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ap: ILLVILLNS 9th year Anniversary Sponsored by PUMA

지난 12월 18일, 비보이 크루 ‘일빌른즈(ILLVILLNS)’의 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제가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네버마인드(NVM)에서 열렸다.

일빌른즈는 댄스 신(Scene)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트폼,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만의 색을 펼쳐나가는 비보이 크루다. 특히 매해 연말 개최하는 일빌른즈의 기념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생일 파티 그 이상, 대한민국 댄서의 송년회와 같은 자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댄스 신이 급격히 위축하면서 일빌른즈 애니버서리와 같은 커뮤니티 성격의 로컬 잼(Jam)은 더욱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 다행히 방역 지침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됨에 따라 로컬 잼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여기에 비보잉이 대중에 주목을 받기 전부터 오랜 시간 신을 서포트해온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가 일빌른즈 기념제에 힘을 보태며 원활하고 안전한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행사 관계자 모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메인 이벤트인 2:2 크루 배틀은 무려 마흔 팀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면서 이번 행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로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전처럼 격한 반가움을 표시할 수 없었지만, 그간 쌓이고 쌓인 열망을 플로어 위에 모두 쏟아내며 춤의 대화는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또한, 안타깝게 취소된 애프터 파티를 대신해 애프터 파티 쇼케이스를 본 행사 중간에 펼치며 비보잉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프로 코리아(Afro Korea), 어 밀리언 락페이스(A Million Rockface), 새나(Saena), 이 세 팀은 각각 아프로댄스, 하우스, 힙합으로 모든 관중의 혼을 쉴 틈 없이 흔들었다.

Afro Korea
A Million Rockface
Saena

서브 이벤트인 탑락 세븐 투 스모크(Top-Rock Seven To Smoke)는 사전 섭외된 여섯 명의 비보이와 현장에서 진행한 사이퍼를 통해 선발된 두 명의 비보이·비걸(Tazaki, Haz)을 합해 총 여덟 명의 댄서가 경합을 벌였다.

30분이 넘는 치열한 신경전 끝에 아티스트릿 소속의 비보이 마리오(Mario)가 우승을 차지했다. 윈드밀, 헤드스핀, 에어트랙 등 보통 대중이 비보이하면 떠오르는 그라운드 무브나 에어 무브가 아닌, 보다 리듬을 강조한 요소를 하나의 콘텐츠로 진행하면서 비보잉이 기교 이전에 춤임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푸마의 스웨이드 월이 세워져 오랜 시간 축적된 푸마 스웨이드의 아카이브와 아트워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비보잉과 같은 댄스 신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그래피티, 바이크, 랩 뮤직 등 힙합·서브 컬처 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 내린 스웨이드의 모습에서 과연 어떠한 관점에서 씬을 바라보고 있는지 브랜드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2:2 크루 배틀에는 소울 번즈의 서클(Mista Circle), 니피(Neepy)가 우승을, MVP는 겜블러의 고그(Gog)가 선정되며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이제 9살 생일을 맞이한 일빌른즈. 크루 초창기부터 배틀과 우승이라는 사이클에서 벗어나 여러 방면에서 활약한 이들은 어느덧 대한민국 비보이 문화 전반을 주도하는 거목으로 성장했다. 7년 전 인터뷰와 비교해 한층 더 성숙해진 그들의 태도, 이번 기념제의 주안점, 그리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댄스 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Illvillns(Kimflo, Jazzbear, Jada, Shinobi, Milhouse)

9년 동안 신에서 그 입지를 굳건히 하며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간 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Jada: 크루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활동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이전에 선배들이 만든 크고 작은 움직임이 씬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회 우승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우리가 처음 이 문화를 접했을 때 느꼈던 에센스들을 지금 처음 접하게 될 사람들에게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작년과 올해, 대면과 커뮤니케이션이 생명인 댄스 신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행사를 열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Jazzbear: 일빌른즈 애니버서리 잼은 해를 거듭하며 크루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 그 이상의 의미가 있게 된 행사다. 매년 연말 비보이·비걸의 송년회 자리 역할을 해왔고, 외국 댄서들도 자비로 한국에 와서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아쉽게도 작년 8주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잼을 열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침체기를 이어가던 중 우리나라가 너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외국은 이미 한참 전에 노선을 되찾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소식을 온라인으로만 계속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역에 최대한 신경 쓰면 우리나라도 분명히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비보이·비걸들 역시 이런 이벤트에 목말라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형 이벤트는 어느 정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나 소규모·인디펜던트 성향의 행사는 그간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댄스 신에서 어렵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모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본다면?

Jada: 사실 운영팀을 별도로 두지 않고 멤버들끼리 소수정예로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해외 유명 잼들도 모두 작은 규모로 시작해 꾸준히 씬에 기여하면서 지금의 스케일로 성장했다. 따라서 한두 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면 크든 작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첫 기념제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팬데믹으로 인해 열지 못했던 작년을 제외하고 우린 매년 잼 개최를 멈추지 않았다.

