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NFT와 연결되는가?

제이지(Jay Z)의 초기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매니저로 함께했던 데이먼 대쉬(Dame Dash)는 락커펠라(Roc-a-Fella-Records)가 소유한 제이지의 첫 정규 앨범 [Reasonable Doubt]의 수익금 일부를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인 저작인접권을 NFT 판매로 시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제이지에게 고소를 당하며 해당 권리에 소유권이 없음은 물론 고소 이후 자신의 회사 지분으로 NFT 판매를 진행하다가 이것 역시 금지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제이지는 [Reasonable Doubt]의 발매 25주년을 기념하는 아트 컬렉션을 소더비(Sotheby’s) 경매를 통해 판매하며 NFT 시장에 현업 뮤직 비즈니스 거물의 진입을 화려하게 알렸다(‘NFT를 위한 숍티파이(Shopify)’를 표방, NFT 마켓플레이스 제작에서 판매까지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Bitski’에 대한 그의 투자도 주목할 만하다).

음악 거물들의 소식을 비롯해 뮤지션에게 구미가 당길 만한 소식들이 종종 들려오는 지금, 음악 시장에서 NFT는 글로벌 이슈 중에서도 손꼽힌다(메타버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T), 지적재산권(IP) 양수도 시장, 팬덤 기반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등과 함께 말이다). 레전드 뮤지션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후원하는 음악을 중심으로 에코 NFT(Eco-NFT) 플랫폼을 지향하는 ‘ONEOF’은 초기 자금 모금으로만 6,300만 달러(한화 약 700억)를 조달하며 화려한 시작(아직 그 어떤 NFT도 판매하지 않았지만)을 알렸다. 최근 SM의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 또한 NFT를 미래 콘텐츠로 메타버스와 함께 NFT를 꼽았으며, JYP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와 손잡고 NFT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이며, 선미와 뱀뱀(GOT7) 등이 소속된 ‘어비스컴퍼니’ 또한 NFT 플랫폼 ‘디파인’과 업무계약을 완료해 NFT 시장에서 곧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국내로 눈을 돌리더라도 이미 에이스(A.C.E), 팔로알토, 이날치, 세븐, 매드몬스터 등 다양한 NFT 사례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NFT라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하나의 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면서 ‘65억에 판매된 뮤지션 그라임스의 디지털 아트’ 같은 하이프(Hype)에 가까운 ‘사건’이 아닌, 실제로 내가(구매자) 나의 아티스트를 위해 보유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내가(판매자) 발행해 팬들에게 줄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은 무엇인지, 그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물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전 세계 음악 NFT 시장에서 진행된 다양한 사례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시점이지만, 누군가는 ‘NFT의 불 마켓(장기적으로 강세가 이어지는 시장’을 의미한다)은 이미 끝났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마켓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낙관한다. 스트리밍 시장을 거의 처음 개척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음악 시장을 발전시켜온 나라, 전 세계적 6번째 음악 시장을 가진 나라, 국내 시장이 고작 10%를 점유할 정도로 전 세계가 90%를 소비하는 케이팝, 그 콘텐츠 서플라이어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과연 음악 NFT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까?


3LAU – 다면적인 소유

Two slightly abstracted images of a
Heir to the Throne by DERRICK ADAMS

3LAU는 암호 화폐,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지명도를 확보한 디제이이자 뮤지션이다. 그는 ‘코인텔레그래프(암호 화폐, 블록체인 전문 글로벌 미디어) TOP 100’에 선정된 경험이 있으며 ‘Dance, Donate, Decentralize’와 같은 암호 화폐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자선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Ultraviolet Vinyl NFT collection’ 이전에도 NFT를 발행하며 시장에 대한 익숙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발행했던 ‘Ultraviolet Vinyl NFT collection’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접근 권한, 피지컬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한, 마지막으로 경험의 가치로 상환할 수 있는 권한이 그것이다. 다면적으로 펼쳐지는 소유의 경험으로 구성된 해당 컬렉션의 구성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https://nft.3lau.com/#/auction

1. 독점적 접근 권한 – 이번 NFT 컬렉션에는 11곡의 미공개 음원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미공개 음원에 접근하려면 접근 권한으로 상환할 수 있는 토큰이 필요하다. 단 한 명의 최상위 입찰자만이 11곡 모두에 접근할 수 있는 토큰이 지급되며 하위 입찰자들(33위까지)에게는 티어로 구분하여 접근할 수 있는 곡 수, 그리고 희소성을 적용해 제한된 권한으로 상환할 수 있는 토큰이 지급된다.

