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날씨와 소나기 그리고 타오르는 태양.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을 지나고 있다. 8월이 다가왔고 2023년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며 새삼 시간이 꽤 흘렀음을 느낀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햇수로 4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필자뿐 아니라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꽤 있을 터. 그사이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도 많은 변화가 일었다. 00년생들은 어느덧 2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04년생들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들에게 인터뷰라는 조명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밝힐 스케이트보드 신의 새로운 얼굴과 그들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밝혀보고자 한다.
은주원 & 이하빈
은주원과 이하빈은 01년생 동갑내기다.
중학생 시절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친구가 된 둘은 가깝지만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스케이트보딩에 목말라 있는 은주원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이하빈은 성인이 된 후 사진가로서 본인의 필드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는 중이지만 여전히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로 얽혀있지만, 방향이 명확히 다른 두 친구를 하나의 프레임에 담기 위해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해 23살이 된 두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은주원은 국내 스케이트보드 신의 슈퍼스타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 스케이트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국제 공식 경기인 2018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며 국내 스케이트보딩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다 돌연 선수로서의 활동을 멈추고 경기장이 아닌 길거리에서 비디오를 통해 본인의 스케이트보딩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은 물론이고 성숙해진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여전히 본인의 성장에 목말라 있는 그의 차분한 열정은 하단에서 확인해보길.
은주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23살 은주원이다. 현재 세이버 스케이트 숍(Savour Skate Shop)에 소속되어 있으며 프론사이드 노즈슬라이드 스페셜리스트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는가?
현재 한국체육대학교 경기 지도학과에 재학 중이다. 학교 생활과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보드를 타지 않을 때는 종종 클라이밍을 해왔는데 며칠 전에 종강해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점을 제외하고는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23살로, 어린 나이에도 무수한 커리어가 붙었다. 보드는 언제부터 타기 시작했는가?
8살 때부터 3년 반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길 가다 건너편에 크루저 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을 보고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첫 보드를 장만했다. 한국 돈으로 2만 원 정도 하는 에어워크 보드였는데, 마침 옆집에 오랫동안 보드를 타온 아저씨가 살았다. 내 보드를 보고 안쓰러웠는지 자신이 타던 휠에 좋은 베어링까지 끼워서 내 쓰레기 같은 플라스틱 휠과 바꿔줬다. 그렇게 첫 보드가 생겼고 타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중학생 때부터 여러 스케이트보드 행사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그렇게 서서히 존재가 알려진 것 같다.
2018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이라는 큰 쾌거를 어린 나이에 이뤘다. 이후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 당시의 일을 얘기해줄 수 있는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으니 만 17세였다. 사실 난 스케이트보드 타는 게 좋아서 보드를 탔다. 그런데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실적이 생기다 보니 국가대표가 되면 돈을 벌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사실 국가대표 스케이트보드 팀이 생긴 이유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목적이었고 3~4개월 정도의 집중적인 훈련 후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그리고 대회 참가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는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샐러드 정도만 먹을 만하더라. 날씨도 우기 시즌이라 경기 중간에 비가 와서 중단되는 상황도 생기고 여러모로 다른 부분에서 기가 빨렸다. 가볍게 예선은 통과했지만, 본선에서는 긴장을 잔뜩 했는지 런 세션에서 연습했던 것만큼 보여주지 못해서 매우 초조했다. 그리고 베스트트릭 세션에서도 다섯 번의 시도 중에 세 번째까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순위가 뒤로 밀렸고 큰 한방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결과를 뒤엎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트릭을 생각했고 핸드레일에서 BS270 프론사이드 립슬라이드를 시도했는데 이전까지는 그 정도 크기의 핸드레일에 시도해 본 적 없는 트릭이라 꽤 무서웠다. 남은 시도 중 첫 번째는 랜딩하지 못했지만 아주 약간의 가능성을 보았고 마지막 시도에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했다. 덕분인지 집중이 잘 되어 성공시켰다. 사실, 트릭을 시도할 순간은 기억에 없다.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후 전광판의 순위표가 바뀌는 것을 보고 나서야 서서히 현실 세계로 돌아온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메달을 획득했기에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한 일이지만, 드디어 큰 과제를 하나 해치웠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분 좋게 귀국할 수 있었다.
동메달이라는 성취가 이후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 같은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로 큰 번아웃이 왔다. 보드에 흥미가 좀 떨어졌달까,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오히려 보드를 향한 애정이 더 커지더라. 잠시 권태기가 왔던 것 같다.
정말 아주 가끔 알아보는 분이 있긴 하지만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관심을 받는 건 좋지만,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이 은주원을 스케이트보드 위에 있게 하는가?
