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쏘아 올린 유도탄, ‘GUIDE BOMB Welcome’ / 4인 작가 인터뷰

작년 3월 나잠 수와 조대, 두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는 소규모 전시로 시작해 이를 꾸준히 이어오며, 어느덧 3회째를 맞이한 독립작가 기획전 가이드밤(GUIDE BOMB). 2인에서 12인까지 참여 아티스트를 늘려 쉬이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였던 이들의 전시는 두 명의 작가와 함께 종착지를 모를 유도탄을 다시금 쏘아 올렸다.

조대와 나잠 수, 그리고 구현성과 호마르종,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를 모은 가이드밤의 세 번째 전시는 이전과는 또 다른 궤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현혹하고, 타격한다. ‘유도폭탄’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4인의 작가들, 이들이 어떤 연유로 모이게 됐으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에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그들을 찾았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특별한 도슨트를 담아왔으니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

더불어, 본래 3월 17일까지 계획되었던 가이드밤 전시가 일주일 더 연장되었다고 하니 미처 방문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서둘러 방문해보길 권한다.


나잠 수

먼저 가이드밤이 생소한 이들에게 이번 전시에 관한 소개를 부탁한다.

나잠 수: 가이드밤은 독립작가 기획 전시다. 가이드밤 기획자부터가 작가거든. 우리의 그림을 찾아주지 않는 이런 현실에 우리가 나서서 직접 기획과 홍보를 해 작품을 알려보자는 게 그 시발점이었다. 그렇게 조대와 나잠 수의 2인전으로 첫 전시를 열었고, 그 뒤에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며 가이드밤을 이어오고 있다.

조대: 요새 돈이 된다는 그림들의 경향이 획일화되는 게 지겹고 싫었다.

조대

그렇다면, 가이드밤은 앞서 말한 돈이 된다는 작품과는 반대되는 걸 보여주는 전시인가?

조대: 그래도 최소 한 달 이상 작업한 결과물은 보여 줘야지.

나잠 수: 뭐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이제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사람보다는 노동으로 승부하는 사람을 우선 섭외하고 있다.

조대: 요새 너무 정성 없는 그림이 많다 보니까, 그런 걸 옆에서 바라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작업을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하는 사람을 모으고 싶었다. 처음에는 나와 나잠 수만 전시했지만, 점점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근데 결국에는 우리가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전시를 여는 거다.

호마르종

가이드밤을 함께하는 조대, 나잠 수 외에 두 작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호마르종: 이전부터 내심 가이드밤 참여를 기대하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그리고 나잠 수의 팬이었거든. 옛날부터 그들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나잠 수가 맞팔을 해준 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이드밤의 두 번째 전시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아티스트 라인업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대거 참여하더라. 인사도 하고, 말도 한번 붙여볼 겸 전시장에 찾아갔지. 그때가 2회 차라고 하고, 단체전이었으니 앞으로 3회 차, 4회 차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2월 신도림역을 걷다가 나잠 수 작가의 DM을 받았고, 덥석 물었지.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잠 수: 맞다. 2회 차 전시에서 처음 알게 된 후 계속 주목하고 있었다. 3회 차 전시는 순수하게 일러스트, 그림, 페인팅으로 노가다하는 사람만 모아보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때 바로 떠오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구현성: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조대 작가를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른 작가의 소개로 조대 작가를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 술 한 잔 하자고 말만 건네다가, 결국에는 둘 다 사는 게 바빠 만나지 못했는데, 가이드밤 첫 전시에서 다시 만났다. 나잠 수 작가에 관해서는 음악만 알았지, 그림을 그리는 줄은 몰랐고, 조대 작가도 이전에 내가 알던 그래피티나 패턴 작법이 아닌, 사이키델릭한 그림을 그렸기에 흥미로웠고, 실제 전시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가이드밤 2회 전시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마침 그때 내 개인전과 동시에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만드느라 도저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고사했다. 대신 다음 전시가 계획된다면, 꼭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올해 가이드밤 3회 차가 진행되었고, 이번 전시에 함께하게 됐다.

구현성

이번 전시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있다면?