2. 피지컬 교환 권한 – 앨범 [Ultraviolet (2018)]의 3주년 기념 피지컬 바이닐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상위 33명의 입찰자에게만 제공한다. 디지털 자산을 통한 피지컬 경험으로 연결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디지털 자산보다 피지컬 자산에 아직은 더 익숙한 고객들에게 해당 컬렉션의 가치를 보완해주는 온·오프라인이 섞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추가로 메타데이터를 통해 자산의 디지털 인증 기능도 제공하니 구매를 고려하는 참여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하기도 한다(상환한 일자와 토큰이 발행된 일자 등 인증할 수 있다고 한다).

3. 뮤지션과 감정 공유의 권한 – 상위 1명의 입찰자에게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제공되는데, 이는 음악적 배경을 기반으로 뮤지션과 시간 그리고 감정을 공유하는 기회로의 상환이다. 3LAU는 최고 입찰자에게 자신의 차기 신곡 작업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통해 실제로 3LAU와 음악 작업 속에서 교류하고 창작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3LAU와 최고 입찰자만의 경험으로 간직할 수 있다. 다음 상위 입찰자 5명에게도 유사하지만, 최상위보다는 낮은 밸류의 경험이 제공된다. 해당 입찰자들의 디렉션이 아웃풋에 어떻게 작용될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다만, 이들이 상위권에 입찰하여 해당 경험을 상환할 수 있는 토큰을 얻고자 하는 근거(‘팬덤’과 유사하다고 여겨진다)를 어느 정도 추론해보면 뮤지션과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감정’, ‘시간’, ‘공유’의 경험에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게 한다.


Kings Of Leon – 유통, 그리고 익숙함

https://yh.io/

3LAU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배경지식과 다수의 NFT 발행 경험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기획할 수 있었다면, 이와 달리 시장에 처음 진입하기에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인 사례 또한 존재한다. 바로 킹스 오브 레온(Kings Of Leon)이 그러한데, 이들과 팬덤은 NFT가 첫 경험일 정도로 시장에 처음으로 노출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KOL이 8번째 스튜디오 앨범 [When You See Yourself]를 발표함과 동시에 밴드로서는 최초로 발행한 NFT, ‘NFT Youself collection’은 조금 더 팬덤 친화적인 기획으로 컬렉션을 구성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 유통의 전환 – 50달러에 토큰을 구매한 이들은 앨범 [When You See Yourself]의 음원 다운로드, 이번 NFT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디지털 아트워크 상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에 ‘Golden Eye’라고 명명된 [When You See Yourself]의 특별 제작 바이닐 에디션 또한 상환할 수 있다. 그런데 3LAU가 수량을 한정하고 해당 토큰을 얻기 위해 더 높은 티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KOL은 유통의 개념을 NFT로 옮겨 놓았다. 바이닐 에디션만 놓고 본다면 오더메이드(Order-Made) 유통과 형식적으로 유사성을 띤다. 팬덤이 조금 더 쉽게 NFT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는 배려가 담긴 기획이다. 마치 유통 플랫폼만 바뀐 것처럼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말이다.

2. 익숙한 가치 – KOL은 연주를 기반으로 한 밴드다. 8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한 긴 경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컬렉션을 통해 상환할 수 있는 권한의 기반에는 팬덤 친화적인 기획 아이데이션, 즉 ‘투어(Tour)’에서 출발한다. KOL은 ‘골든 티켓’이라는 프리미엄 티켓을 18장 제작했으며 이 중 6장만 이번 컬렉션에 포함했다(나머지 12장은 밴드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옥션 형태로 거래된 티켓의 평균 금액은 약 1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하며 상환 후 누릴 수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KOL의 투어마다 단 한 번만 콘서트 1열 티켓 4장으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콘서트 현장 이동과 관련된 차량, 공연장 컨시어지 서비스, Meet & Greet, 투어의 모든 머천다이즈 세트가 경품으로 제공된다. 여기에는 50달러에 판매된 토큰으로 상환 가능한 모든 콘텐츠 또한 포함되어 있다. 약 20년의 경력을 지닌 밴드의 ‘라이브 무대’는 가장 자신 있게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자 기획이며 팬덤에게도 매우 익숙하게 뮤지션을 만나는 경험이다. KOL이 컬렉션에 추가할 수 있는 프리미엄한 경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기획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팬덤에게 처음 NFT 시장이 너무 낯설지 않도록, 쉽게 가치를 인식하고 토큰 구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팬덤 친화적인 구성을 취하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좋은 기회가 되었고 많은 뮤지션들에게도 초기 진입에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을 것.


