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Skateboard) - 데크(Deck)라 불리는 널빤지에 바퀴를 달아서 한쪽 다리로 바닥을 차 주행하는 스포츠 용품이다. 사실 주행용이라기보다는 트릭을 구사하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 힙합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케이트 보드를 주제로 한 게임으로는 액티비전의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 시리즈가 유명하다. -Wikipedia
널빤지 하나에 바퀴 네 개가 달린 이 요망한 장난감은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숱한 남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스케이터를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티셔츠가 얼마나 젖어있는지, 운동화가 얼마나 헐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스케이터는 건방지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아이돌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들이 크루저 보드를 타고 괴상한 춤을 출 때 그들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스케이터라면 비슷한 행동 양식을 가질 것이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성질이 그러해서일까? 쿨한 것에 환장한 이들에게는 마치 일종의 의식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 듯하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이제는 스케이트보드 없이는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여덟 명의 스케이터를 만나보았다. 호기심에 보드를 타기 시작한 그들은 어느새 한국의 스케이트보드 신(Scene) 깊숙이 들어와 역사의 일부분이 되었다.
1. 어떤 계기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나.
이경민(@leekmkm) – 별거 없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동네에서 타는 형을 보고 반해서 바로 근처 샵에서 보드를 하나 샀다.
이민혁(@kobbuk) – 어렸을 때부터 겨울이 되면 아버지랑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녔는데, 이게 너무 재밌다보니 4계절 내내 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접했고, 부모님을 졸라 생일선물로 스케이트보드를 받았다.
송대섭(@daesupsong) – 어렸을 때,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스케이터들을 보면서 막연히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노원 미도파 백화점(현 롯데 백화점) 앞에서 어떤 형들이 보드타는 걸 보고 바로 사서 타기 시작했다.
2.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큰 매력은?
이민혁 – 규칙이 없다는 점.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세계 어디에 있든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
조광훈(@skaterkwang) – 일단 스케이트보드 자체가 굉장히 멋진 문화라고 생각한다. 스케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그들이 입는 옷이나 스타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스케이트보드를 오래 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철학이 있을 법 한데 그게 각자 다 다르다. 이것은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서 으레 느낄 수 있는 철학이고,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스케이터들의 자부심 역시 멋지다고 생각한다.
최재승(@sk8ninjay) – 자유로움? 스케이트보드는 가장 자유로운 문화인 것 같다. 멋대로 보드타고 칠(Chill)하는 것이 스케이트보드의 매력 아닐까.
3. 2014년 작년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이경민 – 2014년 초 아오리 파크(Aori Park) 팀 캘리포니아 투어가 기억에 남는다.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말도 안 될 정도로 잘 타는 꼬마들이 파크마다 한 명씩 꼭 있더라. 그런데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애들이 프로는커녕 주변 스케이터들에게 물어봐도 누군지 이름도 모르는 동네 꼬맹이들이었다. 그리고 흑인 갱스터를 만난 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조광훈 – 2015년부터 데일리 그라인드(Daily Grind)를 비즈니스로 만들어볼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를 나오면서 스케이트보드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된 것 같다.
지승욱(@seungwookjee) – 도넛 시네마 클럽(Dooonuts Cinema Club)이 기억에 남는다. 시사회를 진행하면서 Static 4, Lenz 2 등 다양한 비디오를 상영했는데, 특히 Lenz 2 상영 때 한국을 방문한 일본 스케이터들을 보고 많은 한국 스케이터들이 자극을 받았다. 시사회에 참석한 일본 스케이터 중 신페이 우에노(Shinpei Ueno)는 내가 2004년에 안 친구인데, 그 당시에는 오사카의 루키로 불렸다. 그런데 2010년 즈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확립하더니 이제 해외에서는 그를 일본 스케이트보딩의 창시자 정도로 생각하더라. 어쨌든 감회가 새로웠다.
최재승 – 여름에 팔을 다쳐서 너무 아쉬웠다. 보드를 한두 달 정도 타지 못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 몸이 나을 때쯤 겨울이 되려는지 날씨가 확 추워져서 더 안타까웠다.
