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거의 노래 : Sunaoira ‘Noise’

존 케이지(John Cage)의 획기적인 발명 ‘우연성 음악’에선 음악가 자신의 의도가 배제된, 무작위에서 일어나는 불확정성의 소리들도 음악 요소로 간주한다. 모터 소리, 혹은 스피커 피드백 등 고막을 찢는 불쾌한 굉음일지언정,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훗날에는 존 케이지의 우연과 불확정성에 영향을 받아 오직 소음으로만 구성된 음악도 탄생했다. 오늘날 소음, ‘노이즈(Noise)’라 불리는 음악의 한 갈래가 바로 그 정체다.

주변 소리의 가치를 자각하고 그중 소음만을 의도적으로 담은 음악 노이즈는 그야말로 굉음의 향연, 누군가는 귀를 틀어막을 소리가 담겼다. 반면에 노이즈를 아주 즐겨 듣는 마니아들도 존재한다. 능동적인 청취의 태도로 노이즈를 음악으로 즐기며 음반 또한 수집하는 비범한 괴짜들. 이번 ‘디거의 노래’ 주인공인 수나오이라(Sunaoira), 본명 구본영 역시 ‘이명’ 증상에서 비롯된 가늘고 긴 소음을 자각한 후 노이즈 음악을 쫓은 괴짜스러운 마니아이자 노이즈 음반을 수집하고 턴테이블에 올려 감상하는 레코드 컬렉터다.

현재 구본영은 대전의 레코드숍 ‘아일 레코드(Aisle Records)’의 운영자로 ‘디스콕스(Discogs)’와 유튜브에 자신이 모은 음반과 그 음원을 아카이빙한다. 우리의 옛 가락과 더불어 80년대 재패노이즈(Japanoise), 아방가르드, 실험 음악 레코드도 전문으로 수집, 여기에서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에서조차 데이터가 전무한 희귀 음반을 다수 소개했는데 구본영이 직접 음반을 리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해준 덕에 그 알맹이를 독자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

들어가기에 앞서 “무엇인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때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 첫 질문은 왜 그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냐는 것이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라고 존 케이지가 남긴 말을 지침으로 삼길 제안한다. 아마 이번 노이즈 탐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화에 앞서 간단한 소개를 먼저 부탁한다.

레코드 컬렉터 구본영이다. 26살이고 얼떨결에 레코드숍과 음반사도 겸하여 운영 중이다. 가끔 디제이도 하고.

과거 아일 레코드는 대전의 디제이 이수호와 윤후를 주축으로 하우스, 테크노 레코드를 주로 소개했고 현재는 구본영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운영하게 됐나?

이수호는 미국으로 떠났고, 윤후가 혼자 온라인으로만 운영을 이어가려고 하던 참에 내가 대리 판매를 겸하여 아일 레코드를 이어받게 됐다.

지금의 아일 레코드는 어떤 레코드를 소개하나?

주로 이지리스닝 재즈나 훵크, 소울, 가요 희귀반을 다룬다. 실험 음악을 찾는 손님이 있다면 관련 음반도 내어드리고 있다.

대전의 레코드 시장에 관해 들려 달라.

여기저기 레코드숍이 들어서는 중이다. 가게마다 찾는 손님의 형태가 다른 듯 하다. 아일 레코드는 이제 갓 바이닐 레코드에 입문한 손님이 가장 많다. 그리고 간혹 곤조 있는 손님이 찾아온다.

곤조가 있는 손님이라면?

음반을 많이 들어봐서 주관이 뚜렷한 손님들이다. 그런 손님들에게는 대전 DJ 커뮤니티에 초대하고 싶다며 제안한다. 그렇게 커뮤니티에 30명 정도가 모였다.

어린 나이에 이미 많은 레코드를 소장하고 있다. 언제부터 모았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모았다.

약 10년 전부터 판을 모았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고등학교 때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학교에 적응하지도 못 했다. 그때 유튜버 안소니 판타노(Anthony Fantano)가 레코드 가게에서 뭘 샀는지 리뷰하는 영상을 봤다. 그걸 처음 본 것을 계기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Lonerism]을 구매했다. [Lonerism]이 내 첫 번째 바이닐 레코드다.