Taylor Bennet – 창작에 부여되는 권리, 자산의 소유

https://auctions.bluebox.info/sales/run-in-place-0

음악이 창작되면 이에 부여되는 다양한 권리들이 생성되는데 저작권(Copyright), 실연권(Perfomance Right), 인접권(Neighboring Right)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뮤지션들은 이런 권리들을 통해 자신이 발표한 음악을 소비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을 얻는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 또한 일종의 자산으로써 적극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작년 말,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뮤지션 밥 딜런(Bob Dylan)이 평생에 걸쳐 발표한 600여 곡에 관한 권리(저작권으로 알려졌다)를 약 3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구매했다는 소식이나, 음악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투자회사 ‘Hipgnosis’가 2020년 1년 동안 권리 구매로 지출한 금액이 약 11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사실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케이스는 다양한 권리, 뮤지션이 보유할 무형 자산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경험이다.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의 동생으로 알려진 뮤지션 테일러 베넷(Taylor Bennet)은 미래에 생성될 자산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로 상환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했다. 그는 자신의 권리(‘Sound Recording’이라 표기되어있으며 인접권 일부로 예상된다)를 1%씩 총 75개의 토큰으로 나눠 모두 75%의 권리를 토큰으로 발행했다(나머지 25% 권리는 본인이 보유). 이는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와 유사해 보인다. 팬덤에게는 최애 뮤지션의 창작물 일부를 구매하고 투자자에게는 금융 자산으로서 로열티가 발생하는 권리 일부를 보유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적은 자산 그리고 브레이브 걸스(Brave Girls)의 “롤린”과 같은 역주행 사례로 이른바 ‘로열티 대박’이 날 수도 있는 자산이기에 최근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기존 사례들과는 달리 이번 케이스는 뮤지션이 보유한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하는 개념이기에 팬덤에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물리적 가치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NFT를 통해 음원을 발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NFT를 통해 음악에서 생성되는 권리를 거래하는 방식은 그들이 찾고 있는 현실적인 방안의 일부라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케이스의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아직 생성되지 않은 권리를 판매했다는 점인데, 언제 어떻게 제작되는지 자세한 내용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이며, 토큰 판매가 이루어지고 약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Run In Place”라는 곡은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테일러 베넷의 유튜브에도 최근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발매 음원들이 업로드되고 있지만, 해당 음원과 관련된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다. 물론 구매자와 판매자만 알 수 있는 계약 내용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돌다리도 두들기듯, 애매모호한 지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Imogen Heap – 아젠다로 확장하는 소유의 가치

https://opensea.io/collection/imogenheap-x-endlesss-firsts?locale=ko

다수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와 수상 경력을 보유한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Imogen Heap)’은 이미 2015년에 음악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판매했던 이력이 있을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을 선도했던 뮤지션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녀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탄소 배출’와 ‘로열티 분배’와 같은 아젠다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컬렉션을 위해 구매자가 지급한 비용은 NFT 발행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 이슈’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에 일부 기부되며, 이번 프로젝트 제작에 참여했던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된다( (여기에는 뮤지션 본인뿐만 아니라 아트 디렉터, 프로젝트 매니저, 마스터링 엔지니어, 심지어 NFT 프로젝트 매니저 등 다방면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깊게 관여한 멤버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분배받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역까지 컬렉션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해당 사례는 이전과 달리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참여로 아웃풋이 형성되는 음악 비즈니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듯, 분배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는 NFT를 통해 토큰을 구매하지만, 해당 토큰의 가치가 확장되어 다양한 아젠다에 포커싱하게 하는, 일종의 소유의 가치가 확장되는 경험을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처음으로 발행한 NFT인 ‘Firsts collection’은 총6개의 시청각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과 달리 이중 단 하나의 토큰만이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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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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