Alien Workshop ‘Mind Field’ Jason Dill 파트
4.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해외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는?
김수민(@ssu__kim) – 필르머 그렉 헌트(Greg Hunt)가 2009년에 발표한 에일리언 워크샵(Alien Workshop) 풀렝스(Full-length) 비디오, 마인드 필드(Mind Field)다. 음악도 멋있고, 개개인 스케이터의 느낌도 다 다르면서…이건 직접 봐야 된다. 아무튼 정말 멋진 영상이고 지금까지 본 영상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돌려보곤 한다. 그중에서도 제이슨 딜(Jason Dill) 파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민혁 – 마인드 필드를 많이 봤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 비디오 ‘Nike SB Chronicles Vol 2’ 첫 파트로 등장하는 도노반 피스코포(Donovon Piscopo)에게 엄청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요즘에는 뉴욕 스케이터들의 ‘Horny’를 재밌게 봤다. 유명한 스케이터고 뭐고 다 같이 모여서 무작정 보드만 타는 게 인상 깊었다.
정필규(@qiilkynn) – 너무 많은데… 최근 이야기를 하자면, 폴라 스케이트(Polar Skate Co.)에서 공개한 ‘In Search of the Miraculous’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스케이트보드 비디오가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삶이 많이 투영된 이 영상은 굳이 스케이트보딩이라고 한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진하게 묻어있다. 폰투스는 이 영상을 통해 계속해서 호소하고 주장한다. 이런 방식이 완전히 내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정말 재미있게 봤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전달하는 메시지가 좋았다. 여담인데 폰투스의 영상을 보면 프랑스 영화 느낌이 많이 난다. 트뤼포나 고다르같은 프랑스 옛날 영화들. 최근 뉴욕의 ‘Horny’와는 상극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Horny’는 메시지가 아예 없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다. 결국 메시지를 없앤 의도가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조광훈 – 너무 많지만 최근 영상을 꼽아보자면, DC Shoes 아마추어 파트에 등장하는 스케이터 바비 디키저(Bobby Dekeyzer)가 인상적이었다. 나이도 어린데 엄청 잘 타고 재능이 넘치는 것 같아 유심히 봤다.
711 시리즈 중 ‘buljangnan’
5. 가장 인상적인 국내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말해 달라.
송대섭 – ‘Enjoy Your Yourth’의 백승현 파트. 이병수라는 분이 만든 영상인데, 그중에서도 그의 파트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개인 파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BGM으로 사용된 시나위의 음악이 백승현이라는 스케이터와도 굉장히 조화로웠다. 보통 BGM과 스케이터의 분위기가 안 맞으면 아무리 잘 타도 이상한데, 이 파트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정필규 – 지석이형(황지석)의 ‘711’ 연재물이 인상 깊었다. 나와 같은 소속(RVVSM)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 인터뷰를 보는 이들의 시선에서 한계가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711’이 또 RVVSM과는 상당부분 독립적인 컨텐츠다. 그 부분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한국 스케이트보드 신은 스트리트 스케이팅 스타일에 국한된 측면이 있는데, 모두가 담아내기를 조금은 꺼렸던(?) 파크 스케이팅을 그만의 시선으로 독특하게 바라본 것이 흥미로웠다. 근래 한국 스케이트보드 비디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시리즈에서 가장 재밌던 편을 꼽자면 ‘yaboy’와 ’buljangnan’.
6. 2015년, 가장 주목하는 국내 스케이터는?
이경민 – 굉장히 많다. 음… 일단 이민혁. 내가 아는 동생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스타일이 멋진 친구다. 또 민혁이랑 동갑내기 친구인 이만기. 내 위로는 제이슨(Jason)과 정혁이형(신정혁), 그리고 동철이형(양동철)! 정혁이형은 요새 다시 불타고 있다. 오히려 나는 형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 형들의 스케이팅을 보고 있으면 나이는 열정과 전혀 관계없다고 느낀다.
조광훈 – 어린 애들로 치면 이민혁과 이지훈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다만 지훈이는 이제 군대에 가기 때문에 아쉽다.
