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까지 꽁꽁 싸매고 다녀야 겨우 추위를 피할 수 있었는데, 슬슬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해마저 길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경칩이 코 앞으로 온 이때. 새 계절에는 또 새로운 물건이 필요한 법. 남들보다 한발 빨리 다가오는 봄을 준비한 VISLA 필진의 소비를 지금 당장 확인해보자.
진영 / 프리랜스 에디터 – Bassiani hoodie
옷장은 바이닐 수납장만큼 내밀한 취향의 컬렉션이지 않을까? 전자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부터 옷장이 The Volks, Mood Waves, Time Passages 등의 레코드 및 파티 레이블, Junction, Small Moves 등의 레코드숍에서 나온 티셔츠와 후디로 하나둘씩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 굿즈들은 ‘If you know, you know’라는 말처럼 어디에서든 나의 음악 취향을 냅다 고백할 수 있는 자의식과잉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웬만한 기성 의류 브랜드보다 천의 질이 좋아서 바이닐의 먼지를 바로 슥, 닦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번 겨울의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일정이었던 조지아 트빌리시에서의 일주일 동안, 또 하나의 후디가 나의 품으로 왔다.
조지아행을 결심한 것은 순전히 클럽 바시아니(Bassiani) 때문이었다. 테크노에 관한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하며 항상 정치적이고 자생적인 트빌리시 신(Scene)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고 미지의 땅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국 베를린을 떠나 트빌리시에 도착한 금요일, 벤 클락(Ben Klock)의 플레잉을 듣기 위해 바시아니로 향했다.
정오를 넘어서까지 달리는 호흡이 긴 파티인지라 새벽 2시쯤 느지막이 나섰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떠올리게 하는 보리스 파이차제 경기장의 9번 게이트, 거대한 우크라이나 국기가 펄럭이는 입구에 다다랐다. 현재 조지아의 정부는 러시아의 눈치를 보고 있으나 국민 정서는 대다수가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자연스레 이곳에서 테크노 클럽은 극우파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모임 장소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2018년, 무장경찰이 습격한 사건도 있기에 커뮤니티의 안전을 위해서 입장이 까다로운 것은 당연지사. 페이스 컨트롤(Face Control) 정책으로 인해 얼굴만 보고서 이유 없이 입장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오늘 밤 내가 이 춤판 안에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들여만 보내주신다면 이 한 몸 불사르리라 간절히 빌었다.
처음에 줄을 섰을 땐 지대가 높아 바운서와 앞 사람들의 모습을 내다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줄이 줄어들며 앞으로 나아갈수록 땅이 꺼졌고, 내 시야도 낮아져 주변 사람들의 머리만 올려다보였다. 새벽 4시 50분, 이제는 플랜 B의 다른 클럽으로 가기에도 늦은 시간.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애써 긴장을 가라앉히고서 어깨를 펴고 옅은 미소를 띠며 바운서 앞에 섰다. 그 와중에 발에 채이는 생수병이 있길래 습관적으로 허리를 굽혀 주웠다. 좋은 카르마 덕분일까? 바운서는 딱 봐도 외부인 같은 나에게 댄스플로어의 문을 열어주었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수영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바시아니 스테이지 역시 앞으로 나아갈수록 침잠하는 늪 같았다. 펑션원 스피커에서 내려앉는 우박 같은 묵직한 비트를 온몸으로 맞으며 우리는 가장 연약한 살갗을 드러내고 춤을 추었다. 위층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음악이 나오는 호룸(Horoom) 스테이지가 있었지만 그날 밤과 아침은 온전히 바시아니에 바쳤다. No photo policy를 지키며 스마트폰 앨범이 아닌 마음속에 음악과 춤을 차곡차곡 담았다. 고대했던 벤 클락보다는 레지던트 디제이인 네와(NEWA)의 클로징 셋에 홀딱 반해버렸다. 전자음의 바다에서 흠뻑 헤엄치다가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오후 12시. 땀과 먼지에 찌든 육체였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운했다.
