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시대상을 담는 작가 이주원

‘6 Artists’는 VISLA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6인의 아티스트를 선별,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세 달에 한번 계간지로 펴내는 페이퍼 매거진에 포스터 형식으로 부착할 수 있도록 제공되던 작품과 그들의 배경을 살펴보는 짧은 질의응답은 이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뜻으로, 이제부터는 VISLA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6 Artists’의 주인공은 예민한 관찰력으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패션을 통해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 이주원이다. 그가 서울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아이디어와 영감은 무엇인지 간략한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자.


길거리 속 인물의 군집과 패션 브랜드의 특징을 섞어낸 회화가 인상적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나?

평소 홀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걸어 다니면서, 혹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옷과 움직임, 실루엣 같은 것을 관찰하며 다녔다. 그러면서 어떤 지역이나 특정 장소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그 옷차림이 지역이나 장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처음엔 지역이나 장소를 주제로 작업을 하다가 더 나아가 패션 브랜드나 인물, 색, 영화 등의 사람들 옷차림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의 카테고리를 늘려갔다.

합정과 같은 지역적인 경계나 시장같은 사회구조적 장소, ‘비 오는 날이라는 무드까지 다양한 소재가 패션이라는 필터를 관통한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개인적인 깨달음이 있다면?

패션, 사람들의 옷차림은 단순히 입는 옷의 개념을 떠나서 시대적 상황, 문화의 흐름 등을 느끼게 해주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패션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다.

개파카에어 조던등 국내에서 유행한 아이템들을 주제로 한 작업들도 종종 보인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평소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가?

그렇다. 각각의 사람들이 명확한 색과 아이덴티티가 있는 아이템을 다양한 스타일과 모습으로 소화하지만, 그 안에서도 일련의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러한 옷차림들이 모였을 때 그 아이템이 잘 표현되리라 생각했다. 완성된 작업물을 봐도 그 옷차림이 모여 특정 아이템이 떠오르고 느껴지는 게 흥미롭다.

패션이나 작업에 관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습관적으로 찾는 지역이 있다면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라면?

원래 합정동과 한남동을 자주 다녔는데, 그중에서도 한남동이 흥미롭다. 다양한 연령층과 스타일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느꼈고, 다양한 사람의 스타일이 한남동 곳곳과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다. 최근에 해방촌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곳에서 머무르며 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동네의 분위기는 타지에서 놀러 와서 바라봤던 느낌과는 또 다르다. 그래서 현재는 해방촌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MZ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수식이 붙은 만큼 동시대 젊은층의 문화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MZ 세대가 다른 세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찾는 것이 정말 빠르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과 색깔을 잘 이해하고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표현함에서도 과감하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향후 더 도전하고 싶은 작업의 형태는 패션을 주제로 더 다양한 매체를 실험하는 작업인가, 아니면 패션이 아닌 다른 장르와 결합한 회화인가?

내 작업에서 패션이 빠질 순 없다. 패션을 주제로 더 다양한 영역들을 그려낼 것이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작업이 무궁무진하다.

많은 아티스트가 NFT에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관련 아트 플랫폼에 자본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당신에게도 이러한 미술계의 흐름이 영향을 주는지?

NFT로 인해 아트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같고, 아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작업을 소개할 기회들이 더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장르 불문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창작물 3가지만 소개해 달라.

1. 노상호 작가의 작업
처음 작업을 구상했을 당시 노상호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2. 하종현 화백의 작업
붓 터치로 인한 텍스처가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두 나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3. 조나스 우드 작가의 작업
실물과 똑같이 사진처럼 그리는 것보단 무엇을 그리든 자신의 그림체로 그리는 작업을 좋아한다. 이 작가 역시 그렇고 특히 이 작가의 작업 중에선 농구공이 들어간 작업을 좋아한다. 작품을 봤을 때 갖고 싶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이 내 작품에서 지향하는 바 중 하나이기도 하다.


Editor│권혁인
Image│이주원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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