지승욱 – 이민혁. 어린데 나이에 비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빨리 잡았다. 그리고 구현준. 자기 스타일대로 잘 타는 친구다.
7. 가장 기억에 남는 국내 스케이트보드 스팟(Spot)은 어디인가?
이경민 – 내가 나고 자란 고향, 평택에서 타던 때가 가장 즐거웠다. 무라사키 스포츠 샵이 생기면서 한참 사람들이 많이 탈 때 나도 스케이트보딩을 시작했다. 거의 매일 탔던 것 같다. 나는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형들이 술을 줘서 술도 먹고 그랬다. 하하. 요새는 사람들과 함께 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다.
조광훈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올림픽 공원에서 가장 많이 탔다. 지금은 거의 안 가는 곳이지만,예전에는 정말 많이 탔고 가장 실력이 많이 늘어난 장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다.
최재승 – 다 좋아하지만 2012년도에 명동 유니클로 옆 계단에서 트릭 하나 성공하려고 밤에 세 시간 동안 탄 것이 기억에 남는다. 스위치 힐 플립(Switch Heel Flip)이었는데, 이게 반대쪽 발을 쓰는 기술이라 엄청 애먹었다. 결국 성공하긴 했지만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몸이 쑤셨다.
김수민 – 대구에서 오래 살았지만 나는 부산의 사직 야구장에서 타는 게 제일 좋다. 렛지(Ledge)도 종류별로 있고 계단도 높이별로 있는데다가 심지어 비가 내려도 상관없는 최적의 장소다. 바닥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기에 가장 좋은 재질이다. 같은 경상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부산 스케이터들은 하나같이 따뜻해서 더 즐겁게 보드를 탈 수 있었다.
8. 언젠가부터 롱 보드(Long board)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셀러브리티 사이에서 어떤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는 느낌도 드는데 롱 보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정필규 – 글쎄. 관심 없다. 굳이 말하자면 별로 안 좋아한다. 딱히 욕하는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도 않고. 롱보드는 나랑 감성이 다른 것 같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고 원체 모르기도 모른다. 그들도 그들만의 문화가 있겠지.
조광훈 – 사실 나는 롱보드를 좋아하진 않는다. 롱보드로 미친 듯이 힐 바밍(Hill Bombing)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건 나도 자신 없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리스펙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롱보드나 댄싱보드와 같은 종류의 보드를 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변질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즐기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들이 자신의 행위를 스케이트보딩과 같은 범주에 집어넣는 것은 싫다. 흔히 말하는 ‘부심’이 맞다. 고집 있는 스케이터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에 걸쳐 스케이터는 스케이트보드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힙합에 완전 미쳐있는데, 잘 모르는 일반인이 “야 아웃사이더가 랩 제일 잘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으면 기분이 좋을 수 있겠는가. 자부심도 과하면 독이 되겠지만 그것도 자신의 문화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지승욱 – 오래 전, 스케이트보드도 크루징(Cruising) 위주였고, 지금과 같은 트릭이 없었다. 스케이트보드의 모양이 바뀌고 다양한 트릭들이 생기면서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시작은 스케이트보드도 롱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선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프라이드 강한 스케이터들 중에서 롱보드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나도 공감은 가지만 사실 크게 상관없다.
9. 같은 스케이터로서 꼴불견이 있다면?
이민혁 – 일단 같이 타는 기물에 묻지도 않고 왁스 겁나 칠하는 사람들.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왁스를 바르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다. 자기 보드에 왁스칠을 해도 되는데… 나는 왁스보다는 속도를 이용해서 기물을 타기 때문에 왁스가 많이 발라져 있는 걸 모르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정필규 – 뭔가를 강요하는 것. 꼴불견이라기보다는 불편한 점이다. “이건 이렇게 해야 된다”, “왜 이걸 이렇게 했어” 등의 말들?
조광훈 – 스케이트보딩이 목적인지 동호회 활동이 목적인지 불분명한 사람.
