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RESTAURANT #ZION BOAT

필자는 오래전 우연한 계기로 합정동에 자리한 자메이카 레스토랑 자이온 보트(ZION BOAT)에서 저크 치킨(Jerk Chicken)을 맛보았다.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그립고 푸근한 맛. 자이온 보트는 이내 가끔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마다 생각나는 장소가 되었다.

자이온 보트는 자메이카의 소울 푸드, 저크 치킨을 만들며 동시에 레게, 스카, 루츠, 덥 등 자메이카 음악에 정통한 공간이다. 운영자 시미(Shimmy)와 만나 그의 레게의 애정에 관해 담소를 나눴다. 그간 행보와 남다른 자메이카 사랑을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셀렉타(Selecta)[1]를 하면서 동시에 자메이카 레스토랑 ‘자이온 보트’를 운영하는 시미라고 한다.

최근 10주년을 맞은 자이온 보트, 그 시작이 궁금하다.

2007년 후쿠오카 이토시마 케야 해변에서 열린 ‘Sunset Live’라는 레게, 스카, 덥 페스티벌에 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저크 치킨을 경험했다. 원래 레게 음악을 좋아했는데 음식으로 자메이카를 접해보니 꽤 색다르게 느껴져서 흥미가 생기더라. 곧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 생활을 하며 식당 창업을 준비했다. 요리에 대한 노하우는 주로 일본에서 배웠고, 2013년 자이온 보트를 오픈했다. 자메이카 음식을 일본에서 배웠다는 것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일본에는 자메이카 이민자가 꽤 많이 살고 있다. 아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을 거다. 일본이 바로 옆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식 로컬라이징이 한국 입맛에도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여러 지역들, 특히 후쿠오카의 자메이카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배웠다. 아마 4, 50번은 다녀온 듯하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은 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후쿠오카의 ‘Natty Dread’다.

자이온 보트를 열기 전에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지.

아니다, 요리보다 음악 같은 요소가 먼저였다. 레게, 루츠, 스카, 덥에 관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방금 얘기했던 것처럼 저크 치킨을 접하고 나서 7년간 준비했다. 창업을 하려면 요리 말고도 돈이나 경영에 관한 공부도 필요했으니까.

레게, 덥, 루츠 음악은 언제, 어떤 계기로 접해서 빠져들게 되었나.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젊어서부터 음악을 하셨고, 당시에는 레게에 심취해있었다. 나는 레게가 뭔지도 몰랐지만 집이나 아버지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레게를 들었던 거지. 음악을 자의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한 학창 시절에는 록, 펑크, 힙합, 일렉트로니카를 포함해서 다양한 장르를 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레게를 들었더니 너무 좋더라. 만약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장르만 들어야 한다면 레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레게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가.

먼저 희로애락이 확실하다. 또 대체로 차분하며 평화롭다. 그래서 언제나 듣는 이를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가장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레게 뮤지션을 몇 명 꼽는다면?

몇 명만 고르기엔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진부한 대답이긴 하지만 첫 번째로 밥 말리(Bob Marley)를 꼽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레게 음악을 많이 알렸기 때문에. 그다음으로는 막스 로메오(Max Romeo), 자키 미투(Jackie Mittoo), 배리 빅스(Barry Biggs),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 호레이스 앤디는 2010년 지산밸리 페스티벌에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과 함께했던 내한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대체로 60~7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저크 치킨을 만들고 있다. 저크 치킨 그리고 자이온 보트만의 저크 치킨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자메이카의 가장 보편적인 음식인 저크 치킨은 육포를 뜻하는 ‘Jerky’에서 파생된 단어다. 자메이카식 영어인 파토아(Patois)로 ‘Jerky’를 ‘Jerk’라고 한다. 그래서 저크 치킨을 직역하면 닭고기 육포라고 할 수 있겠다. 오리지널 저크치킨은 꽤 오랜 시간 훈연한다. 예전에는 장기간 보관하려고 수분을 최대한 뺐다. 그러면 굉장히 살이 뻑뻑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빠르게 먹을 수 있고 육즙이 더 살아있게 짧은 시간 동안 훈연한다. 그래서 요즘 저크 치킨은 육포보다는 스테이크에 가까워졌지. 또 자메이카에서는 스카치 보넷(Scotch Bonnet)이라는 고추를 사용한다. 카리브 요리에 종종 사용되며 하바네로(Habanero)와 비슷할 정도로 매우, 매우, 매우 맵다. 나도 한국에서 소스를 연구할 때 어찌어찌 구해서 사용해 봤다. 그런데 너무 맵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워서 한국, 인도, 베트남, 태국 고추들을 적절히 배합해서 소스를 만들었다. 이 소스가 자이온 보트의 큰 정체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BBQ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서 자메이카식 치킨을 내놓았는데 먹어보았는지, 자이언 보트의 것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자메이카 통다리구이’가 출시되었을 때 친구와 먹어보았는데, 한국식 숯불 닭고기 바베큐 같은 느낌이었다. 저크치킨은 해적들이 먹는 넓적다리 살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자메이카식 저크 치킨과 생김새는 좀 비슷하다. 하지만 자메이카 사람들이 먹어본다면 좀 의아해할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반신반의다. 조금이라도 자메이카 음식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대부분은 자메이카 음식을 잘 모르니 BBQ의 치킨이 자메이카 음식이라고 오해할까 조금 아쉽다. 특히 ‘자메이카 소떡만나치킨’은 꽤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자메이카식 저크 치킨의 보편적인 레시피와는 동떨어진 음식이라 생각한다.