산뜻한 시작과 함께 트빌리시에서의 행운은 계속됐다. 클럽 안에서 만난 로컬 친구가 고맙게도 다음 주 금요일의 게스트리스트에 올려주어 트빌리시를 떠나는 아침 비행기 전, 헤렌사우나(Herrensauna)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일주일을 머무는 나그네가 이보다 더 바랄 수 있을는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코트체크 맞은편에서 바시아니 후디를 구매하며 돈으로 보답했다. 입을 때마다 얼굴에 달라붙는 검은 천의 먼지와 살짝 튀어나온 실밥은 언뜻 조지아의 직물 기술을 의심케 하지만 이 또한 ‘추억 보정’으로 해결되리라. LUCK +1 스탯이 붙은 듯한 이 후디는 앞으로 어떤 복과 인연을 가져다줄까? 바시아니 후디 덕에 낯선 이와 취향을 공유하게 되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오욱석 / 에디터 – Nike Air Zoom Talaria
내가 아직 새파란 고등학생이었던 2000년대 중반……. 거품이 가득 낀 지금의 스니커 시장만큼은 아니었지만, 60제곱미터쯤의 교실에도 분명 스니커 신(Scene)은 존재했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운동화 모델 몇 켤레를 꼽아보자면 에어 맥스 시리즈나 에어 포스 1, 덩크까지, 나이키의 스테디셀러 삼총사가 상위권을 차지했었고, 조금 더 자신을 뽐낼 줄 아는 녀석들은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했던 덩크 SB라든가 리복 퓨리, 뉴발란스의 운동화를 신으며 자신의 운동화력을 뽐냈다.
무수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최신 모델부터 레트로, 협업 등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스니커를 쏟아내는 지금과는 다르게 그 시절엔 뭔가 한정된 선택지 속의 작은 하입(Hype)을 즐기던 때였다. 이런 와중에도 언제나 파이오니어는 있는 법. 같은 반 학우였던 김신발(당연히 가명) 군이 그러했다. 그 친구는 누구나 신고 있는 모델이 지겹다는 듯 매번 신통방통한 운동화를 신고 등교해 매 학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가령, 학급 내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나이키 에어 우븐이나 에어 허라치 라이트 버스트와 같은 모델을 태연하게 신고 와 뭇 고교 스니커헤드로써의 면모를 풍겼던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이래저래 신기한 운동화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요 에어 줌 탈라리아(Air Zoom Talaria)다. 그 친구 왈, 줌 에어 기술을 넣은 최초의 러닝화니 뭐니 이래저래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나이키에서 이런 디자인과 컬러의 신발이 나온다는 놀라움에 그 야부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이때의 임팩트가 꽤 셌는지, 성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2016년에 레트로가 되었을 때도 구매할까 망설였으나 선뜻 손이 닿지 않았다가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야 손에 넣었다. 오랜 시간 염원하거나 찾아 헤맨 물건도 아니었기에 큰 감동보다는 걱정 없이 즐기던 10대를 회상할 수 있는 운동화랄까. 받아봤을 때도 커다란 감동은 없더라. 여름에야 한두 번 신어볼 수 있을까. 이렇게 또 추억만 하나 늘어간다.
장재혁 / 에디터 – Fujidas T-Shirt
이달 초 도쿄에 다녀왔다. 간만에 홀로 떠났던 무계획 여행이었기에 떠나는 날까지도 숙소를 구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만은 꼭 해봐야지 했던 게 있었는데, 후지산 여행이 그랬다. 내심 정말 일본스러운 무언가를 원했을 수도, 후지산에 관한 후기를 들은 영향도 있었을 테지만, 단지 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기 힘들지 않나. 정신없는 서울 생활을 일본에서라도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아무튼 그렇게 후지산행 버스를 타게 됐다. 인생 첫 일본 여행에서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말이다.
사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평온함, 자꾸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눈에 채일 일 없는 곳으로 가서 맘 편히 쉬고 싶었을 뿐. 하지만 왠걸, 커브를 돈 버스 창밖으로 빼꼼히 보이는 후지산 봉우리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투박하고 거대한 무언가를 본 적이 있던가. 섬뜩하게 뾰족 봉우리도, 드라마틱한 산맥도 가지지 못했지만 후지산은 그 자체만으로 웅장했다. 무지막지하게 큰 무언가가 주는 위압감은 분명 존재했다.