10. 스케이트보드를 단순히 스포츠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수민 – 하하. 나는 그냥 단순하고 멍청하게 접근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스포츠는 목표, 또는 기록을 위한 운동이라든지 건강을 위한 수단 같은 것이다. 그러나 스케이트보드는 이러한 스포츠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일종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깊게 들어가기는 힘든 문화?
송대섭: 스포츠가 될 수 없는 게 스케이트보드는 너무 주관적이라 기타 스포츠 종목처럼 기술과 내용을 규격화시키기 힘들다. 만약 일정한 기준으로 규격화시키더라도 그건 스타일이라는 점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기 때문에 스포츠가 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스케이트보드는 끝나버린다. 스케이트보딩은 그냥 놀이 아닌가? 답 없는 놀이지.
조광훈 – 각자의 관점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스케이트보딩을 스포츠에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스케이트보드가 스포츠라면,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할 텐데 스케이터들을 보면 알겠지만 자주 다치고 부러진다. 스케이트보딩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타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도 그냥 재밌고 멋있어 보여서 시작한 거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상, 사진,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양식이 스케이트보드와 만나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스포츠 역시 스케이트보딩과 교집합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지승욱 – 관점의 차이다. 자신이 X-game 스트리트 리그에 나가서 우승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그런 스케이트보딩을 원한다면 스포츠가 될 수도 있지만 보드를 타면서 내면의 세계를 알아가거나 사소한 스타일에서 매력을 느끼는 타입이라면 행위 예술로서의 스케이트보딩을 지향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보다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1. 같은 맥락으로 큰 스폰서가 붙는 스케이트보드, X-Game 대회가 스케이트보딩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하는가?
송대섭 – 사실 스케이터들이 그런 대회를 많이 욕하는 부분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사실 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다. 하면 하는 거지 뭐. 다만 전체적인 스케이트보드 신이 대회에 초점이 맞춰지면 스타일이 표준화되기 쉽다. 특히 꼬맹이들은 똑같은 스타일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 스케이트보드 파크에 가끔 가보면 이미 스티지(Steeze)하게 흐트러지지 않은 스타일로 타려고 하는 애들이 많더라 .
조광훈 –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 둘 다 있는 것 같다. 큰 기업이 주관하는 대회는 스케이터로서 출세를 열어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스케이터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친구들이 돈을 많이 버니까. 어떻게 보면 스케이터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다. 그게 구리다고 생각하면 안하면 되는 거다. 큰 대회를 통해 스케이트보드 산업을 더욱 크게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메이저 기업들이 끼어들어서 예전부터 뚝심 있게 서포트하던 작은 회사들이 무너져 결국엔 신이 사라지는 것?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장단이 있는 것 같아서 어느 한쪽이 옳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지승욱 – 스케이트보딩의 본질을 잃었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큰 대회도 어느 정도 필요한 요소인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많이 커지긴 했지만 사실 국내에서 스케이트보드는 아직도 극소수의 문화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보드와 생계를 연결시킨다면 대회는 그들의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대회에 스폰서가 붙으면 스케이트보드가 알려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운영만 잘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신 자체를 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12. 아무래도 스케이트보드는 그 성격상 타인, 공공장소, 사유지에 피해를 입힐 여지가 많다.
송대섭– 감안하고 타는 거다. 안 그러면 보드 못타지. 초등학교 다녔으면 모두 알 텐데? 남에게 피해주면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소리지 않나. 그런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스케이트보드다.
정필규 – 깊게 생각은 안 해봤다. 남들이 뭐라 그래도 잘만 타는 편이라. 하하. 그런데 그 뉘앙스 자체가 스케이트보딩의 성격이라서 그들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이것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도 웃기는 얘기다. “다 좆까”의 마인드도 있다는 거지. 이 곳에서 타지 말라고 하면 왜 안 되냐고 반문하고 싶은 거다. 남의 사유지니까 안 된다는 이유 말고는 더 그럴싸한 말이 없을까. 너무 틀에 박힌 생각 같다. 남의 벽에 월라이드(Wallride)를 해서 벽이 더러워진다고 가정하자. 그 벽은 아름답지 않은 벽인가? 뭐 다 됐고 일단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하면 짜증나니까. 사실 그뿐이다.