나잠 수: 이번 전시를 하나의 키워드로 묶긴 어렵지만, 단순히 그림만 봤을 때 어떤 카테고리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의 작가 네 명이 그 주제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 일단 전부 페인팅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각자 자신의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듣고 싶다.

나잠 수: 평소 관심이 많았던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다. 내 작업은 단순히 복잡한 형태의 그림이 아닌,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는 레코드판의 역사와 각각의 중요한 사건을 한 공간 안에 욱여넣었다. 처음에는 레코드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턴테이블을 그리려고 했는데, 턴테이블이 네모난 형태를 띠고 있으니 이걸 쪼갰을 때 재미있는 형태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카트리지를 그리기로 했다. 이것만 떼어내 확대하면 이게 뭔지 모를 것 같다는 게 첫 번째였고, 이 작은 사물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았을 때, 마치 거대한 우주선처럼 보이겠다는 생각에 소재를 카트리지로 정했다.

구현성: 이번 전시가 웰컴 레코드에서 열리고, 나잠 수 작가도 음악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에 내 작품도 여기에 연결 짓고 싶었다. 그래서 작품 아이디어 미팅을 할 때 나는 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눈으로 하는 랩’이 내 그림의 콘셉트였지. 난 이전부터 만화 작업을 했고, 그림을 통해 한국의 이데올로기, 빨강/파랑, 남자/여자, 아군/적군과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에 새롭게 그린 작품 또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색깔론으로 모든 게 판별되고 갈라지는데, 그 뒤편에서 이를 조장하면서 반사이득을 얻거나 근근이 생존하는 이들은 누구일지 생각하면서 그렸다. 그래서 이 작품에 이스터에그가 되게 많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아는 그런 그림이 될 거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그림에 다양한 언어가 나오는데, 그 언어는 모두 독재국가의 언어이며, 화자 또한 아돌프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의 말을 담았다. 독일어, 러시아어 등의 언어가 있지만, 사실 이를 일일이 해석할 필요는 없다.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의 문제가 아닌 빨간 말인가, 파란 말인가, 이게 중요한 거거든. 일종의 ‘디스 랩’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조대: 나는 음악이 아닌, 이전부터 계속한 작업, ‘에너지 생성’의 연작을 준비했다. 이번 작품의 테마는 ‘눈’이다. 구름에 눈을 그려서 등고선과 파장을 표현한 건데, 굳이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보탠다면, 일종의 이퀄라이저라고 봐도 좋겠다. 내 이전 작업에서 생명이 죽고,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는 걸 그린 그림이 있다. 이제 이게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업이다.

호마르종: 나는 내 작품 제작 시간을 봤을 때, 전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는 이미 그린 그림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옛날 내 드로잉 시리즈 중 ‘호미지(Homage)’라는 게 있다. ‘경의’라는 뜻으로, 고등학생 시절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이 너무 좋아 팬심으로 그에 관한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했거든. 2년 전쯤 슬럼프가 왔을 때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를 다시 생각해봤고, 그때 다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들으며, 앨범 수록곡을 오브제로 치환해 그림을 그렸다.

다른 작가도 음악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고, 전시장도 레코드점이니 주제는 딱 맞아떨어졌다. 그림 크기가 작아 이를 어떻게 보여줘야 재미있을까 고민했는데, 마침 내가 오브제를 제작하기 시작해 직접 만든 커스텀 액자로 작품을 보여주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렇게 두 개의 커스텀 액자를 제작해 작품을 넣었다. 제목은 ‘림보 컬렉터’로 내가 그림을 그리는 세계관을 림보라는 곳으로 설정, 액자 속 그림은 그곳의 아이템을 수집하는 컬렉터의 컬렉션이다. 하나는 라디오헤드 2집, 또 다른 하나는 라디오헤드 3집의 수록곡을 담았다.

작가마다 단순한 그림체만으로는 퉁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감각적인 언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위한 내 가이드밤 작품도 완전히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결의 작업을 하는데도 호마르종의 느낌이 풍긴다. 관객 또한 이런 걸 잘 느껴주길 바란다. 또 다른 얘기로 창작은 수집과 유사한 맥락을 지니는 것 같다. 뭔가를 수집하는 이들도 본인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걸 갖기 위해 몰두하며,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해가지 않나. 나도 창작할 때 나만의 기준으로 거기에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작업이 쌓이면, 특정한 세계관이 생겨나고, 확장하는데, 이게 결국 하나의 컬렉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동시에 가이드밤 역시 이를 통해 새로운 개성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디지털의 시대에 작가 각자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이 있다면?

