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HOP #박효창(22)

효창공원앞역 6번 출구로 나와 한적한 골목을 걷다 보면 ‘박효창(22)’라는 이름을 떡하니 내건 요상한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63빌딩, 롯데타워 같은 몇몇 덩치 큰 녀석들을 제외하면 대게는 ‘몇 번 출구 앞 스타벅스 건물’처럼 제 이름을 잃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 건축물의 숙명이것만, 22살의 젊은 건물주 박효창씨가 침 발라놓은 듯한 이 공간은 조금 남다르다. 

일본 회전 초밥집 테마의 베이커리 ‘브레드읍읍(bread.oooo)’부터 게임 속을 탐험하는 듯한 편집숍 ‘키집(ki.z.ip)’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의 데뷔 무대 ‘워터마크 갤러리(watermark Gallery)‘까지. 선뜻 발을 들이기 어려울 만큼 각자의 확실한 존재감을 내뿜는 세 공간의 공존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뤄낸 ‘박효창(22)’은 효창공원 인근에 자리한 새로운 형태의 다용도 공간이다. 이 미스터리한 디지털 월드에서 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하영지, 이선민, 송태용과 VISLA가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아래의 대화 전문을 통해 그들의 속내를 파헤쳐 보자.   


박효창(22)에서 각자 무엇을 맡고 있나.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하영지: 브레드읍읍을 운영하면서 워터마크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릴 때마다 디저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선민: 워터마크 갤러리의 전속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원래는 기간트피알(Gigant PR)이라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모델 활동을 하면서 전시 기획도 진행했다. 

송태용: 키집, 브레드 읍읍, 기간트피알 그리고 갤러리 워터마크를 운영하는 낚시꾼, 송태용이다.

낚시꾼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송태용: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이나 생활에서도 가상과 현실을 구분해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완전한 상상도, 완전한 현실도 아닌 상태 같더라. 양쪽 모두에게 미끼를 던지는 직업 같달까. 

사실 직업적으로 보면 어느 한 분야를 특별하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애매한 상태에 놓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내 나름의 생존 공식이다. 

Ph. bread.oooo

갤러리, 쇼룸, 카페를 한 건물에서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세 브랜드를 아우르는 이름이 특이한 것 같은데.

송태용: 브랜드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건물 자체에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박효창(22)’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에게 주민등록증이 있는 것처럼. 효창공원(Hyochang Park)에서 따온 ‘박효창’에 2022년에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22’까지 더했는데 내가 ‘22살 박효창’인 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 

세 브랜드의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 특히 브레드읍읍 같은 경우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하영지: 브레드읍읍의 경우는 기존 빵집 이미지에 장난을 치고 싶어서 ‘브래드 피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여의도에 ‘브레드 FIT’라는 매장이 있더라. 아쉽게도 그쪽이 먼저 한글 상표를 등록해둔 상태라 같은 이름을 쓰지 말라고 경고장이 왔다. 그때 이 스토리 자체를 가지고 놀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브레드’ 다음에 볼드모트처럼 꺼내서는 안되는 단어 ‘읍읍’을 붙였다. 

이선민: 워터마크 갤러리는 요즘 추세를 반영했다. 지금 이곳에서 하는 전시도 그렇고 패션이나 순수예술의 경계가 많이 무너지고 있지 않나. 태용이가 “그런 걸 규정하지 말고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가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걸 보여주게 하자”라고 했는데, 여기서 착안해 예술계에 워터마킹을 남기는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이고자는 하는 의미를 담았다. 

송태용: 키집은 작년에 시작한 브랜드인데, 내가 어릴 때부터 만화광이었다. 근데 만화에 제일 자주 등장하는 콘셉트가 ‘마지막 종족’, ‘마지막 생존자’더라. 그래서 브랜드 이름에 “드래곤볼Z”처럼 ‘Z’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미를 좀 더 불이려고 생각해보니, 동심 빼고는 남는 게 없더라. 그래서 ‘kiz’를 추가했고, 사이버펑크에 꽂혀 있던 때라 컴퓨터를 어느 정도 써봤으면 모두가 아는 ‘zip’을 넣었다. 그렇게 ‘ki.z.ip’이 완성됐다.

IP주소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 Z다음에 ‘.’을 붙였다. 사실, 요즘은 오히려 점을 떼고 싶은데 다른 계정이 이미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의미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뜻을 담으면서 겉으로는 뭔가 어설퍼 보이는 콘셉트가 더 재밌는 것 같다.