지승욱 – 시끄러운 건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스케이터들도 너무 민폐를 끼치는 행위는 피하려고 노력하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해 못하겠지만.
Polar Skate Co. Promo 영상
13. 요새 가장 꽂힌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는 무엇인가.
김수민 – 너무 많은데 최근에는 훅업(Hook-Ups)을 유심히 보고 있다. 요새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보면 대개 언더그라운드의 느낌을 낸 것들이 많다. 뉴욕도 그렇고 유럽에서도 VHS로 많은 영상들을 제작하지 않았나. 그런데 훅업은 스케이트보드의 더 오래전 감성을 건드린다. 예를 들어 마이크 발레리(Mike Vallely)가 한창 활동할 때의 스케이트보딩을 재현하는 것 같다. 지금의 스케이트보드 모양을 갖추기 전 마치 예전 체육사 보드처럼 올드보드 쉐이프를 타던 사람들이 만드는 영상이라고 착각이 들만큼 그들은 다른 어느 회사보다도 아주 오래전 감성을 끄집어낸다. 막연하게 80년대 스케이트보딩을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것들이 훅업에서 내놓는 영상들과 일치한다.
이민혁 – 스웨덴의 폴라 스케이트. 그리고 펀(Pawn)샵이 멋지다. 펀샵 스케이터들의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영상도 항상 체크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는 정말 다 멋진 것 같다.
정필규 – 요새 많이 보는 브랜드가 야드 세일(Yard Sale)하고 비앙카 샹동(Bianca Chandon), 이렇게 두 개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기존의 브랜드 움직임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차별화되는 점이 재미있다. 일단 야드 세일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케이트보드 비디오에 워낙 매력을 느꼈다. 비양카 샹동은 스케이터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스케이터, 알렉스 올슨(Alex Olson)의 브랜드라는 점에서 일단 관심이 가는데 뭔가 Gay Shit 같으면서도 디스코 감성이 묻어나는, 기존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는 다른 점들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야드 세일의 의류는 구매할 의사가 있지만 비양카 샹동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 의류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행보와 방향성에 동의를 하고 서포트하는 행위지 않나? 비양카 샹동은 순수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알렉스 올슨의 개인적인 감정, 생각을 풀어내는 브랜드 같다. 팔려는 생각도 없는 듯하고. 비양카 샹동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웹 사이트도 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 일방적인 전달에 가깝다. 이러한 행보들이 흥미진진해서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려고 한다. 그런 매력에 팬들이 더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승욱 – 개인적인 취향은 마젠타(Magenta Skateboards)와 폴라. 유럽의 브랜드는 유럽의 색깔을 가지고 가면서도 미국 동부 스케이팅의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매력적이다.
Strush Wheels ‘Cityscape’ Lui Araki 파트
14. 가장 스타일리쉬한 스케이터를 꼽자면?
김수민 – 토이 머신(Toy Machine)팀의 조쉬 하모니(Josh Harmony). RVCA, 토이머신 스케이터이자 포크 싱어다. 언제나 포마드를 말끔하게 발라 넘긴 깔끔한 헤어 스타일로 서부영화에서나 나올듯한 70년대 컨추리 음악을 한다. 사람 자체가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빈티지다. 그런데 스케이팅 스타일은 또 굉장히 빠르고 과감하며, 나이도 많은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는 빈티지 차, 빈티지 베스파 등 옛날 것들에도 환장한다. 옛 것을 좋아하는 스케이터라니, 멋지지 않은가.
정필규 – 이것도 너무 많은데… 이건 진짜 너무 많다. 지금 딱 떠오르는 스케이터는 케빈 로드리게즈(Kevin rodriguez). 그는 뭔가 넥스트 레벨이다. 스타일 자체도 멋지고 그의 파트는 일단 다 멋있고 재미있다. 인터뷰에서 본건데, 케빈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파트를 만드는 필르머에게 ‘플립(Flip)’류의 트릭을 넣지 말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개인 파트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는 얘기다. 물론 각종 플립도 잘 하겠지만 짧으면 1분에서부터 5분까지 자신의 개인 파트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 이미 확신이 선 스케이터다.