조대: 아이패드(iPad)가 보급되면서 누구나 너무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쉽게 그리고, 쉽게 표현하고, 이전에는 라이트박스를 사용해서 정밀하게 자기의 작업을 표현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 가져와서 투명도 낮춰서 그것만 따라 그려도 또 다른 형태가 나오니까. 카피, 레퍼런스가 너무 편리해졌다. 자신의 작업에 진심이라면, 본인이 어떤 걸 표현하려고 하는지, 그걸 보여줘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작품을 보기가 어렵다. 나도 디지털 작업 좋아한다. 디지털 작품으로 전시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편의성이라는 이점 때문에 점점 더 디지털에 갇히는 것 같다.

구현성: 나는 아날로그 펜으로 10년 이상을 작업하고, 최근에서야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 그래도 편리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펜으로 작업할 때처럼 점도 다 직접 찍고, 선도 그냥 노가다하듯 계속 긋고. 심지어 내가 아날로그 펜을 썼을 때는 가장 얇은 촉이 0.2mm였는데, 아이패드는 0.1픽셀까지 지원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어떤 도구로 작업하는 게 더 힘드냐고 물어봤을 때 이제는 이게 역치가 되는 거거든. 디지털로 작업했다고 해서 ‘날먹’, ‘양아치’라고 말할 수 없다.

요즘 또 AI가 화제이지 않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윤리, 철학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주변에서도 여러 작가가 AI로 자신의 생계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거든. 작가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제는 AI에 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 사람들이 AI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어떤 작업이 아웃풋으로 나왔을 때 작업의 질을 떠나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농축되고, 삭제돼서 너무 쉽게 나오니까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온 ‘노동’의 가치를 되묻게 되는 거다. 누군가 몇 달에 걸쳐 한 작업을 AI가 5분도 걸리지 않아 완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몇 달을 소비한 사람은 바보인 걸까? 그렇다면, 이제 AI를 쓰는 게 맞는 건데, 나는 그게 또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절대 AI로 작업 안 해’, 이런 아집을 부리는 거 말고, 작가 스스로 AI가 하지 못하는 걸 찾아내야 한다. 작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태도, 그리고 왜 이렇게 작업해야만 하는지 스스로가 되묻는 이 지점이 지금 되게 중요한 것 같다.

나잠 수: 최근 미드저니(Midjourney,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프로그램)를 구독했다. 당연히, 이번 작품에서도 AI의 도움을 받은 몇 가지 텍스처가 있다. AI에게 70년대 뉴욕 스타일의 그래피티를 그려달라고 주문해 그걸 그림 한편에 심었지. 필요한 경우에 AI를 활용하는 게 유용하기도 한데, 확실한 건 AI 아트에도 틀이 생겼다는 거다. AI, 그리고 인간이 그리는 그림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인간의 작업에 차별점이 생길 거라는 희망이 있다.

