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New York’에 영감을 받은 사진 프로젝트, ‘Humans of Seoul’에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별, 인종, 나이와 관계없이 각자의 무게를 지고 서울을 사는 이들이 ‘Humans of Seoul’의 동력이자 곧 시대의 기록이다. 지난 삶을 반추하는 노인, 10대 학생의 진로 고민, 사고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던 운동선수의 아쉬움, 쉽게 지나칠 만한 타인의 삶이 한 단면씩 띄어져 나와 이곳에 자리를 잡는다. 평범한 사진 한 장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함께 생명력을 얻고, 흘러가 버린 역사를 잇는다. 놀랍지 않은가. 서울을 살아가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삶 자체가 사실은 고귀한 문학이고 예술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에 열중한 채 거리를 걸어가는가. 오늘도 우리는 잠시의 침묵을 지키고 태연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의혹을 품고 깊은 어둠 속을 파헤치는 이들과 어떠한 유혹의 맛을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이들의 비명과 탄식과 변명을 1년 전, 나는 먼발치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노인처럼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감동적인 연설로도, 노란 리본으로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작금의 세태를 이제는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지 않으려 한다.
4월 16일, 평생 잊지 못할 이 날을 2015년의 나는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싶다. 이제는 흔해져 의미조차 퇴색되어 버린, 그러나 목적과 결과만이 숭배되는 지금 이 땅에서야말로 더욱 싹을 틔워야 할 그 문장을. 염세와 불신으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희망’이라는 글자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금 손에 쥘 수 있을 것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사람에 의해서, 그리고 사람을 위해서. 희망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분명 진정한 대의를 발견할 것이리라.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직도 산더미다. 어쨌거나 삶은 이어진다. 무서울 정도로 지독하고 매력적인 삶은 그 자체로도 이미 완성된 예술이자 그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는 영속적인 무엇이다. 궂은비도 언젠가는 그친다. 그칠 거라는 믿음을 흔들지 말자. 저녁 6시가 넘어가는 지금, 서울도 맑게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