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DELIGHT – 내가 사랑하는 YouTube 채널

EDITOR’S DELIGHT : 매 회 다른 즐거움, 관심에 관한 범주를 설정하고, 비즐라 매거진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언젠가 누군가 레드오션 유튜브(YouTube)를 이을 다음 미디어는 과연 무엇일지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TV를 대체하기 시작한 유튜브는 검색 엔진의 역할까지 도맡으며 이제는 모두의 일상 속에 깊게 스며들었다. 지하철 옆자리의 아빠뻘 아저씨도 릴스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대이지 않나. 그렇다면 VISLA 에디터들은 최근 어떤 채널로 즐거움을 충전하고 있을지, 그들이 남몰래 구독해 시청해 온 그 채널을 함께해 보자.


미허 – Life of Boris

구소련 시절 *고프닉(gopnik)을 콘셉트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게임 유튜버 ‘Life of Boris’. 하지만 나는 요리 시리즈인 “Cooking with Boris” 때문에 구독했다. 콘셉트인지 진짜 본인 억양인지 모를 러시아풍의 영어를 쓰며 하드베이스 장르의 BGM을 사용하며 콘셉트에 엄청난 충실함을 보여준다. 요리 영상에선 보르시, 파블로파, 굴라쉬 등 러시아 음식을 굉장히 마초스럽고 난잡하게 요리하지만, 정작 결과물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체인톱으로만 요리하기, 도끼로만 요리하기 등 온갖 괴상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보리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걸 꼽자면, 소비에트의 상징인 낫과 망치로 보르시를 요리하는 영상이다. 채소를 썬다기보단 뭉개버리고, 도마를 두 개나 깨 먹지만 어찌어찌 완성하는 것이 관전포인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반전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콘셉트와 다르게 상당히 개념 있는 사람인 것도 계속 구독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글을 쓰며 사워크림을 넣은 보르쉬와 카이막이 먹고 싶어졌다. 조만간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식당 사마르칸트에 방문해야겠다.

*고프닉(gopnik) : 슬라브 국가의 청년 양아치들.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슬라브 스쿼트 자세로 보드카와 함께 해바라기씨를 먹는 이미지가 있다.

하비 – Remi Gaillard

발가락으로 PC 전원을 딸깍 누르던 어린 시절, 나는 레미 가이야르(Remi Gaillard)의 졸라 멍청한 장난 영상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마리오로 분장해 경찰을 헤집고 다니고, 도로를 가로막아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온탕물에 각종 채소를 넣는 그런 막장 몰래카메라 영상. 상상도 못 할 범행과 기행을 매번 갱신한 레미의 영상에 매번 좋아요를 눌렀다.

그때로부터 10여 년이 지났지만, 나는 놀랍게도 아직도 이런 멍청한 영상을 보며 시간을 때운다. 자기 전에 빠져든 숏츠, 디엠으로 넘어온 릴스, 똥칸에서 걸려든 틱톡 등 쌈마이 숏폼 코미디는 다양한 수법으로 나를 찾는다. 이제 더 이상 레미의 영상도 아니고, 대부분 내가 직접 찾은 영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좋아요를 눌렀다.

이런 괴리감 때문에 최근에 레미 가이야르의 유튜브 채널을 다시 들어가 봤다. 1999년 직장에서 잘린 이후 코미디 몰래카메라 영상을 직접 기획해 왔다. 그가 수년간 촬영해 온 장난들은 모두 실제 상황이며, 그만큼 짓궂은 장난은 폭력과 징역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미 군용차에 연막탄을 던져 징역을 3개월 살았으며, 레미가 법과 자자하게 부딪히지 않는 영상이 거의 없다. 매번 경찰한테 잡히거나 시민한테 맞을 무렵 프랑스어로 “뭐든지 함으로써 누구든지 될 수 있다” 멘트로 영상이 끝나는 게 인상적이다.

이런 걸 보고 나는 왜 좋아요를 눌렀을까? 엔딩 멘트가 암시하듯 레미가 뭐든지 함으로써 최고의 유튜버가 됐는가? 장난을 포함한 ‘쇼크’를 이용한 예술은 둘 다 이야기가 탄착점을 벗어났음에도 결론이 두 발로 일어섰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만큼 규칙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금기된 행동의 일시적 허용만큼 놀라운 것은 드물다. 행동을 규제하는 요소로 사회와 같은 대외적인 것을 지목할 수 있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제지하고 말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나는 그럴 수 없어”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의 차이는 본능적 연민과 사회적 적대감, 이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레미도 자신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 품고 수년간 채널에 수많은 기행을 담은 것 같다.

심화용 South Korean Park

평소에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다. 성인 애니메이션 특유의 제한 없는 높은 수위와 맥락 없는 전개에 실소를 터뜨리고, “사우스 파크(South Park)”로 입문해서 “릭 앤 모티(Rick And Morty)”, “그때 그 시절 패밀리(F Is for Family)”, “파라다이스의 경찰들(Paradise PD)”을 재미있게 봤다.

