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asure Hunter, 산산기어가 찾은 번개장터 보물들 – 上

2019년 첫 런칭 이후 단기간 내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패션 브랜드 산산기어(San San Gear). 아웃도어와 스트리트웨어의 결합, 그리고 공상과학과 미스터리 등 다양한 콘셉트를 통해 매 시즌 흥미로운 테마로 컬렉션을 전개하는 그들은 국내 패션 마켓에 또 다른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 무수한 패션 브랜드, 컬렉션의 범람에도 산산기어가 계속해 회자하는 이유 또한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터.

이는 최근 공개한 산산기어의 새 컬렉션 ‘SHELTER’에서도 드러난다. 레이어와 절개, 도킹 시스템을 활용해 하나의 의류를 다채로운 실루엣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재킷과 팬츠 등 컬렉션 곳곳에서 그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그렇다면, 변화무쌍한 산산기어의 아이템과 어울리는 물건은 무엇일까? 번개장터의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는 트레저 헌터 2화에서는 산산기어 멤버가 직접 골라낸 ‘산산기어 컬렉션과 어울리는 번개장터 속 아이템’을 소개한다. 레트로 열풍에 맞춰 다시금 고개를 드는 빈티지 오클리 시계부터 닌텐도 게임 콘솔까지, 산산기어 컬렉션의 자양분이 된 빈티지 아이템을 속속 파헤쳐 보자. 더불어, 산산기어 멤버와 함께한 인터뷰 역시 본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이 역시 놓치지 말 것.


산산기어의 컬렉션 곳곳에서 Y2K의 요소가 종종 발견되는 듯하다. 번개장터에서 찾은 그 시대의 아이템이 있다면?

파운더 이상엽이 선택한 번개장터 속 90년대 오클리의 유산OAKLEY D3 Watch

오클리(Oakley)의 과거 디자인을 보면 그 세기말적이며 전위적인 자태에 놀라곤 한다. 미니멀이 눈에 들어오던 시기가 조금씩 지나가고 군데군데 디테일이 꽉 차있는 디자인에 끌리는 걸 보면, 유행의 사이클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고로 오클리의 빈티지 아이재킷부터 소프트웨어라인을 찾아보기도 하고, 2000년에 나온 오클리 플래쉬를 사비로 구매해 산산기어 룩북에 등장시켰으며, 심지어 나에게 맞지도 않는 90년대 오클리 스키 팬츠까지 사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오클리의 수석 디자이너 디렉터였던 피터 이(Peter Yee)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팔로우하면서 습관적으로 빈티지 오클리 제품을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을 무렵,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매번 지나쳐왔던 오클리 시계가 점점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D3’라는 이름의 우악스럽게 생긴 이 러닝용 시계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 무지막지한 녀석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저가용으로 제작, 120달러에 발매되었던 녀석이 세월 보정으로 중고 사이트에서 30만 원대에 거래되는 걸 떠나, 굳이 구매하더라고 분명 침대 선반 위에 전시될 것이 분명해 아직 구매하지 못하고 있지만……. 샤워할 때면 다육이처럼 생긴 주제에 방수까지 된다는 그 녀석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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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리 타임밤 / 세이코 알바웹

얼마 전 22 FW 컬렉션 ‘SHELTER’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무엇인가?

어떠한 재난 상황을 대비해 만든 대피소를 주제로 잡았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쉘터(Shelter)’라는 공간이 개인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고, 임시 거처라는 불완전함, 내부의 갈등, 질서 유지라는 강압 등이 그 안에 있을 거란 상상에서 시작했다. 다시 말해, 안전함을 찾아 떠났지만, 또 다른 위협으로 가득 차 있는 ‘불안한 대피소’가 콘셉트다.

매 시즌 오파츠와 SCP, 디스토피아 등 독특한 테마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전개 중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떤 방식으로 의류에 옮겨내는지 궁금하다.

원단이나, 디테일, 그래픽 등으로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내부 충전재가 불투명하게 보이는 패딩 원단을 쓴다거나, 대칭이 어긋나는 디테일, 산산의 로고가 파티클 형식으로 퍼져있는 듯한 그래픽 디자인 등을 활용해 유약하고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산산기어의 컬렉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젯(Gadget)은 뭐가 있을까?

