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This! 2000년대 다이어리와 같은 감성으로 Y2k 미학을 공유하는 계정, @visitnymph / 미니 인터뷰

Y2k 미학이 2차 창작의 원천이자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영감으로써 두루 회자되고 있는 시점. 그 흐름의 일환인걸까, 고전 문구는 수집가들에게 ‘무용하지만 귀엽다’라는 이유에서 새로운 수집의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빛바랜 캐릭터 문구가 수집의 대상이 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으랴.. 그 흐름을 업고, 여기 기존의 아카이브 계정들과는 조금 다른 결으로 소녀기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계정 @visitnymph를 소개한다.

이들의 아카이브는 마치 각기 다른 내지가 껴있는 다이어리와도 흡사한 구성으로 추억을 자극한다. 계정에서는 캐릭터 강국 일본의 물건뿐 아니라 90년대 한국 문구사에서 출시한 Babu Bear, 미스터 -k 등 정겨운 마스코트가 적잖이 발견되는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들이 뉴욕 출신이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들이 어린 시절을 가장 많이 보냈다는 뉴욕 퀸즈의 플러싱(Flushing)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커뮤니티로 알려져 있다.

언어는 달라도 귀여움은 통하는 것일까. 어쩌면 200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VISLA 여성 독자들과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는 듯한 @visitnymph의 운영자이자, 각각이 예술가이기도 한 토비(Tobey, 이하 T)와 니콜(Nicole, 이하 N)에게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비전을 물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T 인스타그램 계정 @visitnymph의 공동 운영자인 토비와 니콜이다. 우리는 뉴욕 퀸즈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이자 수집가이며, 개인 소장의 책, 잡지, 문구류에서 스캔한 이미지를 큐레이팅해 공유하고 있다.

N 고등학교 때 만난 우리는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유대감을 느껴왔다. 계정에 공유하는 콘텐츠들은 유년시절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  

계정을 생성한 것은 언제였나.

T  2021년 2월에 계정을 설립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이미지를 수집 해왔으며,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아카이브를 세계와 공유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N 팬데믹 기간 동안 일본 직구 사이트를 거쳐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방법을 배웠는데, 그게 전환점이었다. 요령을 터득한 후 개인 소장품의 양을 불리기 시작했고, 몇 가지 물건도 팔기로 결정했다.

패션, 서브컬처 관련 아카이브 계정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렇게 여성 서사의 노스텔지어에 초점을 맞춰 아카이브 하는 계정은 흔하지 않다. 처음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N 토비와 나는 둘 다 수집가이기 이전에 예술가이기 때문에 소년기의 향수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아왔다. 우리의 개성과 관심을 엄선해 한 곳에 모아두고 싶었기에 @visitnymph를 통해 가장 가치있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간직하려고 한다.

T @visitnymph의 아카이브가 지닌 가장 큰 의미는 실제로 경험한 유년시절의 향수로부터 큐레이팅된다는 것이다. 니콜과 나의 안목을 거친다는 것에 가장 의의를 둔다.

두 운영자가 뉴욕 출신이라는 것이 놀랍다. 미국은 흔히 스케이트보드와 그라피티와 같은 하위문화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N 다양한 인종과 다채로운 문화가 혼재하는 퀸즈에 살면서 우린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나의 경우 그 중에서도 이모(emo), 오타쿠, 일본 로리타와 관련한 서브컬처가 매우 인기 있었던 시기에 자랐다.

T 이제 우리는 서브컬처와 미학 사이의 혼합이 이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기반의 캐릭터 산업에서 파생된 자료들을 디깅하는 비결이 궁금한데,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가.

T 인터넷과 로컬을 둘 다 이용한다. 우리가 거주하는 뉴욕 퀸즈엔 한국 문구점이 많이 있었으며, 둘 다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에서 쇼핑을 하고 오렌지 스토리와 미스터 K 같은 브랜드의 팬시 제품을 모으면서 자랐다. 모닝 글로리에서 쇼핑하는 것은 지금의 미적 감각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줬다.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귀여운 문구류를 갖고 싶어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우린 가장 귀여운 물건을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N 토비가 말했듯이 둘다 활용하는 편이다. 문구류는 동네에 있는 어느 할인점에서나 흔히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아시아 문구류를 매우 흔하게 발견할 수 있던 2000년대에 자랐고, 모닝 글로리에서 쇼핑을 많이 했다. 친구들과 새 편지지를 살 때면 항상 서로 몇 장씩 교환해 가지곤 했다. 가끔 운이 좋으면 할인점에서도 좋은 물건을 찾을 수 있지만, 요즘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한다.

