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HOP #dotopda

을지로가 핫한 동네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옛말, 이제는 문화를 필두로 하는 카페와 숍이 속속 들어서며, 새로운 모양새의 문화지형도를 그려 나가고 있다. 지난 8월 오픈한 도탑다(dotopda)는 일본의 패션 매거진과 예술 서적을 구비, 공간을 찾은 이들이 차를 마시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매거진 리딩숍이다.

인스타그램 아카이빙 계정 ‘@lolliesstreet’를 운영 중이기도 한 민준식은 다양한 경험에서 얻어진 본인의 취향, 그리고 그가 모아온 여러 수집품을 모으고 섞어 도탑다를 열었다. 국내 유일무이한 매거진 리딩숍, 도탑다에 관한 이야기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을지로에서 북카페를 운영하는 민준식이다. 도탑다라는 공간은 내 마음대로 매거진 리딩숍이라고 부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커피와 차,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이자, 소품이나 음악 등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도탑다 이전 인스타그램 아카이브 계정 ‘@lolliesstreet’을 통해 과거의 패션과 현재의 패션 밈(Meme)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울렀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잠깐 잡지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렇게 회사에 좀 다니다가, 이걸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거진 형태의 패션 블로그 롤리 스트릿(Lollies Street)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패션 브랜드의 발매 소식 같은 주류 패션 매거진에서 다루는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이때는 이를 웹 매거진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내 취향보다는 독자의 이목을 끌거나, 팔로워를 늘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의 기사를 짜내듯 썼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억지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고, 당연히 재미도 느낄 수 없었지. 또한, 국내에 해외발 대형 웹 매거진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때라 그들과 유사한 콘텐츠를 올리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당시 내가 패션 브랜드를 운영할 때라 의류 디자인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빈티지 아카이브나 영감받은 자료를 올리는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아카이빙하고 있었다. 순전히 내 취향의 것을 모아 놓은 계정으로 이런 콘텐츠를 롤리 스트릿에 올려 해외의 아카이브 계정처럼 운영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더라. 그렇게 롤리 스트릿을 일종의 아카이브 계정으로 운영했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꾸준히 게시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근 몇 년 사이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브 계정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실제 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아카이브 계정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누구나 남과는 조금 달라 보이고, 멋져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그런 욕구를 쉽게 채워줄 수 있는 게 아카이브 계정의 인기 요인인 것 같다. 빠르게 이미지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인스타그램 기능에 최적화한 계정이라고 할 수 있지.

특히 90~00년대에 걸친 패션의 사조와 장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를 아카이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글쎄, 딱히 의도한 건 아니다. 다만, 홀로 게시물을 업로드하다 보니 내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 게 지금의 롤리 스트릿이 된 것 같다. 90년대는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시기고, 00년대는 한창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십 대였다. 그 시절의 노스텔지어가 반영된 게 아닐까?

현재 많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90~00년대에 이르는 게시물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이 또한 레트로 유행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 90~00년대의 패션 사조가 유행이 된 연유에는 소비력을 갖춘 세대의 힘이 큰 것 같다. 80년대 중후반, 그리고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이 과거 금전적인 문제로 쉽게 갖지 못한 제품을 비교적 쉽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과거에는 그런 물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이 아닌 잡지에 많이 얻지 않았나. 옛날의 향수와 욕구를 지금에 와 해소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인이 주로 즐기는 패션 스타일은?

어렸을 때 키에 비해 어깨가 좁고 허벅지가 굵은 게 신체적 콤플렉스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옷을 크게 입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참 옷에 관심을 가졌을 때 스키니 진을 중심으로 한 슬림한 패션이 유행이었기에 기성 브랜드의 옷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메리칸 빈티지 쪽의 옷을 많이 구입하게 됐다. 지금도 옷장을 보면 3XL 사이즈의 옷이 가득하다.

콘텐츠의 수가 정말 방대한데, 그 소재는 주로 어디서 발굴하고 있나.

어렸을 때 유일한 취미가 컴퓨터였다. 게임보다는 인터넷을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용도로 즐겼다. 역사라든가 잡지식이라든가 닥치는 대로 봤던 것 같다. 그렇게 무언가 찾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 게 아닐까. 물론 쉽게 자료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럼 결국 남들과 똑같은 걸 보고 올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슷한 테마의 이미지를 찾을 때도 더 깊이 파고들려고 하는 편이다.

더불어, ‘@lolliesfashionarchives’라는 인스타그램 계정 또한 운영 중인데, 이에 대한 소개 또한 부탁한다.