파운더 김상현이 선택한 산산기어 재킷 주머니 속 번개장터 아이템 – Nintendo GAME BOY Advance SP

매 시즌 산산기어 컬렉션을 기획하면서 영감을 받는 곳은 서브컬처다. 다양한 장르의 서브컬처를 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아카이브 계정이나 웹사이트를 방문하는데, 그중 @samutaro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는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계정에서 최근 게임보이에 관해 다룬 글이 있더라(모든 글이 영어로 적혀있어 매번 파파고의 도움을 받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계정이다).

게임보이에 카메라 액세서리를 장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관련한 정보를 읽었는데, 단순히 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장르를 넘어 여러 시도를 한 닌텐도가 우리 산산기어와 결을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글을 읽은 뒤로는 게임보이에 꽂혀 게임보이와 관련한 국내 중고 게시물을 모두 뒤져봤을 정도. 

어느덧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제품이 아이러니하게도 산산기어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해본다. 산산기어 재킷 주머니에서 꺼내는 게임보이, 생각만 해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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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핀볼 럼블팩 / 요시 파우치 케이스 / 닌텐도 배낭

최근 큰 이슈가 된 팝업 스토어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 내부의 오브제를 비롯, 공간 구성에 있어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팝업 공간 자체를 하나의 쉘터처럼 보여주고자 했다. 오브제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듯한 수상한 모양의 돔과 그속의 키네틱 오브제로 구성하였는데, 오브제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을 의도했다. 내부 공간과 팝업 기획은 아뜰리에KHJ(ATELIER KHJ )의 김현종 건축가님과 서비스센터(Service Center)의 고혁준 디렉터님의 큰 도움을 받았다.

이번 트레저 헌터를 통해 소개한 물건 대부분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아이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시기에 등장한 물건과 지금의 산산기어 컬렉션의 연결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린 시절 동경하던 물건, 혹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물건 중 지금 와서 보니 그때는 알지 못했던 멋이 보이는 아이템들에 좀 더 애착이 간다. 원래 갖지 못했던 것을 더 갈구하게 되지 않나. 아무래도 이런 것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산산기어 컬렉션 룩북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니커 또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번 시즌 특별히 추천할 만한 스니커라면?

헤드 디자이너 김세훈이 선택한 산산기어 베스트 매치 스니커 – Nike Air Kukini

산산기어 시즌을 진행하며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은 ‘과연 어떤 아이템과 산산기어를 매치하면 좋을까’다. 이번 시즌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식혀준 아이템이 바로 ‘나이키 에어 쿠키니’다.

올 블랙 컬러의 쿠키니는 2000년대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와 협업을 진행, 이미 너무 오래되어 가수분해된 아카이브 제품밖에 없었지만, 기적적으로 올해 유사 컬러웨이로 복각된 제품이 출시됐다. 출시 직후 나의 주도 아래 산산기어 팀원의 절반 이상이 구매했을 만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구하고 싶었던 아이템이다. 물론 이번 시즌 산산기어의 룩북에도 등장했으며, 다채로운 스타일링의 한 부분으로 참고하면 좋겠다.

추천하는 트리플 블랙 컬러 이외 다양한 컬러웨이의 쿠키니 아카이브가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는 빈티지 아카이브의 보고 번개장터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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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x 준야 와타나베 슈퍼플라이 / 크로스 트레이너2줌 세이즈믹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산산기어의 컬렉션이 Y2K 무드의 아이템들과 잘 어우러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Y2K라고 불리는 디자인들도 그 당시엔 가장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이지 않았을까. 산산이 왜 Y2K와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에서 연결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프코어라는 단어가 생경하던 시기를 지나, 언제 어디서든 바람막이에 등산화를 스타일리시하게 매치한 차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산산기어만이 제시할 수 있는 청사진이 있을까.

우리는 고프코어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한다. 산산기어를 디자인할 때 하이킹뿐만 아니라 러닝, 스키, 보드복 심지어는 작업복 등 다양한 액티브 웨어의 멋진 디테일들을 차용하려고 한다. 일상의 곳곳에 액티브가 녹아있다고 생각하니까. 산산기어를 입는 고객들이 데일리로 착용하면서도 기능과 개성 모두를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 마침 고프코어라는 유행이 일면서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고프코어보다는 오히려 스트리트 액티브 웨어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산산기어의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한 번개장터 속 빈티지 보물 탐방은 Treasure Hunter, 산산기어가 추천하는 번개장터 보물들 – 下에서 계속…


이미지 출처 | 번개장터, 산산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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