내가 보드를 탈 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재미다. 보드 타는 행위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다만 그 행위를 내가 원하는 결과로 만드는 과정에서 종종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지만, 행위가 주는 즐거움 자체가 다른 부분을 훨씬 더 압도한다. 그래서 여전히 보드 위에 있다.
여러 팀과 스폰서에 속해 있던 거 같은데, 근래에는 대회 활동도 줄어들고 스폰서도 바뀐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운동선수의 삶을 원하진 않는다고 느꼈다.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스폰서와도 작별하고 현재는 스케이트 숍에서만 스폰서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세이버 스케이트 숍 외에는 스폰서십을 맺지 않는 이유라면?
세이버 스케이트보드 숍의 대표인 이원준이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가장 크다.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한다든지, 그가 스케이트 보더로서 지닌 올바른 자세나 태도에 영감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전적인 지원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에서 보드를 즐겨 타는지.
정해진 곳 없이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을 즐기는 중이다. 가끔 수내 플라자 스팟에서 타는 정도?
대회나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 세션에서 보드를 타는 것과 진짜 길거리에서 보드를 타는 것은 어떤 차이인가?
아무리 그것이 길거리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더라도 스케이트보드 파크는 결국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을 위한 연습 장소라고 생각한다.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은 항상 변수가 많고 스케이트 파크와 달리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그곳에서 얻은 클립은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트러블도 생기긴 하지만 그런 일보다는 오히려 우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들이 많아 더욱더 기억에 남는다.
현재 목표로 하는 지점이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궁극적인 목표 지점이 없는 게 고민이다. 내 한계치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나름대로 방황하는 중인 것 같은데 멈추지만 않으면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현재는 세이버 스케이트 숍에서 풀렝스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제작이 늦춰지고 있지만 보다 더 완벽한 비디오 파트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이트보드 파트를 만드는 과정은 자신의 평소 능력치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임하고 있다.
여전히 20대 초반이지만 이젠 루키라고 부르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인 시점에 요새 올라오는 어린 친구들이나 새롭게 성장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오롯이 스스로 타는 일에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스케이트보딩에 관해선 별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종종 잘 타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감탄한다.
그중에 눈여겨본 사람이 있는가?
홍현석. 노즈슬라이드 투 크룩 그라인드가 끝내준다. 어린 나이임에도 스타일과 트릭, 그리고 많은 가능성을 가진 친구 같다. 스케이터로서 앞으로 더 멋진 녀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JUST HAVE FUN.
국내외 제일 좋아하는 스케이터나 좋아하는 파트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멋진 스케이터들은 워낙 많기에 좋아하는 스케이터는 항상 바뀐다. 요즘은 퍼킹어썸 팀인 루이 로페즈(Luie Lopez)의 스케이트보딩이 좋더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보기 편안하다.
보드 안 탈 때는 무엇을 하는지.
다른 사람과 똑같다. 친구들 만나고 얘기하고 종종 클라이밍을 하러 가기도 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
만일 보드를 타지 않았다면 뭘 하고 살았을 거 같은가?
상상하기 어렵다. 보드를 타기 전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으니 그 분야로 가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은주원에게 삶의 목표란.
돈 많은 백수? 하하. 농담이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때 하는 삶을 살고 싶다.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며 살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하빈
이하빈은 포토그래퍼이자 스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여러 스케이트보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 분명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정성스레 튜닝된 혼다 슈퍼 커브와 함께 서울 곳곳을 누비며 얼굴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항상 여유롭지만, 스케이트보드 위에서는 새삼 진지한 그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위한 사진을 촬영할 당시, 그는 랜딩에 실패하며 발목을 한차례 다쳤다. 그럼에도 랜딩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서 스케이트보드가 단순히 취미 이상의 무언가일 거라 짐작되었다. 이하빈의 대학 졸업을 축하하면서 나눈 스케이트보드 신 안팎에서의 이야기를 하단에 싣는다.
간략한 소개 부탁한다.
23살 이하빈. 포토그래퍼, 애니메이터 그리고 스케이터.
스케이트보드 관련된 행사에서 꾸준히 얼굴을 본 거 같다. 요새는 보드를 거의 안 탄다는 소문이 있는데. 하하. 보드는 계속해서 타고 있나?
그런 소문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하하. 최근 몇 달간 촬영 일이 바빠지면서 자주 못 타긴 했다. 요즘 다시 보드를 다시 타고 있다. 새로운 트릭이 생기면서 재미를 더 붙이는 중이다. 스케이트보드만을 위한 삶이라면 매일 타는 게 좋겠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직업도 있어서 그 일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두 가지 삶에 균형을 맞춰야만 한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본인의 방법이 있다면?
