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밴드 Kings of Convenience, 12년 만의 복귀작 [Peace Or Love] 공개 / 앨범 인터뷰

편리왕,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가 마침내 그들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Peace Or Love]을 6월 18일 공개했다. 5개의 도시를 거치며 약 5년간 녹음됐다고 밝힌 앨범 [Peace Or Love]는 지난 2009년 공개한 [Declaration Of Dependence] 이후 무려 12년 만의 복귀작.

12년, 강산이 한 번 변하고 2년이 더 흐른 시간. 노르웨이 베르겐 출신, 동갑내기 두 친구인 얼렌드 오여(Erlend Øye)와 아이릭 글람벡 뵈(Eirik Glambek Bøe)는 그 사이에 어연 40대를 맞이했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지난 12년의 세월을 실감케 한다. 또한 밴드의 공백기 동안 각자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Whitest Boy Alive), 코모드(Kommode) 등의 또 다른 밴드 프로젝트에 열중하기도. 그러나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를 골조로 흐르는 멜로디엔 밴드 특유의 따스함이 여전하다.

여전함은 긴 공백기를 무색게 할 정도. 무려 20년째 이어진 포근함의 비결은 무얼까. 필자는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Universal Music Korea)’의 도움으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신보 [Peace Or Love]. 음악과 함께 하단의 인터뷰를 찬찬히 살필 것을 권한다.


무려 12년의 공백기다. 그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고 들었다. 또한 고향인 베르겐 방문이 2020년 2월이 마지막으로 아는데, 공백기와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이릭: 내 기억이 맞다면 2012년에 새 앨범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번 앨범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렸다. 일단 우린 둘 다 바빴다. 나는 아이가 셋이 있고, 투어도 다니느라 많이 바빴지. 그런데 팬들은 우리가 투어를 많이 다녔다는 걸 잘 모르더라고. 그리고 이번 앨범 작업이 오래 걸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녹음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얼렌드: 답변을 보태자면 마지막 앨범 발매 후 12년이 걸렸지만, 개나 고양이의 1년이 사람의 1년과 다른 것처럼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에게는 4년이 보통의 1년과 같다. 그러니 3년 정도 작업을 한 거지. 보통 우리는 1년에 3개월 이상은 함께 지내지 않거든. 만약 1년 내내 함께 지냈다면 서로 다툴 일도 더 많았을 테고, 그러다 보면 밴드를 해체하게 될 수도 있었을 거다. 1년에 3개월씩만 함께 지내는 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밴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하.

아이릭: 그리고 각자 원하는 일을 하며 지냈다. 나는 전자 음악 프로젝트인 코모드로 활동 하기도 했고, 건축 심리학을 가르치며 베르겐에서 도시 계획 및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얼렌드는 멕시코에서 락다운을 겪으며 한 해 동안 밴드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로 활동을 하기도 했고, 드러머 세바시티안 마샤트(Sebastian Maschat)와 밝고 따뜻한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릭이 답변에서 언급했듯 지난 공백기 동안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반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무려 20년간 한결 같은 음색을 유지하고 있다. 각자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라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정의하는지 직접 알려줄 수 있나? 또 이번 앨범은 무엇을 추구했는가.

우리는 항상 긍정적인 분위기의 리듬에 자아 성찰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느낌의 가사를 결합한 음악을 추구해 왔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는 이런 요소가 모두 잘 반영된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슬픈 인상이 있지만, 음악 자체는 리드미컬하다.

‘Love & Peace’라는 말이 통용되듯, 대게 사랑과 평화를 연결 짓는다. 그러나 이번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신보는 사랑은 결코 평화롭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했다. 이러한 앨범 제목에 관하여 설명을 부탁한다.

만약 앨범 제목이 ‘Peace & Love’였다면 대부분의 팬들이 우리에게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우리가 뭔가를 특별한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하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인생에서 평화와 사랑 모두를 얻을 가능성보다는 평화 ‘또는’ 사랑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따라서 평화와 사랑 중 하나만을 기대한다면 30대 후반쯤 돼서는 덜 실망할 거다. “최소한 평화는 건졌네…” 또는 “그래 내게 사랑은 있으니까…”라며.

