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Nike)의 스니커즈 런치 플랫폼 SNKRS가 어느덧 국내 런칭 4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SNKRS는 자사의 4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이벤트와 콘텐츠를 제작, 스니커 컬처를 즐기는 많은 이에게 나이키 스니커에 관련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VISLA 매거진 또한 나이키와 함께 나이키 스니커, 그리고 그 저변으로부터 뻗어져 나온 갖가지 이야기를 서울의 스니커 마니아에게 전달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스니커 컬처를 대표하는 실루엣 에어 포스 1(Air Force 1)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마련했다. 지금 당장 확인해보자.
어느덧 마흔 번째 생일을 맞는 나이키 에어 포스 1(Nike Air Force 1)은 1982년 디자이너 브루스 킬고어(Bruce Kilgore)를 필두로 탄생한 에어 테크놀로지를 품은 첫 농구화다. 이전 나이키 테일윈드(Nike Tailwind)의 성공 이후 육상에서 농구로 눈을 돌린 나이키는 에어 포스 1을 시작으로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스니커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경기 중 장시간 격렬한 충격이 가해지는 발과 발목을 보호하기 위한 컵솔(Cupsole), 사용자의 발에 제품이 더욱 밀착할 수 있게끔 고안한 유연한 슈 레이싱 시스템, 발목을 한껏 잡아주는 스트랩 등 어떠한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설계는 머지않아 NBA 최고의 선수들이 택하는 최고의 운동화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는 당시 NBA 스타를 동경하던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며, 힙합과 농구 등 다양한 문화 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등장부터 큰 충격을 안긴 에어 포스 1이 농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힙합 문화에 스며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의 랩 음악과 패션에 나이키 에어 포스 1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 한국 역시 본격적으로 꽃피던 대중문화와 댄스 뮤직의 유행 속에서 많은 이의 가슴 속에 에어 포스 1이 들어선다.
본래 에어 포스 1은 홍대와 이태원, 압구정 등지에서 활동하는 댄서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그 댄서들이 당대 최고의 댄스 그룹과 함께 활동하며, 모두가 자연스레 에어 포스 1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문화 대통령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 그들이 신는 신발, 그들이 입는 옷, 그들의 헤어 스타일 등, 그룹의 행동 하나하나가 유행이 되고, 흐름을 이끌었다. 특히 그룹의 인기가 정점에 이르던 때, 빨간 완창, CVS 시리즈 등을 활동 전면에 내세우며 에어 포스 1이 각종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댄서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진 에어 포스 1이 문화 대통령을 매개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당시 이 제품들을 취급하던 이태원과 압구정 등지의 멀티샵은 에어 포스 1의 성지로 거듭났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손쉽게 정보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에어 포스 1 마니아들이 물어물어 찾은 곳이 바로 이태원과 압구정이었다. 멀티샵이라 불리던 가게의 진열대에는 TV와 잡지에서만 보던 그 에어 포스 1이 자리하고 있었고, 시대를 호령하던 인기만큼이나 진열대 가장 높은 곳에서 성배를 모시듯 다뤄졌다.
최초의 에어 포스 1은 하이킹 부츠에서 영감을 얻은 목 높은 하이탑의 형태였다. 이후 미드와 로우 버전을 출시하고, 다양한 소재와 컬러웨이를 입힘으로써 40년 지난 지금, 그 수는 대략 2천여 켤레에 이른다.
1990년대,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에어 포스 1 하이, 일명 ‘빨간 완창’은 유행의 선봉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1997년 출시된 ‘하늘 완창’은 푸른색 특유의 화사함과 주얼 스우시가 가진 특유의 매력으로 에어 포스1의 팬층을 더욱더 두껍게 했다.
2006년에는 월드컵을 기념한 여섯 종의 에어 포스 1 패키지에 당당히 대한민국의 이름을 올렸고, 발매 25주년인 2007년에는 한국 힙합의 역사와 에어 포스 1을 다룬 책자 ‘1LOVE’를 발간하며 서울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렀다.
2000년대 초부터 2010년 사이, 더욱 가속화한 유행의 흐름 속에서도 에어 포스1은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박스 티셔츠, 루즈핏 바지에 착용한 에어 포스 1은 이미 제이 지(Jay Z)나 넬리(Nelly)와 같은 유명 뮤지션이 수없이 선보인 클래식 스타일이며, 2010년을 전후로 스키니핏이 맹위를 떨칠 시기에는 당시 강세였던 하이탑 스니커 사이에서 1982년부터 이어온 근본이 무엇인지 다시금 보여주었다.
코트의 혁명가로 시작해 힙합과의 융합, 패션을 거쳐 이제는 문화 전반에 군림하고 있는 에어 포스1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2020년 지드래곤(G-Dragon)과 나이키의 협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젯거리였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소리가 모여서 새로운 소리를 다시 만들어 낸다’라는 뜻의 ‘파라노이즈(Para-Noise)’를 에어 포스1에 시각화하고, 다시 그 위를 검정 피막으로 덮어 훗날 이 제품을 착용하는 사람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신발에 담길 수 있도록 했다. 에어 포스 1이 한 개인의 역사를 담는 일종의 그릇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 속 에어 포스 1은 어떠한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남성복 아트 디렉터인 버질 아블로는(Virgil Abloh)는 SS22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모노그램 패턴을 에어 포스 1에 새겨넣었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럭셔리 하우스와의 만남을 단순 로고 플레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 할렘 출신 재단사 대퍼 댄(Dapper Dan)이 보여준 부틀렉 방식이나 그래피티 타입의 그래픽을 가져와 이러한 디자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에어 포스 1은 앞서 언급한 과거 인기 모델을 다시금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지드래곤과 럭셔리 브랜드의 예처럼 꾸준한 혁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시간을 초월한 행보를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 스니커의 대명사 에어 포스 1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삐삐로 안부를 묻던 과거에는 에어 포스 1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에어 포스 1을 신고 음악에 맞춰 건들거리던 발걸음에는 아티스트를 향한 동경심이 담겨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변화하는 오늘의 서울에 이르러서도 에어 포스 1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오랜 시간 에어 포스 1이 보여준 멋과 에어 포스 1이라면 가능하다는 깊은 신뢰가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Writer │ 백윤범
Illustrator │ tttt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