박효창(22) 내의 세 브랜드가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듯한데, 공통적인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어가 있다면?

송태용: 물. 올해 초부터 생각한 개념인데 원래는 내가 고집이 엄청 셌다. 근데 올해부터 스스로도 너무 유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 물이라는 콘셉트를 잃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닐까. 브레드읍읍의 회전초밥집 콘셉트 역시 물과 연결된 이야기다. 

어차피 키집은 사이버펑크를 표방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 ‘서핑’ 아니면 정보의 ‘바다’와 연결됐고, 워터마크 갤러리는 이름 자체에서도 물이 포함됐지 않나. 유기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드는데 전시를 기획할 때도 우리가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보다는 작가 입장에 맞춰서 최대한 유연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그러니까 결국 한 단어로 꼽자면 ‘물’인 것 같다.

하영지: 태용 님한테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통로를 뜻하는 웜홀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공간도 마찬가지인데, 제일 위층의 갤러리 워터마크부터 키집을 거쳐서 1층의 브레드읍읍을 만나게 된다. 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통로’라는 말이다.

어느 한 필드에 집중하지 않고, 다용도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브랜드 각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나.

송태용: 개인적으로 금방 싫증을 느끼는 편이다. 아마 현대인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어제는 이게 좋았다가 오늘은 저게 좋고 매일이 다른데, 우리는 ‘이걸 할 거야’라고 얘기하는 순간 그 방향으로 계속 끼워맞추게 되더라. 이 필드 특성상 뭐 하는 사람인지 정의하는 게 너무 어려운 시대지 않나. 그래서 아예 ‘우리가 뭘 하는지 결정짓지 않고 그냥 흘러가듯이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작업물이 보고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돼도 나쁘지 않겠다는 마음이기도 했고. 그래서 협업 제안에도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지금은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한다.

송기호, 남아기, 깪, 그리고 이번 신동철까지. 주류 아티스트라기보단 비주류에 가까운 이들의 작품을 건물 전체에 걸쳐 전시하고 있다. 매 전시를 함께할 아티스트는 어떻게 추리는지도 궁금한데.

이선민: 내가 활동하는 바운더리 내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먼저 선정했다. 내가 어느 정도 비주류 쪽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같이 어울리는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결인 거지. 아니면 나나 태용이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아티스트를 다루기도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이다.

해외 아티스트와의 작업도 생각하고 있나?

이선민: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된 만큼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키치함과 난해함 사이의 묘한 줄타기가 인상적이다.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달라. 너무 난해한 길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는지. 

이선민: 그런 고민은 이미 작가들이 많이 하고 있다. 전시가 집에서 혼자 하는 일이 아닐뿐더러, ‘박효창(22)’에서 진행하더라도 우리가 지원금을 대주진 못해서 작가 사비로 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왜 보여주는가’를 생각하면 당연히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고, 작가 또한 이해받기를 원한다. 이런 부분은 우리 측보다 작가들 선에서 고민을 끝낸 후에 전시를 기획한다. 우리는 공간이 좀 더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도울 뿐인 거지.

얼마 전 끝난 전시, ‘Pizza Saver’에 관해 간단히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이선민: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자신의 믿음 그리고 여기에도 끝이 있다는 내용인데, 결국 이것 또한 또 다른 선택이라는 것.

신동철 작가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이선민: 원래 알던 친구다. 동철도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작가지만 정말 진득하게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다. 이렇게 크게 개인전을 해 본 경험은 없는 친구라 이곳에서 도전해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 

https://www.instagram.com/p/CgBEtQAPJCH

전시마다 콘셉트가 명확하기도 하지만 ‘박효창(22)’ 특유의 미래적이고 사이버펑크적인 느낌은 한결같이 유지된다. 키집의 의상도 그렇지만 감각적인 디지털 영상을 전시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있기도 하고. 디지털적 요소를 이토록 많이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송태용: 실제 친구보다 가상 친구가 더 많았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적인 요소가 공간이나 콘텐츠에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것 같다. 애초에 ‘사이버펑크’나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한다기보다 단순히 상상했던 것을 현실 들고 오는, 뇌 안에 있던 것을 육체로 풀어내는 과정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지금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딱히 의도한 적은 없다. 

빠져 있던 쪽이 게임인가?

