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SHOT #8 이래라

지난 5월 곤충과 메이드라는 다소 충격적인 합을 조화롭게 버무려낸 전시 ‘MAIDO Gon-Chu CAFE’가 마포구 토정로 이래라 공간에서 열렸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이래라는 직접 뜯어고쳐 완성한 이래라 공간을 통해 현재까지 총 4번에 걸친 기획 전시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아티스트들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왔다.

본인을 기획자 그리고 사업가라고 명확히 구분지은 그는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라면 모든지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 일을 벌이는 사람이다. 한국 문화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MUGSHOT 시리즈의 여덟 번째 주인공 이래라, 그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엄마가 싫어하는 짓을 하고, 엄마가 싫어하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같이 운영하는 이래라라고 한다. ‘왜 엄마가 싫어하는 것을 하냐’라고 묻는다면, 서브컬처 신(Scene)의 종사자는 아니지만 그 문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멋지게 보이더라. 그래서 그에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주변 피드백을 들어보니 사람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서브컬처’라는 경계선이 모두 다르다더라. 그래서 결국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뭘까?’하고 생각하다 ‘엄마가 싫어하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 엄마가 싫어하는 걸 하면서 내 공간에서 다양한 서브컬처도 소개하고, 더 나아가 메인 스트림에 존재하는 엄마가 싫어하는 것들까지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 정확히 뭔지, 일종의 브랜드라고 보면 될까?

슬로건 같은 느낌이다. 힙합이나 아이돌 덕질 같이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들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하자는 의미다. 엄마라고 지칭한 것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인식으로도 볼 수 있겠다. 내 공간, 내 커뮤니티에서는 모든 걸 표현하고 싶다.

이래라’는 무엇을 뜻하는 이름인가.

“이래라저래라”하지 말라고 지은 이름이다.

‘일명 엄마가 싫어하는 공간’도 오픈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대한민국에 없는 파워풀한 서브컬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스크래퍼 하나만 가지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점점 내 아이디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라. 처음에는 한 바보가 찾아오더니, 그 바보가 또 다른 바보를 데려왔다. 이렇게 사람들과 교류하며 현재까지 네 번의 기획 전시를 선보였지.

공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는지. 

다양한 장르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대한민국은 유행에 정말 민감한 나라 중 하나다. 물론 나도 뉴진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뉴진스가 떴다 하면 모두가 뉴진스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일련의 현상이 재미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 종사자와 교류하며 새로운 것들을 제시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일종의 예술 사업가다. 대한민국 문화가 전체적으로 발전하려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물을 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들로 인해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본인의 작업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게끔 구상하고 기획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일 것 같다.

가장 최근에 기획한 ‘한번 안아보자’는 어떤 전시인가.

내 공간에 찾아온 어린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겉으로는 정말 멋있어 보이지만 가끔씩 찌질한 면이 불쑥불쑥 보이더라. 예를 들면 새천년 당시 인기를 끌었던 키워드인 ‘엽기’라던가, 당시의 뭉클한 감성들을 좋아하는 부분. 요즘 유행하는 디스토피아적이고 파괴적인 y2k 패션 혹은 HOT, 젝스키스, 듀스의 음악이 아니라 당시 나온 드라마의 감성적인 부분말이다. 당시에만 느낄 수 있었던 그 순수한 감정들, 그걸 끄집어내서 다시 보여주려고 기획한 전시가 ‘한번 안아보자’였다.

본인과 어머니의 관계는 어떤가.

어머니는 내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 모른다. 현재 자주 만나진 않는다.

학창 시절 어머니가 싫어하는 일 혹은 일탈을 하기도 했는지.

어머니가 권사님이셔서 어렸을 때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갔어야 했다. 그때는 옷도 항상 단정하게 입어야 했고. 근데 당시 나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폭탄머리도 하고, 교회에서 몰래 나와 담배도 피우고 그랬지. 그러면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본다고 나가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패륜적이거나 불법적인 일을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지고 있던 아이팟 같은 전자기기를 어머니 몰래 팔고 오토바이를 샀다. 그런데 한 2주일 탔나? 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나서 앰뷸런스에 실려갔지… 어머니, 아버지께 많이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펴보면 일종의 아카이빙 기능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쾌한 콘텐츠가 많은데 평소 디지털 세계를 탐구하는 걸 즐기는지. 

사실 찾아보는 걸 즐기진 않는다. 다만, 내가 아카이빙한 것들을 보여주는 게 내 아이디어를 설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엄마가 싫어하는걸로 돈 벌어서 엄마 호강 시켜줄꺼야”라는 문구를 테마로 한 숍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래라 숍’은 어떤 숍인지 소개 부탁한다.

서브컬처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수익을 내고, 계속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일종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숍이다. 엄마가 싫어하는 것은 보통 젊은 세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들이지 않나. 그런데 그런 요소들이 너무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것 같아 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초기에는 ‘엄마가 싫어하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상품을 팔기도 한 것 같은데.

신에 종사하는 이들의 상품을 가져오려면 먼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들도 대중들한테 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브랜딩은 해야 해”하는 정도의 느낌을 주려던 거였지.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게 있다면?

한 장르에 미쳐있는 또라이들을 보는 것? 그런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짜릿하고 흥분된다. 그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가장 재밌는 일 같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또라이는 누구인가.

메이드 곤충 전시&카페 팝업 ‘MAIDO Gon-Chu CAFE’를 같이했던 하현수라는 친구. 공부도 잘하고, 해외 경험도 많고, 글도 잘 쓰고, 한국에 없는 박제 곤충 시장을 만지고 있는 육각형 인재다. 그 친구가 가진 곤충 컬렉션은 박물관이 대여해 갈 정도로 엄청나다. 그 자산 가치만 해도 수십 억 원은 된다.

쉴 때는 뭘 하며 지내는 편인가.

딱히 쉬진 않는다. 시간이 있을 때는 엄마가 싫어하는 것과 그런 활동을 이어가는 아티스트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내 공간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4달밖에 안되다 보니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직접 발로 뒤며 먼저 다가가고 있다.

이래라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대한민국을 뒤집어 엎고 싶다.

이래라의 믿음, 이래라가 믿고 사는 한 가지가 있다면?

사랑. 정말 많은 것을 포괄하는 단어지만 결국에는 다 사랑이지 않나 싶다.

앞으로 뭔가 해보고 싶으신 일 혹은 계획하고 있는 재밌는 일이 있는지.

데일리 그라인드(Daily Grind) 매거진과 함께하는 스케이트보드 필름 상영회와 그 관련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 그리고 래퍼 빌스택스(BILL STAX)와 함께 대마, 스모킹 컬처에 관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래라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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