지승욱 – 일본의 루이 아라키(Lui Araki). 그의 스케이트보딩은 행위 예술에 가깝다. 그리고 제 2의 마크 곤잘레스가 될 수도 있었던 큄 카도나(Quim Cardona). 국내에서는 밥정일(이현신). 어린 나이에 스타일리쉬하게 잘 탄다.
15. 과거 스케이트보드 신발은 DVS, ES, DC, Airwalk 등 투박한 신발이 주를 이뤘는데 요새는 다시 Converse, Vans 등 얇은 신발이 많이 보인다. 어떤 이유에선가?
송대섭 – 스케이트보딩이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부분이 많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는 투박하고 큼지막한 패션이 유행이어서 맞춰가다가 요새는 또 트렌드에 맞게 변화한 것이 아닐까? 그때 신발이 내구성은 더 좋았던 것 같다.
지승욱 – 유행이다. 예전에도 Vans나 Converse를 많이 신었고 다시 패션 사이클처럼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렀다. 장비도 예전에는 넓게 타다가 90년도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작은 사이즈를 탔고, 지금에 와서 다시 넓어졌다. 그에 따라 스케이터들이 추구하는 스타일도 테크니컬한 기술에서 다시 기본적인 트릭 위주로 바뀌었다. 패션, 스케이팅 스타일, 인더스트리 모든 것이 맞물려 사이클을 이루는 것 같다.
16. 트랜지션(Transition)과 스트리트(Street), 어떤 스타일을 더 선호하는가.
정필규 – 글쎄. 어느 쪽을 선호하고 자시고 나는 트랜지션은 전혀 할 줄 모른다. 스케이트보드를 접할 당시 스트리트 스케이팅을 동경해 자연스럽게 그 쪽만 파왔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스케이터 목록의 많은 부분을 트랜지션 베이스의 스케이터들이 차지하는데, 거리에서도 드러나는 터프함이라든가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좀 더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트랜지션 스케이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타보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시도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는…
최재승 – 굳이 꼽자면 스트리트. 처음 시작할 때는 트랜지션을 많이 탔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건 스트리트다. 트랜지션은 파크를 가야만 탈 수 있지만 스트리트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스팟을 발견하고 트릭을 시도하는 등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17. 프로 스케이터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광훈 – 일단은 스폰서가 생기고 나서부터 남들 눈을 의식하게 됐다. 그 전에는 내가 어떤 기술을 연습해도 부담이 없었다. 잘 안 되어도 무작정 탔는데, 스폰서가 생기고 나를 알아보는 스케이터가 많아질수록 사람들 앞에서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어느새 움츠러든 것 같았다. 그래서 스케이팅 스타일에 신경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최재승 – 사실 바뀐 건 없다. 그러나 레드불 인터네셔널 스케이터로 활동하면서부터 이전보다 몸을 챙기고 보드를 집중해서 타려고 한다. 이전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해서 탔는데, 요새는 보다 진지하게(Serious) 타고 있다. 장난치다가 다치면 안 되니까.
Redbull International 소속 스케이터 최재승
18. 한국에서 프로 스케이터로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나?
조광훈 – 국내에서 순수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스케이터가 나를 포함한 반스(Vans) 팀 멤버를 비롯해 열 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재승이 아마 가장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만큼 잘 타니까. 하하. 그 외 나머지 라이더들은 금액이 크지 않아 여유 있게 생활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각자 따로 직업도 가지고 있다.
최재승 – 사실 한국에서 프로 스케이터로 먹고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스케이터들은 아르바이트 혹은 직장이 따로 있다. 나는 레드불 덕분에 순수하게 프로 스케이터로서 살 수 있다. 이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기회를 다른 스케이터들과 최대한 나누려고 한다. 나만 잘 되어 봤자 아무 소용없다. 스케이트 신이 커져야 나도 그렇고 수많은 스케이터들이 스케이트보드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19. 해외 스케이터와 국내 스케이터의 차이점은?