송태용: 인터넷 서핑을 엄청 많이 했다. 지금도 가장 큰 취미가 서핑이다. 사람들과 대화한 기억보다 혼자 공상하던 기억이 더 많으니까. 그래서 인스타그램이 처음 생겼을 때 엄청 좋았다. 요즘에야 부캐 같은 콘셉트가 많이 떴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사이버 세상에서는 내가 더 솔직해질 수 있더라. 

공간 곳곳에 패러디 제품이 넘쳐난다. 브레드읍읍이 선보이는 디저트부터 감성(GAMSUNG) 의자, 아이팡(iPhang), 이번 전시의 치킨틴더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패러디를 보여주고 있는데, 패러디를 통해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까. 

송태용: 뭔가를 할 때 반응이 있어야 하나의 코스가 완성된 느낌이 들더라. 요리하는 사람이 설거지까지 마쳐야 요리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에는 사람들의 반응을 얻고자 했던 거지.

감성의자 같은 경우는 카페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감성 카페’처럼 해야 돈을 번다는 이야기였다. 그 얘기를 듣고 ‘그러면 대놓고 감성을 저격해보자’라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다. 그리고 아이팡은 취직한 동생이 요즘 취업하면 가장 많이 사는 게 비싼 옷도, 가방도 아닌 맥북이라고 하더라. 그때 키집의 라이벌이 의류 브랜드가 아닌 IT 업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애플(Apple)에 대항하는 빵을 만들어 보자고 만든 게 아이팡이다. 이걸 두고 표절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로고도 무료 공개 폰트를 썼고 색도 직접 추출해 보면 다른 색이다. 박스 뒷면도 애플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적어 도망갈 구석도 어느 정도 만들어 둔 상태다. 하하.

패러디가 좋은 점은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문화를 비트는 데 있다.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전략적으로도 어떤 단어나 유행어를 미는 것보다 우리 나름의 색을 입히기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 같이 사회적이지 않은 사람도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만드는 발판인 것 같아 패러디를 좋아한다.

워터마크 갤러리, 키집, 브레드 읍읍의 배경에는 전반적으로 키치한 분위기가 깔린 것 같다. 디렉터 본인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된 바인가?

송태용: 건물 자체가 ‘송태용화’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 인테리어할 때부터 ‘망해도 내가 못 해서 망하는 거니까 핑계 대지 말자’는 식으로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전에는 ‘자본이 부족해서, 기회가 없어서 혹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같은 핑곗거리가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해도 아쉽고 안 해도 아쉬운 상황이 오더라. 그래서 내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던 것 같다.

건물 내에서 각자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소가 있을까?

송태용: 3층 키집 컴퓨터 있는 공간. 내가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라 참 좋다. 예전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강아지 같은 캐릭터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나오지 않나. 그런 기분이 들어 좋다.

하영지: 1층 스시 콘셉트 바가 마음에 든다. 스시를 형상화한 의자나 회전 초밥 콘셉트도 어떻게 보면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데, 고객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소비가 되는 거지. 반응이 제일 좋기도 하고. 

이선민: 어쩔 수 없이 각자 맡은 공간을 제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하하. 4층 갤러리 공간이 층고도 높고 구조도 다각형으로 되어 있어 마음에 든다. 작품을 설치할 때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창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포근한 느낌도 들고. 

워터마크 갤러리의 전시 요소가 브레드읍읍의 디저트로 탄생한다. 웃음이 절로 나는 귀여운 디저트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탄생하나. 디저트를 개발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하영지: 작가분들이 디저트에 관심을 가지고 먼저 틀을 잡아주시면 거기에 내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보통은 전시 분위기를 살려 미니어처 느낌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약간은 징그러우면서 동시에 귀여운, ‘키모카와(キモカワ)’의 매력을 살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디저트도 디저트지만 패키지를 좀 더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송태용: 브레드읍읍 자체에서 준비하는 디저트들도 많이 준비돼 있다. 디저트 자체에도 먹는 행위 말고도 디저트 그 자체만으로도 하루가 기억에 남았으면 해서 스토리를 담으려는 식이다.

따로 베이킹을 배운 적이 있나?

하영지: 베이킹을 전문적을 배운 건 아니고 원래 푸드 스타일링을 전공했다. 요즘은 맛있는 레시피가 너무 많아서 그대로만 만들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편이다. 그래서 브레드읍읍에서는 오히려 비주얼적으로 더 많이 신경 쓰려고 하고 있다.

