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연시, 좀처럼 줄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탓에 우리는 여전히 거리두기의 그늘 밑에 있지만, 시끌벅적한 모임이 아니더라도 정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았던 2021년,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처럼.
허나, 선물을 고르는 일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고려한 뒤 그에 걸맞은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고민이 따른다. 이에 VISLA 매거진 에디터가 직접 몇 가지의 선물을 추려 보았으니 선택 장애에 빠진 이들은 적당한 값을 치를 돈과 정성스러운 마음만 준비하시라.
얼마 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주변인들과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이미 집과 작업실을 멋들어지게 꾸민 어떤 친구가 실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3요소를 언급했다. 바로 빛과 향, 소리로 이 세 가지가 자연스레 조화할 때 멋의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뭐 그러한 의견이었다.
평소 그의 인테리어 레벨을 봤을 때 충분한 근거가 있었기에 꽤나 그럴싸하게 들렸고, 그 세 요소에 좀 더 신경을 써보기로 하며, 물건을 좀 사들였다. 우선 몇 가지 봐둔 조명이 있었기에 빛은 큰 고민 없이 해결, 소리는 뭐랄까……. 집에서 음악을 잘 듣지 않으니 TV를 사면서 사은품 격으로 받은 스피커 바 정도로 괜찮은 것 같다. 어차피 막귀이기에 뭘 틀어 놓아도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다. 미관상 훌륭한 디자인의 스피커가 있다면 좋겠지만, 멋진 건 대부분(당연히) 비싸다.
향은 당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홀로 살 때는 인센스 스틱이나 콘을 종종 피우긴 했다만, 지금에 와서야 내가 향냄새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대신, 여행지에서 사온 이름 모를 브랜드의 수제 향초, 이 은은한 향이 참 좋다. 그래서 사방팔방 향초를 좀 알아봤는데, 여기도 이것저것 뭐가 많더라. 그중에서도 올가 구즈 캔들(OLGA GOOSE CANDLE)이 멋지다. 우선은 전혀 향초처럼 보이지 않는 외형에 색깔도 예쁘고, 심지만 없다면 귀여운 피규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불을 켜면 사라져 버릴 초 주제에 가격이 상당하지만, 모든 제품이 핸드메이드라니 이해가 간다. 이미 사용한 후의 모습을 보니 그것 또한 썩 멋진 것 같다. 국내에서 구하기도 용이하다.
모쪼록, 많은 이들이 향초에 불을 켜 연말의 무드를 즐기길 바라며, 귀염둥이 올가 구즈 캔들을 추천해본다.
오욱석 / VISLA 매거진 에디터
선물을 줘봐야 잘 쓸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선물해준 나도 무언의 서운함을 느끼고 결국은 서먹한 사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최후의 선택지. 바로 현금, 돈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현금을 선물의 형태로 주는 것은 가족이 아니고는 그림이 이상하다. 또 특정 물건을 골라 선물하는 것만큼이나 고민한 흔적도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현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상품권, 기프트 카드는 어떨까? 요즘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개인 샐러가 운영하는 작은 숍에도 여러 형태의 상품권이 더러 존재하니까.
상품권은 가족뿐만이 아니라 연말,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친구들에게까지 자유롭게 선물할 수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물건을 골랐는데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상품권으로 준비했어”라며 고민하고 생각한 썰을 풀기에도 용이하다. 단 선물 받을 상대의 기호와 취향, 생활 습관 등을 잘 파악한 후 잘 소비할 수 있을 상품권을 선물하자. 필자는 여러 상품권 중 레코드 숍 상품권을 선물하길 권해본다. 누구나 주변에 레코드 수집 생각만 가득한 친구가 있지 않나. 그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 때마침 서울 을지로의 레코드 숍 ‘클리크(Clique)’가 연말을 맞아 온라인 상품권을 제작하여 판매 중이다.
황선웅 / VISLA 매거진 에디터
오픈 준비를 마친 우리의 새 공간, 퀘스트(QUEST)에는 대여섯 가지의 식물이 놓여있다. 어려서부터 난초를 기르던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랐지만, 사실 식물이란 것은 자연 속에서 볼 때나 아름답지, 구태여 내가 기르거나 물을 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상업 공간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인테리어 목적으로 식물을 찾던 나라는 인간의 징그러운 목적의식에 잠시 회의감을 느끼고 식물 담당자를 자처하고는 조금씩 식물이란 생명체를 알아가고 있다. 물을 자주 주는 행위가 오히려 식물을 죽이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한 지인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코흘리개 시절, 아버지의 난초에 물을 장난처럼 쏟아붓다 꾸지람과 함께 들었던 ‘식물은 바람이 키우는 것이다’라는 잊지 못할 명언을 떠올린다.
