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음악 외길. Todd Edwards와 함께한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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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이하 RBMA)의 분위기를 맛보기로 전하고 소개하는 RBMA 세션 두 번째, 토드 에드워즈(Todd Edwards)와 함께 하는 자리가 14일 터미너스에서 열렸다. 이 날도 아킴보(Akimbo)가 많은 수고를 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브렌마, 토드 에드워즈만큼 아킴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질문의 깊이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 그의 음악까지 많은 부분이 매력적이다. 어쨌든, 토드 에드워즈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에서 “Fragments of Time”을 함께 만들고 불렀으며, 이 앨범으로 그래미 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토드 에드워즈의 귀여운 “앙뇽”과 함께, 간단한 인사로 강연은 시작되었다. 브렌마의 강연이 브렌마의 ‘경험’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1991년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1995년 세인트 저메인(St. Germain)의 곡을 리믹스한 것이 자신이 진행한 첫 오피셜 리믹스였다고 한다. 대학 시절 대학교 라디오를 통해 이 곡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 곡 덕분에 장비 구매를 하고 스튜디오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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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에드워즈는 보컬을 샘플처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1991년 전후로 이미 그러한 방식을 썼다고 한다. 리믹스에 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그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 중에서 1998년 사운드 오브 원(Sound Of One)의 곡 “As I Am”을 리믹스한 것을 추천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러지(Garage, 미국 발음으로는 가라지)로 넘어갔는데, 토드 에드워즈는 개러지 계열 음악의 파이어니어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토드 에드워즈는 이에 대해 “처음에 장르를 발명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나만의 사운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듀서, DJ들에게 이 정도로 영향을 줄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러지 음악과 관련해 “(개러지 음악이) 서브 장르로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느 정도 통일된 양식도 없었고, 열심히 했지만 (흐름보다는) 임팩트에 해당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당시 환경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고르고, 다른 곳에 소개하고 발표하는 DJ들과 프로모터들 몇 사람의 힘이 컸음을 이야기했고,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씬이 생기면서 자신은 손을 떼었다고 밝혔다. 물론 드랍, 드럼, 킥 등의 요소에서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었고 좋은 리믹스가 많이 나왔기에 씬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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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케니 돕(Kenny Dope),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 등의 음악가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있기까지 다른 음악가들이 있었기에 자신도 있었다고 차분히 설명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에이블턴, 랩탑의 시대지만 자신의 첫 샘플러는 내가 4메가짜리였기 때문에 노가다에 가까운 샘플링 작업을 했다는 점, 그래서 소리를 찾고, 따오고, 불러오고, 자르는 등의 작업을 계속 해왔다는 점도 밝혔다. 또한, 많은 사람이 라이브 사운드를 향해 갔지만, 자신은 꾸준히 디스코 사운드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으로 돌아가 연구를 다시 했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다프트 펑크와 작업할 기회가 생겼고, “Face To Face”라는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다프트 펑크와 처음 작업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면서, 자신은 당시 스튜디오에 박혀 살던 너드였기 때문에 곡의 유명세나 자신의 인지도에 대해 당시 전혀 느꼈던 게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의 매니저가 토드 에드워즈를 알리는 걸 꺼려했고 재능을 눌렀으며, 그래서 아직도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체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나쁜 상황이지만 그것마저도 나중엔 좋은 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본 그는 굉장히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래미 수상자도, 개러지 장르의 선구자도, 디스코 음악에서 중요한 음악가도 아닌 편안한 시골 사람에 가까웠다. 놀리는 게 아니라, 안에 담고 있는 생각이 깊다는 건 이야기를 들을수록 느꼈지만 커리어에 비해 무게나 화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멋진 사람이었다. 그는 데뷔 이후 꽤 나중에서야 DJ를 시작했는데, 사연이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슬펐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DJ를 했으면 더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어릴 때 교회에서 연극에 참여했는데 대사도 까먹고 그러면서 무대 공포증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냈지만, 무대 공포증은 남아 있었고 그래서 한참 나이가 든 후에야 DJ를 시작했다고 한다. 더불어 자신은 긴 시간 스튜디오 너드였으며, 뉴저지(New Jersey)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후 그는 새로운 소리를 찾기 위해, 소울풀한 면모는 떨어지지만 새로운 느낌을 낼 수 있어서 1960년대 포크 음악에서 댄스 음악의 아이디어를 얻고 샘플링을 진행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UK 개러지 씬에 대한 이야기, UK 음악 씬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꺼냈다. 그러면서 디스클로저(Disclosure)에게 감사하다고 전하며 자신의 “White Noise” 리믹스도 이야기했다.

이후 그는 잠깐 직업을 구한 적이 있었다. 워낙 커리어의 높고 낮음이 심했으며 좋은 해가 있었으면 나쁜 해가 있었고, 이후 더 나쁜 해가 있게 되는가 하면 매니지먼트가 최악인 점 등 여러 것들이 겹쳤다. 이후 젊은 음악가들이 등장하고, 씬은 커지지만 무료로 음악을 푸는 형태가 커지는가 하면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는 걸 보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한다. 이후 이동통신 회사에서 일했는데, 자신의 마케팅 관련 대학 졸업장이 쓸모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동안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컸기 때문에 만족했지만, 결국 지쳐가는 자신을 2년간 보면서 음악에 대한 고민을 다시 했다고 한다. 생의 끝에 서 있을 때 뭘 후회할까 생각했는데, 평범한 삶과 가족보다는 음악을 택했을 때 역시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때마침 모든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하지 말라고 자신에게 조언을 해줘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딜 가나 이런 풍경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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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다시 시작한 뒤에도 안 좋은 일은 계속 있었다. 아이슬란드 투어는 화산이 터져서 취소되었고, 이후에는 목을 심하게 다쳐서 투어를 취소했다. 그렇지만 새로 만난 회사가 기회를 주고 음악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줬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프트 펑크와 재회하고, “Fragments of Time”이라는 곡이 나왔다. 이 곡은 당시 작업을 하던 LA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으며 그곳의 야자수, 분위기, 이글스(Eagles)의 곡 “Hotel California”, 오래된 소울 음악 등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은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이 압박보다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며, 처음 다프트 펑크의 토마스 방갈테르(Thomas Bangalter)가 자신을 LA로 초대했을 때, 뉴저지에서 자신의 장비를 트럭에 왕창 싣고 LA까지 직접 운전해서 갔다고 한다. 이후 코러스 작업을 해서 자신은 그냥 8마디 정도만 작업하는 줄 알았는데, 비중을 크게 줘서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미 시상식에 갔을 때 에피소드도 얘기해줬다. 자신은 나이 들어서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그냥 뉴저지 사람인데 그래미 시상식에 올라가서 재밌었다고 전한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가식적인 미소로 쳐다보고, 브루노 마스(Bruno Mars)도 있었고, 사람들은 “저 백인 아저씨는 누구야?”라고 묻는 풍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프트 펑크가 굉장한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자신은 몸에 맞는 정장이 LA에 있을까 긴장했다고 한다. 토드 에드워즈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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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를 한참 꺼낸 뒤 마무리를 지었는데, 토드 에드워즈 역시 RBMA는 관계를 만들고 경험이라는 걸 얻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음반사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데, RBMA는 음악가에게 올바른 방향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굉장히 생략한 부분이 많은데도 글의 분량이 너무 길다는 점 양해 바라며 실제로 강연을 들으면 이런저런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레드불 코리아는 앞으로도 계속 음악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꾸준히 정보를 체크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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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bluc
사진제공 | 레드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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