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이란 무엇인가?
봇(Bot)은 반복적인 작업 또는 자동화된 작업을 수행하여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도록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로봇의 약어인 봇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전체 웹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유형의 봇이 웹상에서 여러 가지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챗봇(Chatbot)이다. 챗봇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자연어 처리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보통 기업이나 조직에서 고객 상담과 질문 답변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하여 업무 처리를 돕는 일에 사용되지만, 최근 ChatGPT가 딥러닝(Deep Learning)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대화의 의도와 의미를 파악하고 처리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로 이목을 끌고 있다.
스니커 봇이란 무엇인가?
스니커 봇(Sneaker Bot)은 사용자가 제한된 재고의 운동화를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가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 부당하게 응모에 참여해 당첨 가능성을 높이거나, 배송 주소와 신용카드 정보 같은 정보 입력과 페이지 이동을 자동화하여 상품의 구매를 돕거나, 실시간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입고된 상품의 결제를 자동화해 구매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서 스니커 봇을 사용하면 한정판 인기 스니커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 구매자를 운동 선수로 비유하자면, 봇을 사용하는 것은 도핑과도 같다.
2012년, 나이키(Nike)가 ‘Air Jordan Doernbecher 9’를 출시하면서 스니커 봇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신발을 공개했는데, 구매자가 나이키 계정에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야만 운동화 예약이 가능했다. 사람들은 ‘Reserve’ 또는 ‘Doernhecher’ 같은 단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 예약을 신청했지만, 어느 봇 업체에서는 트위터 API를 이용한 메시지 봇(Message Bot)을 개발하여 1초에 수천 개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부당한 방법으로 예약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인간은 봇에 의해 응모 기회를 박탈당하기 시작했다.
2015년, 나이키는 봇을 통해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인플레이션 된 가격으로 다시 판매하는 악성 판매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추첨 응모 형식의 나이키 드로우(Nike Draw)를 도입했다. 선착순 응모 및 판매 방식과 달리 한정 수량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모든 고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프록시(Prxoy)를 통해 가짜 이메일 주소로 가입한 수만 개의 계정이 응모에 참여하는 것은 아직까지 막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나이키와 스트레인지러브 스케이트보드(Strangelove Skateboards) 협업 당시 풋프린팅 봇(Footprinting Bot)을 이용해 웹사이트의 숨겨진 페이지를 미리 찾아내고, 신규 발매될 상품을 미리 구매하여 온라인 발매가 취소된 적 있다. 스캘퍼 봇(Scalper Bot)은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을 통해 상품페이지를 지속적으로 스캔하여 입고가 발생하는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봇은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모방하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웹단에서 구매 작업을 도와준다.
다양한 방식의 스니커 봇이 있지만, 로그인부터 상품 선택, 사이즈 및 컬러 선택, 결제 방식, 결제 정보, 주문 정보, 결제까지 자동화하여 구매 시간을 단축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대표적이다. 새로고침과 상품 선택을 반복하는 매크로(Macro)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클릭을 자동화하여 상품 구매까지 1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셀레니움(Selenium), 페퍼티어(Puppeteer) 같은 브라우저 자동화 툴을 이용하여 개발된 봇은 캡차(Captcha) 문구만 인간이 입력하면 구매가 이뤄질 만큼 봇은 발전하고 있다. 캡차 우회 기술 또한 존재한다.
스니커 봇이 스니커 신에 미치는 영향은?
2005년, 나이키와 제프 스테이플(Jeff Staple)의 협업으로 제작된 ‘SB Dunk Low Staple NYC Pigeon’은 150켤레 한정 수량으로 뉴욕 시내 유명 편집 스토어 다섯 곳에서만 출시됐다. 여러 스니커 매니아는 신발이 출시되기 며칠 전부터 가게 앞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출시 당일에는 안전을 위해 지역 경찰까지 동원되어 많은 무기까지 압수하고 순서대로 입장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정정당당히 줄을 서서 운동화를 구매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2022년, 나이키 공식 웹사이트의 이용약관이 변경됐다. 온라인에서 새치기를 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줄을 선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용약관은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결제된 주문은 취소 처리될 수 있고,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결제 과정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봇 사용자와 악성 판매자에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술적으로 봇과 인간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키는 봇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봇을 통해 인기 운동화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인위적으로 시세를 형성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편취하는 개인 및 리셀러(Reseller) 조직이 증가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은 더욱 정교해지고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한정판 운동화를 구하기란 매우 드물고 어렵고 힘든 일이며, 봇에 의해 품절된 운동화의 가격은 하늘로 치솟기 마련이다. 봇에 의해 허무하게 운동화를 놓치고 비싼 가격에 재구매를 하게 된 고객은 스니커 신에 대한 충성도를 상실하게 되고, 실제 고객이 이탈하면서 스니커 시장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게 된다.
스니커 봇은 불법인가?
스니커 봇은 불법이 아니다. 다크 웹이나 암시장에서 암암리에 거래되지 않고, 봇 제작자가 직접 개발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광고를 게재하여 공개적인 활동을 펼친다. 자동화된 봇을 사용하여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종종 소매업체의 이용 약관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재 봇을 사용하여 운동화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스니커 봇을 구매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해 운동화를 구매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그린치 봇(Grinch Bot)을 사용하여 대량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재판매하는 개인 및 조직을 저지하기 위한 BOTS 법(Better Online Ticket Sales Act)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매크로를 이용한 관람권 구매와 재판매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봇을 이용한 구매와 재판매 관련 법안이 이제야 막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한정판 운동화는 발매와 동시에 품절이 이뤄진다. 품절된 한정판 운동화 가격은 발매가의 최소 두 배에서 심지어 천 배 가까이 치솟기도 한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봇을 사용해 물량을 확보하고 공급 가능 수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활용하여, 스니커 시장에서 한정판 운동화의 물량을 조절해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가 스니커 신을 파괴하고 있다. 운동화를 주식으로 비유하면, 이 행위는 주가 조작으로 범죄 행위에 속한다.
이미지 출처 | Nike,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