에서는 화려한 트럼펫과 FX가 추가되며 다채로운 색을 입힌다. 경쾌한 드럼 세션과 트럼펫으로 포문을 열고, 후반부에는 스톤즈 스로우 레코즈를 연상케 하는 깊은 질감의 베이스와 색소폰이 들어오는 “Swiss Gold”, 부드러운 소울로 시작해 역동적인 재즈 리듬으로 마무리되는 “Purple Sky” 등도 궤를 함께한다.

이런 방식의 분위기 완급 조절, 전개의 변화가 극명히 드러나는 곡은 “Waterfalls”이다. 이 트랙 같은 경우는 각 파트를 진보와 피제이 두 프로듀서가 각자 따로 만든 듯한 댄서블한 톤과 소울풀한 톤이 병렬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전환이 놀랄 만큼 부드러운 편. 특히 진보 스스로가 ‘영국 훌리건’, ‘퀸(Queen)’ 등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하우스 기반 리듬 변주와 보컬 화음은, 곡의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할 뿐만 아니라 다음 곡과도 이어지는 역동성으로 본작 내에서도 발군의 아웃트로 토막으로 꼽을 만하다.

본작의 가장 특이한 점은 이 앨범이 두 사람의 관심사와 메시지에서 비롯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시사, 경제 소재를 이용해 원하는 메시지를 지적으로 표현한 지점들이 많아 아티스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Singularity”는 제목에서부터 4차 산업으로 인한 특이점을 드러낸 세계를 표현하여,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변해가고 있음을 ‘4마리 용’으로 표현한다. 또 “Swiss Gold”의 경우는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의 상황을 빗대었고, “Gold Bar Never 썩어”라는 구절로 급변하는 세상에서도 대담하고 똑똑하게 대처할 것을 강조한다.

그와 달리 정신적인 주제를 강조한 곡들도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현실이 펼쳐지는 다중우주와 소울(영혼)을 삶과 연결한 “Multiverse”, 자아를 내려놓고자 하는 “Waterfalls”, 음양과 같이 순환하는 에너지를 나누자는 마음을 피제이의 부드러운 보컬로 표현한 “Can You Understand”, 청자의 단단하게 보호된 속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앨범의 핵심을 담당한 “Show Me”, 파랑과 빨강으로 대표된 어둠과 빛 모두 인생에서 필요하다는 불교 교리를 담은 “Purple Sky”가 그러하다.

두 사람의 말에 따르면, 소울 음악은 말 그대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고민을 표현한 음악이라고.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 본작의 곡을 통합하는 것은 두 명의 아티스트가 품은 바로 그 돌고 도는 생각이지만, 그것을 표현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사운드와 프로듀싱에 대한 거침없는 실험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점에서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며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흑인음악의 요소가 그들의 ‘짬바’ 덕분에 다층적으로 한데 버무려져 있어 즐길 거리가 많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바이브를 콕 집어 표현하기에는 곡마다 색채가 아주 다양한 만큼, 2021년을 통틀어 계속 곱씹어 들어야만 할 앨범 중 하나일 것이다.

Peeja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Jinbo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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