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 T-shirts for Strange Times 인터뷰 #1 곽경륜, 장상민

브랜드 ‘인터내셔널(The Internatiiional)’의 시리즈 기획 ‘Strange T-shirts for Strange Times’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이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이상한 티셔츠를 선물하고, 그들의 소식과 근황을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

시리즈의 첫 주자는 스케이트보드 레이블 ‘데드맨 콜링(Dead Man Calling, 이하 DMC)’을 운영하는 스케이터 곽경륜과 패션 브랜드 ‘media(82)’의 디렉터 장상민. 티셔츠 착장 사진과 근황을 하단에 남긴다.


곽경륜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일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생활이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원래도 밖에 나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스케이트보드를 11년 정도 타다가 4~5개월 전부터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 안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다. 근데 이렇게 지내는데 큰 불만은 없다. 하나 불편한게 있다면 외국 여행을 못 나가는 건데, 요즘 인스타그램 DM으로 외국 친구들과 교류나 작업을 충분히 하고 있어서 괜찮다. 근데 가끔 클럽에 진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음악 크게 듣고 친구들과 놀고, 그런게 가끔 그립다.

요즘 당신의 하루일과에 대해서 더 들려줄 수 있나.

보통 잠을 되게 늦게 잔다. 그림을 며칠 간격을 두면서 그리는 건 잘 못하고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 스캔해서 펜 터치까지 만이라도. 그러다 보면 새벽 4, 5시에 자서 낮에 일어나게 된다. 일어나서는 담배 피우고 뭉그적대다가… 디깅을 한다. 나는 평소에 디깅을 엄청 많이 한다. 인스타그램도 많이 보고 필요한 자료, 영감을 받을 만한 자료들 캡처 엄청 많이 해놓고. 아이폰에 앨범도 있다. 이베이(eBay)나 엣시(Etsy) 이런 데에서 뭘 사는 게 아니라 그래픽 디깅을 한다. 컴퓨터에도 많이 모아놓고… 그림 그릴 때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림을 보면서 왠지 하드코어 정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실 레이브 음악은 잘 모른다. 템포가 엄청 빠른 음악을 잘 못 듣는다. ‘다다다다’ 이런 거. 근데 디깅 하다가 어떤 레이브 플라이어를 봤는데, 그림이 존나 멋있었다. 그래서 ‘이게 뭐지?’ 하고 찾다 보니까 1990년대 레이브 플라이어, 레이브 아트라고 하더라. 그 뒤로 이런 것들을 아카이브 해 둔 홈페이지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우린 당신의 그림에 한 눈에 반해 곧장 작업을 의뢰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게 불과 4~5개월 전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사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지난 11년 정도 그림을 아예 안 그렸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엄청 그리고 입시미술 해서 대학에 갔는데, 완전히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대학 졸업하고 스물네 살 때부터 갑자기 보드에 빠져서 진짜 보드만 계속 탔다. 데드 맨 콜링에 필요한 그래픽은 가끔 만들었어도, 연필이랑 펜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렸던 일은 진짜 없다. 그러다 한 번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스케이트 보딩은 신체로 하는 거고 늙으면 보드를 못 타지 않나. 그래서 ‘이걸 평생 탈 수는 없으니까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싶어서 작년부터 지금까지 4개월 정도 그림을 진짜 엄청 그렸다.

오래전에 입시미술을 할 때는 인체도 딱딱 맞아야 되고 원근감 같은 것도 다 맞춰야 되고, 나는 그렇게 배웠다. 이게 알게 모르게 대학 때까지 몸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림에 더 자신이 없었고. 근데 다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한 뒤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표현을 하니까 그림이 막 술술 나오더라. 머릿속에 있는 완성된 그림을 손으로 그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느낌? 진짜 연필 다시 잡은 게 그때, 딱 4~5개월 전이다. 그 이전에는 DMC 옷 만들 때도 다 컴퓨터로 했다.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그냥 앞으로의 바람을 얘기하자면, 지금처럼 그림 계속 그리고 외국 친구들하고 교류 많이 하고, 지금 DMC 하는 것도 예전이랑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처음 DMC 시작할 때 보드를 한참 타고 있었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라고 말을 하고 다녀서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근데 ‘DMC는 스케이트 브랜드’라는 타이틀은 이제 버리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문화, 그래피티나 타투, 스케이트보드 같은 것들을 다 다루고 싶다. 내가 만드는 것들과 관련이 있거나 잘 어울릴 것 같으면 이 사람과도 해보고 이 옷도 해보고, 그런 식으로 말이다.

