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FRNK가 말하는 [KYOMI]의 비하인드 스토리

래퍼 김심야(Kim Ximya)와 프로듀서 FRNK가 지난 2016년에 발표한 [KYOMI]는 한창 날 서있던 김심야의 보컬과 힙합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변주를 즐기는 FRNK의 합으로, 지금까지도 XXX라는 팀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음침하고 날카로운 색을 만들어냈던 앨범이다. 어느덧 5년이 지난 2021년, 그들은 이를 자축하는 의미로, 팬들을 위한 선물을 잔뜩 담은 팝업샵을 기획했고 그 내용물을 찬찬히 살펴보면 리스너 또는 프로듀서로서도 혹할 만한 샘플팩 USB, 한정 바이닐, 굿즈 등 꽤 고심해서 준비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프로듀서 FRNK는 앨범을 만들 당시 감정 또는 프로듀서로서 그렸던 전체적인 그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의 입을 빌어 직접 전하는 [KYOMI]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여담으로 FRNK는 현재 내년에 발표할 솔로 앨범에 열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표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개인적으로 힙합은 무엇보다 열려있어야 하는 장르고, 그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야 한다고 느꼈다. 어려서부터 막내 삼촌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장르 음악의 마니아가 될 수 있었고, 내가 들으며 자라온 음악들을 내 방식대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감정적인 부분은 잘은 모르겠지만, 당시 열등감과 시기, 질투에 많이 사로잡혀있던 시기라 아마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술”

테크니컬적인 내용은 사실 정말 별 거 없었다. 사일런스, 에이블톤 오퍼레이터, 에이블톤 샘플러로 90퍼센트를 만들었고 한창 그런 방식에 꽂혀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내 비트메이킹의 시작은 샘플링이었는데, 샘플 클리어를 다 하지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쓴 곡을 샘플링하지 뭐’ 정도의 접근으로 샘플을 사용했다.

따라서 3번 트랙의 인트로 파트는 예전에 심야와 둘이 만들었던 믹스테잎의 한 트랙을 샘플링해서 그것을 메인 테마로 힙합 트랙을 만들었다. 4번 트랙은 지금은 ‘구원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친구와 심야가 함께 발표한 알앤비 앨범 내 동명의 트랙을 샘플링해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5번 트랙 또한 원찬이까지 셋이 함께하던 시절에 공개한 곡을 샘플링했다. 원찬이 목소리 고맙다. 메인으로 쓰는 베이스는 사실 4분의 4박자로 짰던 리듬이었는데 마디수를 조금 이상한 곳에서 끊어보고 싶었다. 이상한 데서 끊으니 리듬도 이상해졌는데 그걸 4분의 3박자 리듬에 맞추니 되게 재밌는 루프(Loop)가 탄생했다.

“샘플링”

샘플팩 공개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샘플을 선정하는 일이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지금처럼 룹 샘플을 구해서 사용하는 게 쉬워진 시대에 앨범 만들 때 썼던 샘플팩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 자신이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원샷 샘플을 궁금해하고 그걸 토대로 레이어하고 리샘플링하여 새로운 소스를 만드는 형태의 작업을 즐기는 걸 생각해보면, 비트메이커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이 이 앨범을 작업할 때 만들었던 원샷 소스를 재창조하면서 나와 같은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룹 샘플도 담았다.

앨범에 싣지 않은 이유가 있었기에 미공개 비트를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비트메이킹과 무관한 분들, 샘플팩이 뭔지 모르는 분들에게도 [KYOMI] 앨범의 작업 과정을 살짝 보여주고 싶었다. 교미에 수록되지 않은 비트 전부를 담을 순 없었지만 제작 과정에서 나름 중요했던 비트들을 샘플팩 안에 담았다. USB 디자인부터 내용물까지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직접 팬들에게 선물하는 느낌으로.

FRNK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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