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Ready Ep.1 서울 테크노 클럽

작년 본지에서 진행한 ‘VISLA CLINIC’의 첫 번째 고민이 ‘클럽에서 잘 노는 법’이었을 만큼, 오늘도 이 땅의 수많은 레이버들은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산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 신(Scene), 특히 그중에서 힙스터들의 소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테크노 신에서 살아남기란 녹록지 않다.

최근 서울 로컬 테크노 신 역시 해외의 신만큼이나 매력적인 음악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당신이 테크노 초심자라면 문득 테크노 클럽에 발을 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 테크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한 필수 아이템부터 애티튜드까지. VISLA의 문화 초심자 가이드, ‘Get Ready’의 첫 번째 에피소드 서울 테크노 클럽편과 함께 테크노의 정도(正道)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Oakley 선글라스

화려한 사이키 조명이 가득한 클럽에서 선글라스는 안구를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왠지 한층 더 강력하고 다크해 보이는 위장술의 기능을 한다. 음악을 즐길 때 어디를 봐야 할지 난처한, 아직 시선 처리에 어색함을 느끼는 레이버에게도 제격. 유럽의 레이브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확장된 동공을 가리기 위함이지만 서울에서는 소맥에 취해 풀린 눈을 가리기 위해서일지도. 오클리의 편광 스포츠 고글처럼 디자인이 괴랄하고 색깔이 독특할수록 당신은 ‘쿨’해질 수 있다.

Fanny Pack

클럽에 어떤 가방을 메고 갈지 모르겠다면, 혹은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대충 소지품을 넣었다가 잃어버린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힙색을 검색해 보자. 영어로는 ‘Fanny Pack’이라고 부르며, 나이키, 아디다스, 반스, 칼하트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내놓고 있다. 몸에 사선으로 메는 슬링백보다는 작고 허리에 딱 붙는 힙색이 간편하다. 모든 레이빙 용품이 알맞게 들어가는 힙색은 격하게 춤을 추거나 칠렐레팔렐레 취했을 때도 당신의 소지품을 지켜줄 것.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괜히 힙색을 메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베억하인은 2004년 Ostgut 레이블에서 탄생했어. ‘Berghain’이라는 이름은 건물의 남쪽과 북쪽 측면에 위치한 도시의 두 사분면인 크로이츠베르크와 프리드리히샤인을 합친 단어고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정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 사실 독일어 단어 ‘Berghain’의 사전적 의미는 산과 숲이라고 할 수 있어. 이 클럽은 옛 난방 플랜트 건물을 쓰고 있는데, 전쟁 이후 1953년 스탈린 알리(현재의 Karl-Marx-Allee 도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어지고 1980년대에 버려진 건물이야.”

Berghain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 베억하인(Berghain)에 입장했다는 것은 진정한 레이버의 증표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기준의 입장 정책을 통과하여 베억하인에 한번 다녀오게 되면 술자리에서 떠들 거리가 3년 치는 생긴다. 물론 그곳의 시공간은 다른 차원이라고 부를 법하다. 백문이 불여일견, 지금 당장 베를린행 티켓을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쉽게도 직항은 없으며 도하, 프랑크푸르트 등지를 경유하여야 한다. 한번 다녀오게 되면 인스타그램 계정 @berlinclubmemes, @technomemes666, @catsquith 등에서 베를린 클럽 및 테크노와 관련된 밈을 섭렵하며 “Auch, I can relate”라는 문구와 함께 리포스팅을 하게 될 것.

내 나이의 우리 부모님: 이 집을 사도록 해요. 그럽시다.
내 나이의 나: 난 이 돈을 절대 메꿀 수 없을 거야.

입장료 CHECK

2023년 현재, 서울 베뉴의 평균 입장료는 1만 원에서 2만 5천 원 선이며 해외 디제이가 내한할 경우에는 2만 5천 원에서 3만 5천 원 선, 클럽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대형 레이브 파티의 경우에는 4만 원에서 5만 원 선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드링크도 없어지는 추세이니 매주 다니기에는 부담될 수 있는 가격. 술에 취해 이 베뉴, 저 베뉴를 떠돌다 보면 하릴없이 입장료만 빠져나가 이내 텅 비어버린 지갑을 보게 될 것. RA나 @theothersideoftown 등에서 그날의 라인업을 보고 선택과 집중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해 보자.