의외로 시작은 평범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옛 가요를 모으게 된 계기는?

그 계기는 프랑스 기반의 ‘히루코 레코드(Hiruko Records)’에서 공개된 [Ongaku] 시리즈를 듣게 된 다음부터다. 부틀렉(Bootleg) 시리즈로 음질이 그닥 좋지 않은 레코드였는데 일본 언더그라운드의 사이키델릭을 모은 레퍼토리가 좋았다. 그 뒤로 일본 사이키델릭 음악에 빠졌고, 문득 한국에도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신중현 선생님을 찾게 되고 또 다른 아티스트를 발견했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오늘 가요를 소개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재패노이즈와 아방가르드가 많다.

앞서 출연한 타이거 디스코(Tiger Disco)와 커티스 캄부(Curtis Cambou), 인스타그램 계정 @rok_vinyl_digging의 맥스 발혼(Max Balhorn) 등 수많은 고수가 가요 음반 분야를 나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노이즈와 실험 음악 청자가 적은 것도 아쉬웠고. 재패노이즈의 선봉장 메르쯔보우(Merzbow)는 충남 공주시에서 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고 또 백남준 역시 해외에서 음악가로 알려지기도 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노이즈, 실험 음악 문화를 좋아하는 청자가 있을 법하다. 그런데 그러한 이야기를 나눌 매체나 정보가 별로 없다. 이번 ‘디거의 노래’를 계기로 노이즈 음악의 청자가 늘어나길 바란다. 또 내가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수집 분야라 더욱 정이 더 가기도 했다.

실험 음악, 재패노이즈를 즐겨 듣게 된 이유가 있나?

어머니가 일본어 강사로 일본과 왕래가 잦아서 그때 일본 음악을 자주 듣다보니 특히 정이 붙은 게 아닐까 싶다. 노이즈 음악의 경우는 귀가 좋지 않아 이명이 생긴 것이 계기인 것 같다. 이명이 생긴 뒤로 콘서트에 가면 특정 주파수에서 노이즈가 껴버린다. 그게 버릇이 돼서, 희한하게 재패노이즈와 같은 난해한 음악에 마음이 가더라.

그럼 이제 음반을 하나씩 소개를 부탁한다. 먼저 소개할 음반은?

먼저 게로게리게게게(The Gerogerigegege)의 [Senzuri Champion]을 소개한다. 아주 유명한 재패노이즈 앨범이다. 하나타라시(Hanatarash)의 사운드는 오가닉하고 마순나(Masonna)는 너무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등 같은 재패노이즈 계에 있는 뮤지션 각자 고유의 사운드를 지니고 있지만, 게로게리게게게는 딱히 이렇다 할 음악적 특징이 없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그냥 전부 노이즈로 채워진 음반이다. 그래서 더욱더 정이 갔다. 내가 처음 접한 재패노이즈기도 하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면 ‘음악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티스트다. 개인적으로 판으로 찍어낸 것 대부분을 음악으로 간주하는 편인데, 이 앨범에 담긴 노이즈와 [Showa] 앨범에 신음만 40분간 채운 것들을 경험하며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아트 테러리스트라는 느낌을 받았다.

The Gerogerigegege – [Senzuri Champion]
The Gerogerigegege – “Senzuri Champion”

‘디스콕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 음반은 1,000장을 찍어냈다고. 예상보다 더 프레스 수량이 많다 싶었는데 장당 1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 그만큼 재패노이즈 팬이 많으며 수요가 높다는 의미일까?