올해 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사우스 코리안 파크(South Korean Park) 채널을 발견했다. 오랜 기간 사랑을 받는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의 한국 버전을 표방하며, 한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부조리를 블랙 코미디로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채널이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해당 사건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역설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으로 실소를 자아낸다. 이태원 압사 사고를 주제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스무여 개의 단편 에피소드를 제작했고, 최근에는 아동 노동을 주제로 장편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뾰족 머리 서준, 세모 턱의 도윤, 팔다리가 없는 혁이, 전학생 로봇이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로봇을 제외하면 사우스 파크에서 등장하는 캐나다 출신 캐릭터와 닮은 모습이다. 주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생들이 공격적이고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누며 내용이 전개된다. 자극적인 시사를 소재로 삼아 해학을 통해 가감 없이 표현해서 호평받고, 논란을 야기하는 소재 선정과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평을 받기도 한다. 평소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을 즐겨봤기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뒤로한 채 블랙 코미디 유머에 집중해서 시청했다. 사우스 코리아 파크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다. 웃긴 걸 보고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럼에도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구독자 85만 명을 지니게 됐고, 동영상 평균 조회수는 200만 회를 웃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국내 시사를 전파하고 있다. 과격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웃음거리를 제공하는데, 배꼽 냄새처럼 유쾌함과 불쾌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채널이다. 다음 에피드소드가 기다려진다.

장재혁 유우키의 일본이야기 YUUKI

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초밥을 샀다. 마트 초밥. 맛도, 가격도 이보다 더 애매할 수 없다. 그러나 늦은 시간 일을 마쳤거나, 혼자 초밥집에 들어가 각 잡고 앉아 있기 피곤한 이들에겐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소울푸드가 바로 마트 초밥 아니겠나. 어쨌거나 갑작스레 왜 마트초밥이 떠오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잠들기 전 매일 같이 한, 두 편 돌려보는 유우키 영상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 업로드된 초밥 자판기 영상이 아무래도 범인인 듯하다. 혹여 100만 유튜버인 그를 모르는 이를 위해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일본 센다이 시에 거주하며, 일본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30대 남성이다. 먹방 유튜버는 아니나 거의 모든 영상에 먹는 장면이 포착된다(그 양이 꽤 어마무시하다).

유우키의 영상을 보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버스에서, 식탁에서, 침대에서 그의 소름 돋는 인사말 “오하요, 유우키~~~데쓰”가 함께하기 시작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인사말 외에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 짱구 잠옷과 블리치 헤어는 요즘 기승을 부리는 가짜 너드 혹은 오타쿠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점잖게 타이르는 듯하다. 물론, 이 길티 플레저가 유우키 영상을 보는 이유가 될 순 없다. 그의 영상은 뭐니 뭐니 해도 차갑게 식은 마트 초밥 같은 친숙함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따뜻함이 제맛이니까.

유우키 채널의 주요 콘텐츠를 꼽아보자면 1. 자판기 or 편의점 음식 리뷰, 2. 러브호텔 탐방, 3. 일본 PC방 1박, 4. 퇴근길 이자카야, 5. 애니 음식 재현 정도가 있겠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자판기 or 편의점 음식 리뷰’. 최고급 오마카세를 다녀와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떠들어 대는 영상보다 아무래도 이 쪽이 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특히, 초밥 자판기는 꼭 한 번 경험하고 싶다. 간혹 음식이 지나치게 많다 싶으면 집에서 할머니와 할어버지와 나눠 먹기도 하는데, 노부부의 음성만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그대로 전해져 괜스레 차분해진다. 이밖에도 ‘짱구 마을 탐방’이나 ‘역 소바 체험’ 등 콘텐츠가 꽤 다양하다. 본인은 다음 일본 방문 시 역 소바 먹기를 꼭 한 번 시도해 볼 요량이다. 사실 저번 방문에는 유우키가 노래를 부르던 우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리큐에 들러보기도 했다.

어느새 110만 구독자를 거느리게 됐지만, 그렇다고 본업을 게을리하지도, 영상에서 진심이 사라지지도 않은 그. 한국에 들어왔다던데, 길 가다 마주치면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해야겠다.

박진우 – Jesus Yoon

불행하게도 나는 뭘 하든 혼자서 해결(?)을 잘 못해서 조력자가 필요한 인간으로 성장해 버린 것 같다. 최근, 포뮬러원을 보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건 유튜브의 한 채널 덕분인데, 그것은 바로 ‘Jesus Yoon’라는 채널이다. 윤재수라는 분 이름이 곧 채널명인데, 이분은 현재 쿠팡 플레이에서 독점 생중계하는 “F1 2023″에서 해설을 맡고 있다. 차분하고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해설을 듣다 보면 명확하게 초심자를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특정 상황이 왜 벌어졌고, 지금의 상황은 어떤 뉘앙스인지, 과거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든지 등 다양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초심자입장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굉장히 쉽게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채널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스포츠를 입문하려는 입장에서는 정말 한줄기 빛 같은 너무너무너무 고마운 채널이다.

F1을 즐기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1. 쿠팡 와우 회원에 가입하여 쿠팡 플레이를 볼 수 있게 한다.
  2. 보통 주말에 있는 경기 전 평일에 Jesus Yoon 채널에 라이브 방송 후 업로드 되는 프리뷰를 듣는다.
  3. 주말 간 경기를 쿠팡 플레이로 시청한다.
  4. 평일에 Jesus Yoon 채널에 라이브 방송 후 업로드 되는 그랑프리 리뷰를 듣는다. (보통 리뷰 프리뷰는 동시에 진행된다)

이 패턴 만으로도 현대사회의 시간 속에서 역사와 전통이 있고 현재진행형인 수십 년째 이어져오는 국제적 초인기 모터스포츠인 F1, 하지만 정보 없이 보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F1을 아주 쉽게 즐길 수 있다. 지금 쿠팡 플레이를 켜보자.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