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Calls Interview: 사진가 김정민의 ‘New Romance’

미국 뉴욕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는 김정민이 톰킨 스퀘어 파크(Tompkins Square Park)에 관한 진(Zine), ‘New Romance’를 발간했다. VISLA 매거진에서 진행하는 시티콜스(City Calls)의 기고자이기도 한 그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서적에 관한 몇 가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혹시라도 작가와 진에 관한 궁금증이 생긴 독자라면, 그의 대답을 한 번 확인해 보자. ‘New Romance’는 현재 뉴욕의 사진 서점, 대쉬우드 북스(Dashwood Books)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Interview

1. 당신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뉴욕에서 사진 찍고 있는 김정민입니다. 뉴욕의 SVA라는 디자인 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사진을 접하게 되면서 지금은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입니다.

2. ‘New Romance’에는 무엇에 관한 사진들이 실렸나?

제가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진 계기가 되었던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자리한 톰킨 스퀘어 파크에 관한 사진입니다. 처음 톰킨에 갔을 때부터 그 공관의 분위기와 사람들에게 끌렸고, 그 순간이 여러 가지 의미로 제게 로맨스였기에 제목도 그렇게 지었습니다. 톰킨은 오랜 기간 뉴욕 스케이터들의 성지 같은 곳으로 자리 잡았는데, 제가 어릴 적부터 동경한 스케이트 문화의 많은 걸 보고 겪을 수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애초에 스케이트보딩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스케이터들이 새로운 곳으로 바꿔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뉴욕의 길거리 문화가 오랜 세월 축적되고 새로운 세대를 거쳐 변해가는 공간이자 문화와 역사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제 진은 이 톰킨에서 1년 넘게 찍어온 사진으로 만든 일종의 아카이브입니다.

3. 어떤 계기로 뉴욕에서 살게 되었는가? 뉴욕이라는 도시, 사람들에 관한 인상도 궁금하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기회가 되어서 호주에 먼저 유학 갔다가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서 뉴욕으로 옮겼습니다. 그 당시에는 뉴욕에 관한 정보나 기대 또한 없어서 실망이 더 컸습니다. 거리는 더럽고, 사람들은 차가웠고, 도시의 소음 때문인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에겐 저는 뉴욕에 큰 애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은 저에게 전혀 다른 도시가 되었어요. 카메라를 들고나가는 순간부터 모든 공간과 길거리의 사람 한 명 한 명이 특별해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이 자연스레 한 명 한 명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4. 갑작스레 사진을 찍게 된 계기라면? 또한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경험들을 하는지, 거리의 사진을 찍으며 무엇을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졸업하고 나서 그래픽 디자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방황할 때 뉴욕에서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추억이라도 남기자는 마음에 똑딱이 필름 카메라 하나를 이베이를 통해 구매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로 매일 걷던 길은 더는 같은 길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스케이터를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향한 제 감정이 진지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트릭과 동작, 패션은 무엇보다 날 것의 느낌이었고 우아했어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순간은 순수하고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톰킨은 제게 하나의 큰 스튜디오 같은 곳이에요. 한 번은 우연히 그곳에서 혼자 보드를 타던 슈프림 스케이터를 만나 사진을 찍은 적 있는데, 그가 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짜릿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 길에서 우연히 한 번 더 마주쳤을 때 그가 친구들과 함께 보드를 타러 간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서 다양한 스팟을 옮기며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입니다. 뉴욕은 특별하지 않은 날도 누군가의 장난처럼 한순간에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도시이기에 사진가에게는 행복한 곳입니다.

5.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한 미국의 일상 또한 알려 달라.

제일 큰 변화는 거리였어요. 뉴욕에서 살며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정적을 거리에서 느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꽤 오랜 시간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갈 일이 있어도 정말 큰 마음먹고 나갔어요. 마트에서 음식과 휴지를 찾기도 힘들었는데, 아직도 화장실 휴지 품절 대란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톰킨은 코로나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스케이터들은 톰킨에 도착하면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악수가 팔꿈치 인사로 대신한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다들 백신을 맞고 있어서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백신 인증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6. 아시아인 혐오, 차별이 코로나 이후 빈번히 발행하며 인종 간 대립 또한 심화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체감하는지 이에 관한 생각 또한 듣고 싶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입니다. 당시 뉴욕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행진이 벌어졌고, 스케이터들도 수십 명이 모여 BLM을 외치며 도로를 장악했습니다. 지금은 ‘Stop Asian Hate’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BLM 같은 폭력적인 시위는 없지만 어쨌든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누군가 제 근처로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경계하게 됩니다. 그 공간에 동양인이 몇 명 있는지 확인해보기도 하고요. 오랜 유학 생활 중 처음 느끼는 감정입니다. BLM 때 흑인의 마음을 이해했다면, 지금은 절실히 공감을 하는 중이고요. 아직 미국에는 차별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내뱉는 말과 행동이 일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7. 기타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New Romance’에서 ‘Romance’는 ‘사랑’이라는 단어보다는 ‘낭만’에 가까운 의미로 썼어요. 우리 삶에서 낭만은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많이들 잃어가는 것 같아요. 제 사진집이 적어도 누군가에겐 낭만을 떠올리는 매개가 되면 좋겠어요. 이상입니다.

김정민 인스타그램 계정
Dashwood Books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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