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 CHILL ep3. Junction

VISLA가 기획한 ‘Vinyl & Chill’은 바이닐 레코드 디깅의 새로운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레코드숍 다섯 곳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VISLA 내부에서 판을 가장 공격적으로 모으는 편집장 권혁인과 에디터 황선웅 본인이 평소 자주 찾는 서울의 레코드숍 다섯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오너와 나눈 인터뷰를 비롯해 그들에게서 ‘연말에 듣고 싶은 레코드’를 추천받았다. 우리가 레코드숍을 선정한 기준은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는 곳, 새로운 음반 업데이트가 활발해서 꾸준하게 방문해야 참 맛이 우러나는 곳 그리고 과거 VISLA에서 소개하고 언급한 가게가 아닌 곳이다.


Junction(서울시 중구 퇴계로88다길 37 1층)

신당동 시장 골목을 따라 안으로 깊숙한 곳에 자리한 레코드숍 정션(Junction)은 오픈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클럽 디제이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했다. 널찍한 숍 내부, 정갈하고 모던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주변 상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마 이러한 인테리어는 정션의 오너 S.O.N.S가 숍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기계적인 음악과 맞닿아 있을 것. 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수많은 하우스, 테크노 등의 전자음악 12인치가 포진됐고 이를 바로 청취할 수 있는 3대의 턴테이블, 음악에 곁들일 수 있는 쿠키와 차가 준비된 곳이다.

정션을 열게 된 계기는?

한국에 일렉트로닉, 하우스, 테크노에 포커스를 둔 숍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리크와 모자이크에서 하우스, 테크노를 소개하고 있지만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셀렉션은 아니었고, 또한 트랜스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 또한 그 계기가 됐다. 우린 다른 숍과 차별점으로 트랜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아주 방대하며 또한 하우스, 테크노 장르의 신보를 중점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매장을 오픈할 시기 목표가 있었다면?

바이닐로 플레이하는 디제이가 한국에서 많아지고 있는 한편, 코로나 시기로 클럽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정션은 레코드숍이자, 디제이들과 리스너들의 커뮤니티로 전자음악 팬들이 모여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디깅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했다.

서울에서 전자음악을 주요하게 다루는 레코드숍 정션, 클리크, 모자이크 모두 오너가 프랑스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신과 더불어 그들은 왜 모두 서울에서 숍을 전개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클리크를 운영하는 앙투안(Antoine)과 모자이크의 커티스(Curtis) 그리고 나는 6년 전부터 이미 친구였다. 그때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은 한국 전자음악 시장이 너무 작아서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당시 한국 비자가 없어서 숍을 열거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앙투안이 비자가 있어서 먼저 시도했지. 근데 사실 아직도 왜 서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지역이었건 간에 했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클럽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많은 홍대, 이태원, 을지로 같은 번화가에 자리를 잡지 않고, 외려 인적 드문 신당역 인근에서 시작한 것도 의외다.

월세가 괜찮은 곳을 찾고 있었다. 이태원은 조금 비싸니까. 또 이미 이태원에서 6년을 살다 보니 좀 지겨워서 다른 장소를 알아봤는데 신당이 적당했다. 2호선과 6호선이 지나다녀서 홍대와 이태원에 바로 갈 수 있으니까. 또 신당의 전통적인 분위기도 좋아했다. 외국 디제이들이 한국을 찾으면 이태원에서 공연을 마치고 그 주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션을 계기로 신당과 주변의 전통적인 분위기도 느낀다면 좋을 거 같았다.

트랜스와 더불어 주요하게 다뤄지는 숍의 섹션이 있다면?

이탈리아 90년대 섹션이다. 이쪽 판들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하고 있다. 90년대 이탈리아의 하우스, 테크노, 트랜스에 정말 좋은 음악이 많았는데 외부로 유통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명하지 않은 데도 좋은 음악이 많다. 그래서 정션에 온다면 이쪽 섹션을 주요하게 살피길 권한다.

숍의 이름인 정션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디제이와 전자음악 팬들의 커뮤니티이자 공간으로, 일종의 교차로가 되고 싶다는 의미로 사용하게 됐다.

오랜 내공으로부터 비롯된 레코드 관리 팁을 알려줄 수 있을까?

햇빛과 습도가 조금 위험하고… 그 외에는 특별한 팁이 없다.

바이닐 레코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LP는 만질 수 있으니까. 또 디지털은 쉽게 사라지거나 잃어버리는 데 피지컬 레코드 컬렉션은 소멸하지 않고계속해서 다시 들을 수 있다.

LP는 부활한 것일까 혹은 일시적인 유행일까?

한국에서는 조금 유행일 수도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유행이나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문화의 일종이다.

현재 바이닐은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 음반 시장에서 주요한 포맷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희귀한 레코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으며 마치 스니커즈 리셀, 컬렉팅 문화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양상처럼 보이는데, 현재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괜찮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바이닐을 구매할 때 나중에 가격이 오르는 것을 생각하면서 구매하지 않나? 그런데 수많은 리미티드 에디션 제작과 바이닐 프레싱 플랜트 독점에 다른 레코드 제작이 딜레이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건 바이닐 문화에 조금 위험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이걸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리미티드 컬렉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리미티드하게 찍어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걸 하지 말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하하.

정션이 좀 더 갖추고 싶은 보완점이라면?

정션의 온라인 스토어.


Junction’s Heavy Choice

Germinator – [The Beat / It Is (Nephilim Records)]

Two groovy trippy goa trance tracks which will fit perfectly for the end of a night in a forest.
숲 속의 밤에 너무 잘 어울리는 트리피 고아 트랜스 트랙.


Forbidden Pleasures – [The Sound Of Jazz Music / Get Up]

Nice mid 90s house tracks from England, with some jazz samples and some kinky artwork…
90년대 중반 영국의 멋진 하우스 트랙으로 재즈 샘플과 재미있는 커버 아트워크가 인상적.


Prophecy 47 – [Spirals Of Agony]

Unknown mysterious mid 90s techno / trance record from Italy, not available on Youtube, but we got a few copies at the shop, so come here if you want to have a listen!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이탈리아의 90년대 중반 테크노/트랜스 음반, 유튜브에는 없지만 매장에 몇 장 구했으니 들어보고 싶다면 여기로!

Junctio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황선웅
Photographer│유지민

VINYL & Chill ep1. SOUNDS GOOD
VINYL & Chill ep2. Welcome Records

*해당 에세이는 지난 VISLA 매거진 18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