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ght It! / 2022. Aug

어김없이 돌아온 VISLA 에디터의 쇼핑 보고서, ‘Bought It’. 8월 역시 흥미로운 물건과 그에 대한 소개가 줄 잇듯 이어진다. 바이닐부터 스니커, 서적까지. 쉬이 그칠 줄 모르는 그들의 소비를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황선웅 / 에디터 – Maplestory OST Box Set

8월은 메이플스토리 OST 박스셋을 받아본 달이다. 물론 라이센스가 아닌 부틀렉 레코드다. 이 레코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작년 8월 말. 유튜브에 이 레코드를 리핑한 영상이 추천으로 떴을 때다. 그때 나는 해당 영상을 보고 조금 흥분을 했던 것 같다. 내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메이플스토리 레코드의 존재, 그것도 머나먼 타지에서 제작된 사실은 당시 부틀렉 레코드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도 큰 자극이었지. 그랬던 것을 마침내 손에 얻게 된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부틀렉 레코드의 존재를 알게 된 지 거의 1년 만의 일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메이플스토리 박스셋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아마 내가 소장 중인 레코드 중 가장 어렵게 구한 바이닐이 아닐까.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레코드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여느 레코드들의 데이터는 디스콕스에서 얻을 수 있었던 반면 이건 인터넷 어디에도 정보가 남아있지 않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그래서 스스로 방법을 수소문했다.

한국에는 게임 부틀렉 컬랙터가 없으니 인터넷 망령이 되어 검색과 소문을 건너건너 이윽고, 비디오 게임 부틀렉 레코드를 거래하는 세 개의 비밀 그룹에 이르게 됐다. 그룹들은 각자 요일을 지정하여 컬렉터들의 거래를 돕는 장을 열어준다. 나는 그때마다 간절하게 글을 적었다. “In search of Maplestory Boxset”이라고. 그렇게 4개월이 지났을 쯤 연락이 온 캘리포니아 거주의 어느 판매자와는 무려 5개월간이나 대화를 더 나눴다. 그 동안은 정말 피가 말리더라. “한국까지 배송비가 너무 비싸 팔지 못하겠다”, “박스셋 패키지가 너무 두꺼워서 배송이 가능한 박스가 없다” 등등 셀러가 판매를 재고할 때마다 끈덕지게 조르기도 했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하니 더욱 간절했다. 셀러와 대화 중에 잠들 때면 바이닐을 갖는 꿈까지 꾸기도 했을 정도니까…

과거 이베이에서는 메이플스토리 레코드 낱장이 $170에 거래된 적이 있었다. 이걸 보고 쫄아서 돈도 두둑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훨씬 싸게 구했다. $300, 배송비 포함 $398에. 박스셋 구성이 바이닐 일곱 장이니까 각 43$에 구매한 셈이다. 양심적이었던 셀러에게 매우 감사 중이며 또한 내가 이 박스셋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감개무량하다.

박스셋의 패키지를 소개하자면 단단한 하드 케이스와 무려 일곱 장의 바이닐 레코드, 아트북, 그리고 작은 단풍잎 모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레코드 중에서는 첫 번째 단풍색 레코드에 가장 큰 애정이 간다. 나와 동시대에 게임을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게임의 로그인 화면 음악과 헤네시스, 리스항구, 엘리니아, 커닝시티 등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필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재혁 / 에디터 – Clarks Wallabee

고단한 8월이었다. 어쩌저찌 버텨낸 여름이지만 그간 수없이 돌려막았던 티셔츠 퍼레이도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 듯하다. 언젠가는 분명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탐망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며 애지중지 모셔온 녀석들이지만, 땀에 찌들고 세탁하기를 몇 번, 어느새 익숙해진 옷 입기에 “나옷또왜없”을 시전하게 되었다…