수요도 많거니와 재발매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리마스터링에 조금 손을 댄 CD 버전은 있는데 정식 재발매는 없으니 비싼 게 아닐까? 그리고 [Senzuri Champion]은 특별한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앨범 전까지는 메르쯔보우가 운영하는 ‘ZSF 프로덕트(ZSF Produkt)’에서 발매하거나 혹은 레이블 없이 통신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발매했는데, [Senzuri Champion]을 계기로 레이블 ‘비즈 어 비즈 오디오 아츠(Vis A Vis Audio Arts)’가 설립되고 게로게리게게게의 음반 체계가 확립됐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황병기의 [미궁]이다. 가요에 빠지게 되면서 한국 실험 음악에 꽂혔던 앨범이 황병기의 [미궁]이었다. [Ongaku] 시리즈를 한창 들을 당시 회사 팀장님이 [미궁]을 들어야 귀가 뚫린다고 추천했던 앨범이다. 한창 일본 음악에 심취했을 때라 한국 음반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들어보니 코끝이 살랑살랑하고 느낌이 오는 것이다. 그때부터 푹 빠졌던 앨범. 이 앨범을 접한 이후로 재패노이즈와 여러 아방가르드 음악을 찾아 듣게 됐다.

황병기 – [미궁]
황병기 – “미궁”

[미궁]은 어떤 음악인지 소개해줄 수 있나?

[미궁]은 사실 별도의 소개가 필요 없다. 워낙 유명한 음악이니까. 게임 “화이트데이” 사운드 트랙과 효과음으로 사용되어서 내 또래나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세대라면 대부분 알 만한 실험 음악이다. 창을 했던 무용가 홍신자의 웃음 소리가 귀신 소리로 쓰이면서 다시 유명해지기도 했으니까. 한편 초연이 75년인 사실에 깜짝 놀랐다. 75년 한국에서 가야금을 이 정도로 활용하여 소리를 낸 사실이 놀라웠다. 마손나 등의 일부 재패노이즈 음반에도 가야금이 활용되는데 모두 황병기 [미궁] 이후에 탄생한 것이다. 또한 황병기의 다른 음반은 모두 일반적인 가야금과 국악적인 소리인데 이 [미궁]만이 특별한 소리를 낸다. 디제이 용녀(dydsu)가 ‘만평’에서 어느 앰비언트 트랙과 황병기의 가야금 곡을 45RPM으로 섞은 것을 봤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관객의 반응이 칙칙하거나 좋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철판을 깔고 자신의 음악을 트는 것이 놀라웠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다음은 [Azabu 1980]을 소개한다. 지난 3년간 갖고 싶었던 음반이고 얼마 전에 겨우 구할 수 있었던 LP다. 내용은 스포큰 워드(Spoken Word)와 뮤직 테잎 박스(Music Tape Box)가 등장하는 정도의 아방가르드 음악. 사실 ‘ ALM 레코드(ALM Records)’에서 뜬금없이 노이즈가 발매된 데 호기심을 가져서 어렵사리 구한 앨범이다. ‘ALM’은 클래식이나 프리 재즈에 매진한 레이블인데 [Azabu 1980]은 그런 레이블에서 뜬금없이 발매된 노이즈다. 음색이 오히려 미니멀리즘 음악을 카세트에 담아 발매하는 ‘DD. 레코드(DD. Records)’와 비슷하다.

麻布学園 – [Azabu 1980]
Shin Sato – “講義録”

인터뷰를 준비하며 가장 미스테리한 앨범이라 생각했다(인터뷰 당일인 2월 12일까지 [Azabu 1980]에 관한 정보와 음원 데이터가 없었다). 제목을 통해 어렴풋이 도쿄 아자부에서의 잼 혹은 필드 레코딩 앨범이라 예상했는데.

필드 레코딩 성향이 좀 강하긴 하다. 그런데 재패노이즈 뮤지션 인료후엔(Inryo-Fuen)의 [行進曲(행진곡)] 정도의 현장감을 담지는 못한 앨범이다. 오히려 사토 오사무(Osamu Sato)와 비슷한 노이즈 앨범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鷹 = Taka]를 소개한다. 이건 노이즈라기보다는 모던 클래시컬에 가까운 현대 음악 LP다. 박스셋으로 속지는 대부분 서예에 관련된 그림이 차지하고 픽쳐 디스크로 구성됐다. 따라서 곡보다는 서예에 비중이 더욱 큰 음반으로 추측한다. 음악은 호러 영화에 어울릴 법한 모던 클래시컬적인 인트로를 지나 일본 전통의 원맨 만담쇼인 ‘라쿠고(落語)’가 연상되는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Toshi Ichiyanagi – [鷹 = Taka]
Toshi Ichiyanagi – “Kaiko”

