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하라 디자인/크리에이티브의 숨은 주역, ‘7STARS DESIGN’

90~00년대의 일본의 패션 신(Scene)을 틈날 때마다 찾아본다. 누군가는 이미 무수한 아카이브 계정 속 우라하라, y2k의 일본 패션, 스타일링이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그 언저리 세대에서 곁눈질로 그들의 움직임과 변화를 꾸준히 봐온 나로서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그때 그 시절의 비화나 숨겨진 인물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과정이 꽤 즐겁다.

자신의 브랜드 카브엠트(Cav Empt)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스케이팅(Sk8thing), 그리고 우라하라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Hiroshi Fujiwara)와 다양한 활동을 해온 타카기 칸(Kan Takagi) 등 단순히 지나간 날의 인물이나 사건으로 넘기기에는 아직까지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

이런 관심으로 종종 본 매거진을 통해 흘러간 일본 패션에 관한 내 욕구를 조금씩 풀고 있는데, 최근 내 눈에 닿지 않았던 디자인 그룹을 알게 되어 간단하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이름 세븐스타즈(7STARS), 그 명칭만으로는 뭔가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지만, 우라하라, 그리고 일본 서브컬처의 그늘에서 꽤나 많은 일을 해온 디자인 그룹이다.

세븐스타즈는 그래픽 디자이너 호리우치 토시야(Toshiya Horiuchi)에 의해 설립됐다. 디자이너로 데뷔하기까지의 이력이 특이한데, 본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 에픽 소니 레코드(Epic Sony Records)에서 뮤직 비즈니스에 종사하다 독립, 광고 편집 디자인을 배운 후 1995년 세븐스타즈 디자인을 설립했다. 갑작스레 진로를 바꿨지만, 아버지의 직업이 디자이너였기에 청소년기부터 그래픽 디자인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첫 업적이라면, 후지와라 히로시, 니고(NIGO), 그리고 준 다카하시(Takahashi Jun)가 1993년 문을 연 우라하라 역사의 시작점, 노웨어(NOWHERE) 스토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은 것. 이때 노웨어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 및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도왔고, 이러한 연으로 후지와라 히로시의 앨범 커버나 언더커버(UNDERCOVER)의 1996 FW 아트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외 슈프림(Supreme), 베이프(Bape), 스투시(Stüssy) 등 메이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의류 그래픽과 더불어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 데빌록(Devilock), 리볼버(Revolver)의 로고 디자인 등 90년대 일본 스트리트웨어 장면의 초석을 닦았다.

2000년대 중반, 일본 내 우라하라의 여명기가 저물 무렵부터는 음악 앨범 커버부터 나이키(Nike), 반스(Vans), 레드불(Redbull)과 같은 대형 브랜드까지,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 전반에 걸쳐 그들의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를 발신했고, 이들이 남긴 흔적을 웹과 일본 매거진 등 여러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븐스타즈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지금껏 그들이 뭘 해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히스토리 페이지를 구축해두었는데,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e북 페이지에서 그간의 작업물을 망라해두었으니 이를 참고해 봐도 좋겠다.

이런 그래픽 디자인 제작과 함께 스케이트보드에도 일가견이 있는지 볼드라인(BOLDLINE)이라는 스케이트보드 액세서리 브랜드를 런칭, 허프(HUF), 인스턴트 스케이트보드(Instant Skateboards), FTC 등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의 협업 또한 상당수 진행했다. 이외 일본의 스케이트보드 매거진인 VHS 매거진(VHS Magazine)에도 심심치 않게 얼굴을 비추고 있다. 무엇보다 굉장한 수의 음악 앨범 커버, 공연 포스터를 제작했는데, 펑크부터 메탈, 로큰롤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2017년 이후로 세븐스타즈의 웹사이트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고, 웹에서도 그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호리우치 토시야의 인스타그램 계정 속 피드를 보면, 네이버후드(NEIGHBORHOOD)와 클랏(CLOT)의 20주년 그래픽을 맡거나 위즈 리미티드(WHIZ Limited)의 아카이브 북 편집, 김미파이브(Gimme Five)의 패키지 디자인을 맡는 등 여전히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서브컬처, 패션 신에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세븐스타즈의 시작이 그러했듯 그들이 해낸 것을 떠들썩하게 알리거나, 쉽게 이름을 내걸지 않는 기조를 계속해 지켜가는 것일 수도.

근래 90~00년대에 걸쳐 등장했던 일본의 패션 브랜드, 그리고 당시의 하위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 혹은 관련한 콘텐츠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이미 너무 유명하거나, 익숙한 소스도 많지만,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 뒤편의 인물을 알게 되는 건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갑작스러운 호기심과 작은 단서로 시작된 세븐스타즈 디깅은 마치 모래 속 숨겨진 사금을 채취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까운 시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 어디에서든 세븐스타즈, 호리우치 토시야의 흔적을 마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7STARS DESIGN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7Stars Design, Damp Magazines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