또한 행사에는 프로모터의 DNA가 그대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보이, 힙합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아트폼에 관심을 가지며 프로모터 본인의 아카이빙 범위를 더 넓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일빌른즈 행사 아이디어 대부분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이 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너무 길어질 거 같다. 그만큼 우리도 크루나 개인이 만들어가는 인디펜던트 행사들이 줄어드는 게 아쉽고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서브 이벤트인 세븐 투 스모크가 탑락 배틀인 점이 눈길을 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Milhouse: 우선 일빌른즈는 매년 메인 이벤트로 2:2 배틀을 진행한다. 그 외에 서브 이벤트도 매년 다르게 기획한다. 이번 연도에는 어떤 신선한 기획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탑락 세븐 투 스모크로 결정했다. 국내에 탑락을 멋있고 맛스럽게 하는 비보이·비걸이 대단히 많고 이를 기존 토너먼트 배틀이 아닌 세븐 투 스모크 형식으로 했을 때 훨씬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의견이 모였다.

탑락과 세븐 투 스모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탑락은 ‘서 있는 상태(Top)’에서 ‘춤추는 모든 움직임(Rock)’을 말한다. 세븐 투 스모크는 열덟 명의 댄서가 순서를 정하고 배틀을 진행해 한 번 이길 때마다 1포인트를 획득해 총 7포인트를 획득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이해를 돕자면 1번, 2번이 서로 배틀을 하고 1번이 승자가 된다면 1번은 이어서 3번과 배틀을 하고 2번은 8번 뒤로 줄을 서 가장 뒤 순서로 가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을 반복하여 일곱 번을 먼저 이긴 사람이 우승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모크(Smoke)’란 단어는 힙합에서 상대방을 속칭 ‘발랐다’, ‘태워버렸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7번을 이겨야 우승자가 나온다는 의미에서 세븐 투 스모크이다.

이 배틀을 통해 댄서들이 브레이킹의 다이나믹한 요소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얼마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세븐 투 스모크 배틀 시간이 30분이 넘어가기 때문에 체력과 정신력 부분 역시 굉장히 중요하리라 본다. 여러 방면으로 매력적인 순간들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된다.

푸마의 후원으로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일빌른즈 멤버 각자에게 푸마 스웨이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Jazzbear: ‘브레이킹’을 논하면 떠오르는 몇몇 스니커 중에서 푸마 스웨이드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신발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보며 자라왔던 힙합, 브레이킹 자료들에서부터 당장 어제 배틀에서 본 스웨이드까지. 이 문화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스니커즈는 정말 드물다. 우리들이 ‘푸마 스웨이드는 힙합, 브레이킹의 아이콘’이라는 증거이다.

Milhouse: 나는 푸마 스웨이드가 대표적인 브레이킹 패션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브레이킹을 시작할 때 영상에서 보던 멋있는 형들은 다 푸마 스웨이드를 신고 있었고, 그 형들은 더 이전 세대가 푸마 스웨이드를 신는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비보이·비걸에게 신발이란 패션에 가장 중심이 되는 포인트이며, 신발에 따라 상의, 하의, 모자 등 모든 요소를 맞추곤 한다. 또한,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춤에 굉장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브레이킹이 시작되었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댄서들이 스웨이드를 선택해온 이유가 분명히 있다.

Kimflo: 푸마 스웨이드는 처음 춤을 접하고 이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될 때부터 함께 해온 소중한 컬쳐 브랜드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서포트가 있길 바란다.

Jada: 우리가 흔히 올드스쿨 또는 클래식 힙합 패션이라고 말하는 70·80년대 스타일은 ‘비보이 스타일’이다. 자멜 샤바즈(Jamel Shabazz)의 사진집 ‘백 인 더 데이즈(Back In The Days)’에 실린 사진 속 사람들의 옷을 입는 방식, 자신의 닉네임 또는 크루 이름을 찍어낸 티셔츠 그리고 그들이 사진을 찍을 때 잡는 포즈 등 이 모든 것들이 비보이들의 캐릭터에서 나왔고 그 중심엔 늘 스웨이드가 있었다. ‘클래식 네버 다이’라는 카피에 스웨이드만큼 부연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은 스니커가 있을까.

Shinobi: 초창기 모델을 운 좋게 구해 신었었는데 팀 형이 그걸 알아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했던 나에겐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담겨있는 스니커즈! & Beat Street, 1984!

올해 기념제를 찾은 댄서·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고 가져갔으면 하는가?

Jazzbear: 브레이킹의 방향성에 대해 혼란이 많은 요즘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 우리는 언제나 그들이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으로 매년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Milhouse: 최근 브레이킹 컬쳐 안에서 댄서들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기념제만큼은 모든 댄서와 관객이 경쟁을 떠나서 잘 즐기고 놀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배틀 이벤트를 진행하는 만큼 승자와 패자가 있고 누군가는 우승을 누군가는 예선 탈락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빌른즈 기념제에 온 모두가 행사 후 집에 가서 오늘 재밌었다고 회상하며 기분 좋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Jada: 대중의 관심이 커진 이 시기에 우리 애니버서리를 통해 ‘잼’의 매력을 느끼고 갔으면 하고, 이후 다른 행사들에도 이 서포트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 사실 우리 행사의 꽃은 애프터 파티인데 못해서 너무너무 아쉽다. 내년에 찾아올 일빌른즈의 파티도 많은 관심 바란다!

Shinobi: 이렇게 다수가 모이기 너무 어려운 시기에 크루들도,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자리가 되어 당연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Kimflo: 브레이킹 문화에 대해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이것만큼 순수한 문화도 없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꾸준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언제든 놀러 와서 함께 즐겼으면 한다!

ILLVILLN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Puma Korea 공식 웹사이트


Editor, Photographer  백윤범
Sponsored by PUMA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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