워터마크 갤러리는 키집을 지나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설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송태용: 결국에는 웜홀 이야기를 또 하게 되는데, 블랙홀 역할을 브레드읍읍이, 화이트홀 역할을 워터마크에서 해줬으면 했다. 그리고 키집을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했는데, 키집을 보면 패션이라 하기도, 아트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 중간 통로로서의 느낌이 있다. 

요즘에는 카페 중에서도 전시를 겸하는 공간들이 꽤 있지 않나. 그런데 소비자로서 전시와 카페가 너무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공간을 꾸밀 때는 서사가 좀 쌓였으면 했다. 코스요리로 치면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알맞게 다 돌아야 괜찮은 식사를 했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메인디시만 너무 많다고 좋은 식당은 아니니까. 

이선민: 쉽게 말해 브레드읍읍부터 가볍게 즐기기 시작해서 키집을 거쳐 워터마크 갤러리로 마무리한다, 뭐 그 얘기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보통 어떤 이들인가.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송태용: 확실히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초기에 술을 드신 아저씨 네 분이 오셨는데, 제주도에서 본 디지털 아트 얘기를 하시다가 간 걸 본 적이 있다. 그런 게 오히려 신기한 경험이더라.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와서 즐기니까 거기서 더 에너지를 받는다고 해야 할까.

숍이나 상가가 몰리지 않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나 주민들이 가끔 들르기도 하는지. 그들의 반응은 어떤가.

송태용: 1층이 카페라 거기까지는 반응이 괜찮은 편인데 3층 키집에서 도망가시는 분들이 있더라. 조명도 파란색이라 올라가 보시다가 사이비 종교 보듯이 문을 열자마자 놀라 도망가신다. 편집숍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르신들에게는 어렵기도 하고 옷 가게라고 하자니 이미지가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전부 초식동물 과인데.

박효창(22)를 찾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영지: 브레드읍읍의 이미지를 징그럽게 느끼는 분들이 있다. 밈 문화나 디지털 이미지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하고 오셔도 된다. 우리가 생산한 이미지로 장난을 쳐도 좋고 2차, 3차로 재가공해도 좋으니 좀 더 가지고 놀아줬으면 한다.

송태용: 같은 포인트에서 이야기하자면, 최근에 ‘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Hiti Steyerl-A Sea of Data)’ 전시를 보고 왔는데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지에 대해 따지지 않고, 어차피 재생산되는 존재에 대해 같이 터놓고 얘기해보자는 말처럼 들렸다. ‘내 것 다 써도 되니까 나도 네 것 다 쓰겠다’라는 마인드인 거지. 

‘각자의 서사가 모두 다른데 오리지널리티가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다. 어디선가 본 이미지를 개인 계정에 올리는 일이나 키집 공식 계정에 올리는 일이나 뭐가 그렇게 다른지도 잘 모르겠고. 장난치는 듯한 작업을 사업적으로 접근할 때 잘못됐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진짜 그게 잘못된 건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누가 정한 규칙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따르고 있는 그 규칙 말이다. “도대체 누가 정했어?”라고 물어보면 답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래서 그 답을 해줄 누군가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장난을 칠 예정이다.

이선민: 보기보다 착한 사람들이다.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내미시든 항상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무료 개장이다.

마지막으로 워터마크 갤러리, 키집 그리고 브레드 읍읍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이선민: 워터마크 갤러리는 키집과 패션 팝업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어떻게 보면 더 언더그라운드 작가들과의 전시나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 

하영지: 좀 더 먼 미래를 봤을 때, 브레드읍읍의 디저트를 가지고 여의도나 증권가에서 영업해보고 싶다. 지금처럼 따뜻한 동네가 아닌 지역에서 충격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송태용: 유년기 때 하지 못했던 경험을 이 공간을 통해 채우고 싶다. 요즘은 인터넷 강의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세바시’ 같은 동기부여 영상은 많은데 얼빠진 교육 시스템을 건드리는 콘텐츠는 없더라. 예를 들면 진짜 유치하게 노는 법 같은 걸 강의하는 거지. 조금은 어색해도 괜찮은, 그런 필드를 하나 만들고 싶다. 

ki.z.ip 인스타그램 계정
bread.oooo 인스타그램 계정
watermark gallery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Photographer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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