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ap: 느닷없는 지역에서 펼쳐진 폐공터 레이브, 2023 아트페스티벌 시리즈

지난달 11월, 파티 장소로 삼기엔 다소 생뚱맞은 두 지역 홍성과 의령에서 폐공터 레이브를 곁들인 아트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파티의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을 벗어나 머나먼 문화 불모지(?)에서 열린 파티는 서울의 어느 이벤트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알차고 그 속성을 요란하게 발했다. 2주 연속 토요일마다 열린 한적한 시골동네의 불 같은 파티는 발바닥이 가려운 이들을 부리나케 움직이게 만들었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나타나 폐공터에서의 하드코어 레이브를 선두로 렉처, 라이브 페인팅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한적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은 ‘2023 아트페스티벌’ 시리즈는 문화 소외 지역의 번성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 유의미한 움직임을 지속해 나가려 한다. 축제감독 유한솔, 일명 ‘뱅크유씨’와 이에 대해 짧은 담화를 나눠봤으니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에서 직접 감상해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회사 ‘잭 지방’을 운영하며 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하는 유한솔이라고 한다.

기존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들을 보였는지.

원래 무용으로 유럽을 종횡무진 유랑하다 한국에 와서 취업해 버렸다. 7년 반 동안 ‘K-회사’ 시스템의 안에서 돌고 돌다 회사 생활을 때려치웠다. 회원제 최고급 리조트에서 액티비티 기획을 했고, 회장님 등에 로션을 바르는 의전 일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도맡다가 나중엔 청소부로 발령이 났다. 청소를 할 때 수행과 명상하는 기분이 들었고, 마음을 비우니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 친구는 내가 다시 예술을 했으면 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국내를 돌아다니며 아트페스티벌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안무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기획자로서는 첫 발걸음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행하는 ‘청년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개최하게 되었다. ‘청년마을 프로젝트’는 청년 활동과 주거 공간을 마련하여 지역살이 체험, 창업 등을 돕는 일종의 지원 사업이다. 해당 예산으로 아트페스티벌을 열어보면 어떨까 했다.

홍성군과 의령군 두 지역에서 열린 아트페스티벌을 성황리에 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 퍼포먼스 작가와 DJ분들이 협조를 잘해 주셔서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한강 굴다리에서 레이브하는 친구들은 날 것의 느낌이 좋았다. 이번에 알게 된 K특급모텔은 개인적으로 팬이 됐는데,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두 아트페스티벌이 끝난 후로 비슷한 특성의 지역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게 됐다. 앞으로도 국내에서 매력적인 공간을 찾고 싶고, 노력하고 있다.

지역 군수님에게 페스티벌을 어떻게 설명하고 진행하게 됐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응도 궁금하다.

홍성 첫 개최 때 ‘사랑해 군수님’ 깃발과 사진을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사진이 떠돌았다. 어떻게 아셨는지 군수님께서 정식 일정이 아니었으나 풍문을 듣고 찾아오셨다. 알고 보니 문화도시센터장님이 군수님께 본인 굿즈(?)를 보여드렸더라. 연락을 받고 시간을 쪼개 찾아오신 군수님께 폐우사를 돌면서 행사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충분했더라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홍성, 의령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까.

개인적인 연관은 없다. 청년마을 프로젝트가 재밌어 보여 지방을 돌아다니다 창업가마을인 홍성의 ‘집단지성’과 의령 ‘홍의별곡’을 알게 되었다. 둘 다 청년마을이지만, 집단지성은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홍의별곡은 스스로의 전통을 만드는 마을로 콘셉트가 다르다. 아무튼 공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과의 케미가 맞아야 프로젝트 진행이 되더라. 각 지역 청년마을 관계자분들의 많은 아이디어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홍성과 의령 두 지역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홍성과 의령 각자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우리끼리는 홍성 베를린, 의령 뉴욕이라고 불렀다. 공간이 주는 힘이 참 크다. 폐우사는 러프한 느낌이 커서 우스갯소리로 베를린 베억하인이라 불렀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의령은 故 삼성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곳이라 ‘리치리치페스티벌’, 일명 부자축제라는 행사가 있다. 그 축제에 쓰는 왕이 앉는 의자 같은 걸 군청에서 빌려와서 폐양초공장에 배치했다. 그래피티와 옥좌 덕에 뉴욕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홍성에서는 폐우사를, 의령에서는 폐양초공장을 베뉴로 선택했다. 폐공터를 베뉴로 섭외하기까지의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폐우사나 폐양초공장의 주인이나 역사를 알아보는 리서치 과정이 있었다. 명확히 어디에 나와있는 게 아니어서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주인을 찾아 만나 뵙고 왜 문을 닫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문화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 아닌 지방들을 개최 지역으로 선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지역에서의 문화 번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적 간극을 줄여보고 싶었다. 지방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지방에서도 놀거리를 더 만들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잭 지방’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됐다. 트위터 창업자이자 소문난 괴짜인 잭 도시(Jack Dorsey)에서 따온 이름인데,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자는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지역에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란 조금 망설여지지는 않았나.

계속 진격하면 빛을 볼 것이다.

필자는 아쉽게도 두 행사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다들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두 행사 모두 성과가 있었다. 오픈덱 참여를 위해 타 지역에서 와 주신 관객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관객 분들이 행사를 즐기기 위해서 먼 걸음 해 주셨는데, 신기하고 고마웠다.

K특급모텔의 라이브 공연을 포함하여 여러 DJ들이 다양한 하드코어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 행사 주최 지역의 분위기와는 양극단에 놓여있는데, 주변 거주민들의 항의나 반대는 없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폐우사나 폐양초공장 인근 주민분들, 이장님, 면장님, 경찰서 등 소음 민원에 대한 연막 작업을 사전에 미리 해 놨다. 젊은이들이 뭘 한다고 하니 오히려 더 응원해 주셨다.

렉처, 댄스 등 여러 퍼포먼스에서 나아가 라이브 페인팅, 그리고 설치미술 등 라인업이 굉장히 다채롭다.

두 행사 모두 평소 눈여겨보던 아티스트들을 섭외했다. 그중에는 지인도 있는데 폐우사 퇴비장에서는 흙으로 뭔가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도예가 친구를 섭외하기도 했다. 의령 때는 홍성아트페스티벌 때 놀러 온 아티스트 분을 섭외하기도 하면서 더 다양해진 것 같다. 페스티벌 이후 늦게 소식을 접한 아티스트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두 아트 페스티벌을 거치며 기억에 남는 일이나 아쉬운 점이 있나.

지역 주민, 어르신들이 도와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지나가면서 한 번씩 응원이나 관심을 주신 게 의외였고 감동받았다. 감사한 일이다. 아쉬운 점은 예산 뒤에 0 하나만 더 붙여주면 좋을 텐데.

지역 아트페스티벌 시리즈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렇다. 아직 보여줄 거리가 다양하게 남아 있다, 두 차수를 진행하면서 함께하기로 한 친구들이 생겨 이제 멈출 수 없기도 하다. 아트페스티벌이라는 말처럼 전시, 퍼포먼스, 워크샵, 지역 작가와의 협업을 지속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을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날 우리끼리 숙소에서 리허설하며 음악 틀고 노는 게 진짜 재밌었다. 나는 항상 스피커 옆에서 술에 취해 잠들긴 했지만.

기획자 유한솔의 개인적인 소망은.

세상의 빈틈을 찾거나 만들고 싶다. 계속해서 재밌는 것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 테슬라 타면서.

Bankyussi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의윤
Images | 유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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