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전설적인 크라우트록 밴드 캔(CAN)의 2대 보컬 다모 스즈키(Damo Suzuki)가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우리는 스즈키의 즉흥적인 천재성과 무한한 창조성을 기리며,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목소리와 관습을 거스르는 그의 정신이 가져온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음악가로서의 엄청난 재능뿐 아니라, 두려움 없는 실험 정신, 예술적인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친 그의 영향은 듣는 이들의 마음과 정신에 영원히 울릴 것이다.
1950년 일본의 작은 해안 도시 오이소마치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의 나이에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유럽으로 떠났다. 곳곳을 방랑하며 히피 생활을 하던 중 뮌헨의 버스킹 카페에서 캔의 베이시스트 홀거 슈카이(Holger Czukay)의 눈에 띄어 밴드에 입성하게 되었다. 당시 캔의 멤버들은 1대 보컬 말콤 무니(Malcolm Mooney)가 정신적인 문제로 밴드를 떠난 후 새로운 보컬을 찾아다녔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너무 ‘프로페셔널’한 것이 문제였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스즈키는 전통적인 프런트맨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을 최적의 후보자였다.
스즈키를 독특하게 만든 것은 그의 자유로움뿐만 아니라 무서운 실험 정신과 순간의 순수성에 대한 고집이었다. 각 공연은 독특한 경험, 창조적인 순간에 순수한 표현이 되었다. 스즈키가 지휘하는 무대는 아티스트와 관객 간의 경계가 사라졌고, 순간적인 창의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런 스즈키의 자유로운 정신은 캔의 가장 긴 트랙 중 하나인 “Halleluwah”에서 아름답게 드러난다. 1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스즈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낮게 읊조리는가 하면, 종종 폭발적인 방언을 터뜨리기도 한다. 곡이 끝을 가쁘게 달려가며 성취하는 황홀경은 스즈키의 보컬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즉흥 연주가 음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스즈키는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동반 삼아 거두어낸다.
밴드는 스즈키와 함께 3년간 차례로 앨범 [Tago Mago](1971), [Ege Bamyasi](1972), [Future Days](1973)를 발매하며 단숨에 록 음악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스즈키의 보컬은 라디오헤드(Radiohead), 톡톡(Talk Talk), 더 폴(The Fall)과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캔은 위 앨범들로 독일 크라우트록을 개척하며 전설적인 밴드로 남게 된다. 1973년, 스즈키는 종교단체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며 밴드를 떠나게 되지만 이후에도 다모 스즈키의 네트워크(Damo Suzuki’s Network)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유랑하며 다수의 로컬 음악가와 협연을 펼쳤다. 스즈키에게는 아티스트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주술적인 힘이 있었다고 함께 공연했던 연주자들은 일관되게 증언한다.
스즈키의 ‘즉석 작곡’ 철학은 음악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순간적인 경험에 대한 깊은 사색을 제공했다. 예측 가능성과 구조로 정의된 세계에서, 그의 고유한 퍼포먼스는 미지의 것들을 받아들이고 ‘즉흥’이 가져오는 창의적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가져오는 힘을 보여주었다.
스즈키가 예술에 견지했던 철학과 자신의 삶을 대했던 철학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뛰어난 예술가였다. 캔과 스즈키가 함께했던 마지막 앨범[Future Days]의 클로징 트랙 “Bel Air”에서 그는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연과 하나 되는 음악을 만들었다. 스즈키의 즉흥 작곡은 비단 음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대장암을 진단받기 전까지 끊임없이 자유롭게 음악과 세상을 떠돌던 그는 잠시 자리를 옮겼을 뿐, 가벼운 공기처럼 마법 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Spoon Records Instagram