물론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역시 구매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또 한 가지. 이미 질려버린 티셔츠 돌려막기에 같은 카테고리를 또 하나 더하는 것은 악의 굴레에 빠지는 일을 자초하는 것이므로, 하나로도 여러 가지 스타일링에 활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야말로 매너리즘에 빠진 필자의 옷 입기에 적절한 구원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탐색전의 시작은 제일 만만한 빈티지 모자부터. 요즘 유행하는 Y2K 스타일도 슬슬 단물이 빠져 머천다이즈 혹은 라이선스 제품에 눈길이 갔는데, 웬걸 하겐다즈 메쉬캡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색상이 문제였다. 옷이 검은색인 경우라면 어디서든 무난하게 제 역할을 하겠지만, 모자가 그렇다면 다른 색 옷들과 매치하기가 은근 애매하다. 그렇게 구매를 망설이던 와중에 눈여겨 지켜보던 빈티지숍 케미컬스포츠(Chemical Sports)의 새 제품 입고 소식을 마주하게 되는데…

역시 눈 맞음은 한순간의 일인가 보다. 예상치도 못한 존재가 필자의 마음을 흔들었으니, 바로 클락스(Clarks)의 민트색 왈라비(Wallabee). 사실 ‘클락스’하면 고교 시절 친구들이 타이트하게 줄인 교복 바지에 신었던 단화 혹은 최근 멀끔한 편집숍 남성들이 최근 입기 시작한 스타일이 먼저 떠올라 그닥 감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민트색 왈라비는 색감이 모든 걸 커버한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그 색이 곱다. 반-민초파도 민트를 사랑하게 될 만큼 말이다. 더불어 필자가 소유한 핑거린(Phingerin) 청바지에 매치한다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마음에 구매를 서둘렀다. 일전에 케미컬스포츠의 닥터 메리제인(Dr. Mary Jane) 쿠션을 유쾌하게 사용했던 터라 숍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고 간만에 지출은 좀 했지만, 만족감 높은 소비가 아니었나 싶다. 역시 구매는 충동적이어야 한다. 이상, 민트초코를 즐기지 않는 자의 민트 단화 구입기였다.


한지은 / 에디터 – 89′ Skate America Sweat Shirts

스웨트셔츠 한 장을 샀다. 누군가 물어보면 단순히 프린팅이 멋져서 구매했다고 둘러대겠지만, VISLA 독자들에겐 넥 라벨에 적힌 Made in USA라는 글자에 혹했다고 멋쩍게 고백한다. 프린팅은 89년 미국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트 대회를 기념하고 있다. 독일이 통일하기 이전이라 서독과 동독이 따로 표기되어있고 소련을 u.s.s.r으로 표기한 점이 꽤 흥미롭다. 별건 아니지만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매달 옷장을 배 불리면서 나름 의미 있는 구매였다며, 굶주린 지갑을 달래기 좋은 핑계다. 다가오는 가을은 금세 지나가 버리지만, 스웨트셔츠를 자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박진우 / 그래픽 디자이너 – RUF Goods

‘RUF’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다. 포르쉐로부터 공식적으로 주요 부품을 공급 받아서 자신들의 방식, 철학으로 완성차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특이한 회사다. 유명한 차량으로는 ‘RUF CTR (YELLOW BIRD)’가 있다. 외관은 89~94년에 판매된 포르쉐 911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차다.

얼마 전에 RUF와 패션 매거진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의 협업 제품이 나왔다. 슬쩍 구경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한두 개 사려는 마음으로 웹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만만한 녀석들은 이미 모두 품절이었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가사처럼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인 느낌이었다.

그래, 생각난 김에 굳이 협업 굿즈 필요 없다, RUF 공식 굿즈를 사러가자. 협업보다 기존의 공식 굿즈가 사실 더 좋으니까. 과거에도 몇 번씩 RUF 굿즈 카테고리를 서성거렸지만, 독일이라는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귀찮아져서 매번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독일에 사는 지인 형한테 죄송하지만 부탁하기로 결심한 것. 다신 살 일 없을 거 같아서 이것저것 담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물건을 받고 생각해보니 벤츠도 없는데 벤츠 굿즈를, 현기차도 없는데, 현기 굿즈를 사용한다고 하면 좀 우습기도 하다. 그래도 기왕 온 거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 같은 느낌, 모터스포츠 마니아인 척하는 기분을 내보도록 해야겠다.


Editor│오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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