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야 생각해 보건대, 어릴 적 어중간한 규모의 놀이공원에 가면 디스코팡팡 DJ가 퍽 무서웠던 것 같다. 교복을 한껏 줄여 입고 그 주변을 알짱거리던 형, 누나들도 그렇지만, 내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부스 안에서 들려오는 날티나는 목소리는 그들마저 휘어잡을 정도로 ‘어른’의 것이었으니까.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DJ가 택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당시로선 꽤나 자극적이고 현란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무대를 휘어잡는 DJ는 비단 놀이공원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세계 각지에는 놀이공원의 화려함과 마치 그곳이 자기 집 안방인 마냥 기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DJ의 매력에 빠진 괴짜들이 그들 각자의 방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다, 너무나도 모범생처럼 생긴 외모와 앙증맞은 놀이기구 그리고 듣기만 해도 온몸의 힘을 남김없이 빼버리는 한 마디, “Okay Let’s Go”라는 멘트로 전설적 밈을 남긴 바로 그 소년 이야기다. 최근 우연히 알게 된 인스타그램 계정 @okayletsgo.daily은 지난 8월 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당 영상을 게재해 오고 있는데, 이 맥 빠지는 영상을 보며 문득 소년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번 ‘Visla Very Smalltalk’에서는 과연 이 소년은 누구이며, 지금 뭘 하며 지내고 있을지 탐구해 보기로 했다.
먼저 화제의 영상 먼저 짚고 넘어가자. 해당 영상은 놀이공원과 터보 폴립(Turbo Polyp)[1] 애호가 마이켈 반 후프(Maikel Van Hoof, 영상 속 어른 남성)를 취재하는 네덜란드의 한 TV 프로그램으로, 비슷한 취미를 갖은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갖가지 놀이공원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Okay Let’s Go”라는 당찬 멘트와는 반대로 너무나 얌전히 앉아 불이 켜진 장난감을 바라보는 위 영상의 2:53 장면이 바로 그 전설적 밈으로 남은 역사적 순간이다. 사실 위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면 SNS에 퍼진 상징적 장면 외에도 반 후프가 직접 친한 놀이공원 DJ를 소개해 주며 소년의 꿈을 현실 세계에서 이뤄주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소년의 이름은 유리 라포르스트(Joury Raaphorst)로 2014년 방송 출연 당시의 나이는 14세였다. 지난 10년간 그가 온라인 채널에 업로드한 영상을 좇다 보면 놀랍게도 유리의 관심사는 비교적 최근까지 변하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유리의 유튜브 채널 ‘ItzJoury’에서는 놀이공원을 방문해 그가 직접 촬영한 다양한 놀이기구의 모습과 더불어 종종 DJ 부스 안에 있는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마지막 영상 업로드 날짜가 5년 전이지만 틱톡, 인스타그램에는 비교적 최근까지 놀이공원을 방문한 그의 모습이 존재한다. 다만,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된 유리인 만큼 놀이공원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게임(트위치를 통해 게임 스트리밍을 하고 있기도 하다) 등으로 관심사가 더 다양해진 모습이다.
@itzjoury Ik ga echt goed op die kanaalpunten😂😂 #twitchnl #streamer #tombraider #timing #funnymoments #fy ♬ Blue Blood – Heinz Kiessling
현재까지 유리의 SNS 채널에는 종종 팬들이 찾아와 “Okay Let’s Go”라는 멘트를 남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영상의 파급력은 말 그대로 어마무시했는데, 첫 영상이 업로드된 건 2014년이지만 해당 영상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로, 적게는 수만부터 많게는 2600만 조회수까지, 수없이 많은 클립이 온라인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Okay Let’s Go” 멘트와 놀이공원 장난감 음악을 사용한 리믹스부터 그의 모습을 다양한 공간으로 옮겨 놓은 POV 영상이 현재까지 수없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 아쉽게도 당사자 본인이 화제가 된 영상에 관해 언급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직사각형 모범생 안경을 착용한 그의 현재 모습을 보면 영상 속 그 소년이 맞구나 100% 확신할 수 있을 것. 혹여나 그의 정체에 궁금증을 품었던 이라면 유리의 한 마디에서 파생된 전설의 밈 그리고 유쾌한 콘텐츠들을 함께 감상하며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마주한 DJ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