미국에서 탄생한 캐릭터도 많이 있다. 한국에서도 마블(Marvel)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사우스 파크(South Park), 릭 앤 모티(Rick and Morty), 파워퍼프걸스(The Powerpuff Girls)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들도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친구가 아시아 캐릭터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T 결국 디자인으로 귀결된다. 매력적인 디자인의 조건에서 귀여움은 항상 우선 순위로 고려된다. 나는 콘래드 로렌즈(Konrad Lorenz)가 처음 연구한 ‘Kindchenschema’ 대해 많은 것을 조사했다. 동그란 이목구비와 큰 눈을 가진 것이 인간의 배려하는 본성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다. 귀여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그러한 특징과 컨셉을 사용하는 것이 마케팅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헬로키티처럼 둥글고 입이 없는 캐릭터는 보는이가 그녀와 함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파워퍼프 걸스와 같은 캐릭터는 눈이 크고 둥글며, 많은 연령대에게 어필하는 시대를 초월한 외모를 갖고 있다. 그외 미국의 캐릭터 디자인에는 각지고 딱딱한 요소가 많다. 이것이 미국과 아시아 캐릭터 디자인의 한 가지 차이점일지도 모르겠다. 아시아 캐릭터 산업은 귀여운 요소가 지닌 매력으로 인간의 약한 본성을 잘 공략한다.

N 어렸을 땐 미국 만화에 깊게 빠져 있었다. 헬로키티 같은 캐릭터야 늘 인기가 많았기에 산리오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카툰 네트워크와 파워퍼프 걸스, 스폰지밥 등 니켈로디언(Nickelodeon)의 쇼를 좋아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어릴 때 관심을 갖던 쇼들이 점점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많은 미국의 캐릭터들이 좀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하하. 미국에서 어른들을 위해 제작한 만화들이 내게는 그닥 매력적이게 다가오지 않는 엣지있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몇몇 아동용 카툰은 만화들은 과하게 귀엽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과거의 만화에 더 매력을 느끼는데 미피, 핑구, 무민 등 그들 중 일부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기도 했다.

스캔된 이미지 뿐 만 아니라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나 창작자의 배경을 알리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이와 같은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수집하는지, 추후에도 계속해서 소개할 전망인지 궁금하다.

T 당신이 말했듯이, 아카이브 된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푹 빠져있다. 주로 책과 잡지에서 좋은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데, 이미지 외에도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등 더 세세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이미지에 유대를 갖고 있는 팔로워들과 함께 추억하며, 새로운 사실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에 이를 계속해서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N 업로드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번역 앱을 사용한다. 기본적인 정보를 얻으면 이후 온라인에서 더 깊이 조사하는 식이다. 정보를 디깅할수록, 더 많이 배우고 발견한 세부사항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 일이 매우 보람 있다고 생각하고, 보는 이들도 즐기기를 바란다.

계정을 운영하면서 발견한 정보 중 가장 새로웠던 사실은 어떤 게 있었나.

N 계정을 운영하는 동안 알게된 정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핑키 몽키(Pinky Monkey)라는 캐릭터의 발견이다. 캐릭터 잡지를 보다가 핑키 몽키를 발견했고, 그가 ‘Frente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의 마스코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알게 돼서 기뻤다.

T 니콜의 말에 동의한다. 핑키 몽키 처럼 미처 알지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

y2k의 미학이 급부상하면서, 한국에서는 몇년 전부터 오래된 문방구에서 고전 문구를 찾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뉴욕의 상황은 어떤가?

T 아마 비슷할 거다. 중고와 온라인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한다.

N 그런 경향은 미국에서도 퍼지고 있다. 다행히도 뉴욕에는 항상 내가 원하는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 존재해왔다. 현재까지도 2000년대 재고가 많은 할인 매장들이 있는데, 바로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장소다. 

뉴욕에서 어린 시절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T  퀸즈의 플러싱이 아닐까. 어릴 때 대부분의 물건을 거기서 구했다.

