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체의 가장 은밀한 부위, 그러니까 성기를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성기야말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생물학적 표식인 동시에 수십 년의 세월을 꽁꽁 감춰온 성스러운 기물이지 않은가. ‘그것’이 외부로 드러났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과 이질감이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일지 모른다. 자신의 것에도 낯선 감정을 느끼기 마련인데 남의 물건은 오죽하랴. 하지만 자타공인 전 세계가 인정한 성진국 일본에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매년 4월 첫째 주 일요일 도쿄 가와사키 카나야마(Kanayama) 신사에서 개최되는 강철 남근 축제, 일명 ‘카나마라 마쓰리(Kanamara Matsuri)’를 통해 남근을 향한 다소 낯 뜨거운 사랑이 자유로이 허용되기 때문.

일본어로 쇠(金)를 뜻하는 ‘카나’와 성기를 뜻하는 승려들의 은어 ‘마라(魔羅)’가 합쳐져 탄생한 ‘카나마라 마쓰리’는 남자의 그것으로 가득한 일본의 전통 축제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남근 모형은 물론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는 사탕, 빵, 캔디, 젤리 그리고 모자와 인형까지. 마을 전체가 온통 그것 천지니, 눈을 감고 다니지 않는 이상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카나마라 마쓰리, 이날 하루만큼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대형 남근 모형 위에 올라타거나 그 모양을 한 먹거리를 물고 빠는 사람들로 축제가 활기를 띤다. 

사실 이런 낯 뜨거운 장면의 배경에는 성병 퇴치라는 다소 건전한 목적이 숨겨져 있다. 1600년대부터 1800대 중반으로 이어지는 에도 시대의 매춘부들이 성병으로부터 건강을 기원하며 카나야마 신사를 찾던 것이 그 유래. 1969년 첫 시작을 알린 카나마라 마쓰리는 이 정신을 받들어 지구촌 관광 명소가 된 지금까지 축제의 수익금을 HIV 연구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축제에 관한 다소 코믹한 전설도 전해진다. 가와사키에 살던 한 여성의 성기에 숨어 있던 이빨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 대장장이가 철제 남근을 만들어 물리쳤다는 이야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실제 카나야마 신사 앞 모루에는 이를 기념하는 철제 남근이 우뚝 서 있는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가마 퍼레이드에서도 그 실체가 드러난다. 검은색 철제 남근을 우뚝 세운 가마 카나마라 보트 미코시(Kankiiamara Mikoshi)가 퍼레이드 행렬의 중심에 서며 축제의 의미를 설파하는 것. 이외에도 목재 남근의 칸기아마라 미코시(Kankiiamara Mikoshi)와 핑크색 딜도를 닮은 엘리자베스 미코시(Elizabeth Mikoshi)가 인기 가마로 유명세를 떨친다. 

카나야마 신사는 카나마라 마쓰리가 열리는 4월을 제외하고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만큼은 문란하다거나 더럽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고도 자신의 성 건강을 얼마든지 기원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분명 남 눈치를 필수적으로 봐가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일 터. 이에 더해 일 년에 한 번 남근을 향한 뻔뻔한 욕망의 용광로 역할을 자처하는 카나마라 마쓰리까지 개최되니, 어쩌면 현대인들이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이미지 출처 |  Japan Travel,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