약 2년 전까지는 작업을 하다가 시간이 남으면 무조건 보드를 타러 나갔는데 요즘은 좀 더 작업에 집중하는 것 같다. 보드 타는 건 언제나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투자하는 거니까 나름대로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할까, 만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짬 날 때라도 꼬박 보드를 타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금 클리셰한 답변일 수도 있지만, 보드를 탈 때는 잡생각이 안 든다. 그리고 뭔가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해 도전하는 행위 자체에서 얻는 것들이 많다. 복잡한 마음도 비울 수 있고 또한 사회에서와 다르게 스케이트보드 신 안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 느껴지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어떤 점이 자신을 스케이트보더라고 느끼게 하는가.
스케이트보더를 정의하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보드를 패션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고 스케이팅한다면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에 스케이터다운 모습이 묻어나지 않나 싶다.
자신을 스케이터뿐만 아니라 포토그래퍼라고 소개했는데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아버지 영향이었다. 아버지가 사진작가로 활동했는데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물려받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될 무렵에 디자인 전공을 하려다가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하고 고민해 보니 그게 사진이더라, 그래서 전공으로 사진학과를 선택하고 공부했다. 지금은 운이 좋게도 졸업 시기와 맞물려 사진 관련된 일을 좀 하게 되어서 프리랜서로서 사진, 영상 등 카메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와 사진 두 활동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12살 때부터 햇수로 거의 11년 동안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속해 있으면서 느껴온 건데,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비단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을 포함한 이미지와도 연관이 깊고,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스케이트보더 중에 비디오나 사진 등 기록과 관련된 매체를 다루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사진으로 상업적인 일도 하고 있지만 스케이트보드 촬영 자체도 즐긴다. 물론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사진 촬영은 자신 있다.
애니메이터로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스케이트보드 숍에서 일할 때 손님도 없고 시간이 비어서 아이패드로 그렸던 게 시작이었다. 혼자만 보기 아쉬워서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를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운 좋게 몇 가지 일을 했다. 지금도 스케이트보드 영상에 쓰일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대해 달라.
스케이트보드는 언제부터 탔나?
2012년도였나, 12살쯤에 레드불 팀이 한국에 투어를 왔다. 광화문에서 최재승 스케이터를 포함한 여러 스케이터가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당시 어린 나이에 일찍 사춘기도 왔고,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는데 그걸 보고서 무언가에 처음으로 매료되었다고 할까, 큰 이끌림이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께 보드를 타고 싶다고 말하니 바로 거절당했지.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뒤로 어느 날 길 가다 우연히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려진 알 수 없는 브랜드의 올드스쿨 보드를 발견했고 그게 내 첫 보드가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부러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이다. 그 후 부모님과의 갈등을 풀면서 스케이트보드 숍에서 새 컴플릿을 맞췄다.
스케이트보드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보드를 처음 탔을 때는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프로 스케이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좀 타다가 친했던 사람들과의 갈등도 생기고 여러 복잡한 상황 때문에 몇 년간 보드를 안 탔다. 그땐 아예 접을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뒤에 은주원에게서 연락이 와 광화문에서 스케이트보드 이벤트가 열리니 거기서 보자고 하더라. 집에서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는데 그때 그 행사에 참여한 뒤로 다시 불타올랐다. 말하고 보니 보드를 타게 된 것과 다시 타게 된 것 모두 광화문이 계기가 되었네. 기막힌 우연이다. 지금은 프로 스케이터 같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사람들과 즐겁게 타는 게 좋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 파트 하나 정도는 남기고 싶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난 재밌어서 탄다. 잘 타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에 스케이트보드가 녹아있는 게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면 나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에 친구들과 좋은 관계도 중요하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가?
촬영하거나 친구들 만나서 맥주 마시거나, 오토바이 타고 놀러 다닌다.
오토바이는 자주 타나?
거의 매일. 비만 안 온다면 항상 내 발이 되어준다.
오토바이라… 너무 가솔린의 힘에 의지하는 거 아닌가?
뭐 그렇지, 편하다. 가솔린의 힘이 주는 특유의 해방감도 있고.
만일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았다면 23살의 이하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아마도 지금과 많이 달랐겠지. 첫 번째로 패션이나 스타일이 아예 달랐을 거다. 그리고 성격도 보드를 타며 더 유쾌해지고 차분하게 바뀌었다. 열린 태도도 생긴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꽤 꽉 막혔을 거다. 그런데도 확실한 건 하나인데 계속 사진을 찍고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내년까지는 지금 하는 일에 자리를 확실히 잡은 뒤 군대를 다녀오고 싶다. 그리고 그 후에는 사진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보드도 타고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Credit
Editor │이훈 강진욱
Photographer │이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