조광훈 – 개인적으로 많은 차이를 느꼈다. 국가별 특성에 따라 스타일도 모두 다른 것 같다. 대체적으로 봤을 때 해외 스케이터는 스케이트보드 하나에 진심으로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 친구들은 하루 종일 스케이트보드만 탄다. 대체적으로 나를 포함한 한국 스케이터들은 새로운 스팟을 발견해도 좀 재고 고민하는 것 같은데, 외국 애들은 실패하든 말든 그냥 바로 트릭을 걸어버린다. 쫓겨나는 것도 별로 신경 안 쓰더라. 5분 뒤에 쫓겨나는 상황이 올지라도 일단 고민 없이 그냥 탄다.
최재승 –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미국 스케이터는 거칠 것 없다는 듯이 탄다. 평소 삶의 태도가 그대로 스케이트보딩에 드러나는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스케이터들은 뭐 다 비슷한 것 같다.
20. 현재 한국 스케이트보드 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승욱 – 국내 스케이터를 보면서 자신들이 만든 틀 안에 조금 갇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성상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주변을 많이 돌아본다면, 발전요소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최재승 – 한국의 모든 팀들, 그러니까 스턴트 비(Stunt-B), 케이던스(Kadence), 아오리 파크(Aori Park), 로썸(RVVSM) 등 다양한 크루, 또는 회사에 속한 스케이터들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미국도 브랜드가 있고 팀이 있지만 자기들끼리 타기도 하고 때로는 모두 다 같이 타면서 즐기는데 비해 한국은 신도 작은데 오히려 흩어져서 따로 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서울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이 그렇게 적지는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오늘 나 혼자 타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나마 팀에 관계없이 자주 보는 건 필르머들이다. 다 같이 타면 서로에게 모티베이션(Motivation)도 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미국 스케이터들은 못타면 같이 타고 싶다고,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유명한 놈이든 아니든 같이 타고 노는 게 걔네들 방식이다. 한국은 자기 실력이 부끄러워서 혼자 타는 스케이터들이 많다. 그 사람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좋겠지만, 잘 타는 사람들이 스팟에서 이끌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스케이트보딩은 진짜 자유로운 문화인데, 가끔 그렇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21. 한국의 스케이트보드 신 성장을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송대섭– 스케이트보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스케이트보드가 잠깐의 유행, 패션이 되기보다는 지속되는 무언가, 찐득한 문화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을까? 인식의 변화를 위해 스케이터들이 노력해야 한다.
조광훈 – 사실 군대가 한국 스케이터들에게 많은 타격을 준다. 잘 타던 친구들이 군대에 갔다 와서 안타는 경우도 더러 봤다. 이러니 중간 세대가 없어지기 일쑤고, 남은 스케이터들은 전부 어리거나 나이가 너무 많다. 20대 초중반 스케이터들이 많아야 신이 좀 탄탄해질 텐데 지금 스케이터들은 세대 간 차이도 커서 여러모로 좀 아쉽다. 또한 일반인들이 스케이트보드를 접했을 때,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맛만 보고 다시 빠져나가지 않도록 탄탄한 저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스케이터들이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크루저로 겉을 핥고 나서 수박을 제대로 한번 맛보고 싶을 때, 스케이트보드 깊숙이 들어올 수 있도록 스케이터 스스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승욱 – 스케이트보드를 엄청나게 잘 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작업은 무궁무진하다. 스케이트보딩,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업무, 사진, 영상, 글, 뭐가 됐든 간에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각자의 활동을 이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어린 나이에 시작하면 좋겠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지만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분명 재밌고 멋진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 스케이터, 신페이가 속한 일본의 스케이트보드 프로덕션, 타이트 부스(Tightbooth Production)도 처음에는 동네 크루였고, 그 당시에는 물론 볼품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갔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하는 집단이 되었다. 만든 결과물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리고 각각의 스케이터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감정이 섞인 비난은 발전에 해를 끼친다.
22. 향후 스케이트보드 산업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가?
조광훈 – 근 몇 년 동안 크루저 보드(Cruiser Board)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스케이트보드 시장이 전체적으로 활발해졌고, 최근에 들어서 다시 거품이 빠지는 것 같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확 늘어나거나 시장이 갑자기 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인 흐름은 잘 모르겠다.
