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Playlist: Back to the 9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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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언제나 미화된다고 하지만 밀레니엄을 목전에 두고 있던 90년대만큼은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깊숙이 각인된 시기였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급변하던 아날로그의 끝자락에서 90년대 문화는 그토록 진한 향을 남겼다. 당신의 90년대가 담긴 음악, 혹은 당신의 MP3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그 시절 음악을 다시 꺼내어본다.

 

1. 주석 – 배수의 진

주석이 등장하면 객석에서 “꺅”하고 자지러지는 소리가 났다. 엄밀히 말하면 주석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 ‘배수의 진’의 현악기 전주가 나올 때면 그랬다. “앞엔 적이 있고, 뒤엔 강이 있다”는 후렴구는 주말밤 마스터플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시간이 꼬박 걸리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 흥얼거렸다. 90년대의 시작과 동시에 국민학교에 입학했고, 수많은 노래를 들으며 자랐지만 개인의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뭔가를 쌓아올린 건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멀리서 그저 구경하며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 가까이서 현장에 동참하고 때로 그 일부가 되기도 했다는 기분. 그땐 주석이 우리 동네 근처에 산다는 사실마저도 어쩐지 뿌듯했다.

글 / 유지성(33, GQ KOREA 피처 에디터, 디제이)

 

2. 1TYM – 1TYM

무작위로 선정해놓은 내 플레이리스트 중에서도 특정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당시 기분과 주변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90년대는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뿌옇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 언니, 오빠들을 통해서 카세트 테이프로 들었던 1tym의 데뷔곡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 추억을 회상하게 만든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던 영어가사들을 흥얼거리며 신나게 따라 부르던 꼬마들과 노래를 알려주던 언니들, 1tym노래가 들려오던 거리의 풍경과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있던 문방구의 냄새는 카세트가 아닌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지금,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내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이 아닐까.

글 / 이다영(24, VISLA 컨트리뷰트 라이터)

 

3. Oasis – I hope, I think, I know

1998년 중학교 2학년 때, 블러(BLUR)를 통해 브릿 팝(Brit-Pop)을 처음 접하고 나서부터 여러 브릿 팝 밴드 음악을 듣다가 지금은 지오다노로 바뀐 강남역 만남의 장소, 타워레코드에서 우연히 오아시스(OASI)S 의 3집 앨범 [Be HERE NOW]을 접했다. 리암 특유의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목소리에 매료되며 나는 오아시스 빠돌이가 되었다. 매일 시디 플레이어로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었고, 이태원에서 오아시스의 티셔츠를 구입해 입고 다녔다. 처음 VISLA로부터 PLAYIST를 작성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오아시스의 모든 노래들이 머리를 한 번씩 스쳐 지나갔지만 90년대를 회상하며 제일 기억에 남는 노래는 “I hope, I think, I know”다.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앨범도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지만 처음 접한 3집 앨범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기에… 지금은 30대 아저씨가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겨 듣는 노래가 됐지만 “I hope, I think, I know”는 학창시절, 드럼 레슨을 받고 늦은 밤 지하철 교대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준 노래다. 아직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아시스의 내한공연을 가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있지만 언젠가 다시 한국에서 그들을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글 / 송재영(32, Primary Skool 드러머)

 

4. Warren G – Regulate

90년대 중학시절, 나는 오로지 국내 힙합을 들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해외 아티스트는 에미넴과 투팍 정도? 그러다가 스무 살 때, 처음 클럽을 가봤고 그 이후부터는 쭉 외국 힙합 음악을 들었다. 특히 웨스트코스트(West Coast)를 좋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90년대 음악을 들었고, 가본적은 없지만 LA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하며 그들의 문화를 동경했다. 특히 G-FUNK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당시 워렌 지(Warren G)의 음악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말랑말랑한 비트와 거친 가사, 그중에서도 “Regulate”는 정말 엄청난 곡이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반복해서 들었는데, 어두운 비트와 워렌 지의 부드러운 목소리, 지금은 고인이 된 네이트 독(Nate Dogg)의 후렴까지 언제 들어도 죽이는 트랙이다.

글 / 김광현(31, SPOT SEOUL 디렉터)

 

5. 듀스 – 이제는 웃으며 일어나

“이제는 웃으며 일어나”가 속한 앨범 [Force Deux]는 듀스의 4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 전부터 이미 ‘듀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앨범이 나올 시기에 자아가 크게 성장하던 기억이 있어서 “이제는 웃으며 일어나”만큼은 아주 오랜 시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때 당시 소니에서 나온 방수 워크맨 ‘sports’ 시리즈로 듀스 테이프를 들으며 놀이터에서 간지를 부리던 어렸을 적 모습도 생각난다.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나도 조화로워서 날씨 좋고 시원한 봄, 가을 날 들으면 95년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계속 반복하며 외치는 가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글/ Plastic Kid (33, 디제이)

 

6. Backstreet Boys – Quit Playing Games With My Heart

나이차가 많이 나는 우리 형은 말하자면, 어린 나에게 있어 첫 번째 동경의 대상이었다. 5:5 가르마를 타고 입 바람으로 머리를 슬쩍 올리던 형은 김성재를 가장 좋아했고, 알 켈리와 너티 바이 네이처를 바꿔가며 들었다. 나는 형이 누운 침대 옆 바닥에 조용히 엎드려서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는 외국 노래를 함께 들었다. 노래를 듣다가 형이 한마디씩 하면 난 그것이 위대한 평론가의 말인 양 새겨듣고 친구들에게는 나의 의견인 듯 으스댔다. 1997년 어느 날, 형이 요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라며 CD를 한 장 사왔다. 바로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Quit Playing Games With My Heart” 싱글이었다. 몇 번 돌려 듣고 나서 형은 가사가 너무 유치하다며 나에게 CD 플레이어를 넘기고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던 것 같다. 형이 나가고 홀로 형 방에 남아 형이 유치하다고 말한 그 노래를 나는 금기를 깨는 기분으로 들었다.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됐지만 “Quit Playing Games With My Heart” 싱글을 기점으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코흘리개 시절, 형의 모습을 따라하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내가 스스로 결정한 첫 번째 팝 음악이자 소리 없이 감행한 형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글 / 권혁인(30, VISLA 매거진 편집장)

 

7. Britney Spears – Baby One More Time

나에게 90년대는 좀 특별했다. 잘만 다니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고, 인천과 LA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었기에 나는 자연스레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동시에 접했다. 당시 나는 엔  싱크(‘N Sync)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H.O.T와 S.E.S를 좋아했다. 그 시절엔 브리트니 누나와 바다 누나를 참 좋아했었는데… 정말 ‘so mad’한 여자들이었다. 여전히 누나들의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 예쁘기만 했던 모습들이 그려진다. 마침 지금 듣고 있다. 행복하다.

글 / ㅎㅅㅁ(27,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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