오후 내내 자전거를 타고 후지산 주변 호수를 돌고 기분 좋은 숙소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아주아주 멀리서 눈 덮인 봉우리가 빼꼼 보였다가 이내 구름에 가렸다. 간만의 휴식에 머리가 비워지니 개운했다. 하루 더 묶고 싶었지만 남은 일정을 생각해 참았지. 다행히도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랠 기념품 샵이 정류장 앞에 떡하니 자리했다. 후지산의 모습을 본뜬 지우개부터 초콜릿 그리고 카레까지, 집으로 모셔가고 싶은 온갖 기념품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지갑을 열게 했던 건 제일 구석에 초라하게 걸려 있던 후지다스(Fujidas) 티셔츠였다.
2천엔. 절대 아디다스와 후지산의 공식 굿즈일 리 없는 가격이지만 ‘I ❤️ Tokyo’ 류가 좋아진 요즘이니 후지산의 추억을 담은 본 티셔츠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로고에 눈 덮인 후지산 봉우리의 형상을 더했으며, 후지산의 현무암질 표면을 거칠거칠한 은색 코팅으로 표현했다. 단순 기념품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도 훌륭하다. 위트 있는 로고 덕에 청바지 하나에 걸쳐도 편안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룩이 완성되니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 후지다스는 결국 이번 일본 여행에서 유일하게 구매한 의류가 됐다.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왕국에서 다른 모든 경쟁자를 제친 이 티셔츠로 올여름을 버텨보려 한다.
권혁인 / 편집장 – 메모 수첩
나는 매일 노션(Notion)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해 팀과 함께 업무와 안건을 공유하며 일을 진척시킨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스마트 폰 메모장에 적고, 자신에게 보내는 카톡으로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빠르게 드래그해서 붙여넣는다. 사무실 책상에 있는 스케줄 노트에는 하루의 할 일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현대인을 따라다니는 투두리스트와 스케줄의 무한궤도… 한 치의 오차도 낭비하지 않도록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의 스케줄러, 커뮤니케이션 툴, 이메일, 공유 드라이브… 이 모든 걸 사용하지 않았던 스마트 폰 이전의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았나? 잠시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노션과 스케줄 노트, 스마트폰 메모장에 무엇을 적어놓았는지부터 떠올리는 나 자신에게서 위화감을 느끼는 요즘.
나는 일종의 강박증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다 해내지도 못할 할 일을 끊임없이 추가하고 늘어놓는 기록의 행위는 그저 불안과 갈증을 잠시 해소하는 진통제가 아닐지. 사람들이 목 놓아 말하는 ‘현재를 즐겨라’의 행복 방정식은 나에게만큼은 왜 그렇게 어려운 풀이인지. 이렇게 할 일의 목록과 우선순위로 측량되는 내 하루의 배경에는 언젠가부터 본질적이고도 거대한 생(生)의 의지가 희미하게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뒤돌아 내 삶을 한 모금 찍어 먹으니 무미건조한 맛이 나더라… 나사 하나가 빠진 채로 방문한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서 우연히 새어 들어온 아이디어 하나. “손으로 쓰자”.
디지털 데이터망에 두손 두발이 묶인 내가 이번 달의 일탈로 결정한 건 무지로 된 메모 수첩이다. 또 하나의 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메모 중독으로 살아온 나는 당분간 정말 기억하고 싶은 것만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다가 직접 손으로 적기로 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놓은 카테고리에 시간, 할 일, 참여자 등의 정보를 일일이 기입하지 않아도 되고 정확한 시간에 알림이 울리지도 않는 2,000원짜리 수첩을 10개 정도 샀다. 전혀 효율적이지 않아서 자유롭다. 간간이 낙서도 그리고 줄도 긋고 하면서 그 순간의 나를 옮겨볼 것이다. 술자리에서도, 클럽에서도 내 주머니에 들어있을 이 수첩을 상상하니 꼴이 웃기면서도 기분 좋다. 할 일은 잠시 뒤로 하고 그저 끄적이는 즐거움만을 위하여.
