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무수한 편집 숍이 있다고 하지만, 헨즈(Henz)를 빼놓고 서울의 스트리트웨어를 논할 수 있을까. 정말 특별한,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를 넘어 오직 헨즈에서 밖에 만나볼 수 없는 제품은 우리가 헨즈 스토어를 매번 주목하는 이유다. 10DEEP부터 NEMES까지,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헨즈는 숍만큼 매력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홍대 주변을 지키며, 항상 재미있는 궁리를 하고 있는 헨즈 스토어의 두 축인 황재국, 노현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헨즈(Henz)는 어떻게 시작된 숍인가.
황재국(이하 황) : 세상에 멋진 브랜드가 정말 많은데,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역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 브랜드를 소개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Henz라는 숍 네임은 당시 우리 이름의 앞글자를 하나씩 따서 만들었다. 지금 그 한 명은 없지만. 하하. 아무튼, “멋진 브랜드를 멋지게 알려보자!”가 헨즈의 시발점이다.
헨즈만의 특별한 브랜드 입점 기준이 있는가.
황 : 일단 다른 숍에서 취급하지 않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또 입점 시키려는 브랜드가 얼마나 볼륨있게 전개를 하는지, 디렉터의 영향력은 충분하지 생각해본다.
노현우(이하 노) : 사실, 우리끼리 브랜드 입점 회의를 할 때 많이 싸우는 편이다. 하하. 한쪽이 좋다고 하면 한쪽이 반대하고 그런 식이다. 이런 긴 다툼 속에서 브랜드를 선정한다.
황 : 아, 한가지 추가하자면, 헨즈 스토어의 콘셉트를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브랜드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전망이 있는가’다.
노 : 근데, 우리가 하는 브랜드는 크게 전망이 없지 않나? 하하.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이라면.
황 : 그렇다. 10여 가지가 넘는 브랜드를 전부 신경 쓰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노 : 하지만, 헨즈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왔을 때,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특별한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하지 않아도 헨즈라는 스토어 네임 하나로 구매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마케팅에 미숙한 점도 분명 있지만, 우리는 100마디의 텍스트보다 하나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큰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가 있는가?
노 : 단연 10DEEP이다. 하지만 본토 내에서도 워낙 리테일가가 높아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그 어느 곳보다 제일 싸게 판매하고 있다. 하하.
일본 브랜드 중에서 새로 입점 시키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황 : C.E(Cav Empt)와 매직스틱(Magic-Stick) 두 곳. 매직스틱은 비원더드라는 곳의 벤더를 통해 가져올 예정이다. 제일 가져 오고 싶은 브랜드는 역시 C.E.
노 : 하지만, 대기업에게 막혀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굵직한 곳에서 조금씩 취급하고 있어서 입점 시키는데 무리가 따르고 있다. 그런 곳과 전혀 다른 채널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는데 답장은 없더라. 뭐 죽기 전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하.
현재 취급하는 브랜드는 어떤 방침으로 전개하고 있나?
노 : 브랜드를 최대한 간소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욕심내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이나 잘하자는 생각이다. 클럽을 오픈하려는 이유도 현재 취급하고 있는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황 : 10DEEP 역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 브랜드라 브랜드에 관련된 이벤트나 최근에 입점 시킨 네메스(Nemes) 또한 우리가 곧 열게 될 클럽에서 직접 보여주고 싶다. 브랜드와 이벤트의 유기적인 연계를 하고 싶다.
좋아하는 도메스틱 브랜드를 알려 달라.
황 : 좋아한다기 보다는 멋지다고 생각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디스이즈네버댓(This is never that)이다. 옷도 잘 만들고 브랜드에서 옷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대중과 마니아의 적정선도 잘 맞추고, 브랜드 전개에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멋지게 보인다. 룩북이나 영상을 보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브랜드에 임하는지 알 수 있다.
노 : 내가 보기엔 디스이즈네버댓 좋아하면서 안 좋아하는 척하는 것 같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도 디스이즈네버댓 아닌가? 하하.
의류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들여오지 않나.
황 : 그냥 돈이 되니까 하는 거다. 하하. 우리가 또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관련된 물품도 들여오고 있다.
선인장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CYCLE DE LEAU 영상이 참 재밌더라. 이런 영상 역시 헨즈에서 제작하는 것인가.