선 공개 트랙 “Rocky Trail”은 바이올린, 비브라폰의 등장 등 다른 수록곡에 비교적 풍성한 악기가 구성된 곡인데, 해당 트랙에만 이러한 연출을 의도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이 악기들이 “Rocky Trail”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했다. 사실 풍성한 악기 구성은 토비아스(Tobias)의 아이디어다. 그는 비올라 연주자로 2003년부터 밴드에 합류하여 쭉 함께 음악을 제작해왔고,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사운드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작업 때 역시 사운드 적으로 더 많은 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토비아스에게 의견을 물어볼 것 같다.

앨범 정중앙에 놓인 “Fever”만이 유일하게 드럼을 사용한 곡이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느꼈다. 앨범에 드럼을 배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드럼이 너무 보편적인 악기라서.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음악에는 드럼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드럼이 들어가지 않은 음악이 이 세상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음향 시설이 엄청 나쁜 카페를 방문했는데, 거기서 드럼 소리가 들어간 음악이 나오면 그 소리가 엄청 짜증 나지 않나? 반면 클래식 음악은 좋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

두 뮤지션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영감의 원천과 창작의 과정에 관하여 알려달라.

직감을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운 좋게 떠오르는 영감이나 직감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하나의 직감적 아이디어가 하나의 곡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제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수월해졌다. 그렇다면 10개, 15개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합쳐서 엄청나게 좋은 곡 하나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쉽진 않다.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완전히 방향을 못 찾고 헤매다가,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문제는 그냥 서랍 속에 오랫동안 보관해두기도 하는데, 먼 훗날 지나서 그 문제를 다시 보면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또 뭘 추가해야 할지 보이기도 한다. 이게 음악 작업의 멋진 점인 것 같다. 곡을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로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파이스트(Feist)와 작업이 인상깊었다. 파이스트와는 16년 만의 재회다.

2003년 협업 이후에 파이스트의 커리어가 제대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우리와 작업을 해서 흐름을 탄 것은 아니고, 마침 커리어를 이어가기 좋은 순간이 왔던 거지. 그래서 그 후로는 파이스트와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음악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파이스트가 엄청 바빴거든. 그러다 2018년 여름에 우연히 파이스트와 베를린에서 열린 피플 페스티벌(People Festival)에 초대를 받았다. 그는 우리와 새로운 곡을 작업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새롭게 곡을 몇 곡 만들게 됐지. 그렇게 다시 협업을 시작했고, 그다음 해에 파이스트가 다시 유럽에 왔을 때 우리에게 레코딩 세션을 제안해서 “Catholic Country”와 “Love Is A Lonely Thing”을 녹음하게 됐다.

노르웨이 베르겐이라는 출신 덕분에 한국에서는 ‘북유럽 감성’의 밴드라고 수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얼렌드 오여의 현재 거주지는 이탈리아로 알고 있고, [Peace or Love] 역시 칠레와 베를린 등 세계 각지에서 녹음됐다는 최근 인터뷰를 본 적 있다. 그래서 오히려 밴드에게 ‘노르웨이 베르겐’이라는 지역성과 ‘북유럽 감성’이란 수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한데.

보통 우리를 떠올리면 많이 하는 생각인 것 같은데, 우리라고 그걸 스스로를 설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으며, 우리는 모국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는 생각도 있는 반면에 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다고 본다. 아마 베르겐을 다녀간다면 그 영향을 쉽게 알 수 있을 거다.

일단 베르겐만의 특징이 있다면 상당히 지루한 도시라는 것. 겨울에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여름에 수영할 만큼 따뜻한 것도 아니어서 별 자극이랄게 없다. 그렇다 보니 음악에 쏟을 시간이 참 많았다. 그래서 음악에 빠지게 되면 뭔가를 얻어낼 수 있게 되지. 생각해보면 내 성장기에 음악은 베르겐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음반 판매점이나 공연장이 많았고, 신문에서 역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뤘지. 연고지에 유명한 축구팀이 있으면, 축구 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는 것처럼 베르겐은 그런 의미에서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곳이었다. 동시에 베르겐은 좀 고립된 지역이라 유명한 밴드가 오는 일이 절대 없었고, 그래서 로컬 밴드의 성장을 상당히 중요시했다.

마지막으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12년간이나 기다렸을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우리는 2008년을 시작으로 5, 6번 정도 한국을 방문해 공연했다. 이번 앨범 작업을 끝마칠 수 있게 했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 또한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같이 우리의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는 특별한 나라에서 다시 공연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한국 팬들이 우리의 새 앨범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Kings Of Convenienc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 │ 황선웅
이미지 제공 │Universal Mus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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