호마르종: 방금 조대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디지털이 작업의 접근성을 많이 낮췄다. 유튜브만 봐도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법이 무수하게 나오고, 관련한 온라인 클래스도 많아졌다. 그래도 자기만의 뭔가가 있으면, 어떤 매체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의 색이 나올 거다. 어제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어떤 작가가 본인의 작업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근데 딱 봐도 뫼비우스(Moebius, 프랑스의 유명 SF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이랑 똑같은 거다. 댓글도 이 작품 뫼비우스 거 아니냐면서 난리가 났다. 아무튼, 디지털이니 AI니 이런 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걸 갈고 닦으면 결국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노동의 가치가 더욱 숭고하게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전시 기획과 구성에 있어 작가 개개인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나잠 수: 호마르종, 구현성 작가는 우리가 철저히 ‘모셔 온’ 작가이니까 작품 외 어떤 압박을 주지는 않았다. 나와 조대, 웰컴 레코드와 여타 주변의 조력자를 통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고, 협소한 공간이지만, 여기서 그림과 공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어 이를 진행했지. 지난 전시처럼 DJ를 섭외할 수도 있었지만, 공연에 조금 더 힘을 실어보고자 최근 승승장구하는 인디 뮤지션을 솔로 단위로 섭외했다. 다행히 모두 흔쾌히 승낙해주어서 색다른 문화의 접점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사운드를 들려줄 전시 기념 이벤트의 뮤지션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나잠 수: 일단 최근 윤키와 작업한 [이재이집]을 발매한 뮤지션 이재, 이전 그 둘이 공연하는 걸 직접 보러 갔는데, 그 에너지가 굉장히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정신 나간 것 같은 요상한 느낌이 좋았다. 그 상반된 요소가 한꺼번에 충돌하는 모습이 이번 가이드밤 전시와 잘 맞지 않을까 해서 첫 번째로 섭외했다. 두 번째로는 영화, 드라마 음악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민휘, 이 친구도 마찬가지로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 엄청 바빠 보였으나 내가 강력히 부탁해서 성사될 수 있었다. 근데 이민휘가 다른 뮤지션으로 지윤해를 섭외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참고로 지윤해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베이스를 맡고 있어 내가 그냥 하라고 했지. 이 세 팀이 협연을 하는 게 아니라 솔로로 단출하고, 미니멀한 공연을 펼쳤으면 하길 바랐고, 악기도 하나만 사용하길 원했다. 그 모습이 왠지 그림을 돋보이게 해줄 것 같다.

작가와의 대담을 기대했는데, 왜 이번에는 진행하지 않았나.

나잠 수: 2회 차 전시에 처음으로 작가와의 대담을 진행했는데, 그때는 참여 작가가 워낙 많고, 작가인 줄 몰랐던 사람도 껴 있고 그러다 보니까, 관객에게 이들이 왜 참여하고,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근데 이번에는 작가의 그림만으로 성향과 메시지를 알 수 있으니 대담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되겠더라. 사실, 작가와의 대담을 해보자고 했는데, 조대가 싫어했다.

조대: 솔직히 할 얘기가 없다. 그림 보고 관객이 감동만 느끼면 되는데, 뭘 또 그걸 설명해야 하고, 썰을 붙이나. 그렇게 대담을 진행해서 사람들이 알아들으면 좋은데,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할 건데? 이번 작업은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게끔 그렸으니 편하게 감상했으면 좋겠다. 그림 그 자체보다는 쓸데없는 의미 부여에 너무 치중해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전시는 그림만으로 모든 설명이 되니 대담은 굳이 필요 없다.

가이드밤의 다음 타격 지점은 어디인가?

나잠 수: 지금 계속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근데 또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잖아? 일단은 올해 지금껏 가이드밤으로 해온 걸 정리하는 대형 전시를 해보자는 목표가 있다. 거기서 좀 더 확장하자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시를 열고 싶다. 하지만, 그사이에 또 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유연하게 나와 조대 둘이 또 전시를 할 수 있는 거고, 다른 이와 소규모 전시를 열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는 언젠가 가이드밤의 틀을 지킨 거대한 아트 페스티벌이 되길 바란다.

조대: 지금까지 많은 아티스트가 배경으로만 활용됐는데, 가이드밤은 그림 그리고, 작업하는 사람이 ‘주’가되는 잔치가 되었으면 한다.

구현성: 말을 더하자면, 나잠 수와 조대 작가의 작업이 서브컬처라는 벽 안에 있어 대형 갤러리나 큰 전시장에서 진행하는 ‘작가다운’ 전시와 나누어지는 것 같다. 그런 작가다운 전시가 어떻게 보면 되게 계급적이고, 경계를 나누려고 하는 거거든. 쉽게 말해 ‘끕’을 나누려고 하는 거지. 근데 난 예술의 규정된 틀이 아니라 가이드밤이라는 전시와 이 행위 자체가 끕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가이드밤에 바라는 게 있다면, 급하지 않게, 천천히 숨 쉬듯이 진행되길 바란다. 말이 길어졌는데, 작가가 기획하고, 여는 가이드밤 같은 전시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다.

GUIDE BOMB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장재혁
Photographer | 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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