노 : 헨즈의 영상은 숍에서 일하는 ‘만두’라는 친구가 제작하고 있다. 음악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친구다. 근데, 헨즈 멤버 모두가 수동적인 측면이 강해서 험한 말이 오가야 결과물이 나온다. 하하.
헨즈의 CYCLE DE LEAU 영상
앞에서 클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황 : 지금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일단 6월 중에 오픈할 예정인데, 그 외의 것은 추후 공개하겠다.
일본 아티스트와의 교류가 잦은데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황 : 난 파티를 기획하면서 일본의 뮤지션과 알게 되었다. 현우는 패션 종사자들과 이전부터 교류가 있었지. 서로 다른 경로로 알았지만, 음악과 패션의 교집합이 있어서 일본의 아티스트끼리도 쉽게 연결되더라.
노 : 브랜드 입점 시 가장 좋은 것은 지인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편하기도 하고. 서로의 연결고리 덕분에 수월하게 브랜드를 입점한 경우가 많다.
예전 카페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부터 일본 아티스트와의 교류가 계속 있었나.
황 : 그때는 잘 몰랐었다. 하지만 당시 카페를 했던 경험과 포트폴리오가 도움된 적은 있다.
노 : 그때 하루에 두 잔 정도 팔지 않았나?
황 : 가게에 꼽등이가 너무 많아서 망했지. 하하.
최근 뉴욕에 다녀오지 않았나?
노 : 그렇다. 뉴욕에 갔지만, 술에 취해있던 날이 많아서 당시 기억이 잘 안 난다. 하하. 중요한 할 일이 있어서 갔다기보다는 입점 되어 있는 브랜드 디렉터의 얼굴이나 보자고 갔던 거다. 동향도 파악할 겸. 사실, 내 뉴욕 이야기는 당시 함께 지냈던 포토그래퍼 황성민군에게 묻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으하하.
최근 헨즈의 자브랜드 웩(Wack)이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어떻게 탄생하게 된 브랜드인가.
황 : 이전 브리즈웨이(Breeze Way)라는 헤드웨어 브랜드를 전개하며 모자를 만드는 생산 기반이 생겼다. 수입 브랜드만으로는 보여주기 힘든 헨즈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세가(Sega) 등 익숙한 브랜드의 레퍼런스를 가져온 것이 인상 깊었다.
황 :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 쪽에서는 패러디가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다. 다양한 곳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계속해서 패러디 디자인을 낼 생각은 없다. 웩은 B급 그래픽을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다. 사실 웩의 디자인에 관해서 우리가 관여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같이 일하는 작탄형이 브랜드 전개에 관련된 대부분의 일을 맡고 있다.
자체적으로 진행한 10DEEP 룩북을 재미있게 봤다.
황 : 비주얼에 많은 신경을 쓴다. 2015 홀리데이 룩북은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그다음엔 전문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어거스트 프룩스(August frogs)라는 친구들과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좋은 움직임을 이끄는 친구들을 모델로 협업을 진행했다.
헨즈의 10DEEP Holiday Look Book 영상
헨즈 앞마당엔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발이 넓은가?
노 : 홍대 입구의 공중 화장실로 생각하면 된다. 하하.
황 : 마땅히 놀 곳이 없어서 여기에 자연스레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의자도 있겠다. 그냥 와서 서로 이야기나 하다가는 거지.
파티 서포트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황 : 사실, 큰 효과는 없다. 우리도 그만큼의 기대 수익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다.
지금에 이르러 오프라인 숍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노 :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얻는 수익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오프라인 숍은 많은 도움이 된다. 해외 브랜드의 디렉터가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프라인숍의 유무다.
황 : 앞서 말했듯 디스트리뷰션을 진행할 때 상당히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외에도 단순히 제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숍의 이미지 구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헨즈의 브랜드를 셀러브리티가 착용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황 : 별다른 생각은 없다. 패션 시장에서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오케이션(Okasian)이 착용했을 땐 한참 반응이 좋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하하.
헨즈의 목표는 무엇인가?
황 : 통장 잔고를 보며 수입하는 것도 지쳤다. 하하. 이제는 좀 더 영리하게 가려고 한다. 지금은 모두가 똑똑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초심은 잃지 않을 생각이다. 계속해서 멋을 쫓으면 그만큼의 노력이 되돌아오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태원의 클럽 케이크 숍이 좋은 예가 되고 있지 않나.
진행 ㅣ 오욱석 최장민
편집/사진 ㅣ 오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