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Ink Chronicles #2 Metal Pinkman

법적,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번성해 온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타투 문화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흥미로운 세계를 조명하는 ‘Seoul Ink Chronicles’의 두 번째 주인공은 거침없는 작업물로 피부에 강렬한 인상을 이식하는 메탈 핑크맨(Metal Pinkman).

힙합, WWE 등의 미국 문화에 뿌리내린 그의 작업 스타일은 서울과 세계 여러 도시의 타투 신(Scene)을 경험하며 더욱 단단해 졌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게 된 계기부터 프리핸드를 고수하는 즉흥적인 작업 방식까지, 메탈 핑크맨의 솔직한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 보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타투이스트 메탈 핑크맨이라고 한다. 인천 출신이다. 현재는 타투뿐 아니라 런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낸시(Nancy)나 한국의 QH 같은 브랜드와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타투이스트로는 얼마나 활동했나. 타투이스트가 된 동기가 있다면?

4년 정도. 인천이 아무래도 험한 곳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중학생 때 볼펜 잉크를 바늘에 묻혀 타투를 하는 게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특히, 류승범처럼 손목에 별 모양 타투를 새기는 애들이 많았지. 그때 타투라는 걸 처음으로 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타투는 조폭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돈주고 타투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근데 어느 날에는 친구 한 명이 필리핀 불법체류자한테 엄청 구린 타투를 받아온 거다. 웃긴 건 당시에는 그게 멋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타투라는 게 마음 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뒤로 성인이 되고 군대를 가기 전에 타투를 받기 시작했고, 휴가 때마다 종종 받다가 제대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남의 몸에 내 그림을 새긴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다. 그냥 재밌지 않나.

메탈 핑크맨(Metal Pinkman)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메탈’은 별 의미 없고 ‘핑크맨’은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제시 핑크맨(Jesse Pinkman)에서 따왔다.

과감하고 적나라한 타투 스타일이 눈에 띈다. 현재의 스타일에 영향을 준 무언가가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잘 모르겠지만 힙합, WWE 같은 미국 문화? “드래곤 볼” 같은 일본 만화 역시 그렇고. 그냥 이것저것. 딱히 뭘 정해두고 그리는 편은 아니고 그리고 싶은 걸 그린다. 관심 있는 주제나 한번 그려보고 싶은 게 있으면 그린다. “나는 이것만 해야지” 하는 건 없다.

최근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나.

사물만 그리다 보니 지겨워져서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걸 그리고 싶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바로.

타투 업계 안팎으로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은 누구인가.

제시 핑크맨. 그리고 친구들.

현재까지 몸에 새긴 것 중 가장 애정하는 혹은 의미 깊은 타투가 있다면?

다 친구들이 해준 것들이라 하나를 꼽을 순 없을 거 같다. 하하. 보다시피 내 몸은 이미 좆됐다. 그냥 계속 그 위로 블라스트 오버(Blast Over)하는 걸 좋아한다.

첫 타투가 궁금한데.

스키 마스크. 지금은 그 타투이스트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데, 홍대 어디선가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문화, 특히 힙합을 좋아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면 항상 스키 마스크를 쓰고 타투로 온몸을 뒤덮은 흑인이 여자를 옆에 끼고 총을 들고 있지 않나. 그때는 그게 멋있어 보였던 거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게 됐다.

직접 새긴 타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도안은 무엇인가.

지금 작업실에 와 계신 분의 등 작업. 나처럼 블라스트 오버를 즐기시는 분이다. 원래는 볼수 형이 등에 작업을 먼저 하고 있었는데, 볼수형이 이탈리아로 가면서 나머지 부분을 내가 맡게 된 거다. 내가 좀 느려서 아직 끝난 작업은 아닌데 멋있게 나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타투 외에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게 있나.

요즘은 피부 말고 가죽에 타투를 해보고 싶어 가죽 원단에 작품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아직 해야 될 일이 많아 시작은 못했지만 곧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게임? 스포츠 게임은 전반적으로 다 좋아한다. UFC든 축구든. 실제로 풋살을 하기도 한다.