실제 자메이카에 가본 적도 있나. 

불행하게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공간을 열기 전에도, 공간을 만들고 나서도 장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가는 방법도 꽤 어렵다.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를 경유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도에는 식당을 잠시 닫을지라도 꼭 가봐야겠다 싶어서 가게 스태프 중 한 명인 김한이 때마침 영국에 체류 중일 때라 자메이카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혀서 또 몇 년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드디어 가려고 한다. 4년 전 계획대로 김한과 함께 갈 것이다. 식당에 손님으로 오셨던 자메이카 분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종종 연락하곤 한다. 자메이카에 오면 현지 음식도 꼭 맛보고 공연도 보자는데 벌써 기대된다.

신메뉴 개발도 진행 중인지.

평일에는 매장관리부터 요리, 서빙까지 혼자서 다 하다 보니 많은 메뉴를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 하나에만 더 집중하는 게 맛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 자메이카에 가면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고 자문할 테니 그때는 신메뉴 개발을 고려 중이다. 요즘엔 자메이카식 댄스 장르인 댄스홀을 추는 댄서들도 자메이카에 가서 교육도 받고 경험도 쌓고 있다.

단순히 음식점을 넘어 자이언 보트에서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져 왔다. 이 공간 안팎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1년에 한 번씩 개업일 날짜에 맞춰 여러 행사를 열어왔고 ‘Party On Boat’라는 이름으로 레게, 스카, 러버스락 아티스트들과 디제잉, 어쿠스틱 공연을 했다. 또 자이온 보트 시작에 많은 영향을 줬던 일본 레게 음악 신(Scene)과의 교류도 깊기 때문에 그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단발성으로 긱(Gig)처럼 작은 이벤트도 많이 진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뽑으라면 독일의 닥터 링딩(Dr. Ring Ding)이라는 뮤지션이 내한했을 때다. 그때가 마침 자이온 보트 1주년이었는데, 이곳에서 즉흥으로 럽어덥(Rub-A-Dub) 공연을 했다. 또 매드 프로세서(Mad Professor)가 생각난다. 이태원 케이크샵(Cakeshop)에 내한 공연차 왔는데, 공연 전 그가 자메이카 음식을 먹고 싶다고 케이크샵 직원들에게 말했고 곧 우리 가게로 함께 왔었지. 혼자서 두 마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사인도 해줬는데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 한국에서 자메이카와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전이 열린 적이 있는데, 나는 자이온 보트 깃발을 들고 자메이카 사람들과 자메이카 관중석에서 자메이카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날 자메이카는 3-0으로 졌다.

마지막으로 김흥국 씨의 ‘레게의 신’ 카세트테이프와 LP에 사인을 전달받은 적도 있다. 언제 한번 와주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

2호점인 파주 야당점이 얼마 전 도로 공사 문제로 폐점했다. 앞으로 다시 매장을 늘릴 생각도 있나?

자이온 보트는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는 원치 않지만 만약 내 가족이나 친구가 매장을 만들고 싶다면 직영점은 괜찮다. 제주도나 동해안처럼 자연 친화적 환경이 우리 음식과 정체성에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을 살아가며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생소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음악이든, 음식이든, 그 무엇이든. Respect & Guidance.

Zion Boa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Photographer │장지원
Flyer Image │ Zion Boat

[1] 셀렉타(Selecta): 자메이카에서 DJ를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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