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자음악 레이블 ‘Giegling’의 서울 투어 / 미니 인터뷰

독일 바이마르의 전자음악 레이블 ‘기글링(Giegling)’이 서울을 방문하여 내한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글링은 레이블 및 아티스트 컬렉티브로, 주로 전자 음악, 특히 테크노와 하우스 장르를 골자로한 음악을 릴리즈 한다. 오묘한 감각에서 주조된 댄스 음악을 바이닐 레코드에 세기고, 커버아트는 직접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인쇄하고 풀을 발라 붙였다. 또한 커버아트 귀퉁이엔 전통적인 스탬핑을 고수해온 레이블은 발족으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은 정평이 나 전 세계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독특한 발매 형식과 더불어 공연 역시 눈여겨볼 만할 것. 이번 기글링 서울 투어는 이태원에 자리한 BBCB의 ‘베톤부르트’와 ‘콘크리트 바’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레이블의 파운더 콘스탄틴(Konstantin)의 디제이 셋이 ‘베톤부르트’에서, 디제이 더스틴(DJ Dustin)의 디제이 셋과 레아파르 레고브(Leafar Legov)의 라이브 셋이 ‘콘크리트 바’에서 진행된다. 다음날인 12일에도 여정이 이어져 기글링의 내한을 환대하는 애프터 파티를 준비한다.

과거 기글링의 행적을 꾸준히 좇았던 필자다. 무려 4년 만에 서울을 다시 방문한 기글링과 대화 기회에 기뻐하며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고, 전달받은 답변을 하단에 첨부한다. 기글링이 이번 서울 투어에 어떻게 임하는지, 또 레이블이 추구하는 미학과 철학에 관한 내용을 한글로 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간만의 아시아 투어다. 서울에는 꽤 오랜 시간 머물 계획이던데 서울 투어 일정은 어떻게 계획했나?

투어 동안 서울을 즐길 예정이다. 우리는 음식과 달콤한 커피를 좋아한다. 또 서울에는 흥미로운 작은 갤러리와 귀여운 장소가 많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수도원으로 여행을 떠나 자연 속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주말 광란의 파티를 준비하려 한다.

이번 기글링 서울 투어는 ‘BBCB’에서 개최된다. 1층 ‘베톤부르트’와 2층 ‘콘크리트 바’로 쪼게어진 베뉴인데, 두 개의 스테이지의 공연을 각각 어떻게 준비했나?

기글링의 사운드는 매우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베톤부르트는 더 어두운 클럽 사운드를, 콘크리트 바에서는 천상의, 부드러운 사운드를 준비했다.

또한 서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섭외하고 싶다. 조사를 해봤는데 젊은 친구들이 많더라고. 고르기가 어려웠다. 이번 서울 투어에서는 코스모(Cosmo)와 추키만달(Chukimaandal)이 함께한다.

기글링 음악은 ‘멜랑콜리’라는 단어가 먼저 연상된다. 이를 어떻게 감상해야 좋을까? 댄스 음악이 골자지만, 멜랑콜리함과 특유의 따뜻함이 베여 댄스 플로어가 아닌 곳에서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더라.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들어라.

기글링은 이벤트를 주최하는 전통에서 탄생했다. 댄스 음악을 골자로 삼은 이유 역시 댄스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음악은 단순히 댄스 음악이 아닌 삶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받은 영향을 모두 융합한 것이기에 클럽이 아닌 공간에서도 적절하다. 어떻게 보면 집에서 듣는 음악을 댄스 음악으로 번역한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기글링에 수록된 많은 트랙은 클럽에서 플레이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적절한 순간을 찾으면 조용한 마법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한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가 댄스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레이블이 추구하는 음악의 궤와 더불어 커버아트 및 센터라벨에도 동일한 미학이 적용되어 있는 듯 한 점이 인상 깊다. 아트워크 및 비주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직접 설명을 부탁한다.

모든 표지에는 아티스트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진은 주로 아티스트가 직접 찍은 것으로 아티스트가 의도한 시간과 장소의 분위기를 포착하려 노력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우리가 가진 모든 감정에 반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레이블이 거쳐온 시간은 꽤 긴 여정이었고 백 카탈로그를 보면 마치 일기를 보는 것 같다.

또한 일련의 오브제들은 기글링이 실제로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각자의 시각에서 변형시키는 집단 예술 작품이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의 인식과 믿음이 레이블의 실체를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펜데믹 중 LP [Mirror] 발매와 함께 기글링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캠페인 ‘transform’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계기와 뜻이 담겨있었나?

우선 팬데믹은 반성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어려운 시기를 통해 사람들이 계몽하여 사회가 변화할 것이며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는데 도음될 것이라 믿었다.

또 초심을 돌아보고 삶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이유로 하는지에 관해 성찰하기에도 좋은 기회기도 했다. 서로를 위로하고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했고, 큰 시련과 위기 속에서도 커뮤니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통해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었다.

그러한 시기에 발매된 레아파르 레고브의 LP [Mirror]와 연계된 ‘transform’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우리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은 자신을 자유롭게 촬영하도록 유도했다. 웹을 통해 녹화된 영상은 무작위로 선택하여 항상 음악과 함께 새롭게 조합되어 재생됐다.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기도 했는데, 이유는 우리 웹사이트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transform’ 프로젝트로 우리 역시 많은 희망과 사랑을 얻었다.

레이블의 음악은 대부분 바이닐 포맷으로만 릴리즈된다. 이러한 발매의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미디어는 사람들이 사물에 관심을 쏟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에 우린 많은 청중을 놓치더라도 바이닐로만 음악을 릴리즈하고 있다. 바이닐이라는 우리의 제안과 제스처는 청중들이 시간을 내어 앉아 음악에 빠져들게 하여 다시 꿈속으로 날아들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요즘의 바이닐 레코드의 수요가 폭발적인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바이닐 수요가 많아지며 플랜트가 바빠져 기글링을 비롯한 바이닐을 주력 포맷으로 음악을 발매하는 레이블들의 피해 역시 불가피하다. 실제로 컴필레이션 [2020]의 제작과 배송이 꽤 많이 지연되기도 했다.

우선 우리는 사람들이 다시 바이닐을 수요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동시에 이 추세가 지속될지에 관해서는 확신이 없다. 질문에 언급된 대로 바이닐 제작에 꽤 많은 지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우리의 역동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작업하는 방식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때때로는 고단하다고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매우 독특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기글링 카탈로그 중 일부는 고가의 가격에 리셀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글링 음반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에겐 긍정적인 요소다. 곧 웹사이트에서 [2023] 컴필레이션을 15유로에 다시 판매할 예정인데, 이미 중고 레코드 숍에서 80~100달러를 지불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바이닐을 추가로 생산하기 미안해진다. 그래도 레코드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얼마나 많이 음반에 관심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예약 기간을 오래 설정하기도 했다. 음반이 선반에 쌓여 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서 너무 많은 레코드는 제작하지 않으려 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레이블의 일정은?

내년을 위한 새로운 이벤트 시리즈와 이미 오랫동안 준비해 온 대규모 컴필레이션을 공개할 예정이니 꾸준한 관심을 부탁한다.

Giegling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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