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and Zine #1 明星

여러 가지 책, 진(Zine), 잡지, 아트북 등 오래되거나 특이한 출판물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Book and Zine’.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꽤 특이한 형태와 상쾌한 색감,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대만 여행 사진집 ‘明星’이다.

‘明星’은 작가 카와시마 코도리(Kotori Kawashima)의 2014년 사진집으로, 3년간 30번 넘게 대만에 오가며 찍은 사진들의 결과물이다. 카와시마 코도리는 디지털 사진이 대세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름 작업을 고수하는 작가로, 2007년 ‘BABY BABY’와 2011년 ‘미라이짱’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작은 섬마을 친구의 딸을 1년간 찍어 모은 작업 ‘미라이짱’은 수많은 사진상을 휩쓸었는데, 단순히 미래에서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미라이짱의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사진집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가족의 향기가 작가가 그들과 얼마나 가까이서 함께했는지를 증명한다.

코도리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를 찍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주변의 사물과 인물, 풍경들을 닥치는 대로 찍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그의 스타일이 나타난다. 결과물을 어떻게 연출하고 제작할지 정하고 촬영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 드는 피사체가 있다면 일단 계속 찍고 보는 것. 이번 작품 역시 7만 장의 필름 사진을 촬영하였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진들은 대체로 맑고 따뜻하며 상큼하고 이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며 제본과 재단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그간의 어떠한 캡션과 여백도 없는 사진집들보다 한발 더 나아가 여백마저 잘라내 더욱더 사진에만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 출판사에서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제본 디렉터까지 따로 두어 작업했다고 하니 그 노고가 잘 느껴진다.

여기서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책이라는 것을 연속된 출력물의 모음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매체에 비해 비합리적이고 고루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예로 여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아날로그 매체가 점점 적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겠지만, 이런 고민을 해보는 자세는 퍽 필요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기분 좋은 이 사진집, ‘明星’과 더불어 앞으로도 카와시마 코도리의 행보를 흥미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ISBN 978-4-904292-54-9

Kotori Kawashima 인스타그램 계정


Photography|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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