지승욱 – 어디까지 더 클지는 모르겠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엄청 커졌다고 할 수 있으려나? 스케이트보드 시장은 현재 찰만큼 찼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도 들어올 만큼 들어왔고. 근래 유럽발 인디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독립적인 신도 만들어진 것 같다.
23. 스케이트보딩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변한 점이라면.
김수민 –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하면서 바뀐 점은 엄청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체감이 되는 부분은 스스로 바른 소비습관을 만든 것이다. 스폰서 없이 오랜 시간 스케이트보드를 탔고, 16세가 되던 해에 집안의 사정이 안 좋아져서 계속 보드를 타려면 혼자 돈을 벌어야 했다. 고등학생시절부터 밤마다 파트타임으로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니까. 그래서 차츰 충동구매나 사치, 술 담배에 쓰는 돈을 줄이면서 지금의 취미를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
이민혁 –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나는 동네 말고는 어딜 혼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멀리 가는 날은 항상 가족들과 함께 외출할 때였다. 그래서 서울에 살지만 서울은 나에게 있어서 낯설고 위험한 곳이었는데, 보드를 타면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보드 타러 여기 저기 다니고 지방으로 투어도 다니면서 내가 가진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
조광훈 – 중2때부터 보드를 탔기 때문에 사실 뭐가 변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보드를 타면서 내가 뭘 해야 되는지 가장 잘 알 수 있었다.
24. 스케이터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이민혁 – 다치지 않고 오래 타고 싶다.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조광훈 – 내 풀 렝스 파트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최재승 – 명성을 좇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보드를 지금보다 더 잘 타고 싶다. 대회 트레이닝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생각이다. 나는 더 이상 걷지 못할 때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탈 것이라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를 더 먹고 나서 프로 스케이터가 아닌 비즈니스로 생각하자면 케이던스에서 스케이트보드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스케이트보딩에 국한되지 않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25. 이제 막 보드를 타기 시작한 친구들에게 스케이트보드를 더욱 즐겁게 탈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말해 달라.
김수민 – 조언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 싶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뚜렷한 결과를 바라지 않고 무던히 탔다. 경쟁의식을 버리고 스케이트보드가 일상에 젖어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술에 대한 욕심보다는 스케이트보드와 친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편하게 탈 수 있지 않을까?
송대섭.- 친한 형 동생들과 아무 생각 없이 타는 것.
이경민 – 잘 타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스팟을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더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타면 그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타는 것이 훨씬 재미있으니, 새로운 스팟을 겁내지 않는다면 자신의 스케이트보딩이 더욱 재밌어질 것이다.
이민혁 – 안 되는 기술이 있으면 너무 억지로 하지 말고 다른 것도 많으니 다양하게 시도해봤으면 더 재밌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자신 있는 트릭은 자주 시도할수록 더 즐겁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
정필규 – 아이러니한 이야기인데, 너무 스케이트보드만 바라보고 있으면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보드에서 한 발짝 물러서면 느끼지 못했던 것들, 다양한 아이디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스케이트보드를 탄다면 더욱 재밌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조광훈 – 기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그러나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실력 역시 늘지 않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어릴 때는 그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도하고 기술을 흡수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게 집착처럼 느껴져서 어느 순간부터 싫어지더라. 그러나 어린 친구들은 어느 정도 달라붙어서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 친구들이 그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도 않겠지만. 하하.
지승욱 – 트릭에 구애받지 않는 것. 전 세계적으로도 핸드레일(Handrail)을 누가 더 큰걸 탔느니, 계단 몇 개를 뛰었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화두지만, 사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즐겁게 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재밌게 타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최재승 – 같이 즐길 수 있는 크루들을 만들거나 찾아서 서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스케이트보드는 자기 자신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드를 즐기는 방법을 남이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케이트보드를 대하는 방식은 각자 다 달라서 개인적인 부분을 내가 조언해 주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다만 꾸준히 탄다면,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방법쯤은 스스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행/텍스트/편집 ㅣ 권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