이 계정은 현재 도탑다에서 구비해놓고 판매하는 잡지를 아카이빙하는 계정이다. 잡지가 판매되면 더 이상 그 속의 콘텐츠를 볼 수 없으니까. 잡지를 보면서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를 촬영해 모아두고 있다.

이제 도탑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과거 일본의 패션 잡지와 소품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데, 이러한 공간은 언제부터 구상했나.

어릴 적부터 성공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돈이야 그저 굶지 않은 정도로만 벌어도 족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 패션 브랜드도 전개하고 롤리 스트릿을 통해 의류나 굿즈도 제작해서 판매했다. 그러면서 ‘둔둔’이라는 빈티지 숍도 운영했었지.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모든 게 지겹고 재미가 없어졌다. 특히 빈티지를 판매하면서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멋진 빈티지 숍을 열고 싶었는데, 어느새 잘 팔리는 폴로 니트나 셔츠를 떼어다 파는 곳이 되어 있더라. 나쁜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예전부터 취미로 모으던 옛날 가전이나 소품, 잡지를 판매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고 흥미 있는 것을 판매하니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이걸 오프라인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카페가 아닌 빈티지 소품과 옷,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기획했다. 그러다 잡지의 비중이 커졌고, 단순히 구매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이들이 앉아서 잡지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북카페로 노선을 변경했다. 도탑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패션 잡지와 서적, 귀여운 소품, 재즈 힙합, 옛날 가전제품 등.

숍 내부의 물건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에도 적지 않은 공이 들었을 것 같은데.

잡지와 소품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지금도 여기저기서 계속 가져오고 있다.

인테리어 역시 많은 부분 홀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간 구성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일반 가정집 십 대 소년의 취향이 담긴 방이라는 콘셉트로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꾸민 게 아닌 부모님이 마련해준 공간에 소년의 취향을 묻힌 공간. 일본 소품과 책을 팔지만, 딱히 일본의 색을 담으려고 꾸미지는 않았다.

공간을 운영하며,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잡지가 카페의 메인 콘텐츠이다 보니 패션을 좋아하는 친구가 이곳의 아카이브를 보고 영감을 얻길 바라며 공간을 꾸렸다. 오픈하고 나니 예상한 타깃을 넘어 다양한 층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보다 메뉴도 늘리고, 많은 사람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중이다. 내가 간과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세도 좀 있었던 것 같고. 하하.

잡지뿐 아닌 도탑다의 분위기가 담긴 여러 빈티지 굿즈를 함께 판매할 계획은 없는지.

빈티지와 도탑다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별개로 롤리 스트릿을 통해 매 시즌 옷이나 아이템을 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쉬어갔다. 옷을 만드는 일이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애초에 시작도 글을 쓰는 게 좋아 패션에 입문하게 된 거고,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며, 내가 쓴 글에 다른 이들이 공감해주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물질적인 것을 만드는 일보다는 글을 쓰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소통하는 게 즐겁다.

주로 어떤 이들이 도탑다를 찾고 있나.

네이버에 ‘을지로 카페’를 검색한 이들이 가장 많이 찾아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생각보다 잡지를 보기 위해 오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다. 비율로 따지면 7:3 정도인 것 같다.

을지로에 문을 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 도탑다를 열기로 결심한 후 홍대와 보문동, 을지로 쪽을 알아봤는데, 을지로 주변에 작은 빌딩이 되게 많더라. 그중에서도 이 건물이 눈에 띄었다. 빌딩 외벽의 타일도 되게 예스럽고, 건물 자체가 예뻤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몇 가지 소개해 달라.

@zegalba 이곳도 일본 패션 신(Scene)이나 매거진을 주로 업로드하는 계정인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이미지가 많아 자주 찾고 있다.

@tokyomilkshop 일본 서브컬처를 소개하는 웹 매거진 중 하나인 사부카루(Sabukaru.online)을 통해 알게 된 곳이다. 우라하라에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수많은 이미지 수집을 시작으로, 이제는 손에 잡히는 물건을 수집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꾸렸다. 두 일 사이에서 어떤 차이점을 느꼈나.

롤리 스트릿 운영의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게시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방성이 강했다. 피드를 올리면, 사람들은 그걸 볼 수밖에 없는 거지.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곧 고객과 면대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도탑다에 온 고객이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에게 바로 피드백이 돌아온다. 이렇게 계속 조언을 얻고 고쳐나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도탑다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카페 장사가 잘되거나 이 공간이 유명해지는 일에 큰 욕심이 없다. 도탑다에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단 한 명의 고객이 오더라도 내가 구비해 놓은 책을 몇 시간씩 집중해 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다. 앞으로도 이런 손님이 계속해 찾는 공간을 꾸려나가는 것이 나와 도탑다의 소소한 목표다.

dotopd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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