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S #4. 에어 기타 월드 챔피언십

방과 후 청소 시간, 군대에서의 삽질, 그리고 일요일 아침의 샤워 타임. 혹 뜬금없는 타이밍에 찾아오는 록 스피릿에 피가 들끓었던 경험이 있는가? 빗자루며, 삽이며, 샤워 호스며 닥치는 대로 주변 물건을 집어 들어 줄 없는 기타를 혼신을 다해 튕기던 그 ‘뻘짓’말이다. 슬립낫(Slipnot)의 제임스 루트(James Root) 마냥 신나게 머리를 흔들 때야 좋지, 곧이어 찾아오는 현자 타임은 온전한 우리들의 몫. 행여나 누군가에게 이 모습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아, 아찔하다.

하지만 남몰래 록스타를 꿈꾸던 우리네 뻘짓에도 ‘에어 기타(Air Guitar)’라는 정식 명칭이 존재한다는 사실, 더 나아가 핀란드 오울루(Oulu)에서는 매년 8월 이 행위의 최고 우위를 가리는 ‘에어 기타 월드 챔피언십(Air Guitar World Championship, 이하 AGWC)’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 뻘짓도 만국 공통이란 말이다.

1996년 유카 타칼로(Jukka Takalo)의 기획으로 처음 개최된 AGWC는 현재까지 전 세계 괴짜들을 핀란드로 끌어모으며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초대 우승자 오이쿠 일린넨(Oikku Ylinen)을 시작으로 지난 8월, 악마에게 영혼을 판 듯한 헤비메탈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쥔 키릴 블루멘크란트(Kirill Blumenkrants, 일명 기타란튤라)까지. AGWC에서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행하기 민망한 모든 행위가 자유로이 허용된다. 빈손으로 기타 연주를 연출해야 하는 대회의 특성상 기타를 꺼내드는 방법이 특히 가관인데, 손바닥만 한 가방에서 힘겹게 꺼내거나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는 등 시작부터 참가자들의 광기가 돋보이는 대회가 바로 AGWC다. 

참가자들의 퍼포먼스가 클수록 관객의 호응이 좋긴 하지만 AGWC가 헤비메탈 음악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대회 참가 규정에 따르면 참가자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기타 혹은 둘 모두를 연주할 수 있으며 피크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악기가 눈에 보이지만 않으면 될 뿐. 준비한 곡과 즉흥곡을 각각 60초 동안 연주하는 두 라운드의 치르게 되는 참가자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음악성, 무대 장악력, 기술, 예술성 그리고 경쾌함을 평가받게 되는데 두 라운드의 합산 점수가 높은 참가자가 그해 AGWC의 영광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된다.

세상 쓸데없어 보이는 이 대회에도 나름의 목적은 존재한다. 수많은 록스타들이 그랬듯, ‘세계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대회의 목적. 세계인 모두가 에어 기타를 치기만 하면 전쟁, 기후 변화를 비롯한 모든 나쁜 일이 사라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경연이 막바지로 다다르면 이러한 대회 이념을 충실히 반영한 이벤트가 펼쳐지는데, 참가자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이 에어 기타 행위에 동참하며 성대한 막을 올리게 된다. 

에어기타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챈 일본의 완구 회사 타카라 토미(Takara Tomy)는 급기야 기타의 넥 일부와 헤드만을 남겨둔 에어기타 장난감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형태를 한 이 기타(?)의 헤드 부분에는 실제 기타 코드에 상응하는 버튼이 있어 구태여 손에 굳은살 배길 고생을 하지 않고 오직 불타오르는 록스피릿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심지어는 헤드폰과 앰프에도 연결 가능하다고 하니 노력 없이 록스타가 되고 싶은 세상 모든 기분파들에게는 최적의 아이템.

연주 좀 못하면 어떤가, 마음만은 이미 린킨파크(Linkin Park), 슬립낫인걸. 마음속 끓어오르는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면 하단의 영상을 감상하며 AGWC의 참가를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 공식 홈페이지
Air Guitar World Championship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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