N 퀸즈의 플러싱은 내게도 정말 중요한 곳이다. 학교와 밀접했고, 항상 많은 친구들로 붐볐다. 그곳에 가면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항상 행복하다.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뉴욕 퀸즈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 그들 고유의 예술을 접하고 싶기도하지만 고향을 가장 사랑한다.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잡지나 인쇄물 또는 책을 소개해달라. 따로 구독하고 있는 인쇄물이 있나?

T  현재 잡지를 구독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오래된 잡지에서 좋아하는 파트를 찾는 편이다. 록킹온 재팬(Rockin on Japan)의 한 파트인 일본 출판물, H 매거진을 좋아하는데 훌륭한 예술과 음악, 패션이 많이 아카이브 되어있다.

N 따로 구독하고 있는 출판물은 없다. 최근에는 사진집에 빠져있는데,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집 중 하나는 니나가와 미카(Mika Ninagawa)의 “Sugar and spice”다. 토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책인데, 사진들이 놀랍고 다채롭다. 니나가와 미카의 책을 더 갖고 싶다. 그녀는 영리한 사진가다.

어린시절에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었나.

T 어릴 때 부터 아시아 음악의 열렬한 팬이었다. f(x)와 우타다 히카루(Hikaru Utada)를 좋아한다. 또, 윈스클럽(Winx Club)처럼 패션과 판타지를 중심으로 한 만화가 너무 좋았다. 또 포켓몬(Pokémon)과 킹덤 하츠(Kingdom Hearts)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N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와 강철의 연금술사, 프루츠 바스켓(Fruits Basket) 등 애니메이션을 엄청 좋아했다. 항상 종이 한 장과 연필을 가지고 다닐만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만화는 지금도 미국과 일본 두 국가의 작품을 많이 읽는다.

수집한 자료 중 가장 소중한 것을 소개해줄 수 있나.

T 물론이다. 나는 주로 시계를 소중히 여겨왔다. 니콜이 준 엔젤 블루(Angel Blue)시계와 산리오(Sanrio) ‘100CatsWorld’ 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상자 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현재에도 계속해서 매물을 찾는 중이다.

N 항상 수집가였지만 지금이 수집 전성기다. 책과 잡지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피규어와 장난감을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선반은 항상 가득 차 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는 요시토모 나라(Nara Yoshitomo)의 그림이다. 첫 눈에 봤을 때부터 너무 갖고 싶어서 돈을 모아 구매했다. 아름답다.

여전히 최신 영화나 음악보다 과거의 콘텐츠를 소비하는가? 최근에 좋았던 창작물을 소개한다면.

T 반반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과거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행은 주기적이고, 무엇이 다시 유행할지 추측하곤 한다. 최근에는 그룹 뉴진스에 관심이 있다. 그들의 스타일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영화로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추천한다. 짧은 시간에 많지 않은 캐릭터와 메타포에 초점을 둔 영화를 좋아한다.

N 오래된 영화들만큼이나 새로운 영화들을 좋아하진 않는다. 과거의 영화를 보면 창의성이 느껴지는데, 요즘 영화를 볼 때는 영감을 못 받는다. 노래도 그렇다. 1990년대에서 2010년대의 것들을 좋아한다. 최근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는 카디건스(The Cardigans)다. 그들의 앨범 “Life”를 좋아한다. 앨범 전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니나 퍼슨(Nina Persson)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2022년엔 “내 어머니의 모든 것(All About My Mother)”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스(Pedro Almodóvar) 영화는 재미랑 감동을 동시에 챙긴 완벽한 조합이다. 비주얼은 항상 인상적이고, 장난기가 많고 화려하다.

팔로워들이 @visitnymph을 어떻게 즐기기를 바라나.

T 팔로워들이 우리의 게시물을 통해 그들에게 가져다 준 기억을 떠올릴 때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들의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상기시켜 준다는 피드백을 계속 들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N 나도 팔로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게시물이 그들에게 새로운 것을 소개해주거나,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는 반응을 보았을 때 가장 행복하다. 페이지가 커뮤니티의 일부가 된 것을 열열히 환영하며, 앞으로도 이 페이지를 커뮤니티의 일환으로 즐겁게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visitnymph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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