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불문, 최근 가장 돋보이는 국내 패션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미스치프(MISCHIEF)가 우선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2012년, 오랜 친구였던 정지윤과 서지은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미스치프는 90년대, 소위 골든에라를 베이스로 하는 올드스쿨한 디자인과 일관된 감성을 무기로 상당히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지금에 이르러 ‘멋지고 힙합 언니들이 입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미스치프는 그 한계를 모른 채 뻗어 나가는 중이다. 이런 브랜드에 협업이 없다는 것 역시 서운한 일이겠지만, 2015년 현재까지 미스치프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력과 함께 많은 제품을 공개해 왔다. 근 한 달 간 , 스트릭틀리 바이닐(Strictly Vinyl), 버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 리타(Leata), 라이풀(Liful)과의 제품을 연속적으로 발매했다는 사실은 현재 미스치프의 영향력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사례. 이런 미스치프의 뜨거운 열정으로 인한 빠른 발매 속도에 멀미를 느끼는 이들을 위해 올해 발매한 미스치프 협업 제품을 정리해 보았다.
1.MISCHIEF X Strictly Vinyl
스트릭틀리 바이닐(Strictly Vinyl)은 360Sounds의 수장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DJ, Soulscape가 주최하는 파티다. 이름처럼 오직 턴테이블과 LP만을 사용하는 파티로, 미스치프 브랜드의 뿌리인 90년대 골든 에라의 감성과 궤를 같이한다. 스트릭틀리 바이닐과 미스치프의 협업 컬렉션은 슬리브리스 저지와 두 가지 색상의 티셔츠, 토트백 등의 제품을 출시했으며, 지난 6월 19일 이태원의 케이크숍에서 이를 기념하는 ‘Strictly MSCHF’라는 파티를 열었다. 현재 이 협업 컬렉션의 공식 판매처인 미스치프의 웹 스토어에서는 전 품목 품절, rm.360의 웹 스토어에서는 토트백만이 남아있다. 네 방향에 strictly라고 새겨진 협업 그래픽이 미스치프와 스트릭틀리 바이닐의 묵직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야말로 디자인과 의미를 한데 아우르는 훌륭한 협업이다.
2.MISCHIEF X Buried Alive
버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는 스트리트 브랜드 숍 휴먼트리(Humantree)에서 디렉팅하는 브랜드로, 국내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온 이름일 것이다. ‘Sticker bombing is not a crime’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들의 협업은 스티커를 베이스로 제품 그래픽을 만들고 프로모션 역시 스티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티셔츠, 핸드폰 케이스, 스티커팩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을 판매 중이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stickerbombisnotacrime 을 검색하면 이 두 브랜드의 협업 스티커를 붙이는 여러 유저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티셔츠에 등장하는 사무실은 휴먼트리 대표인 Jayass의 개인 작업공간이기도 하다.
3.MISCHIEF X LEATA
‘Anna time’이라는 제목의 협업 컬렉션은 남성적인 향을 짙게 풍기는 리타(Leata)와의 협업이다. ‘FUCKING SUMMER’ 그래픽으로 유명한 리타와의 협업은 이전까지 보여주던 폰트 위주의 그래픽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와 간결한 그래픽을 사용해 완성했다. 리타의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며, 메인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는 땅콩 그래픽은 핀업걸(Pin up girl)에서 착안, 피넛걸(Peanut Girl)이란 단어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제작했다고 한다. 여타 협업과는 다르게 전혀 새로운 포맷의 의류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 놀랍다. 한 가지 컬렉션이지만 남성, 여성을 구분 지어 리타와 미스치프 두 브랜드의 포인트가 나누어지는 지점은 디렉터의 영민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 룩북을 확인해보면 그들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4.MISCHIEF X LIFUL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의류 브랜드에 손 꼽히는 라이풀(LIFUL)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맞춰 라이풀은 다양한 협업 컬렉션을 펼쳤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미스치프와의 협업. 라이풀의 경쾌하고 심플한 이미지와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 미스치프를 조합해 균형을 맞췄다. 이는 가장 최근에 공개된 협업으로, 7월 12일부터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라이풀 스토어에서 한 달간 콜라보레이션 팝업 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상당히 공들인 룩북 이미지와 프로모션이 인상적이다. 그간 간결한 디자인을 선보였던 라이풀이지만, 개성 강한 미스치프와의 만남은 지금껏 보여주던 의류와는 조금 다른 색을 띤다. 오랜 시간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의 선봉장을 맡았던 만큼 타 협업에서의 조율 역시 탁월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한 빠른 선택과 집중은 브랜드 간 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수많은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가 있지만,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맨즈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남성복으로 시작 이후 자리를 잡고 유니섹스로의 변모를 시도하지만, 실상 비슷한 디자인, 사이즈의 차이일 뿐 완벽한 여성 의류를 제작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런 국내 시장 속에서 여성복만을 제작하는 미스치프의 약진은 상당히 신선하다. 특히나 소위 보세 쇼핑몰이라는 거대한 적을 마주한 채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대항했다는 사실은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 후발주자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일. 국내 의류 시장의 오래된 병폐, ‘짝퉁’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은 분명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중에게 그만큼 어필하고 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현재 제2, 제3의 미스치프를 노리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미스치프만큼의 확고한 콘셉트와 고집이 없다면 그저 그런 보세 브랜드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국내 여성의류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미스치프의 꾸준한 상승곡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