비교적 정보가 없는 음반들이다. 이런 음반에 관한 정보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디스콕스에서 열심히 찾는다. 평소 레이블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 레이블을 진득하게 판다. 노이즈, 아방가르드는 심상치 않은 레이블 이름 혹은 자체 제작반을 제작한 레이블을 찾아본다. 또 단순하게 장르적 키워드로 탐구할 때도 있다. 실험 음악, 모던 클래시컬 등의 장르를 검색하고 가격대로 정렬해서 하나씩 들어본다.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피키 피크닉(Picky Picnic)의 [Cynical Hysteria World]을 소개한다. 쿠포 키리코(Kiriko Kubo)가 일러스트를 맡은 만화 “Cynical Hysteria World”의 음악을 피키 피크닉이 맡았고 7인치 두 장의 앨범으로 발매된 것이다. 피키 피크닉은 레지던츠(The Residents), 피터스(Foetus)와 비슷하게 옵스큐어한 전자 음악을 전개하는 듀오다. 특이하게도 동요를 주제로 아방가르드 전자 음악을 선보이는데 꽤 인기가 많아서 독일에도 수출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아쉽게도 멤버 중 한 명이 대마 소지죄로 해체됐다. 근데 얼마 전 트위터를 보니 다시 만나 결성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Picky Picnic – [Crnical Hysteria World]
Picky Picnic – [Crnical Hysteria World]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영화 “AKIRA” 사운드트랙을 맡았던 악단 게이노 야마시로구미(Geinoh Yamashirogumi)의 [輪廻交響 Ecophony Rinne]. “AKIRA” 트릴로지의 첫 번째 시리즈다. 솔직히 사운드트랙을 감명 깊게 들을 것은 아닌데 이 앨범은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당시 60만 원인가? 눈 딱 감고 질러버린 LP. 불교를 테마로 한 다크 앰비언트 실험 음반으로 가믈란 등 인도네시아 전통악을 이용한 것이 좋았다. 텐조 사지키(Tenjo Sajiki)가 시도한 가부키와 록 음악의 크로스오버와 비슷하지만 게이노 야마시로구미는 조금 더 앰비언트적인 시도를 담았다.

Geinoh Yamashirogumi – [輪廻交響 Ecophony Rinne]
Geinoh Yamashirogumi – “Teinshou”

게이노 야마시로구미의 주축인 오하시 쓰토무(Tsutomu Ohashi)를 중심으로 멤버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직업이 아주 다양했다고. 대부분 학생, 의사, 엔지니어 등 직장인으로 이루어진 밴드로 알고 있다. 주축이었던 오하시 쓰토무도 과학자였지 않나?

게이노 야마시로구미의 음악이 ‘빅터(Victor)’ 산하의 ‘인비테이션(Invitation)’을 통해 발매된 사실은 당시 일본이 아방가르드 음악에 매우 개방적이었다는 걸 시사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이사오 토미타(Tomita Isao), 키타로(Kitaro), 호소노 하루오미(Haruomi Hosono)를 필두로 한 실험적 전자 음악가들이 신에 일찍이 등장했던 점은 언제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일본의 음악 신은 당시 어떻게 다양성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한국과 가장 큰 차이로는 아마도 검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은 인구 수 대비 실험 음악을 소비할 층이 있었다는 것이다. 판을 찍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회사 측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국은 인구수도 적었고 노이즈 음악을 좋아할 만한 사람도 많지 않았으니 노이즈 음악이 발전되기 힘든 환경이었다고 추측한다. 그나마 비슷한 실험 음악으로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이라는 곡이 있다. 당시 공장에서 노동하던 분들을 위해 제작된 노래 굿으로 지하 카세트로 발매됐는데, 그 당시 사운드치고는 아주 실험적인 곡이다.