황선웅 / 에디터 – 별의 커비 손목시계
도쿄로 4박 5일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 시끌벅적한 신주쿠의 밤을 방황하던 중에 길거리에서 내 귀에 익숙한 음악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서곡(Overture)”이었다. 음악을 따라 걷다 보니 게임 굿즈 숍이 나왔다. 닌텐도가 연상되는 빨간색 벽에 ‘드래곤 퀘스트’의 슬라임 인형들이 입구부터 빼곡하게 전시된 숍.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더라.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굿즈는 물론이고 마리오, 젤다 등의 닌텐도 게임 굿즈와 약간의 건담 프라모델들까지, 작고 좁은 공간에 평소 내 주요 관심사였던 것들이 모두 집약되어 있었다. 다양한 굿즈 중에는 커비도 있었다. 처음 보는 커비 굿즈와 작년 8월 용산에서 줄을 서가며 구매한 커비 30주년 인형 등 사방 여기저기에 커비가 널려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눈에 띄어 지금 내 손목을 감싸고 있는 것이 바로 커비 손목시계다.
구입한 커비 시계의 가격은 500엔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고장 나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줄 알았는데, 고장 난 게 아니었다. 다음 날 용두를 고정하는 플라스틱을 제거하니 멀쩡히 잘 작동되었고, 이후 커비 시계는 내 손목에 안착하여 도쿄 여기저기를 함께 누볐다. 내 손목에 무난히 안착한 것은 맥시멈 토마토의 색을 띈 다이얼과 밴드의 공이 크다. 아무리 커비라도 분홍색 손목시계였다면, 손목에 차고 다닐 엄두가 잘 안 났을 거다.
휴대폰이 있어 손목시계가 딱히 필요는 없지만, 지루하고 따분해서 시간이 흐르지 않을 때 시간을 볼 겸 커비도 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손목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박진우 / 디자이너 – HUNTER x HUNTER ISAAC NETERO ANIME PRODUCTION CEL
스트레스라는 건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로 나타낼 수 없지 않나. 반대로 스트레스 해소라는 것도 어떻게 딱히 정의 내리기 어렵지 않겠나.
흔히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운동을 한다던가, 노래방에 간다던가, 술을 잔뜩 마신다거나 한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건 자기가 좋아하지만, 못했던 것을 잔뜩 해버리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쇼핑… 쇼핑은 명확하게 전 지구에서 미친 듯이 이것저것 생산하는 물욕자극 슈퍼소비 시대에 아주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닐까. 이미 수많은 사람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근 몇 달 사이, 돈을 너무 헤프게 쓰는 것 같아 아끼기로 결심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인터넷 쇼핑을 마약중독자처럼 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후 벌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Bought It!’은 자신이 산 것을 자랑하는 콘텐츠이므로, 벌은 벌이고 최근에 산 것중 하나를 소개해본다.
일본의 만화 헌터x헌터는 지금까지 두 차례 애니메이션화되었다. 최초 애니메이션화가 된 이후에 한 이벤트에서 첫 번째 애니메이션에 쓰인 ‘셀’을 팬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가끔씩 있는 이벤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베이를 뒤져보면 몇몇 셀러가 그림이 그려진 ‘셀’을 파는 걸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헌터x헌터도 있더라. 아무래도 작가가 각 잡고 그린 일러스트도 아니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라 구린 작화도 많고(첫 번째 애니메이션이 망한 작화가 많았다), 구도도 엉성한 게 많은데, 그 와중에 주인공인 키르아나 곤 등이 인기 케릭터들이 등장한 장면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안 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만화에 등장하는 개쌘 할배인 네테로 회장의 팬이기 때문에… 네테로 회장을 찾아다녔다. 마침 네테로 회장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이 있어 꽤 오래전부터 관심 상품으로 등록하고 스트레스가 쌓이길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마침 최근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어느새 나는 셀 한 장에 꽤나 큰 거금을 지불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셀러가 일본인이다 보니 빠르게 도착한 네테로 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셀… 네테로 회장의 표정만 봐도 어느 장면인지 알 수 있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구매한 셀이 사용된 지점을 찾았다. 비록 작가 일러스트는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에 실사용되었기에 희소한 가치가 느껴져서 짜릿했다.. 현명한 소비는 아마 아닌 것 같고. 근래 없었던 후레쉬한 소비였다.
Editor│오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