사람에게 권력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 돈, 권력, “나 게스트 리스트에 있어”

게스트리스트

게스트는 단순히 입장료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짜릿한 특권의 맛이다. 게스트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게스트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거나, 본인이 게스트로 그 파티에 갈 수 있는 이유가 있거나. 그러나 게스트로 초대받아 파티에 가게 된다면 술 한두 잔 정도는 사 먹는 것이 호의에 대한 예의. 이는 베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디제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이룬다. 자고로 게스트의 도리란, 술 잘 먹고 춤 잘 추는 것이리라.

인스타그램 스토리 바느질

서울 신에서 디제이와 파티의 영상을 찍는 것은 ‘나 여기 와 있다!’라는 발 도장뿐만 아니라 디제이에게 보내는 샤라웃(Shout out), 리스펙트의 의미다. 파티에 갔다면 춤추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맨 앞자리를 선점하여 인스타 스토리에 바느질할 정도로 촘촘히 영상을 찍어보자. 물론 디제이와 클럽의 계정을 태그하며 나를 어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체로 리포스트를 해줄 것이다. 파티에 따라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으며, 플래시를 켜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파티에서 금기다.

이바돔 감자탕 or 신의주 순대와쭈꾸미

흔히들 ‘국밥 엔딩’이라고 부를 만큼 서울 파티의 제대로 된 마무리는 반드시 해장국이다. 이태원에서 24시간 영업하는 ‘이바돔 감자탕’이나 ‘신의주 순대와쭈꾸미’가 주말 아침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이기도. 클로징까지 남아있다가 알맞은 타이밍에 약간의 친화력을 갖추었다면 사장님, 디제이, 클럽 직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해장을 할 수 있을 것. 그러나 다들 지쳐서 말이 없을 수도 있으니 당황하지 말자. 원래 남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안겨준다는 것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이 침묵을 깨고 싶다면 소주까지 곁들여도 좋다. 단, 아침까지도 간이 제 기능을 하고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어떤 것도 중요치 않아, 알 게 뭐야

“집에 음악 들으러 갈래요?”

클럽에서 만난 사람과 클럽 앞의 이화나 다모토리에서 술 한잔 걸치고 나면 들을 수도 있는 말. 둘만의 애프터 파티를 상상하며 가보면 다 쓰러져 가는 옥탑방에 드러누워, 편의점에서 네 캔 11,000원 하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믹스셋을 듣게 될 확률이 80%에 육박한다. 그러므로 곱게 집에 가서 씻고 자는 것이 낫다. 물론 좋은 인연을 만났다면 축하할 일.

흡연

회사의 흡연 구역처럼 클럽의 흡연실 역시 철천지원수 같은 옛 애인부터 그립던 친구까지 수많은 인카운터와 가십거리가 오고 가는 곳이다. 많은 클럽이 실내 금연을 금지하고 있어 새벽에는 흡연실 혹은 루프탑의 흡연 구역이 붐빈다. 그러나 새벽 5시 이후부터 클로징까지는 플로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흔하니 흡연자라면 사장님과 디제이를 눈치껏 주시해 보자. 비흡연자라면 옷에 담배 냄새가 진하게 배게 되니 클럽에 갈 때 아끼는 옷이나 비싼 옷은 넣어두자.

50달러의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이닐 온리 디제이

Digital or Vinyl?

디지털과 바이닐 중 어떤 포맷이 우월한지에 관한 논쟁의 역사는 유구하다. 대체로 음악 커뮤니티에서는 취향을 존중하자는 식으로 결론이 나고 있으나 서울 신 내에서는 바이닐 디제잉이 ‘근본’이라는 인식이 은밀히 존재하는 듯하다. 바이닐은 분명히 매력적인 감촉과 손맛을 지녔다. 그러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 아니겠는가. 바이닐이든 디지털이든 형식에 상관없이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는 모든 디제이에게 리스펙트를 보내보자.


Editor | 진영


이미지 출처 | Motel Rocks, Amazon, Social Media Examiner, Shutterstock, @berlinclubmemes, @catsquith,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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