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스카우트(Vintage Scout): 자고로 진정 멋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주장 강한 신식 아이템들 사이 ‘빈티지’라는 존재를 슬며시 끼워 넣어 줄 알아야 할 것. 허나 어느새부턴가 대두된 ‘프리미엄 빈티지’의 거센 물결에 빈티지라는 카테고리조차 고급스러운 사치품으로 격상된 것도 사실. 우리가 추억하던 빈티지라 함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거나 정말 희귀하거나 아니면 값이 싼 무언가가 아니던가. 빈티지 스카우트는 그러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는 숍을 소개하기 위해 꾸려진 원정대다.
빈티지 스카우트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서울 용산구 갈월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엑기스(Eggkisu)로, 숍 입구의 CRT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트레인스포팅”이 이곳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다채로운 영화 관련 머천다이즈는 물론 샤데이(Sade), 위저(Weezer) 등 8~90년대를 휩쓸었던 밴드의 공식 굿즈까지, 형형색색의 개성 넘치는 아이템으로 가득 찬 엑기스는 분명 과거의 향수를 진하게 풍긴다. 빈티지 스카우트가 이곳에서 어떤 아이템, 어떤 이야기를 발견했을지 함께해 보자.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오래된 물건을 팔고 있는 엑기스의 신창환이라고 한다. 숍을 운영한 지는 1년 반 정도됐다.
숍 규모가 큰 편은 아닌 것 같다. 사장인 본인조차 서서 일하는 것 같은데, 본업이 따로 있나? 숍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현재도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의 원단 납품하고 있는 일을 겸하고 있다.
원단 납품을 하다 어쩌다 엑기스라는 숍을 시작하게 됐는지.
7~8년 전부터 빈티지 제품을 차근차근히 모아 왔다. 그러다 1년 반 전쯤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손님들한테 내 취향을 한 번 보여주고 싶더라.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
엑기스의 셀렉션을 보면 음악, 특히 밴드 혹은 영화와 관련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은데. 숍의 특별한 콘셉트로 정해둔 것이 있나.
딱히 특정한 테마를 정해두고 큐레이팅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80년대와 90년대, 더불어 2천년 대까지 나왔던 머천다이즈 중에서 내가 봤을 때 제일 재밌고 내 취향인 것들 위주로 들여오고 있다.
중점적으로 큐레이팅하는 장르는 영화다. 그래서 내가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의 굿즈가 꽤 많다. 사실 지금은 전에 비해 시세가 많이 오른편이다 보니 가격적인 면도 고려하고 있긴 하다.
숍에 들어서면 역시 “트레인스포팅” 티셔츠 그리고 비디오가 가장 눈에 띈다.
맞다. 너무 재밌게 봤었던 영화다. 그래서 티셔츠도 어렵게 구했고 영국에서 제작된 VHS도 직접 가져와 보이는 것처럼 숍에 틀어두고 있다.
예전에 특히 빠져있던 90년대 영화나 음악 등의 문화가 있었나.
“트레인스포팅”은 내가 미성년자일 때 개봉한 영화다.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가 영화에서 했던 행동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보여준 기이한 애티튜드가 그 당시에는 정말 인상 깊었다. 그래서 한 15년이 지난 지금도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롭다. 사실 2편도 나왔는데 1편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인지 좀 아쉽더라.
온라인 운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오프라인 숍이 있다고 들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태원이 아닌 갈월동에 숍을 열게 된 계기라면?
여자친구가 사업을 이 주변에서 하고 있는데 왔다 갔다 하기 편하기도 하고 집도 가깝다. 회사에서도 멀지 않고. 동네 자체가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긴 해서 트렌드에 빠른 사람들 혹은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사실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오기 때문에 굳이 이태원일 필요는 없었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굿즈도 꽤 많이 보인다. 특별히 애정하는 뮤지션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에이펙스 트윈 굿즈는 그냥 인기가 많다. 재밌는 건 들여왔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거지. 위저나 샤데이도 마찬가지다. 무지에 로고만 있는 게 삼삼해서 멋있지 않나. 사람들에게 엑기스가 어떤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숍인지 알리기 좋은 아이템들인 것 같다. 이 모든 걸 다 떠나서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최근 활동을 멈춰 너무 아쉽다.
요즘 들어 다시금 밴드 음악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영향이 숍에도 나타나는지.
아직까지는 ‘이 밴드의 굿즈를 무조건 사야겠다’라는 마인드로 찾아오는 고객은 많이 없다. 와서 멋있고 쿨한 아이템을 골라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제품들 중에서도 티셔츠에 특히 힘을 준 것 같다. 어떤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
사실 밴드 굿즈하면 가장 상징적인 게 티셔츠지 않나. 그리고 가장 입기 편하기도 하고. 대부분이 각 밴드 공식 머천다이즈고 팬들이 만든 부틀렉 티셔츠도 있다. 빈티지 쪽에서는 긴팔 티셔츠가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싼 편인데 한국도 점점 더운 날이 길어지는 만큼 엑기스에 오면 긴팔 티셔츠를 추천한다.
특별히 애정하는 티셔츠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좋아한다기보다는 애착이 가는 티셔츠가 있는데, 이것도 긴팔이다. 엔싱크(NSYNC)라는 미국 아이돌 같은 밴드에서 나온 머천다이즈인데, 친한 형이 운영하는 네오서울이라는 빈티지샵에서 둘이 같이 보로 커스텀 기법으로 가공한 거다. 약간 찢은 듯한 느낌과 타이 다이 염색을 했다. 이 느낌이 재밌는 것 같다.
밴드 공식 굿즈라 하면 꽤나 오래된 물건들일 텐데, 빈티지 상태, 품질에 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사실 엑기스를 찾는 사람들이 다행히도 제품 컨디션을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머천다이즈적 성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마오쩌둥이 계속 눈에 띄는데.
프랭크 코직(Frank Kozik)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키드 로봇(kid robot)과 합작한 피규어다. 숍에 오면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만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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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장재혁
Photographer | 전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