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유려한 선을 갈고 닦는 아티스트, Jason Kolenda

‘6 Artists’는 VISLA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6인의 아티스트를 선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세 달에 한번 계간지로 펴내는 페이퍼 매거진에 포스터 형식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제공되던 작품과 그들의 배경을 살펴보는 짧은 질의응답은 이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뜻으로, 이제부터는 VISLA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이는 호주 멜버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제이슨 콜렌다(Jason Kolenda). 러프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유려한 선으로 80~90년대의 캐릭터를 재현하는 그는 음악과 패션, 스케이팅, 홈 파티 등 서브컬처의 저변에 뿌리내린 자신의 영감을 또 다른 에너지로 탄생시키기 위한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와 나눈 짧은 대화는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제이슨 콜렌다(Jason Kolenda)다. 호주 멜버른 출신의 아티스트고, 블링커플루이드(Blinkerfluid)라는 인스타그램 계정,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지금의 작풍을 추구하게 되었나?

음악과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에너지를 닮아가는 것이 가장 큰 동기였다. 스케이팅과 음악 및 패션은 이미지 자체의 주요 영감이며,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영역이다. 커가면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항상 스케이트 비디오를 보았을 때 보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상과 대조되는 전경, 그리고 배경에 숨어있는 갖가지 요소는 내가 평소 생활에서 접하는 것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재미를 준다.

또 하나 내가 집착하는 요소는 라인 작업이다. 라인이 제대로 그려진 그림은 막강한 힘과 매력을 지니게 된다고 믿는다. 각 선의 올바른 조합, 끊고 연결하는 흐름과 그 밀도는 멋진 그림의 중요한 요소이며, 대부분의 경우 컬러링을 한다고 해도 이는 거스를 수 없다고 느낀다. 나는 여전히 완벽한 선을 향한 여정에 있지만, 오랫동안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복합성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만약에 진짜 완벽한 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김정기 비디오를 검색해보라. 그의 선은 진짜 매력적이고, 난 그에 대해 내내 떠들 수 있다.

난 그림을 그릴 때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할 수만 있다면 더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다.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럴 땐 사용하는 펜을 바꾸거나 다른 주제로 옮겨간다. 그림에서 또 그림으로, 그림을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 좋든 나쁘든 그 과정은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

초창기의 작업 스타일도 궁금하다.

드로잉을 시작할 즈음에 대한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내가 10살 정도였을 때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라는 게임에서 본 자동차를 작은 스케치북에 옮겨 그렸던 것이다. 디자이너인 엄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줄곧 그림을 그렸다. 십 대였을 때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열렬한 팬이었고 많은 작업을 그의 표현주의적인 스타일에 기반을 뒀다. 고등학교가 끝나갈 무렵 나는 때때로 형태와 비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학습하면서 사람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더 좋은 방법을 배우기 위해 생활 그림 수업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공부를 학사 과정까지 계속했지만, 발전은 그 이후 계속해서 내가 잘 그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더 큰 정신적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데서 비롯되었다.

작품에서 힙합,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상징적인 요소가 빈번히 등장한다. 그 중 특히 스니커와 바지가 눈에 띄는데, 본인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핏의 바지와 스니커를 소개해줄 수 있나?

오, 정확히 봤다. 내가 가장 영향을 받은 두 족의 스니커는 90년대 에어 맥스 제품과 DC 슈즈(DC Shoes)의 링스(Lynx) 모델이다.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때는 항상 90년대의 의류를 입는 편이다. 또 난 줄곧 중고품 가게에서 가장 크고 통이 넓은 바지를 사려고 노력해왔는데, 시제품을 파는 숍에는 그 어디에서도 헐렁한 바지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넓은 바지를 구하는 게 일종의 사투와도 같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바지가 어디에나 있고 나는 꽤 만족하는 편이다. 브랜드 버터(Butter)는 최고의 배기 핏을 선사한다. 너무 만족해서 세 피스를 구매했다. ‘http://wish.com’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카고 팬츠도 정말 힘들게 구했다. 큰 제품일수록 좋다.

3D, 크롬 타입 등 미래 지향적인 그래픽이 성행하는 동시대 그래픽 동향과 견주어 볼 때, 당신의 러프한 드로잉은 특정 시대적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작품에 영향을 받는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한다면.

항상 전통적인 이미지에 끌려왔다. 내 스타일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디지털 드로잉, 페인팅을 한 경험은 없다. 특히, 아이패드나 컴퓨터에서 그림을 확대하고 수정하는 방식은 그림을 쌓아 올려 제작하는 과정의 가치를 잃게 한다. 물론 이러한 작업 방식을 존중하지만, 나에겐 맞지 않는다. 시대적 측면에서 내 작업은 확실히 80~90년대의 캐릭터를 좇는데 연관이 있다. 영감이 필요할 때는 옛날 힙합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그래피티 캐릭터를 게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는 걸 좋아한다.

멜버른은 다른 도시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 것 같나?

다른 나라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보진 않았지만, 몇 군데를 방문한 결과 멜버른에선 더 여유로운 감상을 느낀다. 아마 내가 평생 이곳에 있었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멜버른 내에서는 무엇을 하든 같은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이 여행하고 세계의 다른 장소에 있는 비슷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시간을 보낼 필요성을 느끼고, 곧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또 당신의 그림에서는 나이트 라이프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멜버른에서 작품에 가장 영감을 주는 장소와 그 분위기를 묘사해줄 수 있을까?

나는 내 호미 디제이들과 집에서 파티를 개최한다. 클럽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내 그림의 배경은 부엌과 거실, 침실에서 친구들과 헛소리를 지껄이고 음악과 음악 사이를 오가는 그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홈파티에서는 그라임과 드럼앤베이스, 정글, 힙합을 많이 듣는다. 멜버른 시내의 클럽에서는 접하기 힘든 음악이다.

당신의 작품에 대한 가장 기분 좋은 피드백은 무엇이었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나를 언급할 때가 가장 기쁘다. 특히 그들이 오랫동안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왔다면 더욱 그렇다. 커뮤니티에 지식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의 가치를 굳게 믿는다.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그저 기쁘다.

당신의 그림은 때로는 반항적이거나, 거친 특성을 띠는데, 혹시 미술계에 불만인 점이 있다면?

확실히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한 가지 언급하자면 오늘날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를 많이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은 오랫동안 무언가를 작업하고 실제로 본질적인 것을 이해하려는 욕망보다 훨씬 더 큰 것 같다. 누군가는 하룻밤 사이에 성공을 거두는데, 누군가는 1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양측 모두 충분히 가능한 세상이라고 느낀다. 다만 전자의 경우 현실감이나 진정성 있는 표현이 대부분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내 주변의 창의적인 사람들이 진실하다고 느끼고 신(Scene)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모든 것에 심술궂은 비평가처럼 보이고 싶진 않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단지 내가 하는 일에 매우 열정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앨범을 세 장 추천해달라.

Chase & Status – RTRN II JUNGLE
DoloRRes – It’s All Happening Somewhere Else
Capone-N-Noreaga – The War Report

Blinkerfluid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한지은
Image│Jason Kolenda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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