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SHOT #6 권은무

MUGSHOT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인공은 라브로스(LABROS)의 스케이터이자 모델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낭랑 17세, 권은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하게 된 깁스와 다 벗겨져 가는 형광색 네일 그리고 큼지막한 구두 차림은 그가 지금 겪고 있는 젊은 시절의 소용돌이를 대변하는 듯했다. 오묘한 매력을 지닌 그와 나눈 대화를 함께 음미해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열일곱 학생 권은무라고 한다. 현재는 패션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데, 스스로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 앞으로 그걸 끄집어 내보일 계획이다.

잠재력이라면?

옷이 됐든 액세서리가 됐든,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멋지게 표현하는 것. 사춘기 시절부터 그런 능력이 싹튼 것 같다.

스케이트보드만 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다. 스케이트보드는 언제부터 타게 됐나. 그 계기도 궁금한데.

초등학교 4학년 때 휴대폰을 처음 가지게 됐고, 6학년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때 처음 감성적인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걸 본 다음부터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핑크필터가 눈에 씌워진 거다.

그때 봤던 게 알리(Ollie)만 주구장창 하는 영상이어서 나도 딱 그 정도만 타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문화전당이라는 광주의 스팟에서 보드를 타고 있는데 형들 무리가 와서 같이 타자고 하더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은 라브로스와도 함께하고 있다. 그들과는 어떻게 동행하게 됐나.

보드를 타다 보니 자연스레 라브로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고, 완전 팬이 됐다. 그러던 중에 라브로스 사장님이 클럽하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통하고 계신 걸 알고 무턱대고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전에 소화기를 뿌리며 재밌게 놀던 영상이 SNS에 좀 퍼진 적이 있는데 다행히 사장님도 그걸 보셨더라. 대화를 좀 하다가 라브로스에 들어올 생각이 있냐고 물으셔서 너무 좋다고 한 거다.

스케이트가 왜 좋은가, 어떤 점이 멋있는 것 같나.

사실 내가 경험한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매력보다 단점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매력이 굵직굵직해서 단점들을 가린다. 매력이라 하면 자유로움과 진실성에 있는 것 같다. 이만큼 자유롭고 진정성 있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싶다. 문화가 잘 형성돼 있기도 하고, 보드를 타면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됐다.

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아무래도 스케이트보드라는 게 하위문화에 속하지 않나. 그렇다 보니 보통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기 마련이고, “바지를 왜 저렇게 입냐, 팬티 다 보인다”하며 스케이터를 무시하고 욕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그런데 내가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서 느낀 건 자기들도 그렇게 무시를 당하면서 되려 이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욕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일명 ‘무신사 스타일’의 멀끔한 사람이 지나가면 스타일을 꼬투리 잡아 뒷담화를 하는 거지. 그렇게 존중을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인을 비롯한 10대 스케이터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화제인 주제가 있다면?

아무래도 최근 한남동에 퍼킹어썸(FUCKING AWESOME)이 들어왔지 않나. 그래서 그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이제까지는 스케이터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에 큰 관심을 느끼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라곤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 정도? 근데 매장에서 제이슨 딜(Jason Dill)을 처음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 외적으로도, 그가 하는 이야기들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 이외에도 모델 활동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진로 계획이 있는지.

내 진로는 확실하다. 스케이터가 내 꿈은 아니다. 단지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자 취미일 뿐. 모델 활동도 계속하고는 싶지만 꿈은 아니다. 결국에는 패션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보드를 타면서 스케이터들의 스타일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스타일의 패션에도 빠지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스케이터는 죄다 통 큰 바지만 입고 있더라. 나는 조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고 내가 앞으로 만들어갈 것도 그러한 것들이다.

지극히 스케이터 같은 스타일 외에도 중성적인 패션 스타일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은 어떤 스타일에 관심이 가나.

클래식한 패션에 특이한 요소를 섞는 걸 좋아한다. 오늘의 포인트는 구두와 내가 직접 만든 반지.

요즘은 어떤 걱정을 안고 사나.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내가 찍힌 사진이나, 내가 입는 옷, 내가 만든 것들이 별로 멋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족이 되지 않다 보니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반면 최근 가장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끝난 사춘기 시절에 빠져 있다. 사춘기는 참 아름다운 시기다. 여기저기서 영감을 많이 받기도 하고 감수성도 풍부해지고, 생각도 많아지지 않나. 물론 지금도 철이 없지만 그때는 더했다. 지하철이나 학교, 골목 등에서 음악을 듣다가 춤이 추고 싶어지면 바로 추곤 했다. 당시에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너 예술병 걸렸어”였는데, 그때만 해도 내가 사춘기라서 지랄하는 줄 알았지만 끝나고 보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던 그때 감정이 그리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100% 발휘해서 결과물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지금도 사춘기 사고를 하면서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사춘기가 끝난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성격도,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너무 마음에 안 들지만 지금은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뀐 것 같다. 이런 게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이구나 싶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좀 알아보는 편인지.

그다지. 학교에서는 조용히 지내는 편이다.

은무가 믿고 사는 한 가지, 은무의 믿음이 궁금한다.

내가 말도 안 되게 유명한 사람이 될 거라는 사실.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지만, 이게 어느 정도 사람 사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는 재미도 있고 희망도 생기지 않나.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일 혹은 지금 계획하고 있는 재미난 일이 있는지.

버킷리스트가 많다. 그중 한 가지는 성인이 되기 전에 내가 만족하는 작품, 컬렉션을 완성하는 일.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가면무도회 같은 클래식한 무도회에 가보고 싶다.

권은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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