내 몸부터 시작해 물건까지, 뭣하나 제대로 관리해본 적이 없는 나로선 식물과 함께 살아가기란 꽤 난도 높은 미션에 속하는데, 이번 연말 선물 리스트에 올릴 만한 적절한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실내 인테리어의 도회적인 분위기를 좀 더 따뜻하게 연출할 수 있는 식물이라면 그 누구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녀석이지 않을까 하는, 그렇게 애가 닳도록 바라지는 않아도 막상 들이면 신경 써야 하고 신경을 쓰다 보니 애정을 담게 될, 생명을 통해 주인 그 자신의 성찰까지 동반하게 하는 건실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식물을 우리에게 판매한 지인의 조언을 듣고 나서. 식물마다 생김새는 다 다르고, 이에 따른 특성이나 관리 방법 모두 상이하니 생명체란 참으로 기이한 것이구나. 과도한 애정과 양분은 생명을 병들게 하고, 무관심과 방치는 생명을 시들게 하는구나. 오래된 가지와 잎은 잘라내고, 새로운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쇄신하라는 가르침을 문득 식물에게서 받은 건 아닐까 하는 과한 의미부여로 글을 마친다. 사실 여전히 식물의 종류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사진에 등장한 식물은 지인이 운영하는 ‘물주면 알아서 잘 자라겠지’ 식물 가게에서 고른 ‘드라세나 마지나타 레인보우’다. 나는 특별한 모양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잎들로 빼곡한 이 녀석이 마음에 든다.
권혁인 / VISLA 매거진 편집장
수학에서 가장 완전한 도형이라고 하는 원. 그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형태에 이끌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부합하는 생물이 있다면.. 예뻐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평균 150년의 수명, 일주일에 한 번 물만 갈아주면 될 정도로 관리가 어렵지 않다고 하니 (최소 월에 한두 번) 평소 행실을 보아 어느 정도 책임감이 있는 친구라면 그에게도 마리모를 키울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상 감정이 없는 녹조류 식물이지만 마리모에게는 기분이 좋으면 둥둥 떠오른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관련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져올 뿐만 아니라 실제로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마리모를 검색하면 구글은 마리모 기분 좋게 하는 법이라는 연관검색어를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 결과일까? 글쎄…. 진실은 저너머에 있지만 그래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을 너무 한심하게 여기진 말아달라. 동그란 녀석이 기분이 좋아 떠올랐다고 믿는다고 손해 볼 것은 없다. 진짜로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다. 단, 마리모로 위장한 수세미를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유의해서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
한지은 / VISLA 매거진 에디터
Public Release x retaW 2nd Edition
초……. 과거 어린 시절 서울 시내에는 정전이 잦아서 한 25cm 정도 되는 흰색 초가 흔했다. 화재도 흔했다. 그런 초 열 개들이에 오천 원도 안 했던 거 같은데. 이름이 캔들로 바뀌고 캔들 제너 때문인가?(농담) 향이 첨가되면서 엄청나게 비싼 녀석이 돼버렸다. 글을 쓰다 보니 정확히 초는 아니고 향초구나. 하여튼, 좀 그럴싸한 캔들을 구매하려면 적어도 5만 원은 줘야 하고 좋아 보이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너무 명확한 소모품이라 왠지 돈이 아깝지만. 가끔 선물 받거나 해서 집에 켜두면 또 예상한 거보다 많이 좋다.
결론적으로 초는 무드에 과감히 투자하는 멋진 사람이라면 구매가 그리 안 아깝겠으나 보통은 좀 아깝다. 가구 같은 걸 사면 팔 수도 있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향이라는 것은 날아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향기와 불타야하는 무엇을 사고판다는 것은 왠지 마술 같은 낭만적인 부분이 있구나 싶어 멋지다. 근데 비싸니까, 일반적으로 내 돈 주고 사기 아깝다는 거다. 역시 선물은 사긴 아깝지만 갖고 싶은 그런 것이지.
그러한 와중에 이 제품을 추천한다. Public Release x retaW 2nd Edition.
유명하다고들 하는 캘리포니아 레이블 퍼블릭 릴리즈(잘 모름)와 동네 세련된 친구들 자동차 백미러에서 자주 달려있는 방향제로 유명한 일본 프래그런스 브랜드 리토(retaW)가 같이 만든 캔들이다. 이 캔들은 잘은 모르지만 타는 심지가 나무로 되어있어서 탈 때마다 “틱틱~ 탁탁~”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불멍을 좀 더 포터블하면서도 하이퀄리티로 때릴 수 있다.
1st 에디션 때 구매버튼 눌러놓고 딴짓하다가 ‘아 맞다! 결제해야징!’하고 봤더니 솔드아웃되어 있던 그 제품. 하늘이 도운 걸까 2nd 에디션이 발매되어 구입했다. 향도 좋고, “틱틱~ 탁탁~”도 좋고, 놀랍게도 베리맥기(Barry Mcgee)라는 초 유명 아티스트의 그림까지 더해져 여러 가지 방향성으로 만족감을 선사한다. 가격은 하이츠에서 75,000원이지만 안타깝게도 솔드아웃이다.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팔고 있으니 열정이 있다면 결정하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내가 이 캔들을 사고 스토리에 올렸는데, 그다음 날 후지와라 히로시도 피드에 올렸더라. 그 정도라는 것. 염두에 두고.
박진우 / VISLA 매거진 그래픽 디자이너
에디터│오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