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칼하트 WIP(Carhartt WIP)는 김준영과 최유진으로 구성된 국내 첫 스케이트 팀을 소개했다. 각 세대를 어우르는 상반된 스타일의 둘을 간판으로 내세운 칼하트 WIP의 행보는 허투루 스케이트 신(Scene)에 진입하려는 것이 아님을 몸소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 칼하트 WIP는 그들의 본거지인 유럽의 다양한 도시를 무대로 2년 동안 만들어낸 스케이트보드 필름 “INSIDE OUT”의 서울 시사회를 개최했다.
시사회는 지난 2월 5일, 라이즈 호텔 지하에 마련된 칼하트 WIP의 실내 스케이트 파크로 꾸며진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시사회 이전 예정된 각종 스케이트보드 프로그램 역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였는데, 현장 도착 후 간단한 절차를 거친 후 입장한 행사장은 이미 수많은 스케이터의 땀내와 열기로 가득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중 스케이트 이벤트에 처음 참여해 너무 즐겁다는 한 커플의 대화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침체했던 스케이트 신의 환기된 분위기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 속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월과 쿼터(Wall & Quarter)로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기물이었고, 이곳에서 첫 번째 트릭 콘테스트가 진행됐다. 경사와 트랜지션(Transition)에 대한 익숙함을 요하는 기물이기에 오랜 경력이 있는 스케이터나 어린 친구 중에는 한국 국가대표 소속의 임현성과 김동혁이 높이와 속도를 이용해 크게 그려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파크 중앙 렛지(Ledge) 섹션은 기본적인 기물 구성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스케이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공유하는 길거리 세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지막 경쟁이 되었던 매뉴얼 패드와 범프(Manual Pad & Bump)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패드 위 보드를 걸쳐놓아 범프(Bump)처럼 탈 수 있는 여닫이문을 추가해 스케이터의 창의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범프의 길이가 다소 짧은 탓인지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였으나 빠르게 적응한 베테랑 스케이터 최재승은 본인만의 스타일을 편안하게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정지훈과 조현주 역시 백사이드 플립(BS Flip), 백사이드 360(BS 360), 50-50 등을 안정적으로 랜딩해내며 관객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윽고 콘테스트의 열기를 이어 본 행사의 메인 이벤트 “INSIDE OUT” 필름이 그 정체를 드러냈다. 칼하트 WIP 특유의 유럽적 색채를 가득 품은 비디오는 실험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하우스와 테크노, 메탈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아이디어 넘치는 스케이팅에 덧입혔다. 현재의 트렌드보다는 그다음의 것을 제시하는 듯한 호아킴 베일(Joaquim Bayle)의 감각적인 편집, 스케이터의 창의성과 에너지는 전 세계 스케이트보딩 신 내 칼하트 WIP의 독보적인 위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탓인지 조금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시사회는 스케이트보딩을 바라보는 팬의 자세가 보다 진중해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럭키 드로우와 콘테스트 MVP(임현성) 선정과 함께 시사회는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하루 동안 칼하트 WIP가 만들어낸 스케이트보드 세상은 예술적 욕구와 육체적 쾌감을 채우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스케이트파크는 오는 2월 18일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이날의 여운이 남아있거나 미처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방문해 보도록 하자.
Editor│오문택
Photographer│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