어떤 팀을 응원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내 두 다리에 박지성과 크리스타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를 직접 새기기도 했다. 내가 내게 새긴 첫 타투가 호날두고, 두 번째가 박지성이다. 타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그런지 박지성보단 유해진 같아서 웃기다.

한국에서 타투가 어떻게 인식되는 것 같나. 서울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느낀 점이 남다를 것 같다.

타투가 많으면 일단 시선이 집중된다. 길에서도 많이 쳐다보고. 그런데 그 정도는 이제 너무 익숙해서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 활동하며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신에 뒤쳐진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해외에서는 예약을 못 잡아 안달인 외국 타투이스트 친구들도 서울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예약 없이 그냥 놀기만 하다 가는 상황인 거지. 그럴 때마다 정말 아쉽다.

본인도 꽤나 수위가 높은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데, 서울에서 왜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나.

너무 하드코어해서 그런가? 사실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서울에 고객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게스트 워크를 가면 되니까.

대중의 시선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나.

유교사상이 있는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작업실에 와 있는 고객이나 한국 토박이인 나 같은 유교 보이들도 있지 않나. 틴에이지 닌자 클럽(Teenage Ninja Club)도 그렇고. 결국에는 이런 문화를 접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계속 늘어가지 않을까.

확실히 유럽 타투 신이 한국보다 더 트렌드를 빠르고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지.

요즘에는 한국이나 유럽이나 스파이키 같은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 자체는 비슷한 것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그쪽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러 아티스트들을 접할 기회가 너무 많다 보니 트렌드 생겨도 그 외에 것들을 선택할 옵션이 많다. 반면에 서울 신은 정말 독특한 것 같다. 신이 크지도 않은데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좋은 아티스트도 나오고 있으니까. 단지 대중의 인식이 조금 다를 뿐 타투이스트들은 비슷한 것 같다.

타투의 트렌드는 어디서 시작될까.

스파이키 같은 스타일은 유럽에서 온 것 같지만 잘 모르겠다. 한국에도 볼수형 같은 OG들이 있으니.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힘든 점이 있나.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객이 없을 때. 그리고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곳이 그리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럽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고객도 많고 내 그림을 잘 받아들여 주니까. 타투이스트들은 아마 다들 자기만의 베이스먼트가 있을 거다.

반면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며 만족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돈? 장난이고 재미다. 내 고객 대부분이 차분하고 자유롭다. 그냥 프리핸드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준다. 구체적인 도안을 정하지 않고 그냥 내게 맡기는 거지. 애초에 예약을 받을 때부터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면 받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객이 원하는 그림보다는 본인이 그날 그리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편인가?

사전에 뭔가 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SNS로 예약을 잡는 일도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타투받을 위치, 사이즈, 도안은 시술 당일 만나서 정한다. 그날 대화하면서 같이 결정하는 거다.

고객으로부터 요청받은 독특한 타투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돌하르방? 미국에 사는 타투이스트였는데, 아마 고모가 제주도 분이셨다. 아무튼 당신 스타일이 아닌 걸 알지만 해줄 수 있겠냐고 하길래 한 번 해봤지. 그분이 제주도에 가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웃긴 건 그 고모분이 같이 오셨다. 크리스천이셨는데 타투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설교 같은 걸 하시더라.

처음 타투를 받으려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그냥 해라. 하하. 혹시 처음에 안 괜찮아 보이더라도 나중에 보면 멋있을지 모른다.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한다.

마찬가지로 그냥 해라. 그리고 열심히 할 것. 때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좋다. 새로운 걸 연습해 볼 기회니까.

앞으로 타투 신이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 예상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는지.

트렌드랑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잘 모르겠다. 다만 타투 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타투이스트가 타투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그림 작업도 내는 것처럼, 이제는 정말 아티스트라고 할 만한 친구들이 종종 보이는 것 같다.


Editor | 장재혁, Abeer
Interviewer│Abeer
Photographer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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