전자음악의 성장은 기기의 발전과 필연적이었다. 노이즈, 아방가르드 음악도 테크의 성능과 맞물려 성장했나?

그런 음악도 있지만, 아주 크게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드 레코딩의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주변에 널린 사물, 이를테면 자전거 같은 물건도 실험 음악에선 악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테크보다는 음악가의 성향, 정신에서 비롯된 발명이 주체가 되어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 곧 노이즈와 실험 음악이라고도 본다. 한국 역시 실험적인 정신은 있었지만, 소비층이 없어서 신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다음으로 소개할 음반은?

사토 마사히코 & 사운드브레이커즈(Masahiko Sato & Soundbreakers)의 [Amalgamation 恍惚の昭和元]을 소개한다. 앞면은 재즈 록, 뒷면은 프리 재즈가 담긴 아방가르드 앨범이다. 전쟁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소리로 A면이 시작되고 원초적인 프리 재즈드러밍을 지나서 고함을 지르며 끝난다. 이 음반 제목의 일본어를 한글로 읽으면 “코오코츠노 쇼와 겐로쿠”다. 일본어 전공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쇼와 겐로쿠’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쇼와 연호의 태평한 시대를 겐로쿠 시대의 번영에 빗댄 말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해석하자면 쇼와 연호의 일대기를 사이키델릭하게 담은 앨범이 되겠다.

Masahiko Sato & Soundbreakers – [Amalgamation 恍惚の昭和元]
Masahiko Sato & Soundbreakers – “Amalgamation Part 1”

표동하는 여러 샘플과 사이키델릭한 악기들 뒤에 빽빽한 드러밍에 놀란 앨범이다. 체력이 엄청난 드러머의 연주에 집중했는데 A면은 디트로이트 출신 재즈 드러머 루이 헤이스(Louis Haynes)가 참여했다더라. 사토 마사히코의 새션 섭외에 관한 배경을 알고 있나?

사토 마사히코는 재즈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사실 이 앨범과 같이 사이키델릭하거나 실험적인 음반은 간혹 발매했다. 그래서 재즈 쪽으로 데뷔를 했고 재즈음반을 많이 냈으니 그렇게 섭외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반은?

미스테리한 전자음악 앨범 [Cosmos Odyssey]이다. 이것도 [Azabu 1980]과 마찬가지로 레이블을 보고 구매했다. [Cosmos Odyssey]를 발매한 ‘사운드 웍스(Sound Works)’ 레이블은 LP를 자체 제작하던 곳이라 평소 이 레이블의 음반을 즐겨 듣는 편. 그래서 찾아보다가 [Cosmos Odyssey]을 발견했다. 뮤지션에 관한 정보도 없다. 프랑스 라이브러리 뮤직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 신시사이저 앨범. 프랑스 라이브러리 음반에 코스모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도 해서 일단 구매하고 들어봤는데 아주 만족하는 중이다. 또 무그(Moog)를 비롯해서 좋은 장비를 많이 사용한 앨범인데 이 한 장을 끝으로 행보가 없으니 더욱더 아쉽기도 하다.

HS – [Cosmos Odyssey]
HS – [Cosmos Odyssey]

아방가르드, 노이즈 음악은 리듬, 멜로디 등의 음악적 구성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일반 대중이 진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끝으로 아방가르드, 실험 음악을 감상하는 팁을 공유해줄 수 있나?

펑크(Punk) 뮤지션 젤로 비아프라(Jello Biafra)의 말을 빌리자면 “펑크는 아무 곳에나 있다”라고 한다. 펑크에 관련된 영화가 아니라도 거기서 펑크 정신을 느꼈다면 그게 펑크라고 했다. 실험 음악, 노이즈도 마찬가지다. 오늘 노이즈를 주제로 음반을 소개했는데 생각과 관점을 달리하여 노이즈, 소음이라 생각하지 않고 음악으로 받아들이면 감상이 쉽다.

Sunaoira 인스타그램 계정
Aisle Recor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황선웅
Photographer │James Kim Junior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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