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LA가 기획한 ‘Vinyl & Chill’은 바이닐 레코드 디깅의 새로운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레코드숍 다섯 곳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VISLA 내부에서 판을 가장 공격적으로 모으는 편집장 권혁인과 에디터 황선웅 본인이 평소 자주 찾는 서울의 레코드숍 다섯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오너와 나눈 인터뷰를 비롯해 그들에게서 ‘연말에 듣고 싶은 레코드’를 추천받았다. 우리가 레코드숍을 선정한 기준은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는 곳, 새로운 음반 업데이트가 활발해서 꾸준하게 방문해야 참 맛이 우러나는 곳 그리고 과거 VISLA에서 소개하고 언급한 가게가 아닌 곳이다.
Welcome Records(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 63)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음반 가게를 여는 일은 상상할 수 없듯이, 모든 레코드숍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주인장의 취향과 시선이 담기기 마련이다. 각기 다른 레코드숍의 특색 있는 셀렉션을 맛보는 건 판을 수집하는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큰 기쁨.
웰메이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은 수작을 우리는 ‘웰메이드’라 부른다. 압구정에서 시작해 현재 해방촌에 터를 잡은 웰컴 레코드(Welcome Records)는 마니아와 이제 갓 바이닐 문화에 입문한 초심자 모두가 아낄 법한 레코드숍이다. 어떤 판을 집어도 소위 실패가 없는, 역사에 오래 남을 소울, 재즈 훵크 명반부터 주말 밤 디제이들의 무기가 되어 줄 힙합, 하우스 싱글까지 웰컴은 말 그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인다.
웰컴 레코드를 열게 된 계기는?
2019년 3월, 첫 매장을 도산공원 근방에 열었는데, 처음 바이닐을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음반부터 디제이들이 주로 찾는 싱글까지 밸런스를 맞춰 구비하는 것이 목표였다.
2021년 봄 경에 해방촌에서 다시 새롭게 출발했다. 2층은 기존대로 레코드숍을, 1층에서는 로컬 아티스트의 전시나 이벤트도 겸하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도산공원 쪽에서 1년 반 정도 운영하면서 레코드숍 공간뿐만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가 교류하기 위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동네에 상관없이 1, 2층으로 분리된 공간을 찾았고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장소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2021년 3월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숍에서 보유한 장르 섹션 중 가장 주요하게 관리하는 섹션과 그 이유는?
해방촌으로 가게를 옮긴 후 가장 신경 쓴 섹션은 재즈와 소울 중고 섹션이다. 대중적인 음반 외에도 오리지널 프레싱이나 여러 레어한 음반들을 들여오는 데 주력했다. 그다음은 디제이를 위한 12인치 중고 힙합 싱글이었고 주변 디제이들, 특히 레코드로 트는 디제이들의 수가 급증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요에 맞춰 구비하게 되었다.
바이닐 레코드의 특성상 빈티지를 취급하는 쪽이 수급이나 비용 면에서 더 수월할 듯한데, 빈티지와 신보의 비율을 어떻게 맞추려고 하는가?
중고 바이닐 수급이 신보보다 월등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태가 좋지 않거나 가격이 저렴한 중고반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50~70년대 상태가 깨끗한 오리지널 프레싱 음반은 시간이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을 체감한다. 현재 숍의 신보와 중고의 비율은 7:3 정도다.
바이닐은 부활한 것일까 혹은 일시적인 유행일까?
바이닐은 항상 존재했으니 부활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5년 사이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CD의 수요가 급감하고 바이닐의 수요가 급증했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이진 않는다.
음반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장은 당연히 레코드 마니아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오랜 내공으로부터 비롯된 레코드 관리 팁을 알려줄 수 있을까?
레코드 관리법이야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니 특별한 나만의 팁은 없지만 국내 한정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닥에 난방이 들어오는 집에선 절대 바닥에 판을 보관하지 말라는 것이다. 바닥에 세워서 보관할 경우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난방만 들어와도 판은 쉽게 휜다.
매력적인 레코드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구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레코드숍의 특징이 확실하고 다른 곳에선 구하기 힘든 음반들이 갖춰져 있을 때 매력적으로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라면?
가끔씩 방문해서 블루노트 초판만을 구하시는 분이 있다. 몇백만 원이든 상관없으니 구해만 달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웰컴이 더 갖추고 싶은 보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다른 숍과 차별화를 둘 것이냐”다. 신진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하기 위한 자체 제작 타이틀도 이 고민이 시작점이었다. 어느덧 웰컴 레코즈 타이틀이 15개가 넘어가면서 새로운 음악들을 소개하는데 어느 정도의 견인차 역할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클래식부터 동시대까지 음악을 더 풍부하게 구비한 레코드숍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이닐 레코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 질문은 정말이지 특별한 이유가 없다. 2000년대 초반에 디제이의 꿈을 키우며 판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Welcome’s Heavy Choice
Various Artists – [For The Love Of You, Vol. 2]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레이블 AOTN(Athens Of The North)이 올해 10월에 발매한 [For The Love Of You, Vol. 2]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볼륨 1에 이어 이번 역시 “Just The Two Of Us”, “Fool’s Paradise”, “All Night Long”, “Never Too Much” 등과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R&B, 소울, 재즈 클래식들의 러버즈 락(Lovers Rock) 커버 트랙들로 이루어져 있다. 달콤한 연말을 맞이하고픈 연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로맨틱한 음반이라 생각한다
Bruna Mendez – [Corpo Possível]
2019년에 디지털로 발매되었던 브루나 멘데즈(Bruna Mendez)의 두 번째 앨범 [Corpo Possível]이 프랑스의 레이블 180g에서 드디어 바이닐로 올해 릴리즈되었다. 브라질 현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앨범은 퓨처 R&B 요소가 많이 가미된 밴드의 연주와 멜로우한 브루나 멘데즈의 보컬이 조화롭다. 연말에 차분히 지난 1년을 정리하며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세울 때 듣기 좋은 음반이라 생각한다.
Sault – [Nine]
2020년 발매된 [UNTITLED (BLACK IS)]앨범은 BBC에서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앨범으로 뽑힐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2021년 마이클 포(Michael Ofo)와 리틀 심즈(Little Simz)도 함께 참여한 새로운 앨범 [Nine]을 릴리즈하였는데 이 앨범의 바이닐은 일부 수량 한정판으로 발매되었으며, 스트리밍 음원조차도 일정 기간 이후에는 내려서 오직 레코드로만 들을 수 있다. 특별한 연말을 맞이하기에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Welcome Records 공식 웹사이트
Welcome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권혁인
Photographer│유지민
VINYL & Chill ep1. SOUNDS GOOD
*해당 에세이는 지난 VISLA 매거진 18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