이제 레이브 뮤직도 듣게 됐나?

한번 들어는 봤다. 레이브 아트웍을 보다 보면 내가 그리는 이미지들처럼 껄렁하고 옷도 크게 입고,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그래서 궁금해서 들어봤다. 이게 뭔 음악인가. 근데 나는 잘 못 듣겠더라. 약간 제 정신으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인 것 같다, 확실히.


장상민

작년 3월의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신의 일상과 작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는 여성복 브랜드와 파우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스스로를 트렌드에 계속 노출시켜야 하다 보니 클럽이나 파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선 그게 어렵다 보니 감각이 둔해지는 건 아닌지 조바심도 들고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감을 잡는 게 어려웠다.

작년에 해외 팝업 이벤트와 바이어 미팅이 4~5개 정도 잡혀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취소가 됐다. 사람들이 메이크업을 잘 안하게 되면서 파우치 매출도 눈에 띄게 줄어 힘들었고 고민이 많았다. 이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지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요즘 바다나 하늘 등 자연 풍경 프린트가 많이 보이는데, 사람들에게 ‘힐링’이 필요한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기존보다 밝은 컬러의 아이템도 준비하게 됐다.

얼마 전 쿵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새로운 취미생활에 관해 듣고 싶다.

원래 활동적인 편인데 팬데믹 이후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집 근처 도장에서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쿵푸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추천한다. 기를 모으는 연습을 많이 하는데 마음도 편안해지고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동작이 느린데도 집중력 있게 근육을 사용해서 그런지 지구력도 생기고 운동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

화가인 남자친구가 일본에 있는데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고 있다. 이번에 책도 같이 만들었는데,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됐을 때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내가 매일 이야기한 것을 남자친구가 그림으로 그렸다. 또, 팬데믹 상황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그린 ‘Face Time Love’라는 책도 출간했다. 최근에는 남자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네일아트 도안을 그려서 보내주면 내가 내 손톱에 똑같이 그리고 있는데, 이것도 책으로 낼 생각이다. 덕분에 네일아트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하하.

여전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파자마 제작 프로젝트를 남자친구와 함께 계획하고있다. 내가 패브릭을 다루고 있으니까 지금 상황에 가능한 것들을 이것저것 제작해보자는 취지에서 최근 베개, 이불도 만들어봤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여전한 시점이지만, 이제는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나 역시 5월에 일본의 두 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게 됐다. 내가 물건을 보내면 샵에서 판매를 해주는 식인데, 이렇게 진행한 건 처음이라 사실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하기에 추진 중이다.

경제적으로 빠듯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리서치도 많이 하게 됐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늘 압박감을 느끼면서 바쁘게 일해왔는데 최근에는 그게 좀 덜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작업실 벽에 붙은 저 종이는 무엇인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지인들과 마피아게임에 미쳐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모여서 마피아게임을 했다. 일본에서 하는 마피아게임은 훨씬 더 복잡하고 디테일하다. 어플도 있고 명찰도 달고, 정말 밤을 새면서 다들 엄청 집중해서 한다. 그 영향으로 게임 멤버들과 같이 입을 티셔츠까지 만들었는데 멤버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다음 게임 날짜를 잡으려다가 5인 집합 금지 행정명령 때문에 결국 무산됐는데 언젠가 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 제작 The Internatiiional
사진, 인터뷰 금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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